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택운이가 나왔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눈을 뜰 뻔 했다. 진짜 네가 내 곁에 온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을 뜬다면 네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들은 너의 목소리가 많이 좋아진듯 했다. 나 없는 그 곳에서,너는 잘 사는 구나. 그렇게 안심도 잠시, 너는 꿈속에서도 끝까지 나의 행복을 바란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나의 행복을. 내 곁에 잠시 누운듯 너의 온기가 느껴졌다. 겉으로는 모르던 내 마음이었는데, 나는 네가 살아있다고 느낄 정도로 너의 품이 그리웠던 거구나. 나는 그대로,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그토록 그리웠던 너의 품, 그렇게 안기고 싶었던 너의 품이거늘 나는 또 네가 사라질까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큰도련님, 즉 재환을 떠나보내며 나는 너와 무척 닮은 사람과 잠시 눈을 마주했다. 날 바라보는 눈빛마저 애처로워 꼭 진짜 너 같은 사람이었다. 택운이 네 생각도 잠시, 재환을 태운 가마가 그대로 동네를 떠나버리고 나는 어찌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재환이 없는 생활이 조금이나마 적응이 되려던 찰나, 재환은 모질게도 내 곁을 영영 떠나버리며 나는 다시 나의 어두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그 옛날 택운이 떠난 날처럼, 나는 우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택운도, 재환도 없는 이 땅은 공기조차 먹먹하다. 숨을 쉴 곳이라곤 조금도 남겨두지 않은 채, 그렇게나 먹먹하다. 이제 진정 모든 것을 잃었다. 어머니도, 택운도, 재환도, 그리고 나의 지난 날들도. 더 이상 나에게는 그리워 할 사람도, 그리워 할 봄도 존재하지 않았다. 문득 택운이 그리워졌다. 네가 문득문득 생각 난다는 것에 나는 또 다시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내가 그동안 너를 잊고 살았음에, 그 미안함과 죄책감에. 나는 다시 한 구석이 저려온다. 지난 날처럼 내 꿈에 한 번만 더 나와준다면, 그 때에는 눈을 뜨고 너와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눌텐데. 너와 나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함께 감자라도 나누어 먹을텐데. 내 마음 속 먹구름이 온통 내 머릿 속을 뒤덮어서,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여전히 푸졌고, 구름 세 점만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 점이 유유히 흩어졌다. 하늘에 남은 구름 두 점. 구름은 두 점이거늘 나는 홀로 외로이 남겨졌다. 텅 비어버린 이 땅에 더 이상 서있을 힘 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나 구름은, 여전히 두 점이었다. 봄을 그리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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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택엔, 봄을 그리다를 마지막까지 지켜보아준 사랑스러운 독자님들 다 정말정말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워요:) 많이, 정말 많이 부족한 글이었지만 끝까지 격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여러분! 나중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