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어느 여름날
자물쇠
上
”으으…세연아….”
쇼파에 널브러진 채 머리를 움켜쥐며 잔뜩 뭉개진 발음으로 찬열이 중얼댔다. 옆에서 옷을 개고있던 경수는 찬열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얼굴을 굳히며 개던 것을 멈추고 찬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가슴 한켠에서 올라오는 울분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건조하던 눈에는 촉촉히 눈물이 차올랐다. 작은 어깨가 들썩이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곧 이어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려펴졌다. 비참했다. 며칠째 찬열은 말 없이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한 채로 집에 들어와 냉장고에 있던 캔맥주까지 더 마시고서야 지쳐 잠에들었다. 그리고선 매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의 이름을 잠꼬대로 불러댔다.
“어…세연이다.”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찬열을 보는 경수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리와. 자신에게는 보여준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띄며 팔을 벌리는 찬열에 경수는 홀리듯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 자신을 껴안고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채 킁킁 거리던 찬열이 뭔가 이상한점을 느꼈는지 자신을 확 떼어내었다. 그리고 풀린 눈에 힘을 주고선 경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아…경수네.”
울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고 안그래도 하얗던 손이 핏기하나 없이 새하얘지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한 없이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가봐. 찬열의 냉랭한 목소리에 경수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방으로 들어왔다. 방 문을 닫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방문 앞에 주저앉아 버렸다.
눈물은 흘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변해버린게 아니고 찬열이 변해버린 것이다. 굳이 눈물을 쏟으면서까지 자신에게서 돌아서버린 찬열을 원망할 필요는 없었다. 영원한 사랑을 믿은적도 없었고, 애초부터 위태롭기만 했던 찬열과의 사이를 알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닥칠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경수였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마음은 한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될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힘든건, 아마 자신이 찬열을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Rrrrrrrr-
방 문 앞에 멍 하니 주저 앉아 생각 아닌 생각을 하고 있던 경수가 갑작스런 벨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키며 핸드폰을 켰다. 발신인 김종인. 핸드폰을 쥔 경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동안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 보기만 하던 경수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종인 씨.”
- 어, 안받을 줄 알았는데…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요?
“그러면 종인 씨는 이 시간에 뭐하길래 저한테 전화해요?”
- 경수 씨 목소리 듣고싶어서요.
귓가에 울리는 부드러운 종인의 목소리에 굳어있던 경수의 몸이 풀리는것이 느껴졌다. 역시나 오늘도 목소리 듣고싶어서 전화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늘어놓는 종인이었다. 가만히 듣기만 하던 경수가 두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고선 입을 열었다.
“종인 씨.”
- 네.
“지금……나와줄 수 있어요?”
역시나 무리한 부탁이었던 걸까. 종인에게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가만히 앉아있는데, 숨이 차는지 헉헉대는 종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 지금 경수 씨네 집 앞인데. 나와요.
“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경수가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빨리 나오라는 종인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알겠다고 대답한 뒤 급하게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었다. 대충 바지와 티에 잠바를 걸쳐입고 방을 나왔다. 쇼파에는 여전히 술에 취해 허우적대는 찬열이 널브러져 있었다. 가차없이 찬열에게서 시선을 돌린 경수는 신발을 구겨 신고 집에서 나왔다.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다정하게 자신을 불러내던 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진짜…왔네요.”
자신의 옷깃을 꼭 잡고선 느리게 말을 꺼내는 경수가 귀여워 종인은 경수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경수에게선 항상 경수가 쓰던 샤워코롱 냄새가 났다. 어느새 발갛게 달아올라있는 경수의 귀에 종인이 쪽 하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 그만 나올때도 되지 않았어요?”
“…….”
머뭇거리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수를 이해한다는 듯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기다리면 되죠 뭐. 귓가에 울려퍼지는 다정한 종인의 목소리에 경수는 아까 있었던 찬열과의 일이 다 잊혀지는 것만 같았다. 고마워요. 자신의 품 안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경수를 종인은 더욱 더 세게 껴안았다.
찬열은 거실에 베란다 창문을 통해 자신의 집 앞에서 부둥켜 앉고 웃고있는 두 사람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 저 둘을 보니 심기가 뒤틀렸다. 커튼을 쥔 찬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주보며 웃고있는 둘 위로 커튼이 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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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 두편으로 나뉠 짧은 단편입니다.
연재물 놔두고 단편만 써대는 ㄴHㄱr밉ㄷr...
암호닉 빼먹은 분이 있다면 절 매우 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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