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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 악덕 오세훈 사장님 8 | 인스티즈

 

 

 

악덕 오세훈 사장님 

 

 

 

집에 와서 한참 동안이나 그의 생각에서 못 헤어나왔다.  속이 상해서 울면 화를 내던 그의 모습, 다정하게 웃어주며 내게 말하던 그의 모습까지도.

 

'웃는 거 처음 보네.'

 

'….'

 

'참 예쁘다. 보기 좋아.'

 

 

 

'넌 바보라서 이런 말 못 알아 듣지?'

 

'…'

 

'앞으로는 울지 말고 웃으라는 뜻이야, 적어도 나하고 있을 때 만큼은.'

 

적어도 그와 있을 때 만큼은 웃으라고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축 내려간 입꼬리를 애써 올려 보였다. 어색하고 생소하다. 웃는 내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나는 그동안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살아 왔나 보다. 한 편으로는 씁쓸 하면서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의 말에 히죽 웃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람 대하는 법을 못 배운 나에게 그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랑'이라는 낯설고 묘한 감정까지. 정체를 모르는 묘약을 마신 것 마냥 알 수 없는 증상들이 매일 나에게 따라 붙는다.

 

'아까 그 말 농담 아니야, 네 아빠도, 오빠도 전부 해주겠다는 말.'

 

짙푸른 색의 밤하늘 빛이 창문새로 스며 들었다. 그의 문자를 보며 나는 화면을 쓸어 보았다. 꿈처럼 금새 사라질 것만 같이 낯선 모습. 아까 전에 그가 왜 그렇게 액자를 쓸어대며 아픈 눈빛으로 봤는지, 나는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악덕 오세훈 사장님 

 

 

 

 

 

 

"우리 백화점 사장 완전 어린년한테 정신 팔렸잖아~ 비서라고 들어 앉은 게 얼마나 재수가 없던지, 고 년이 아주 사람 홀리는 기술이 대단 하나 봐?"

 

검은 색과 흰색 따위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유니폼을 입은 아웃도어 매장 직원이 깔깔대며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매장 청결 상태…,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도를 체크 해 오라는 그의 지시에 맞게 파일바인더를 가지고 다니며 매장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런 업무를 수행 하고 있을 때 나에 대한 이야기가 귀에 들릴 게 뭐람, 적어도 나 때문에 그가 피해 보는 일은 없었으면 했는데, 조금 뒤 손님이 오자 환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그녀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친절도 항목에 최상으로 표시를 했다. 

 

그는 그런 파일 바인더에 담긴 종이를 계속해서 대강 넘기곤 책상 위에 툭 던져 버렸다.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기던 그가 말했다.

 

"직원들 하는 말 신경 쓰지 마."

 

"안 써요, 신경."

 

"다들 쉬는 시간인데 따로 할 얘기도 없고, 시사 얘기를 하기엔 덜 자극적이잖아."

 

"상관 없어요."

 

"억울하지, 나는 그 놈이랑 제대로 손도 잡아 본 적 없고 입 맞춰 본 적도 없는데. 지들이 뭐라고."

 

그는 구태여 하지 않을 말까지 붙여 가며 설핏 웃었다. 그런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손톱이나 매만지며 앉아 있을 뿐이었고, 소파쪽으로 다가와 내 옆에 앉은 그는 화들짝 놀랄만큼 갑작스런 행동을 했다. 내 손을 깍지 껴 꼭 잡는 그의 행동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손 되게 작네."

 

"…."

 

"우리 놀러 나갈까?"

 

웃었다. 그가 햇살처럼 밝고 다정하게 내게 웃어 줬다. 마음이 그의 따뜻한 웃음으로 물드는 듯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굳이 횡설수설 화제를 돌리려는 노력이 아니라, 우울한 일 쯤은 말끔히 잊어도 된다는 듯. 일 하는 곳이 백화점 안이라 좋은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따로 나갈 곳 없이 사장실이 있는 15층만 벗어나면 됐으니까. 어깨에 손을 얹은 아저씨와 함께 바로 아랫층에 있는 영화관을 들어 갔다.

 

"영화 볼까?"

 

"무서운 거 못 봐요."

 

"그럼 이거 보자."

 

꼭 잡은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 세차게 뛰는 심장은 정상적으로 돌아 올 생각을 안했고 얼굴에선 뜨끈뜨끈 미열이 났다. 그가 집어 들은 영화 포스터는 예쁜 분홍 빛으로 인쇄된 두 남녀의 모습이 보였고, 곧이어 영화관에 입장한 우리는 스크린에 비친 두 남녀의 열렬한 사랑을 집중해서 보았고, 1분…, 10분…, 그리고 30분…. 지루고, 또 진부하고 상투적이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꽤 깊고 절절하고 뜨거웠다. 똑같은 스토리에 비슷한 뉘앙스의 영화를 봐도 이렇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몰입이 되고 마음에 크게 와닿는지, 스크린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아저씨와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샐쭉대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는 세훈 아저씨를 처음 만났을때의 모습이 오버랩 돼 보였다.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서로 자존심을 바짝 내세우며 싸웠고, 급기야 여자 주인공이 훌쩍이며 우는 장면에 다다랐을때 그가 입을 열었다.

 

"왜 저렇게 울지."

 

조용하게 그 한마디를 뱉은 그는 설핏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 보았다.

 

"너, 처음 만난 날."

 

"…."

 

"내가 뭐 죽을 죄를 지은 건가, 넌 뭘 그렇게 잘못한 건가."

 

나는 민망함에 괜히 고개를 숙였다. 아저씨의 한 마디가 방금까지 눈을 떼지 못 한 그들의 모습처럼 내 마음에 쿵. 와닿아서. 지난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를 미워했던 지난 날의 마음이 세상의 어떤 누구보다도 바보같았음을 절감했다.

 

 "넌 화 내는 방법을 몰랐고, 나는 혼자 울기만 하는 누군가를 달래는 방법을 몰랐고."

 

 "…"

 

"그런 너를 사람들은 널 만만하게만 보고."

 

"…"

 

"그래서 생각 해 왔지, 아, 내가 얘를 지켜줘야겠구나."

"…."

 

"네가 다른 사람을 만만하게 볼 수 있도록."

 

 

 

 

 

악덕 오세훈 사장님 

 

 

 

 

 

 

스티커 사진기에 들어간 그는 이건 어떻게 하는 거냐며 내게 물었고, 그에게 팔짱을 낀 나는 브이 표시를 하며 카메라를 바라보라고 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 본 그는 여섯 번의 촬영 끝에 입술 끝을 꾹꾹 누르며 많이 어색 하다고 했다. 웃는 게 어색한건지, 아님 나랑 이런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단 건지, 나는 살짝 귀여운 그의 말에 키득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내 스티커 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을 보고 슬몃 웃던 그의 모습, 그게 내 마음 속의 무엇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악덕 오세훈 사장님 

 

 

 

 

 

 그와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단 걸 알면서도 백화점 안에서 구태여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구경하거나, 나에게 걸맞는 악세사리를 한 번 착용 해 본다던가. 서로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 본 그 시간들이 혹여 꿈일까 두렵던 마음에 그랬던 걸까, 시간은 흘러 밤 9시가 되었고, 누군가 말 해주지 않으면 열두 시 쯤으로 알 만큼 침묵 속의 새벽은 깊어져만 갔다. 우리 집 앞에 차를 주차시킨 그가 나를 깨웠다. 집 가서 자야지, 응? 피곤에 찌든 몸이 찌뿌드드했다. 기지개를 켠 나는 차에서 내리며 열린 자동차 창문 새로 보이는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건만, 정작 그는 웃기만 하다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열린 대문 앞에 서 있는 그를 나는 묘한 기분에 한참 동안이나 완상하다가, 그가 뱉은 한 마디에 계단을 한 칸씩 밟기 시작했다.

 

"너 집까지 들어가는 것만 보고 싶어서 그래."

 

 계단을 겨우 두 칸 밟았을 때 였다. 충동적으로 나는 그가 뒤 돌아 있는 곳에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어깻죽지 조금 더 아래에 얼굴을 파묻고 등허리를 감쌌다.

 

"나랑 자요."

 

껍데기. 사람들은 모두 매끈매끈하게 어울려 살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웃음이라는 고운 결의 껍데기로 자신을 칭칭 둘러 싸고 오른 손을 맞잡는다. 나같이 껍데기가 마모 될 대로 마모 돼 시커먼 속까지 투과 돼 보이는 별 볼 일 없이 가엾은 인간과 달리. 모순이다. 하얀색 불투명한 껍데기로 둘둘 둘러싼 채로 마찰 없이 지내기를 바라며 나 같은 껍데기는 천박한 취급을 한다는 게. 원만한 대인관계라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간절한 것이었다. 거칠거칠한 내 껍데기와 오물 가득한 속은 보는 사람 마다 거부감이 들게 했으며, 내 모습 만으로도 날 혐오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누군가와 따뜻한 마음을 나눠 본 적이 없으며, 얼굴을 맞대고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해본 적도 없다.

내 마음 상태는 엉망이 될 대로 엉망이었다. 마음의 온도가 냉골임을 항상 당연 한 것인 줄 알던 내게 세훈 아저씨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복잡한 존재로 다가왔다.

 

낮이면 항상 따뜻했다. 햇살 이외의 존재가 내 마음을 항상 따뜻하게 달구고 있었으니까. 그 존재와 헤어지고 나면 항상 마음이 시려웠다. 그게 내겐 더없이 무서운 존재였다.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은 차가움 때문에 그에게 자자고 말했다.  그가 떠나가고 나면 어쩌면 두 배로 시려워 질지도 모른다는 모순적임을 알면서도….

 

나랑 자요. 그 한마디가 시린 밤 공기를 타고 그의 귀에 닿았다. 뒤를 돌아 나를 본 그의 눈빛은 안타까움과 애상적임으로 물들어 있었다. 너 왜 이래, 상태가 얼마나 최악인거야.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는 듯 한 착각이 일었다. 내 팔을 떼어 내고 그는 내 볼에 입을 맞췄다. 길고 따뜻하게. 긴 밤이 감히 차가움으로 나를 괴롭힐 수 없도록 긴 따뜻함을 볼에 물들여 주었다.

 

내 주머니에서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연 그는 내 신발을 벗겨주는 정성까지 보였다. 내 핸드폰을 가져가 자신의 번호를 찍은 그는 내 손에 다시 핸드폰을 들려주며 속으로 외쳤다. 혼자 있다고 느끼지 말라고.

 

"잘 자."

 

"…."

 

"악몽 꾸면 꼭 전화 하고."

 

열쇠를 내 주머니에 다시 넣어준 그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돌아 섰다.

사랑해. 그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 뒤로 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다.

 

 

 

 

 

 

 

 

 

 

 

 

 

 

 

 

 

암호닉네임

 

곰돌이님

모카님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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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ㅠㅠㅠㅠㅠㅠ이거 뭔가요ㅠㅠㅠㅠ뭔가ㅠㅠ달달한데ㅠㅜㅜ좀 암울암울한...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이 느낌은 뭐지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오사장님ㅠㅠㅜㅠㅜㅠㅜㅠ왜이렇게 다정한거야ㅠㅠㅠㅜㅠㅠ
10년 전
독자4
ㅜㅜ둘다 자신들의 마음에 다가가는게 보여서 너무 보기좋아요ㅜ세훈이 아저씨 멋있다ㅜㅜ제가 다설레네요ㅜ
10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둘다ㅠㅠㅠㅠㅠ정말 마음은 있는데 상황들이 가로막는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암호닉!! (세젤빛)으로 신청해도 될까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아ㅠㅠㅠ진짜 아련하네요ㅠㅠㅠ 이제 빨리 서로 다가갔으면 좋겠따ㅠㅠ
10년 전
독자7
세휸아 ㅠㅠㅠㅠㅠ 누나감덩
10년 전
독자8
진짜 아련하다.....ㅠㅠㅠㅠㅠㅠㅠ우잉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ㅍㅍ
10년 전
독자9
와진짜너무아련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0
진짜 ㅠㅠㅠㅠ 좋다라는 말만 나온다 ㅠㅠㅠㅠㅠ 작가님 금손 ㅠㅠㅠㅠㅠㅠ 완전 좋아요 ㅠㅠㅠ 아련아련 ㅠㅠ
10년 전
독자11
아ㅠㅠㅠㅠㅠ다정해ㅠㅠㅠㅠ좋당.ㅠㅠㅠ
10년 전
독자12
ㅠㅠㅠㅠ주인겅이 너무 아파서ㅠㅠㅠㅠㅠㅠ그냥 다 아파서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3
다정하다....! 사사로운 직원들의 가쉽은 무시하라구~~~~! 그리고 세훈에 진짜 왜이렇게 다정한거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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