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X월 XX일 날씨 따뜻함
오늘 그에게 갔다. 역시나 이쁜이를 틀어놓고 나른하게 있는 박찬열은 며칠 째 나를 기다렸는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가 문을 열지 않아도 열리는 문에 이게 진정한 자동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뭐부터 말해야 하는지 고민되는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도 참 멋졌는데, 앞으로 내 사람이 될테니 멋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 좋아? "
그는 대답했다.
" 미친듯이. "
오늘이 우리의 두번째 키스데이.
20XX년 XX월 XX일 날씨 흐림.
날씨가 도와주나? 오늘은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샤워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젯밤, 자기 전에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바디버터도 바르고 코롱도 뿌려서 몸에 있는 모공이란 모공에 향기를 쳐 집어넣은 다음 푹 자고 일어나서 다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바디버터를 바르고 코롱을 뿌리는 미친 짓을 내가 왜 했냐면 오늘 박찬열을 만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몸에서는 딸기향이 가득했다. 인위적인 딸기향이 아니라 꼭 비누향 같은 그런 향. 사실 몸에서 기집애 냄새가 나는걸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이쁘니까 다 괜찮다.
그리고 우산을 쓰고 문구점에 갔다. 어서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반겨주는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손님이 있었지만, 그리고 우리 둘을 흘끔흘끔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멋지고 나는 이쁘니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니까.
한동안 손을 꼭 붙잡고 있다가 당연한듯이 이쁜이 옆에 가 앉았다.
내가 앉고 신발을 벗어 다리를 휘저으며 놀고있으면 잠시 뒤에 그가 따뜻한 핫초코를 내온다. 말 없이 웃으면 그도 조용히 웃는다.
사실 내가 엄청나게 시끄럽다는건 비밀.
박찬열은 종종 가만히 있는 내 머리를 만지고 노는데, 오늘은 몸에서 딸기 향이 펑펑 터지니 신경이 쓰였나보다.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데. 왜이렇게 머리카락을 만지나, 혹시 머리카락을 좋아하는건가?
그러고보니 도경수가 내 갈색머리와 얼굴이 개새끼를 생각나게 한다고 그랬던 것 같다. 내일 그에게 가서 흑발로 염색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봐야겠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나는 정말 이쁘다.
20XX년 XX월 XX일 날씨 맑음.
오늘은 답지않게 해도 뜨고 따뜻했다.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보다. 아니, 여름?
아침에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 않은채 문구점으로 가자 박찬열은 물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보더니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모를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줬다.
'감기걸려.'
그가 오늘 나에게 해준 첫마디.
미간을 살짝 좁힌채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는 그가 우스워 보란듯 가짜로 콜록거리자 더욱 심각한 얼굴로 이마를 맞대왔다.
그리고 그대로 뽀뽀.
'옮으면 낫는데.'
내가 오늘 그에게 해준 첫마디.
피식 웃으며 날 쳐다보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다이어이는 잘 쓰고 있냐고. 그에게 말해준 기억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뭔가 혼자만의 비밀이 있는 듯 다시 웃었다.
지금 쓰고있어. 박찬열.
내 다이어리에는 항상 너의 이름이 들어가.
오랜만이예요...제 노트북이 망가져버린 탓에....★☆
게다가 사실 엄청나게 바빴다는건 안비밀 ㅜ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