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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형제] 개기일식_02 | 인스티즈






  형은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어른의 말씀을 잘 듣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으며 무엇보다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아니었다. 칭찬에 익숙해지면 거만해지기 일쑤인데 형은 그렇지 않았다. 한 살 어린 나를 막대하지 않고 친구처럼, 동생으로 대해주었다. 그 누가 이런 형을 싫어할 수 있겠느냐마는, 난 형이 특별히 좋았다.






  “형, 멍구가 아픈가봐.”






  형이 10살, 그러니까 내가 9살이던 때. 형은 읍내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집에서 먼 곳에 있었기에 형은 이른 태양이 떠오를 때 쯤 낡은 신발을 구겨 신고 마당으로 향했다. 형이 발끝으로 땅을 툭툭 쳐내 흙을 털어내는 소리가 나면 일종의 신호인 마냥 나는 마당으로 튀어나갔다. 형이 없는 반나절은 너무나 지겨웠으니까.






  “형, 형. 멍구가 아파. 학교 가지 말고 나랑 멍구 고치자.”






  그러면 형은 방문만 빠끔히 열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부지! 오늘만 학교 안가면 안돼요?”






  결과는 뭐, 형은 사탕을 사오겠다며 나를 달래고는 학교로 향했다. 형이 밟고 지나간 부분의 흙먼지가 가라앉는 것 까지 본 나는 괜히 멍구를 이리저리 괴롭히며 투덜댔다. 형은 왜 매일같이 학교에 가야만 하는 것이며 나는 또 왜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인가.






  “나도 여덟 살 넘었는데. 학교 갈 수 있는데.”






  아버지가 있는 방문에 입을 바짝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나도 형이랑 같이 학교 다닐래요. 나도 학교 가고 싶어. 이 후의 대답은 언제나 이러했다.






  “우리 둘째는 아부지랑 놀아야지?”






  아버지와 함께 밭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형은 마루에 걸터앉아 발장난을 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에 든 바구니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형에게로 뛰어가면, 아버지는 성을 내셨지만 그 때만큼은 그 마저도 행복했다.






  형과는 주로 뒷산이나 물가로 놀러 나갔다. 수심 낮은 곳에서 송사리도 잡고 뒷산에 올라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술래잡기를 했다. 산 너머로 고개를 숙이는 주황빛 해를 보며 형은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담임선생님이 코를 훌쩍이다가 후비는 걸 봤다든지, 제 짝꿍이 자신의 그림을 칭찬해줬다든지.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였지만 넘어가는 태양과 나는 그 이야기가 퍽 재미있었다.






  하늘이 어두운 밤이 되면 형은 작은 테이블에 앉아 숙제를 시작했고 나는 형의 뒤편에 누워 그런 형을 바라보았다. 공부하는 형을 건드리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 때문에 등을 찔러보거나 가방을 뒤적거려보는 일 외에는 한 적은 없었지만 오늘처럼 형과의 놀음이 아쉬운 날에는 형에게 달라붙어 숙제를 같이 보곤 하였다.






  “이게 형 이름이야?”






  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에게 글자는 어색했다. 간단한 것은 형이 알려줬지만 큰 관심이 없었기에 금방 잊어버렸다. 형이 자신의 이름이라며 공책의 귀퉁이를 찢어 크게 '이재환' 이라고 적어 나에게 쥐어 주었고 나는 그 종잇조각을 불빛 밑에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형의 이름. 그럼 내 이름은?






  “형아, 내 이름은 어떻게 써?”






  미약한 불빛 밑에서 부지런히 연필을 움직이던 형이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장을 보는지 벽에 납작하게 눌려 죽은 파리를 보는지 음, 음 하는 소리만 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생아, 늦었는데 얼른 자자.”






  밭일을 하거나 물가에서 형과 놀고 있으면 가끔 동네 사람들이 이름이 뭐냐며 말을 걸어왔다. 그 때 형은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이재환이라고. 난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항상 날 둘째라고 부르셨고 형은 나를 동생이라고 불렀다. 내게 말을 거는 그 누구의 말에도 내 이름 같은 건 없었다. 벽을 타고 내려오던 불빛이 사그라지고 형이 내 옆에 와 누웠다.






  “내일은 아부지랑 같이 놀러 가자.”






  형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감싸 안고 형의 존재가 좁은 방 안을 채웠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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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차마, 나마저 둘째야, 하고 부를 수 없어서 한참 끙끙 앓다가, 그냥 울어버리고 말았어요. 저 이름 부분은 읽을때마다 마음이 아파ㅠㅡㅠ 앞글의 익인 1이에요! 작가님 내가 진짜 사랑해요♥
10년 전
솔길
친애하는 독자님! 그저 이렇다 하고 보고싶은 마음에 쓴 글인데 이렇게 같이 즐겨주셔서 어떻게 감사하다고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ㅁ; 그냥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애정합니다(하트하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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