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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소년 

 

 

W. 승백태 

 

 

 

 

 

“네, 잘 부탁드려요.” 

 

맞벌이로 인해 아침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시는 종인의 부모님을 대신해 줄 사람은 바로 종인의 이웃집 형이었다. 종인이 11살 일 때 형은 26살 성인이었으니 형, 보다는 아저씨, 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까맣고 자그마한 자신에 비해 온통 새하얗고 커다란 형이 질투났었던건지, 종인은 형의 집에 있는 시간 내내 요리조리 형을 피해 숨어있었다. 

 

“종인아, 저녁 먹어야지.” 

“…” 

 

종인이는 형이 싫어? 애타게 종인을 찾아다니며 아기 다루듯 타이르는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부드러웠다. 꼬르륵, 작게 울리는 소리를 용케도 들은건지 형은 숨어있던 종인을 찾아 환하게 웃으며 껴안아주었다. 형이 싫으면 종인이가 나와있을땐 형이 방에 들어가있을게, 라는 말에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종인은 저를 따뜻하게 안아준 형의 품에 안겨 그대로 잠들었다. 

 

 

 

매번 이런 식의 반복이었다. 종인은 하교 후 꼬박꼬박 옆집으로 들어가면서도 형을 피해 숨어다니거나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축구를 했다. 저녁시간이 되면 한바탕 숨바꼭질 후에 싸우지도 않았지만 화해를 했고, 또 이대로 친해지는걸까 싶어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리셋되어 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모여 일년이 되었고, 종인이 형의 집에서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눌러앉아있는 생활도 어느덧 이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경수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런 어린 소년을 돌보아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제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작고 마른 체구, 햇빛에서 장시간 놀아서인지 조금은 까만 피부에 크지는 않지만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굉장히 귀여웠다. 경수는 소년과 친해지고 싶었다. 

 

소년은 경수를 싫어하는 듯 보였다. 자신과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집에는 거의 저녁만 먹으러 들어왔다. 경수는 소년을 위해서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방 안에서 경수는 고시공부도 하고,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기도 했다. 저녁을 먹으라고 소년을 타이르기 위해 경수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집안 곳곳을 누비며 소년을 찾았고, 소년은 결국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가 부모님이 오시면 그들의 곁으로 가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덕분에 소년을 위해 경수가 만든 저녁은 차갑게 식은 채로 식탁 위에 있다가 버려지곤 했다. 그렇게, 경수와 소년이 함께 지낸지 2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는 갑작스럽게 걸린 감기에 아침부터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 앓아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경수는 소년이 오기 전에는 일어나서 간식을 차려둬야지, 싶었지만 몸이 솜을 머금은 듯 무거워 결국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기로 결정하였다. 경수는 소년이 오기 전에 한 숨만 자기로 결심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종인은 학교가 끝난 후 평소와 다르지 않게 형의 집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자신의 집과는 다른 숫자로 이루어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은 적막했다. 평소였다면 식탁 위에는 간식이, 2층에는 저음질의 텔레비전 방송 소리가 들릴 텐데, 지금은 1층에는 불조차 들어와 있지 않았다. 

 

“..경수 형?” 

 

처음으로 불러본 형의 이름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종인은 덜컥 겁이 났다. 내가 형을 피해다녀서 형이 나를 미워하는건 아닐까, 형이 집을 나가버린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종인은 그 자리에서 가방을 등에 맨 채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형 내가 잘못했어, 경수 형… 

 

그리고 윗 층에서 저를 부르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렸다. 종인은 눈물을 대충 닦은 채 그대로 2층을 향해,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형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커다랗고 익숙한 목소리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을 보아 분명 소년이 상당히 놀란 듯 싶었다. 내려가기 전에 우선 자신이 집에 있기에 안심시키자는 마음으로 경수는 소년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종인아, 형 여기있어. 종인아- 

 

그리고 우당탕, 하는 난잡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종인이었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한 채 종인은 자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선 사과를 했다. 

 

“형, 형 내가 잘못했어.” 

“종인아?” 

“이제는 형 안피해다닐게. 저녁도 꼬박꼬박 먹을게.  형 말도 잘 듣고, 이제 형 혼자 방에서 티비보지말고 나랑 보자아... 응? 형아, 경수 형 내가 잘못했어.” 

 

 

 

 

 

…라고 말하던 네 모습이 난 아직도 생각나는데, 하고 경수가 말했다. 종인은 창피한 듯 고개를 숙이며 웅얼거렸다. 그때 일은 잊어줬으면 좋겠어, 아저씨. 

 

“그새 호칭도 바뀌고 말이야.” 

“…” 

“내가 서른 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저씨라고 부르더라, 너.” 

“아저씨 맞잖아.” 

 

 

예전에는 아저씨가 내 손을 이렇게 잡아줬었는데. 종인은 자신의 손을 경수의 손 위에 포개며 말했다. 예전, 종인 혼자 착각한 채로 경수에게 달려고 울며불며 사과한 이후로 둘의 관계는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말 안듣는 소년과 청년이었다면 어느샌가 말 잘 듣는 소년과 소년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청년으로, 그리고 청년을 좋아하는 고등학생과 이젠 아저씨가 된, 여전히 소년을 좋아하는 청년으로. 어느샌가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종인을 보며 경수는 그때가 더 좋았다며 종인에게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때 아저씨 정말 예뻤어. 피부도 새하얗고, 눈도 크고.” 

“지금은 아니라는거야?” 

“지금은, 예전보다 더 예뻐.” 

“…” 

“예전보다 더 늙었는데. 이젠 내꺼라서 더 예뻐보이네.” 

“…” 

“예쁘다, 도경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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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런거개좋아ㅠㅠㅠㅠㅠㅠ나이차가쫌많이나긴하지만좋아여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허류ㅠㅠㅠㅜㅜㅠㅜㅜㅜ 분위기 너무ㅕ달달해요ㅜㅜㅠㅠㅠㅠㅜㅜ애기 종인이 취향저격ㅜㅠ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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