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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me ; 안개   

   

-05   

   

"타요."   

   

직접 차 문까지 열어주며 차에 타라고 하는 지호의 모습에 한솔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조수석에 앉았다. 시트는 조금 차가웠지만 춥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호는 한솔이 조수석에 앉는 모습을 만족스레 웃으며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도 운전석에 앉고 시동을 켰다. 지호가 운전을 시작하자, 어쩔수 없으면서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 정적을 깨는것도, 다시 정적을 만드는것도 어떻게 보면 모두 지호에게 달려 있었다.   

   

"신지호에요. 나이는 스물 네살."   

   

뜬금없는 자기소개에 어리둥절해진 한솔이 의아한 눈으로 지호를 바라보았지만, 지호는 앞 차창 너머에 시선을 둔 채로 대답했다.    

   

"어차피 같이 살 건데 이름이나 나이는 알아도 되지 않아요?"   

   

맞는 말이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름이나 나이쯤은 알아두는게 좋을 것이었다. 한솔이 그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나 보기보다 나이 많죠?"   

   

한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해봐야 스물하나 정도일 것 같았는데 스물 네살이라, 생각보다는 많았다.   

   

"아직 학생이에요? 고등학생쯤 됐을거같은데."   

   

한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퇴하긴 했지만 나이로는 학생이 맞긴 했다. 아마도 정상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면 고등학교 2학년일 것이다.   

   

"음, 그렇구나.. 말 편하게 해도 되요?"   

   

상당히 뜬금없는 이야기에 한솔은 고개를 돌려 지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뭐, 싫으면 말구요. 말은 무심했지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지호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차를 몰고 있었다. 지호는 한솔에게 참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한솔은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이나 그가 주는 느낌, 그에 비해 조금 더 많았던 나이도, 저를 모두 다 아는 듯 그저 괜찮다는 말만을 건네며 가만가만 안아주다가도 혼자 뭐가 그리 즐겁다고 빙글빙글 웃는 모습도. 한솔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창가로 눈을 돌렸다.   

지호는 그런 한솔이 어딘가 모르게 귀여웠다. 무얼 생각하는지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도, 좀 전에 빤히 저를 쳐다보는 모습도.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참 전부터, 그러니까 한솔을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느껴지던 남 같지 않은 익숙함이 느껴졌다. 왜였을까. 지호는, 그리고 한솔은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도. 오늘 처음 만나 그 몇시간동안이 전부였다. 처음 만난 사이에, 고작 몇시간. 심지어 상대방은 한마디도 꺼낸 법이 없었다-엄밀히 따지자면 할 수 없었던 것이지만-는 것을 생각해보면, 동질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한솔 역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며, 지호는 고개를 저으며 핸들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어쩌면 한솔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지호는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돌려 한솔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멍하니 지호를 바라보고 있던 한솔이 움찔 했다. 또 다시 웃음이 나왔다. 한솔도 예쁘게 웃었다. 그러기를 잠깐, 차 안이 조금 답답해진 한솔은 창문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들기며 지호를 쳐다보았다. 지호는 이게 뭔가, 싶어 한솔이 두들기고 있는 창문을 한번, 저를 바라보는 한솔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창문 내릴까요?"   

   

한솔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호는 창문을 반절 정도 내리고 한솔을 보았다.   

   

"이정도면 돼요?"   

   

다시 한번 한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조금 춥긴 하지만 가볍게 저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한솔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좋았다. 바람도, 오늘 날씨도, 나중이야 어떻든 지금 당장은 혼자가 아니라는 그 작은 사실 조차 너무도 좋아서 꿈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떠올린 것은, 지호와 함께 있었던 시간과 한솔 자신의 웃음이었다. 한솔은 잘 웃지 않았다. 말을 잘 하지도 않았고 그저 방 안에서 노래를 듣거나 무언가를 끄적이는 등의 일들만 해왔다. 아마 나중에 생각해보면, 혹여 끼워맞추기라도 해보자면 각자 제 나름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 그 시간들에는 별 의미 없이 그저 흘러가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호랑 있었던 몇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말을 제대로 건넬 수는 없었지만 저를 걱정해 준 사람도, 자기를 위해 비를 맞고 저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았던 시간을 알아봐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나저나 지호는 어떻게, 아니 왜 제게 그렇게 다가와줬을까. 그저 지나가다 처음 본 사람인 저를.   

   

"내려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집에 도착했는지 차에서 내린 지호는 한솔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 주었다. 생글생글 웃는 지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차에서 내린 한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뻤다. 너른 땅,그 위로 예쁘게 그리고 무성히 돋아난 풀, 주변의 나무 몇그루, 지호의 차, 지호의 집,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제 옆에 서 있는 지호,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서있는 한솔. 어쩐지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너무나도 낯설지 않았다. 마치 한솔이 원래 있었던 곳인 마냥. 왜일까, 아무리 기억하려 해봐도, 한솔의 기억 저 편에는 이런 곳도, 지호도 존재치 않았다. 또 다시 실감했다. 한솔에게 신지호 라는 존재는 알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알 것 같으면 또 어느순간 저를 당황시키는 그런 사람.   

   

"몇년 전 부터 혼자 살았어요. 그래도 두세명 더 있을 공간도 되고 저 나름대로 깔끔하니까 걱정마요."   

   

멍하니 주변을 응시하는 한솔에게 지호는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한솔의 시선이 지호에게 머물렀다가 다시금 지호의 집으로, 그리고 그 주변으로 돌아갔다. 다시 목소리를 되찾는다면, 예전처럼 자유로이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지호에게 꼭 하고픈 말이 또 하나 늘었다. 어쩌면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한솔을 바라보던 지호가 별안간 한솔의 팔을 잡아끌었다.   

   

"들어가요, 우리."   

   

그제서야 반짝 정신이 든 한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의 말대로 집 안은 깔끔했고 넓었다. 하지만 어쩐지 삭막한 느낌도 들었다. 집 안의 공기는 따스했지만 한솔에게는 한없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아마 청소년센터 한구석에 있던 제 방도 그랬을까, 문득 드는 생각에 한솔은 집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지내온 사람들끼리만 느껴지는 무언가라도 있는 듯이, 한솔은 자꾸 자신과 지호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랑 이 사람이 같을 리가 없잖아.'   

   

분명 착각이야, 김한솔. 마치 제 생각이 금기라도 되는 듯 한솔은 잠깐동안 그런 생각을 한 저를 다그쳤다. 그런 한솔을 바라보던 지호는 씻고 나오겠다며 갈아입을 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지호가 이 방을 쓰면 된다며 일러주었던 방에 들어가 보았다. 분명 혼자 산다고 했지만(실제로도 혼자 사는건 맞지만), 한솔이 들어간 방은 어지간한 것들은 다 있었다. 침대도 있었고, 작은 책상도 있었다. 읽었는지는 봐야 알겠지만 책도 몇권 꽂혀있었다. 누가 쓰던 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은 그닥 보이지 않았다. 그냥 허전해 보이니까 꾸며 놓았으리라 생각하며 한솔은 침대에 걸터 앉았다. 푹신했다. 전이라고 다를 바 없었지만 모두 잃어버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 나와버린 이후로는 꿈도 못꿨던 일들이었다.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잠들면 안될 것만 같았다. 잠들면 악몽이 되찾아 올 것만 같았다. 피바다, 어렸던 소녀, 그리고 그 남자들의 무자비한 손이 제게 다가오며 목을 조르는 그런 꿈이 찾아 올 것 같았다. 악몽이 가고 다시 눈을 뜰 적에는, 차가운 방 안에 혼자 있을 것만 같았고, 허황된 꿈이었다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나고, 또 별다른 것 없이 생각만 하다 다시 또 다음 날이 오고, 하는 어느때보다 더 의미없고 부질없는 순간들로 되돌아 갈 것 같았다. 한솔은 속으로 빌었다. 잠들지 않기를, 이 순간이 꿈속을 헤메는 사치스러운 시간이 아니기를, 제게 찾아온 기적이 제 숨을 조여와도 좋으니 거두어가지 않기를.   

   


늦은 주제에 오늘도 말 많은 엔비션의 주저리

엔비션입니다! 분명 4화 업뎃때는 빨리 올렸다며 자랑질 해댔던 엔비션이 어딜갔나 하셨을텐데 저는..공부하고 글쓰고 그랬어요. 진짜 내용도 업뎃도 질질 끌어버렸네요..죄송해요 절 매우 치세요(퍽퍽퍽)   

쓰다보니 글 속에서 솔이도 지호도 많이 혼란스러워하더라구요. 문제는 제 글도 혼란에 접어드는 느낌...?ㅋㅋㅋㅋ   

업뎃이 너무 늦어버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다음엔 일찍일찍 써서 3~4일 주기 안깨도록 노력할게요.독자분들 항상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  

   

   


암호닉

뒷커버님   

블리님   

감사합니다♥   

P.S. 암호닉은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왜때문이든 항상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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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블리예요!!!!!!헐 막 가슴이 간질간질 해지는 지호ㅜㅜㅜㅜㅜㅜㅠㅠ한솔아 그런생각 하지마ㅜㅜㅜㅠㅜㅠ오늘도 재밌어요!!!!완전짱입니당 짱짱짱
10년 전
엔비션
블리님 안녕하세요!글을 너무 늦게 올려버렸어요 죄송해요ㅠㅠ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탑독팬인데 탑독의 글은 첨봤어요!!!!!!!!!!! 한솔이랑 지호가 주인공인가봐요.... 막 반가워요~~
10년 전
엔비션
네 솔이랑 지호가 주인공이 되어 전개되는 이야기에요!남은 하루 그리고 주말 잘 보내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3
뒷커버에요ㅜㅜㅜ 인티 오랜만에 들어와서 보고가융♥,♥ 사랑합니다ㅜㅜㅜㅜ
10년 전
엔비션
꺄 뒷커버님 오랜만이에요 저도 사...사탕 좋아합니다(말돌리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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