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네가 하고싶은 말이 뭐라고?
종인의 갑작스러운 말에 경수가 다시한번 질문을 한다. 재차 확인하는 경수를 보고 있는 종인의 얼굴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뜨끈뜨끈해지고 있었다.
경수와 종인은 같은 학교에서 만났다. 같은 반도 아니였고 김종인, 도경수 둘의 생존 자체도 모르고 있었지만 둘은 같은 동아리에서 만났다. 운명이였을까. 종인은 춤으로 동아리 안에 들어왔다. 반대로 경수는 노래로 들어왔다. 굉장히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둘은 확실히 운명이지 않을까. 아니면 하늘의 장난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둘은 그렇게 동아리 활동으로 만났다. 둘이 지원한게 아니라, 친구따라. 친구따라서 같이 동아리에 지원한건데 오히려 친구는 떨어지고 도와주러간 둘이 붙으니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을 하지 않을까. 섹시한 표정의 종인은 경수 앞에서는 멍멍이처럼 귀엽고, 또 한 없이 착한 귀여운 강아지 처럼 변하고, 원래 귀여운상인 경수는 노래를 부를때 만큼은 섹시하고, 또 끈적끈적 거리는 목소리를 부르니 그 둘은 환상의 궁합이지 않은가.
사건은 그 날에 터졌다. 날씨가 유난히도 좋고, 따스하던 날이였다. 창문을 통과해 햇살이 동아리 부원들에게 빛나고 예쁘게 비추었다. 세 명은 작곡, 작사를 하고, 경수를 포함한 두명은 보컬 연습. 그리고 종인을 포함한 네 명은 함께 춤연습을 했다. 아무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 그래, 얼마나 바람직한 상황인가.
그러나, 조금씩 파헤쳐보면 그러지만은 않았다. 프러포즈 할때 사용되는 반지가 들어 있는 케이크는 먹다가 발견된다. 반지가 케이크 위에 떡 하니 올려져있으면 그건 아무 필요없다. 차라리 깨끗하게 통 안에서 로맨틱 하게 꺼내주지 뭐하러 달디 단 생크림 위에 올려 주는가. 케익 안에 반지를 넣어 두는 이유는 비밀스럽게 이벤트를 해주기 위해서 몰래 몰래 숨겨놓는것이다. 지금 경수와 종인이 그랬다. 아무도 모르게 둘이서만 아는게 있다.
부원들은 아무도 모르고 경수도 모르고 있는것 같은 종인만 아는 이야기. 종인은 연습을 하면서도 경수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다.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아니라 곁눈질로 경수를 볼수있는것만이라도 다행이고, 그리고 또 행복했다. 지원금으로는 넓은 연습실도 못 구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안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금지 시켜 이 동아리를 계획한 분의 아는사람에게 어렵게도 구한 좁아 터질듯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해야했지만 그것조차 종인에겐 행복했다.
“얘들아, 오늘 굉장히 날씨 좋은데 우리 운동장에서 하는게 어때?”
한 부원들이 말했다. 다른 부원들은 당연히 좋다며 찬성했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춥다고 한 날씨 예보와는 달리 따뜻해 운동장에서 해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따뜻하지만 덥지도 않고, 시원시원한 날씨. 저기 멀리서 경수가 천천히 걸어온다. 조그만한 물체가 콩콩 걸어오는 느낌이다. 아무생각없이 종인이 경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종인이 황급히 눈을 피하면서 부원들 쪽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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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지금은 아무도 없고 종인과 경수 둘만 있다. 어색한 공기가 무겁게 흐른다. 종인이 결심한지 먼저 입을 떼었다. 아니, 둘이 같이 입을 떼었다.
“좋아해.”
“그래서, 네가 하고싶은 말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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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네가 좋아.”
“...”
경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너랑 연습하는 아이와 연습할때면 질투나 미칠거 같아.”
“종인아..”
경수가 종인의 말을 막았다.
“그냥 도경수 너라는 얘가 좋아.”
“..종인아 사실”
종인은 경수의 말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있던 말을 이엇다.
“아무런 답도 기대 안할게. 그냥 내가 너 좋아한다고.”
“김종인.”
“아니 말하지마.”
종인이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얼마 가지않아 그 발걸음은 멈췄다. 경수가 종인의 팔을 잡아서? 발을 잡아서? 아니, 다 아니다. 단지 경수의 말 한 마디에 종인은 멈춰섰다.
“나도, 너 좋아한다고.”
경수가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하자 경수에게 돌진해 키스하는 종인의 모습을 보자니 이건 경수와 종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하는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