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마녀사냥
:첫만남
6살 밖에 안된 어린 넌, 검은머리를 가진 너와는 달리 예쁜 붉은 머리를 가진 젊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어.
엄마의 말로 의하면 아빠는 군인인데 네가 태어나기 전에 전쟁터에 나가셨다가 돌아가셨다고 해.
넌 아빠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딱히 그립다거나 하지도 않았어. 오직 엄마 하나면 됐지.
엄마는 단 한번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어.
어린 너를 데리고 나갈 수 없다고 누누히 말하셨지만, 나가서 놀고 싶은 어린아이의 넌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
가끔 찡찡거렸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하셨어.
그러던 어느 날, 아마 보름달이 뜬 날이었을 거야. 외딴 곳이라 사람은 눈 씻고 찾아 볼 수도 없던 집 밖은 시끄러웠고 남자들의 욕설이 마구 들려왔어.
한참 잘 자고있던 너를 엄마가 급하게 깨우는 거야.
시계를 보니 어언 새벽 두시더라고. 엄마는 웬 보랏빛 벨벳 망토를 두르고 있었어.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난 너에게 엄마는 나가자고 했지.
밤에 나가자는게 의아하긴 했지만, 나가자는 엄마의 말에 환하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어.
당연히 문을 열고 나갈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엄마가 안방 바닥에 깔린 카펫을 치우자, 정사각형 모양의 샛문이 드러나더라고. 엄마가 그 문을 열니,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여.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곰인형을 품에 끌어 안고 엄마를 따라 들어갔어.
깜깜한 지하통로를 걷다보니 무서워진 넌 엄마손을 더욱 더 꽉 잡았어.
엄마도 무서웠나봐. 네 손을 잡은 엄마의 손이 떨려.
한참을 걷다보니 아까 내려왔던 계단과 비슷한 계단이 나왔어. 엄마와 넌 그 계단을 올라간 후 지하통로의 천장에 달린 문을 열었어.
문을 열자 떨어지는 흙먼지에 연신 기침을 했지만, 넌 밖에 나왔단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어.
지하통로를 나오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밤이라 어두컴컴한 숲속이었어. 밤이라 공기도 찼지.
불어오는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어.
이미 꽤나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 같았는데, 엄마는 너의 손을 잡고 계속 걸었어.
엄마의 걸음이 빨라지자, 어린 넌 따라가기 힘들었는지 칭얼댔어.
“엄마, 나 다리아파.”
그러나 엄마는 대답이 없었어.
“엄마아- 나 다리아프다니까.”
한번 더 말하자 엄마가 걸음을 멈추더니 너를 마주보고 쭈그려 앉아서 눈높이를 맞췄어.
“별빛아, 여기서 기다려. 어디가지 말고. 약속. 엄마 꼭 돌아올게.”
“엄마……나 두고 어디가? 오래걸려?”
“음... 별빛이 눈 감고 100까지만 세면 엄마 올 거야.”
“……진짜로?”
“응, 진짜로. 절대 눈 뜨지마. 눈 뜨면 엄마 안온다.”
“하나, 둘, 셋……”
넌 눈을 감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어.
엄마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무서웠지만 눈 뜨면 안오겠다는 엄마의 말에 눈을 감고 숫자를 계속 셌어.
50쯤 셌을까 늦은 시간에 눈을 감고 숫자를 세고 있으니 꼭 양을 세는 것 마냥 잠이 몰려 와.
자면 안된다,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 세뇌시키지만 넌 너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고 말았어.
***
“야아- 일어나!”
나무에 기대서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자고 있던 널 누군가 흔들어 깨웠어.
“일어나 봐!”
감겼던 눈을 떴더니 네 눈 앞엔 네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가 널 내려다보고 있었어.
넌 대답대신 주위를 둘러보았지. 엄마는 어디 있을까 하고.
어느새 날은 밝았고 꼭 돌아오겠다고 하던 엄마는 없었어.
“어! 깼다. 왜 여기서 자고 있었어?”
소년이 너를 향해 물었지만 네 눈은 엄마를 찾기 바빴고, 곧 엄마가 없단 것을 알아차리자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
아무런 대답도 없이 울어버리는 너때문에 그 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
“어,어, 울지마! 왜 울어! 내가 미안해. 응? 울지마.”
너만큼 어리고 작은 그 남자아이는 더 작은 너를 달래려 꼬옥 끌어안아줬어.
이게 너와 이재환의 첫 만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