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보고 뭐라 하여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도무지 얼굴을 보일 생각이 없는 이 집의 장남은 가끔, 아니 항상 병과 학문을 달고 살았다.
차남에 비하면 그림자 한 번 본 적 없지만 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글 읽는 소리는 몇번 훔쳐들은 적이 있다. 꽤 진중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 집 사람들이 쓰다 버린 종이들로 겨우겨우 글을 공부했고, 어느 정도의 글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택운은 다 부질 없는 짓이라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았지만 말이다.
택운과는 어느정도 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그는 내가 아무리 그를 귀찮게 하여도 다 받아주었다. 아니지, 무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아이는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 큰 상처는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글을 배워두는 것이 나중에 아주 큰 쓸모가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툭.
허전하던 나의 밥상 위에 감자 반쪽이 더 올라왔다.
택운이었다.
" 난 이거 싫어해. "
" 어 진짜? 택운아 이거 나 주는거야? "
" 어. "
" 진짜로? 너 감자 싫어해? 괜찮아? "
" 어. "
" 맛있다. "
" 묻히지 마. 더러워. "
더럽다는 너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더란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겉모습과 옷매를 신경쓴것은.
택운은 항상 차가웠지만 가끔은 제 일을 먼저 끝마치고 저벅저벅 나에게 걸어와 나의 일거리를 줄여주곤 했다.
속정이 많은 아이인듯 싶다.
그리고 처음 받는 관심과 애정에, 나는 갈수록 표현할 수 조차 없는 마음을 안고 택운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 야. "
" 어? 어 운아 "
" 택운이라고. "
" 아, 그래 택운아. 왜에 "
" 너 추워. "
" 응? "
" 병 걸려. 병 걸리면 팔려가. "
아마 나와 나눈 말 중 제일 긴 말이 아닐까 싶다. 잠도 들지 못하고 벌벌 떨고있는 나를 본 택운이 생각해낸 방도는 다름아닌 바람막이였다.
" 따뜻하다. "
" 조용히 하고 자. "
" 고마워 택운아. "
" 어. "
그가 나의 작은 어깨를 바람으로부터 막아주었을 때에, 나는 비로소 삶의 휴식처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고통또한 그의 품 안에서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택운이 네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