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직진사랑에 철벽 '이동혁'을 심어드립니다.
1.
"동혁아."
"누나 하루에 내 이름 일곱 번만 불러요."
"그래 그럼 나의 리틀 디어..."
"아 좀."
이동혁이 철벽이라면 난 드릴이었음. 이동혁이 골대면 난 축구공. 절대로 동혁이 품에 안기고 싶다거나 그런 거 아님. 그냥 난 연필이고 흑심을 품었을 뿐이요, 저 작고 사랑스러운 아기 사슴에게 무한한 애정을 공급하는 것 뿐...
사실 이동혁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더 그러는 것도 있음. 싫어서 진저리 치는 것 봐 너무 귀엽잖아... 내가 장난 안 치면 오늘은 왜 안 건들지 싶어서 옆에서 기웃 거릴 거면서 정말 사랑스러운 짓은 혼자 다 해...
동혁이랑 내 사이를 정리하자면 친구 동생. 형 친구. 그거임. 원래 친구놈이랑 이렇게까지 친해지고 싶진 않았는데;;(10년지기임) 동혁이 보려고 매일 출첵 한다고요.
"동혁아 우리 그냥 결혼 할래?"
"누나는 그게 앞날 창창한 스물한테 할 소리에요?"
"뭐가 어때서 누나 조강질척이야. 심심하진 않을 걸?"
"차라리 심심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동혁이는 게임을 하고 나는 그런 동혁이를 구경하고 이거 정말 신혼부부 같은 상황 아닙니까? 내가 김밀은 아니지만 미래를 좀 볼 줄 아는데 호떡집에 불이 날 건 몰라도 우리가 잘 될 거라는 건 알겠음. 똥촉 아님.
동혁이 볼에 있는 점을 괜히 손가락으로 콕 찌르는 행위는 오늘 하루도 동혁이와 무탈하게 보내게 해달라는 의식 같은 거였음.
"와 동혁아 너 여기 점 있다."
"누나 그 소리 작년부터 했거든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만지지 말아요."
"어쩜 우리 동혁이는 눈치도 빨라. 누나 이상형이 눈치 빠른 사람인데."
"저 눈치 없어서 고딩 때 자주 혼났는데."
"어떤 새끼가 널 혼내."
이제는 대꾸도 안 해주는데 남이 보면 왜 저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괜찮아 그만큼 아주 쟈근 아기 사슴 도녁이 암냥냥 괴롭히면 되니까*^^*
2.
나이 먹고 서러운 게 있다면 내가 동혁이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 하는 것과 내가 내 영혼에 비해 너무 자주 지친다는 것... 내 영혼은 고척돔 주변을 팔백바퀴도 뛸 수 있다는데 난 집에서 여덟걸음 걷는 것도 귀찮고 지쳐...
스무살 때는 아무리 술을 들이붓고 새벽이슬 맞으며 집에 돌아왔어도 다음날 잘만 돌아다녔는데 스물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술 한 번 마시면 다음날 누워만 있고 싶을 정도의 체력이 되어버림. 집에 누워서 핸드폰만 하고 싶은데 Me 동혁이 봐야 돼!!!!
"누나 꼴이 왜 그래요?"
"밤새 동혁이 네 생각하다가 한숨도 못 자서..."
"진짜 그런 거면 우리 오늘부터 보지 말죠."
"아니야 누나 잘 잤어, 그냥 네 꿈 못 꿔서 그래."
마스크에 안경까지 쓰고 나타난 내 모습이 존나 놀라웠는지 오늘도 반짝반짝 예쁜 동혁이가 제법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면 누나는 너무 행복해서 널 납치할지도 몰라...
내가 감기라고 하니까 한 뼘 정도 더 떨어져서 앉는 것 같은데 누나는 다 괜찮아 진짜야...
"동혁아 나 걱정 돼?"
"아니요?"
"지금 얼굴에 적혀있는데 나 걱정한다고."
"그럼 얼굴을 박살내야겠네."
진짜 그럴 것 같아서 실언이었다고 존나 급하게 말림. 우리 동혁이 추진력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니까 나랑 연애 빼고 다 잘하겠는데.
손금 봐주겠다고 했다가 자기 일찍 죽을 손금이라고 선수친 동혁이 때문에 제가 손도 못 잡아보고 아주 쓸쓸하게 동혁이 팔만 콕콕 찔렀다 아입니꺼...
"어제 우리 형이랑 술 마셨어요?"
"어, 왜? 걔가 뭐라고 해? 그 새끼를 그냥,"
"아, 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응?"
"그냥 너무 늦게까지 다니지 말라고요. 위험하니까."
솔직히 이거 결혼하자고 돌려 말한 거 아님? 아닐리 없음인데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친구들이 애 좀 그만 괴롭히라고 난리쳐서 내가 억울해 죽겠는 거임.
3.
대학 가면 동아리 같은 거 하지 말고 나랑 연애나 하자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 같더니 이동혁 결국엔 동아리를 들었음. 그것도 동아리 사람들끼리 술 약속 엄청 많은 동아리.
우리 애가 그렇게 어? 위험한 곳에 예쁜 얼굴로 나가있으면 내가 어? 아무리 카톡은 계속 한다지만 잠이 안 오고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막 난다고요. 절대 동혁이 데리러 나온 걸 합리화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은 아기 사슴에게 너무 위험해.
그리고 동혁이 취하면 우주에서 제일 귀여워. 데려다 주고 다음 날 매일 아무 일 없었던 척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 후... 근데 귀여웠다고 하면 동혁이 성격에 다신 나 안 볼 거 같은 거 있잖아...
"동혁아 취했어?"
"응."
"형들이 술 계속 줬구나."
"응."
"누나랑 결혼할래?"
"아니."
좋았어. 역시 완벽한 사람 이동혁 취한 와중에도 사리분별은 정확하게 하는 그런 모습 아주 내 남자 같고 멋져. 우는 거 아니고 땀입니다 이제 곧 여름이니까요 *^^*
혹시라도 동혁이 넘어질까봐 내가 걱정돼서, 다른 이유 아니고 정말 너무 걱정이 돼서 동혁이랑 팔짱까지 끼고 집에 가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난 늙어가는 몸이라 취한 스무살의 몸을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음. 내 친구였으면 그냥 적당히 잘 수 있는 벤치에 널어두고 갔을텐데 왜 동혁이야 너는... 이렇게 운동도 하고 누나는 참 좃타.
반 쯤 가니까 계속 가다간 동혁이가 아니라 내가 바닥에 드러누울 것 같아서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음. 그냥 앉아있기 뻘쭘해서 물도 사다 먹였다고. 문제는 한 번 앉으니까 일어나기가 싫어... 어깨가 아픈게 내일 근육통 각인데.
동혁이와의 사랑을 계속 하려면 내일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포기하자. 더 했다가는 침대에서 동혁이 보고 싶다고 누워만 있겠어.
"동혁아. 우리 사이에 누가 끼는게 짜증은 나는데 일단 힘드니까 너네 형 불러서 셋이 가자."
"..."
"동혁아, 자?"
답도 없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길래 더욱 제 3자가 필요했음. 취한 사람도 무거운데 취해서 자는 사람은 얼마나 무겁게요? 옛날에 친구라는 새끼 잠든 거 집에 데려다 주려고 했다가 내 자신의 바닥을 본 적이 있어서 절대 다시 겪고 싶지 않아.
내가 전화 걸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분명히 자고 있던 이동혁이 갑자기 내 손을 탁 붙잡는 거임. ㄹㅇ 놀라서 소리 질렀다가 편의점 알바생이랑 눈 마주쳐서 어색하게 인사함.
"왜? 죽겠어?"
"둘이..."
"응?"
"걸을 수 있으니까 둘이 집에 가자고."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길래 괜찮은가 싶어서 그냥 둘이 집에 옴.
야 근데 시바ㄹ 너 걸을 수 있다며 팔자로 걷는게 걷는 거냐... 그래도 사랑해 동혁아. 큽.
4.
남들이 보기에 진짜 굴삭기 급으로 삽질 하는 건데 왜 계속 좋다고 쫓아다니냐고 하면 고개를 들어 이동혁을 보게 하라. 얼굴만 봐도 답이 딱 나오는데 이해 못 하면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음. 인생 하산해라.
내 동기들도 내가 맨날 이동혁이랑 카톡하고 있으면 옆에서 졸라 한심하게 쳐다봄. 동갑 중에 좋은 사람 많은데 왜 어린 애 쫓아다니냐고 그러면서 한 번은 연애 못 하고 삽질만 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소개팅까지 시켜줬음.
"야, 너 소개팅 걔랑 연락 안 해?"
"어... 어."
"왜?"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동혁이가 아니야..."
그 이후에 내 친구들 나한테 소개팅의 ㅅ도 안 꺼냄. 내가 구제 불가능한 노답사랑에 빠졌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차린 거임. 그래서 이제는 아예 나랑 이동혁 연애를 자기들 버킷리스트에 적어놓고 다님.
한 번은 동혁이한테 그 얘기를 해줬는데 얘가 안 믿는 거임; 아니 내 친구들의 소중한 버킷리스트인데 외 않 밋어?
"아니 진짜야 동혁아. 우리 둘이 연애하는게 걔 버킷리스트라니까?"
"아니 그래서요 뭐."
"내 친구 꿈 정도는 이뤄줄 수 있잖어."
"누나 꿈 아니고?"
"내 꿈은 연애 아니고 결혼인데, 이뤄줄래?"
그러면서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작은 고무줄 끼워줬더니 이새끼가 빼서 밟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잘 키워서 내가 할 말이 없다... 부끄러우면 말로 하지 그걸 빼서 밟냐 박력 봐 진짜.
"동혁아, 누나 벤츠야. 놓치면 후회한다."
"왜, 뭐 눈 가는 사람이라도 생겼어요?"
우리 도녁이는 다 좋은데 이런 얘기 할 때 갑자기 정색만 안 했으면 좋겠음. 난 변태에다가 나쁜 사람이라 이런 거에 마음 설레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저런 눈을 하고 쳐다본단 말이지... 그래놓고 손잡으면 기겁을 한다 이거지...
"누나가 태어나기 전에 천사였는데..."
"딱밤 한 대만 때리면 안 돼요?"
"들어봐, 누나가 인간이 될 때 조물주께서 이 눈은 동혁이만 보라고 만들어 주셨어."
"그래서 눈 가는 사람이 없다?"
"없지 그럼."
내 말에 존나 코웃음 치더니 티비 보는 너란 아이 정말 사랑스럽다 못해 꼬집어 주고 싶은 그런... 사랑은 내가 할테니까 넌 지금처럼 계속 귀엽기만 해 동혁아... 내 리틀디어...
"누나 웃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허벅지 만지지 마요. 변태도 아니고 무슨."
눈치는 좀 더 없어도 될 거 같고. 응.
-제 마음 대변하는 글입니다. 저는 변태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어딘가에 있거든요.
-아니 근데 선생님들 전부 엔시티 덕질대학 앓음과 나오셨어요? 왜 점점 격하게 앓으시는 거예요 나 참. 정말 유쾌해서 살 수가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