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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의 리드보컬 변백현 X 사생팬 도경수
-9-
w. 자연으로 오세요
눈을 떴을 때는 분명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일 것이라는 경수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그 대신 쓰라린 통증과 함께 푹신한 침대와 낯선 벽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질적인 풍경.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경계했다. 꼭 쥔 이불의 감촉이 좋았다. 값비싼 향수의 은은한 향내음이 났다. 달콤한 섬유유연제 향. 방주인의 취향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두터운 커튼을 힘겹게 뚫고 들어온 짙은 아침의 햇살이 방 안에 미미하게 퍼졌다. 상체를 일으키자 이불이 사르륵 소리를 내며 무릎 위에 떨어졌다. 경수는 전날의 기억을 더듬으려 애썼다. 그리고 이내 도톰한 입술이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낮은 탄식이 조그만 머리통을 잡고 흔들었다. 어제 새벽, '또' 머리를 다쳤다. 이젠 제 처지가 한심해 짜증이 솟구쳤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경수는 극심한 자기혐오에 치를 떨었다. 물렁한 주먹으로 다친 머리를 몇 번이나 쥐어박았다. 쿵쿵. 작은 충격에도 툭하고 꺼져버리는 정신상태가 괘씸했다. 아아, 정말. 거기서 쓰러지면 어쩌자는 거야. 여고생마냥 픽 하고 쓰러졌을 제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미쳤다. 도경수, 미쳤어.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수의 눈 앞에 불쑥 희여멀건 얼굴이 튀어나왔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창백한 피부의 얼굴.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경수는 엉망인 뇌를 정리하려 애썼다.
"일어났네."
그래. 보긴 봤어. 근데 어디서?
"언제 일어났어?"
그보다 언제 봤지? 만화에서 봤나? 비주얼은 딱 만화이긴 한데.
"엄마, 얘 아직 정신 못 차렸나봐."
그래, 그런가보다. 지금 내 눈 앞에 박찬열이 있는 걸 보면. 돌아도 단단히 돌았다. 작정하고 미쳤구나.
"백현아. 얘 좀 이상해."
목을 긁적이며 나가던 찬열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과 함께 흐리멍텅한 머리가 단번에 맑아졌다. 느리게 꿈뻑이던 눈꺼풀이 화들짝 놀라 그 속도를 빠르게 했다. 안정적이던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양 손을 꽉 쥐었다. 있는 힘껏 때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못 깨어날지도 몰라. 눈을 질끈 감았다. 정확히 관자놀이를 향해 달려가던 주먹이 허공에서 무력하게 잡혀버렸다. 주먹에 잔뜩 들어간 힘이 쭉 빠졌다. 절감했다. 난 내 머리조차 때릴 수 없을 정도로 약해빠졌어. 갖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이내 환청과도 같은 목소리가 머릿속의 잡음을 깔끔하게 지워냈다. 말 끝에는 얕은 한숨이 어렴풋이 걸려있었다.
"머리 찢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안 그래도 쪼만한 머리에 또 다시 붕대가 감겼다. 찬열은 물었다. 얘, 좀 떨어지는 애는 아니지? 백현은 붕대를 아프지 않게 조이면서 말했다. 나도 몰라, 임마. 사실 조금 아는가도 싶었는데 이젠 도저히 모르겠다. 쌕쌕 곤히도 자는 얼굴이 영 미스테리였다. 알다가도 모르는 너. 친한 동료 가수의 히트곡이 귓가에 착착 감겼다. 단단히 붕대를 감고 끝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마친 백현이 굽어진 허리를 폈다. 방을 나서는 백현의 꽁무니를 졸졸 쫓으며 찬열은 캐물었다. 매니저 형한텐 말 안했지? 그보다, 그 새벽에 갑자기 편의점은 왜 갔어? 속을 모를 놈이네, 변백현. 무슨 버려진 강아지 새끼도 아니고 주워오긴 왜 주워와. 아무리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해도. 보통은 119에 신고를 하거나 경찰을 부르는게 정상… 야, 변백현!
"머리 울린다, 찬열아."
백현은 쇼파에 길게 드러누우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만 잘 테니 불이나 좀 꺼달라는 백현의 말에 찬열은 스위치를 팍 내리고 주방에서 토마토를 갈고 있는 준면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이상한거야, 쟤가 이상한거야? 윙윙- 가멸차게 토마토를 갈아대고 있는 분쇄기를 멍하니 관찰하던 준면이 고개를 확 들어올렸다. 준면은 잠시 희미하게 웃더니 곧 시선을 돌려 토마토를 가는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갈 곳을 잃고 허망하게 떠돌던 찬열의 눈이 종인의 핸드폰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제 손을 떠난 핸드폰을 보고 종인이 인상을 잔뜩 구겼다. 아, 지금 게임 중이거든요? 찬열의 손에서 다시 거칠게 핸드폰을 빼앗아 든 종인이 잠시 찬열을 흘기더니 이내 액정에 얼굴을 박고 현란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머지 멤버들은 방에서 곤히 자고 있다. 허- 짧은 탄식을 내뱉은 찬열은 낑낑대며 잠들기 시작한 백현과 태평한 두 멤버를 번갈아 보다가 머리를 확 헝클어뜨렸다.
"아니, 지금 쟤가 숙소에 사생을 들였잖아!!"
-
"뭐해?"
"……네?'
"나 안 찍고 뭐하냐고."
그제야 말 뜻을 이해한 듯 싶었다.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만 꿈질거렸다. 백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카메라가 유난히도 차가웠다. 나른하게 눈썹을 문지르던 백현이 골치아프다는 듯 피곤한 발걸음을 떼었다. 고개만 쭉 뺀 채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백현이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차마 고개는 들지 못하고 눈만 빼꼼히 들고있던 여자는 백현의 웃음에 안심이 되었는지 저도 모르게 따라웃었다. 변백현의 웃음은 묘하게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지금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면, 게시판은 물론이고 각종 포털사이트는 제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을 터였다. 일이 복잡하게 되었다. 백현은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촉촉한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겼다.
"지수라고 했지. 그래, 지수야."
여자는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입을 틀어막은 손이 바르르 떨렸다. 백현의 입에서 제 이름이 불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했다. 지금 제 눈 앞에 백현이 서 있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는데. 여자의 가슴이 흥분으로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손에 쥐여진 핸드폰이 덜덜 떨렸다. 백현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거침없이 빼앗아 들더니 카메라 버튼을 누르고는 그녀의 옆에 섰다. 그녀는 이제 안쓰러울 정도로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옆에 서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떨림이었다. 전면 카메라를 보고 머리를 대충 다듬던 백현이 액정 안에 여자와 자신의 얼굴을 담았다. 그리고 눈을 옆으로 길게 늘어뜨리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여자의 굳은 표정이 채 녹기도 전에 셔터를 누른 손이 지체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액정에 11자리 숫자를 입력한 백현이 핸드폰을 그녀의 손으로 넘겼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든 그녀가 숨까지 멈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매니저 번호 아니고 내 개인 번호야. 너희가 내 번호라고 사칭하고 다니는 가짜 말고 진짜 내 전화번호. 연락하고 싶으면 해. 상관없으니까.
그럼 이제 사인만 해주면 되나?"
여자는 백현의 말에 허겁지겁 핸드백에서 A4용지를 꺼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현이 덥석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눈이 렌즈가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스물스물 녹아내릴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여자가 눈에 눈물을 머금고 백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그녀의 가슴이 감격으로 부풀어올랐다. 백현은 쥐고 있던 카메라에서 떨어져 내린 렌즈 조각을 들어올렸다. 손에 쥔 조각의 모서리가 면도날처럼 퍼렇게 빛났다. 백현은 망설임없이 그것을 내리꽂았다. 손바닥에 핏방울이 맺히더니 어느새 한 손 가득 핏물이 고였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백현은 그녀의 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는 검지에 피를 묻혀 싸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은 떡 벌어져 다물어 질줄을 몰랐다. 중간중간 피를 더 묻혀가며 끝까지 싸인을 끝낸 백현이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더 필요한 거 있어?"
씨.발.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을 참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여자는 울면서 양 손을 마주 비볐다. 잘못했어요. 그냥 홧김에… 저도 갑자기 쓰러질 줄은 몰랐어요. 겁만 주려고 했던건데….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저도 너무 놀라서…. 그냥 너무 질투가 났어요. 오빠랑 연락하고 지낸다는 소문도 돌고……. 으응. 그랬어, 지수야. 그녀의 젖은 목소리를 가볍게 흘려들으며 백현은 힐끗 뒤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잔뜩 까진 이마를 하고, 도경수는 잠들어 있었다. 이 상황에도 잘만 잔다. 하여간 종잡을 수가 없다. 백현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사시나무 떨 듯 떨리는 그녀는 이제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잘 생각해 봐. 여기서 먼저 입 벌리면 누가 더 손해인지."
불편한 다리로 다 큰 성인남자를 들쳐메고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마 겪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백현은 연신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꾸역꾸역 삼켜내며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훈아, 부탁 하나만.
"난 책임 안 져요."
명쾌한 세훈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백현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곧 숙소 앞의 구름떼가 말끔히 걷히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현의 예상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개미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비워진 숙소 앞을 빠르게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탄 백현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다리만 안 불편했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거다. 뛸 수가 없으니 이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대충 손등으로 얼굴을 문질러 닦은 백현의 얼굴이 피곤함으로 찌들었다. 그의 얼굴과 대조되는 평온한 얼굴이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춰졌다.
-
"밥 먹어라!"
준면의 외침과 동시에 온갖 곳에서 멤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다들 어디서 숨어있었던건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고, 경수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꼼짝없이 굳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숙소가 얼마 지나지 않아 11명의 목소리로 꽉 들어찼다. 혼란스러워 하는 경수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은, 다름아닌 종대였다. 이 곳에 오고나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멤버들은 방 개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케이,엠 멤버 끼리 따로 떨어져 산다고 했다. 워낙 인원수가 많다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가끔 밥을 먹을 때나 자유시간이 생기면 한 곳에 모이는 듯 했다. 기둥에 등을 딱 붙이고 서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경수에게 종대는 서글서글 웃으며 말을 붙여왔다.
"그 때 대전팬싸 때 그 분 맞죠!"
"아…네."
"얘기는 들었어요. 좀 괜찮아요?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닌가."
따뜻하게 물어오는 종대의 목소리에 경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경수의 손목을 낚아챈 종대가 거침없이 주방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멤버들은 반은 주방에, 반은 거실에 자리를 잡고 배달 된 짜장면과 짬뽕을 뜯고 있었다. 백현의 옆자리에 경수를 꾸역꾸역 앉힌 종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맞은 편에 앉았다.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은 경수의 표정을 힐끔 쳐다보던 백현은 말없이 랩을 벗겨내고 짜장면을 비비기 시작했다. 제 앞에 놓인 그릇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경수가 답답했는지 종대는 다 비벼진 제 그릇을 앞으로 밀며 면박을 놓았다. 면 다 불겠다! 제가 비빈 거니까 이거 먹어요. 억지로 손에 나무젓가락까지 쥐여준 종대는 경수의 그릇을 제 앞에 두고는 랩을 벗겨냈다. 짬뽕 국물을 후르륵 마시던 찬열의 표정이 못내 탐탁치 않았다. 경수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생각 외로 멤버들은 경수의 존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처음엔 숙소에 매니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듯 했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그저 눈만 마주치면 벌벌떠는 경수의 행동이 한 몫 했다. 나쁜 의도는 없어보인다고 준면은 말했다.
"신기해. 백현."
"처음이잖아. 숙소에 매니저 형 말고 다른 사람 있는 거."
"완전 재밌겠다."
타오가 서툰 한국말을 더듬거리며 백현과 이야기했다. 무심하게 면을 씹어넘기던 백현이 단무지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타오는 아까부터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경수를 관찰하기에 바빴다. 먹지도 않았는데 속이 꽉 막혀 얹히는 기분이었다. 심장은 계속 벌렁대고,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당연히 음식이 입에 들어갈리가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줄기차게 짜장면만 넘기고 있었다. 경수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죽 흘러내렸다. 종대의 재촉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몇 번 젓가락질을 하던 경수는 결국 먹은 것을 전부 게워냈다. 미안한 표정으로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눈 앞이 팽글팽글 돌았다. 내가 숙소 안에 있는거야, 지금? 경수는 끝내 위액까지 뱉어내고 나서야 토악질을 멈추었다.
오늘은 무리고, 내일 모레 지하주차장에 있는 벤을 타고 같이 나갔다가 중간에 내리라는 게 백현의 의견이었다. 준면과 크리스도 그에 동의했다. 다른 멤버들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투였지만, 찬열만은 가시돋힌 시선을 걷지 않았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쇼파에 앉아있던 경수는 문득 궁금해졌다. 오후가 다 되었는데도 멤버들은 숙소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늘 스케줄이 없나?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던 세훈이 경수의 얼굴을 읽고선 툭 대답했다. 방송국 파업이래요. 스케줄 전부 펑크. 덕분에 다같이 쉬고 좋은데, 난.
"손님도 있고."
세훈이 엷게 웃어보였다.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얇은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 말하려던 세훈이 이내 마음을 접고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경수는 쇼파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주위를 살폈다. 바로 앞에서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루한과 민석이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간간히 중국어까지 섞어가며 둘만의 대화에 심취해 있는 듯 했다. 경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민석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날렵하게 올라간 눈꼬리가 조금 차가워보였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 아니요."
"자꾸 쳐다보면 민망한데."
대화가 끊기자 짜증이 났는지, 루한이 민석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듯 루한의 머리를 쓰다듬던 민석이 경수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괜히 미안해진 경수가 시선을 돌리자,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는 백현이 눈에 들어왔다. 세훈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백현은 경수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티비에만 몰두해 있었다.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어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왔다가 재빨리 표정을 고쳤다. 너무 당연한 백현의 태도에 실망하고 있는 제 모습이 웃겼다. 멤버들은 곧 각자 낮잠을 자거나, 쇼핑을 간다며 숙소를 나섰고 거실에는 경수와 세훈, 그리고 백현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분위기를 읽어낸 세훈이 인터넷을 끄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무언갈 생각하던 세훈이 재밌는 것이 생각났다는 듯 눈을 접으며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벌떡 일어난 세훈이 척 팔짱을 꼈다.
"우리도 나가지 뭐."
"미쳤냐, 오세훈?"
"왜. 형 다리 거의 다 나았잖아."
"얠 두고 어딜 나가."
"샵가자. 형 염색하러."
"안된다니까. 얘만 숙소에 두고 어딜 ㄱ…."
같이 가면 되지. 백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던져진 세훈의 말에 경수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턱짓으로 경수를 가리키던 백현의 턱이 뚝 하고 떨어졌다. 세훈은 입을 꾹꾹 누르며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반응이 너무 귀여웠다. 2살 많은 형이지만 세훈의 눈에 백현은 한없이 귀여워 보였다. 뻣뻣하게 굳어있는 두 사람을 일으킨 세훈이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셋이서 놀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