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같은 꽃잎이 저 높이 날아요 사랑한다 말하면 나 정말 녹아요 ** 홍빈의 귓가에 울리는 달큰한 봄노래들은 괜시리 외로운 마음만 더 헤집어 놓았다. 망할 봄, 망할 커플, 망할 기념일. 연인들은 왜이리 챙길 것들이 많은지 SNS는 탈퇴욕구를 촉진시키는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버린지 오래, 김원식의 1주년 글에 아무 의미 없는 좋아요를 누르고는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박은 홍빈이었다. 커플톡, 커플스토리, 커플북. 저 놈의‘연애중’표시를 언제쯤 달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의 눈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커다란 것에 놀라 고개를 들자 " 아 진짜, 형 앞 좀 보고 다녀요. " " … 너도 커플이지? " " 뭐라는거야. 형 외로워서 병났어요? " " 너 지금 하늘같은 12학번 선배님한테 형? " " 와, 이홍빈이 외로울 때도 있어? " " 껒. 겟 아웃 오브 마이 시야 " " 되도 않는 영어 쓰기는. 내가 진짜 이쁜이들 많은 곳 소개시켜줄까요? " " 어 진짜? 어딘데? " " 밝히긴. 같이가요, 대신 형이 커피 쏘기. " 앞 한 번 못봤다가 7000원이나 날리게 생겼네. 상혁의 얕은 꼼수가 보이긴 하지만 이 외로운 심신을 달랠 곳을 알려준다니, 홍빈은 그저 상혁만 믿고 묵묵히 따라갔다. 그러나. " 짠. " " 장난치냐 나랑? 우리 3분도 안걸었거든? 아직 학교 안이잖아. " " 우리 캠퍼스가 얼마나 예쁜데요. 게다가 예쁜 상혁이도 있고. " " 죽을래 진짜. 쳐맞을래? " " 난 여자라고 안했는데? " " 지금 너랑 나랑 사랑의 짝짓기라도 하겠다고? " " 진도가 빠르시네. 오늘은 썸만 타려고했는데. " " 진짜 너랑 나?! " 꿈뻑이는 두 눈동자에 침을 뱉어주고 싶을 만큼 상혁은 몰래 간식을 훔쳐 달아난 말티즈 마냥 예쁘게 웃는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뱉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 나 게이 아닌데. " " 나도 아닌데요? " " 근데 무슨 데이트야 데이트는. " " 난 데이트라고도 한 적 없어요? 이 형 진도 진짜 빠르네. " " 미친.. " "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요? 내가 쏠테니까 " " 수업, 어. 너 수업 없냐? " " 오늘 공-강! " 귀여워서 때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상혁에게 질질끌려 아이스크림을 입에 머금은 홍빈이 웅얼거리며 상혁에게 말했다. " 야, 지짜 여자능 없냐? " " 나랑 사귀자면서요. " " 쥬글래? 나는 동성애자가 아 " " 나 귀엽죠? " " 어. " " 그럼 나랑 사겨요. " " 나능 너랑 사귈 이유가 " 쪽소리와 차가운 촉감이 입술에 오랫동안 머물었다. 사실 뭐, 그렇게 싫었던건 아니고. 제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는건가, 한상혁은 헤실헤실 웃고만 있었다. " 뭐하냐 너. " " 누가 아이스크림 묻히래? " " 반말? " " 라면 먹으러 갈래요? " " 어디로. " " 김밥천국이지 어디야. 음란마귀." " 혁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귀는거는 " " 그럼 사귀지 말고 서로 좋아만 해요. 솔직히 사귀는건 좀 구식같아. " " 말이 안통하네.. " 라면을 당근마냥 우걱우걱 씹어 삼켜버린 홍빈이 도무지 말이 안통한다는듯 고개를 두어번 젓다 결국 상혁의 말에 동의하고 말았다.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좋아해달라는 말이니, 그 정도는 누가 보아도 오해하지 않을만했고, 못들어줄 이유또한 없었다. 데이트라면 데이트, 아니라면 그냥 선후배 사이의 친목도모 시간. 상혁의 자취방 앞에 다다르며 이제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상혁은 아직 못이룬게 많을텐데 " 형 그거 알아요? " " 뭐. 뭐 또. " " 내가 무슨 드라마에서 봤는데요. " " 청소년을 망치는 망할 드라마.. " " 만난지 하루만에 키스를 해도 지장이 … " " 한상혁. " " 우리는 다 큰 성인인데? " 말문이 턱하고 막혀버린 홍빈이었다. 고작 몇시간 만났다고 내가 진짜 너를 좋아하게 된건가. 계획이 틀어져도 제대로 틀어져버렸다. 이게 아닌데. " 키스는 끝내고 때리던가. " 막무가내라고 해야하나. 홍빈이 반항을 안했으니 상호간의 합의를 보았다고 해야하나. 꽃잎이 아무리 떨어져도 무성한 벚꽃나무에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한편, 상혁의 로션냄새, 아니 타고난 살냄새도 홍빈의 코끝을 자극했다. 이러니 누군들 안넘어가고 버틸 수 있을까. " 내가 많이 좋아해요. 아니지. 사랑해. " " … 나도. " " 형이 뭐요. " " 나도 사랑해. 아마. " " 미친. 아 이홍빈 진짜. " 홍빈의 손목이 상혁에 의해 집 안으로 빨려가듯 들어갔다. 유난히 벚꽃잎이 사르르 녹는 듯 흩어지더라. 그리고 다음날, 업데이트된 이홍빈의 메신저 상태 메시지 [ 오늘부터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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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진짜 마지막 인사하러 올께여 여러분 쫌만 이따 또봐용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