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온동네가 추노꾼 이야기로 들썩거렸다.아니지, 온동네 노비들만.
잡혀서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슴이나 얼굴에 불로 글자를 새겼다는 사람도 보았다.
현실에 순응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하느님의 명같았다.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택운만 옆에 있다면 가지 못할 곳은 없었기에.
" 택운아, 넌 어디 안갈꺼지? 넌 나랑 같이 죽을 때까지 여기 있어줄꺼지? "
" ……. "
" 응? 왜 대답을 안 해 "
" 떠날꺼야. "
" 뭐라고. "
" 도망칠거라고. 이 지긋지긋한 곳. "
" 택운아. "
"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
" 같이 가 "
" 안돼. "
" 왜. "
" 위험해. "
" 위험한데 넌 왜 가 "
절제된 울부짖음.
택운은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 믿는다. 그때의 내가 너에게 소리치고 있었다는 것을.
" 너 혼자 알아서 살 수 있어. "
" 아니, 난 못 해. "
" … 운명은 바꿀 수 있는거야. "
" 아니, 아니. 아니야 …. "
" 내일 새벽에 떠날꺼야. "
" 내일 새벽? 내일 새벽은 노비들 거.. "
" 집안이 어지러울 때, 떠날꺼야. "
" 택운아. "
" 뭐. "
" 너가 말을 많이 하니까, 꼭 꿈같다.
아니… 꿈이면 좋겠다. "
" 아니야. "
볼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느껴졌다.
나는 울고 있었고, 너는 언제나 그랬듯 무표정이었다.
" 널 지키는거야. "
" 옆에 없는데, 어떻게 지킨다는거야 "
" 내가 잡혔다는 소문이 네 귀에 들려도. 울지마. "
" 그럼, 가기 전에 나 깨워줘. 난 너 마지막까지 보고싶어. "
" 괜찮아. 나는. "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너는 그 어디에도 있지 않았다.
그렇게 넌 나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