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식 호그와트를 만들고 싶어서 만든 작품(해리포터와 유사성 있을지도 모름...!)
* 지난 번, 연속으로 뉴이스트를 선택했으므로 이번 카테고리는 '세븐틴'입니다.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陰陽學黨)
지훈의 뒤를 따라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여주였다. 아니, 다른 애들이랑은 수업 가는 길에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항상 이지훈이랑만 마주치지? 똥씹은 표정이 된 여주였다. 특별 수업을 시작하고, 지훈과의 충돌이 있은 후로부터 신의 장난인 것인지 수업 가는 길에 항상 지훈이랑 마주치게 되는 여주였다. 마주치게 되면 지훈은 항상 미간을 한 번 찌푸렸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 수업실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본 여주도 기분 나빠 입술을 한 번 짓이기고 수업실로 향했었다. 한 번도 아니고, 항상 이러니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항상 여주는 지훈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여주랑 키차이도 별로 나지 않을 것같은 지훈은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앞지르려면 뛰어야했다. 그건 또, 귀찮은 여주인지라 항상 지훈의 등 뒤를 보고 걸을 수 밖에 없는 여주였다.
"뭐야, 오늘도 둘이서 와?"
"이지훈, 여주 별로 안 좋아하는 척하더니 알고보면 우리보다 더 여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제 빌렸던 게임기 내놔"
".... 아직 다 하지도 못 했는데?"
특별 수업 실에 도착하게 된 지훈과 여주였고, 문을 여니 평소와 똑같이 먼저 와 있는 동호, 예빈, 시연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같이 들어오는 지훈과 여주를 보고선 동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예빈이 지훈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했다. 지훈은 정말 심기가 거슬리는 지 차가운 표정으로 빌린 지 얼마 안 된 게임기를 내놓으라고 했다. 예빈은 금새 팔짜 눈썹이 되더니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지훈에게 어필해보았지만 지훈은 본 체도 하지 않았다. 예빈은 바로 지훈을 째려보더니 '저, 놀부새끼'라고 속으로 욕했다.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수업 시간이 다 되었고 종친지 얼마 되지 않아 혜린이 곧바로 들어왔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도 지루하기만한 이론 수업이었다. 다들 따분하다는 눈빛으로 혜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동호는 공책을 한 바닥 쭉 찢더니, 그것을 다시 여러 개로 찢었다. 그리고는 작게 자른 종이들로 별을 접고 있었고, 예빈은 열심히 책에 그림인지 낙서인지 모르는 그림만 그려가고 있었다. 지훈은 책에 시선을 박은 채, 절대로 고개를 들지 않았으며 시연은 꽃받침한 자세로 칠판이 아닌 멍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주는.... 아예 잔다. 역시, 마지막 교시로 체육을 했던 탓이 큰 모양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해온 무술이라서 손쉽게 익히는데 비해, 유연성도 꽝이고 내세울 게 근력과 지구력밖에 없는 여주가 따라가기에는 벅찼다. 체력소모가 심해 피곤함이 쌓여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혜린의 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잠이 올 수밖에.
"자자, 다들 집중. 여주야, 일어나!"
"...."
보다 못한 혜린은 교탁을 내리치고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다들 깜짝 놀라는 기색 없이 멍한 표정으로 하던 걸 멈추고 혜린을 쳐다볼 뿐이었다. 여주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혜린은 박수까지 치며 여주를 깨웠다. 완전 눈이 풀린 여주는 혜린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꾸벅하여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혜린은 하는 수없다는 듯한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은 새로운 주술을 하나 배워볼까요?"
'주술'이라는 말에 무기력하던 눈들이 생기를 돈 채로 혜린을 쳐다보았다. 아, 여주는 제외하고. 눈이 반짝반짝한 사방신을 본 혜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역시 어리면 어릴수록 주술을 좋아하는구나. 주술이란 말에 신이 난 사방신에 비해 여주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거리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학교에서 사용했던 주술들이 너무 큰 사고들을 일으켜서 생긴 거리낌인 것 같았다. 사고를 친다는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 주술을 몇 번 더 사용했다간 주술 사용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 여주였다. 혜린은 자신의 말에 눈알만 도르르 굴리는 여주를 보았다.
"지금 배울 주술은 공격 주술도, 방어 주술도 아닙니다"
혜린의 말에 사방신은 의문을 품은 표정을 지었고, 여주도 공격도, 방어도 아닌 주술이라는 말이 귀를 세게 자극하는 바람에 졸린 눈이 떠졌다. 이제야 다섯 명의 시선을 모두 받는 혜린은 만족하다는 미소를 짓고 설명했다.
"목(木) 속성에 유리한 주술이에요"
"오예"
"오"
"아, 나는 상극이잖아"
목 속성에 유리한 주술이라는 말에 예빈과 시연은 환호했고 동호는 뒷머리를 헤집으면서 걱정했다. 음양 세계에서는 '속성'으로 인해 '상극'과 '상성'이 존재했다. '상극'은 서로 충돌하는 속성, '상성'은 서로 조화되는 속성이었다. 상극인 속성은 '화'와 '수', '목'과 '금'이었고, 상성인 속성은 '화'와 '금', '수'와 '목'이었다. 자신의 속성과 상성이 되는 주술을 만나면 그만큼 다루기도 쉽고, 시너지도 크게 일어난다. 그렇다고 상극된 주술을 사용하는 것이 안 좋은 것이 아니다. 상극인 주술을 잘 다룰 정도로 터득하게 되면 상성인 주술보다 훨씬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옛부터 지금까지 퇴마사로 이름 날린 음양인들은 상성인 주술보다 상극인 주술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사방신의 나이는 너무 어리고 상극인 주술을 다루기는 조금 힘에 부쳤다. 그래도 사방신이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잘 다루기는 한다. 토(土) 속성인 여주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보였다. '토'는 상극이라던지 상성이라던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바로 재생 주술입니다"
혜린의 말에 반은 정적이었다. 재생 주술.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해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다. 음양 학당은 크게 보면 퇴마사를 키우는 학교라서 공격 주술과 방어 주술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재생 주술, 치료 주술은 거의 배우지 않는다. 배우게 되더라도 삼 년 동안 고작 네 개를 배울까 말까였다. 그래도 동호는 음양 고등 학당 삼 년을 다녔으니 상황이 좀 낫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재생 주술에 대해 아예 금시초문이었다. 거기다가 왜 재생 주술을 배워야하냐는 듯한 표정까지 짓고 있었다. 아직 어린 그들에게는 공격 주술처럼 자극적이고 멋있는 주술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걸 눈치 챈 혜린은 미소를 지우고 입을 열었다.
"공격 주술, 방어 주술도 정말 중요하지만 전장이라던가, 퇴마 상황이라던 가, 그러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재생 주술도 굉장히 필요한 주술이에요"
"...."
"만약에 전장에서 동료가 다치고, 내가 다쳤다는데 음양 의무병이 오지 않는다면?"
"...."
"퇴마 상황시, 본인보다 힘이 강한 요괴를 만나서 다치게 되었다면?"
"...."
"그럴 때 필요한 게 치료 주술과 재생 주술입니다. 실제로 대학을 간 후에는 공격과 방어 주술보다는 치료, 재생 주술에 초점을 두는 경우도 많아요"
"...."
"그러니 치료 주술은 조금 높은 수준이니, 재생 주술부터 배워보도록 합시다"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혜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들었고 주술을 배우려는 의지가 생긴 표정들이었다. 혜린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미소를 띄우면서 분필을 집어 들어 주술 이름과 한자를 칠판에 적어 내려갔다. 사명재부(死命再復). 사명재부는 죽었던 것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다라는 의미이고, 작게 사용하면 쓰려져 있는 동물을 구하는 정도, 크게 사용하면 사람을 제외한 죽었던 생명을 다시 살리는 주술이었다.(죽지 않은 상태라면 사람을 살리는 것도 가능. 하지만 큰 영력과 컨트롤이 필요) 혜린을 분필을 내려놓고 주술을 사용해 다섯 명 앞으로 죽은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 주술을 사용해서 살리라고 하는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사실, 혜린이 재생 주술을 선택한 건, 여주의 불안함을 없애주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었다. 공격 주술과는 다르게 재생 주술은 얌전한 주술이니까 그렇게 큰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혜린이었다. 여주도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나름 흥미를 보이는 얼굴이었다.
"초급자들이 주술을 사용하는 방법은 역시 부적이겠죠? 부적에다 주술을 쓰고 화분에다 붙힌 후, 화분을 잡은 채로 영력을 모아서 가엽게 죽은 식물에게 보내봅시다"
다섯 명은 빠르게 부적에다 주술 명을 쓰고 주술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아직 잡념에 사로잡힌 여주는 주술을 외치기 망설였고 사방신은 거의 동시에 '사명재부'를 외쳤다. 그 후, 30초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웬만하면 모든 주술을 한번에 성공시키는 사방신이었기에 다들 당황스러워 했다. 주술 실패는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몰라 다들 서로의 화분을 번갈아 봤다. 그러자, 동호의 화분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허리가 굽혀져있던 줄기가 슬슬 올라오고 있는 것.
"어어? 올라온다! 힘을 내, 꽃님아!"
언제 호칭을 붙인 것인지 죽은 꽃을 보고 '꽃님'이라고 부르면서 응원을 하는 동호였다. 다들 동호의 화분이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동호의 화분의 줄기 허리가 다 펴지자 나머지 사람들은 승부욕이 생긴 건지 다시 주술을 보냈다. 동호의 화분은 줄기가 곧게 펴진 후, 꽃봉오리도 맺혔다, 재생의 완벽한 모습은 꽃을 피우는 것이지만 동호 정도도 꽤 성공이었다. 시연의 화분과 예빈의 화분은 줄기가 곧게 펴지는 것까지가 최선이었다.
"...."
"이보세요, 오빠. 그걸 태워버리면 어떡해요, 재생 주술이라니깐"
"괜찮아요, 주작. 좀 더 신경을 쓰고 사용해봐요"
지훈의 화분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줄기에 불이 붙더니 순식간에 타버려 아예 뿌리마저도 없어졌다. 지훈은 그 화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시연은 그냥 지훈의 어깨를 한 번 툭치고 말 뿐이었다. 혜린은 곧장 지훈의 화분을 다른 화분을 바꿔주었다. 그리고 지훈은 그 화분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훈의 눈은 텅빈듯 했다. 그리고 그 화분에 아무런 손도 대지 않았다.
"일신도 해보는 게 어때요?"
"...."
"두려워요? 또 사고가 일어날까봐?"
지훈 옆에 있는 여주 역시 화분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재생 주술이라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떡해. 여주는 망설였다. 혜린은 그런 여주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었다. 화분에만 시선 고정을 하던 눈이 혜린에게로 향했다. 혜린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안 일어날 거에요. 재생 주술이잖아요"
"...."
"설령 일어난다고 해도, 공격 주술을 사용했을 때보다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
혜린의 말에 여주는 찝찝한 기분으로 화분에 손을 올려 주문을 외쳤다. 여주가 주문을 외치자 사방신도 여주의 화분에 집중했다. 여주의 화분은 여주의 주술에 바로 반응했다. 줄기 허리가 점점 펴지더니 꽃봉오리도 생겼고, 그 봉오리가 개화했다. 황색꽃잎을 가지고 있는 이름 모를 꽃이었다. 다들 그 모습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속성이 토는 달라"
"꽃 진짜 예쁘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데..."
동호, 예빈, 시연 순으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여주의 능력에 감탄했고, 지훈은 차갑지도, 그렇게 자주 보내던 여주를 싫어한다는 눈빛도 보내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눈이 텅 빈 채로 여주의 화분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거 뭔가 계속 자라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동호의 말에 다들 유심히 여주의 화분을 바라보니 정말 조금씩 길이도 길어지고 줄기의 두께도 굵어지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여주의 화분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화분이 부서지고 줄기의 뿌리가 책상에 박히더니 나무 기둥만하게 줄기가 커졌다. 여주는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책상에서 떨어졌고 사방신과 혜린도 멀찍히 떨어져 당황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자라나는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올라가면서 붙는 속력덕분에 줄기 위 맨 윗부분, 꽃 부분은 천장을 뚫어 나갔다. 천장을 뚫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주의 꽃은 계속,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처럼.(그건 나무기라도 하지... 이건 꽃이다, 꽃) 꽃이 성장을 멈추자 다들 쥐 죽은 듯이 화분만 쳐다보았다. 책상을 뚫고 바닥 깊숙히 박힌 뿌리의 모습은 징그럽기까지 했다. 건물 높이는 3층인데 도대체 어디까지 벗어나간 건지 다들 감도 안 잡히는 표정이었다.
혜린은 상황이 잠잠해지자 빠르게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거대한 식물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줄기라고도 말하기 뭐한 줄기를 두 손으로 잡고 주술을 사용했다. 혜린의 주술로 인해서 꽃은 점점 작아지더니 작은 씨앗으로 돌아갔다. 거대한 꽃이 훑고 간 자리는 정말 놀라웠다. 뚫린 천장을 보니 맑은 하늘이 위에 보였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살피더니 아까와는 다른 뉘앙스의 감탄사만 내뱉었다. 다행히, 특별 수업실 위층에 있는 교실들에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어,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혜린은 입꼬리만 당겨 웃은 채, 뒷정리는 학생회를 불러서 정리한다고 말했고 사방신과 여주를 하교시켰다. 그리고 열심히 놀고, 집에서 쉬고 있던 학생회 학생들은 선생님의 부름에 눈물을 머금고 학교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전원우, 안 나오면 죽일거야"
"전화받자마자 살인예고를 하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나가고 싶다"
"죽여, 진짜. 별관 건물이 3층까지 다 부숴졌대. 우리가 수습하러 가야 돼"
"아, 그거? 나 봤어. 꽃이 갑자기 건물을 위로 솟아나는 거. 근데 그거 우리가 처리해야 돼?"
"당연한 소리 짓껄이지 말고, 들어보니 학교인 것 같은데 도망가지 마라. 도망가면 내일 네 갈비뼈 위치를 바꿔버릴거다"
"하아, 아, 알겠어. 아까부터 계속 섬뜩한 소리만 하네"
-
"언니, 안 나가요?"
"아, 나.... 기다릴 사람이 있어서"
"아, 알겠어요. 내일 봐요!"
수업 실에 나오자 역시나 여주는 주술을 사용한 덕분에 온몸에 있던 체력이 다 없어져버려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저 앉거나 힘든 티를 내면 사방신의 주목을 받을 게 뻔했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사방신을 빨리 보내고 싶어서 하는 거짓말에 다들 곧이 곧대로 믿었고 여주의 시야에서 그들이 사라지자 여주는 바로 주저 앉았다. 아, 기숙사까지 어떻게 가지. 여주는 저번과 똑같은 상황에 머리를 살짝 헝클였다. 그 때, 특별 수업 실1에 마주하고 있는 특별 수업 실2에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여주가 아는 얼굴 두 명이 보였다.
"아까 큰 소리 뭐였.... 어? 여주야!"
".... 여주?"
여주가 알고 있는 얼굴 두 명은 바로 승철과 종현이었다. 앞장 서서 나오던 승철은 뒤에 있는 종현과 이야기하다 문을 열기 위해 앞을 봤는데 눈에 들어 온 건 복도에 힘없이 주저 앉아 있는 여주였다. 여주한테 무슨 일이 있다고 직관적으로 감지한 승철은 몇 걸음 안 되는 거리를 빠르게 뛰어갔다. 승철이 이름을 부른 덕분에 뒤에서 나오던 종현도 놀란 채로 빠르게 승철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던 두 여학생도 '여주'라는 이름에 반응해서 놀란 채로 승철과 종현의 곁으로 향했다.
"여주야,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정말 빠른 속도로 달려온 승철과 종현은 주저 앉아 있는 여주의 눈높이를 맞춘 채로 앉아서 여주의 상태를 살폈다. 여주의 모습에 당황한 종현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달려온 두 여학생도 여주의 상태를 보고 놀랬다. '뭐야, 왜, 왜그래?' 키가 큰 한 여학생이 승철에게 물어보았지만 승철도 역시 몰라, 고개를 저었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여주를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한 종현은 여주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는 여주 팔에 종현은 손을 잡고 있던 힘을 빼고 다시 여주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일어날 힘이 없어?"
종현의 말에 여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의 대답을 듣자마자 승철은 바로 여주 앞에 등을 댔다. 그 모습을 보고 여주의 표정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미묘하게 변하자 미세한 표정 변화를 알아차린 종현은 '여주야, 일단은 일어날 힘이 없으니까 업히자. 그게 편할거야'라며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업힌 적이라고는 아주 어릴 때, 할머니가 업어준 게 다인 여주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 여주는 승철의 목에 팔을 감고 종현의 도움으로 승철한테 업혔다. 종현도, 두 여학생도 여주를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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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전에도 설명했듯이 전설 속 동물이며, 아주 오래전 음양 신수들이 키웠던 동물이다. 그렇기에 해태를 신수로 가진 이들은 항상 일신과 월신의 신수를 가진 이들에게 항상 충성과 존중을 다했다. 음양학당에도 해태를 신수로 가진 이들이 존재하는 데, 전교생 중 총 네 명이다. 퇴마를 가르치는 학교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고, 또한 이들은 속성마저도 다 다르다. 다들 알다시피 네 명의 해태들 중 두 명은 종현과 승철. 이 둘의 속성은 각각 수(水)와 화(火)이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그럼, 그 엄청 큰 소리가 여주 때문에 난 소리라는 거야?"
"우와, 영력 짱이다. 어떻게 재생 주술로 학교를 부숴? 그런데 주술 하나로 이렇게 체력을 다 쓰는 건.... 좀 걱정스러운데"
승철을 기준으로 왼쪽에 서서 늘씬하고 큰 소리의 정체에 대해서 언급하는 여학생은 3학년, 임나영. 속성은 목(木)이다. 그리고 승철의 오른쪽에 있는 종현 바로 옆에 화려하게 생긴데다가 여주를 걱정하는 여학생은 주결경. 해태들 중 막내, 2학년, 속성은 금(金)이다. 여주를 처음보는 둘이지만 역시나 해태를 가진 음양인답게 여주가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선 한달음에 달려왔었다. 승철이 여주를 업고 학교를 천천히 빠져나오면서 여주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소개하면서 여주에게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떨렸었다. 그래도 기숙사가 다와가면서 여주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뭐, 여주는 힘도 없는데다 원래 성격도 그러하니 대답은 거의 안 했지만서도.
"여자 기숙사에 우리가 들어가도 되나?"
"괜찮아. 방 문 앞만 데려다주고 오는건데. 나랑 민현이는 등교시간 마다 찾아와서 같이 등교해"
"오, 권력남용?"
"하핫"
여주의 기숙사에 다다르자 여주를 업고 있는 승철은 자신이 남학생이라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종현의 말에 거침없이 기숙사 로비로 들어갔다. 종현의 말에 결경은 종현에게 장난을 쳤고 종현은 트레이드 마크인 웃음소리를 내며 멋쩍은 표정과 함께 들어갔다. 나름 길다면 긴 시간만에 기숙사 방 문 앞에 도착했고, 여주는 승철 등에서 내려 고개를 한 번 꾸벅 인사한 후, 문을 열었다.
"씻고, 얼른... 아니다, 오늘은 안 씻어도 괜찮을거야. 푹 쉬어"
"여주야, 힘들더라도 밥은 먹고 자!"
"룸메이트한테 부탁해서 밥 좀 먹여달라고 해!"
"내일 아침에 올게. 같이 등교하자. 푹 쉬어"
나영, 승철, 결경, 종현 순으로 다들 한 마디씩 여주에게 던졌다. 여주는 그들을 보고 아무런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욕구가 피어오르는 여주였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이 욕구가 여주, 자신을 지배하도록 놔두었다. 그러자 여주는 닫으려던 문을 다시 열었고, 다시 열린 문에 해태들은 여주만 바라보았다. 여주는 바로 종현 앞으로 가서 눈을 맞췄다.
"왜 그래, 여주야?"
".... 고마워요"
여주는 단 네글자만 내뱉고, 검지손가락으로 종현의 볼을 한 번 툭쳤다. 욕구가 해소되는 느낌에 여주는 빠르게 방 안으로 쏙 들어가 문을 닫았다. 별 거 아닌 행동이지만 해태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여주가 들어간 방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이 조용한 정적을 깬 건 승철이었다.
"업고 온 건 난데 왜 네가 표식을 받는 거야?"
"하핫, 그야 내가 제일 친하니까?"
"재수없어"
"..... 부럽다"
종현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대던 승철은 억울한 듯이 크게 소리쳤다. 그런 승철을 보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 마냥 더 약오르게 하는 종현이었고 그런 종현의 모습에 결경은 질색했다. 옆에서 나영은 종현을 보면서 탄식을 내뱉었고 머릿속으로는 '내가 부회장 선거에 나갔었어야 했나'라고 작년의 자신을 반성하기까지 했다. 여주가 종현에게 했던 행동이 파급력이 큰 모양이다. 여주가 볼을 검지로 툭치는 행동. 그것은 선대 일신이 해태에게 자주했던 행동으로, 지금은 서로의 관계를 인정하는 무언의 표식이 되었다. 여주가 자신도 모르는 욕구가 밀려왔던 것은 일신을 신수로 가지고 있는 주인으로서 당연한 욕구였던 것이고. 그 표식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그들을 진정한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표식을 여주와 가장 친하다고 할 수있는 종현이 대표로 받은 것이고, 다들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받은 종현이 부러웠던 것이었다.
오늘 밤, 종현은 기분 좋게 잠들 것이고, 승철은 질투심에 침대 위에서 여러번 이불을 찬 후, 잠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해태들의 여태껏 수많이 잠들었던 밤중에서 오늘이 제일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날이 아니였을까?
- 다음 편에 계속
+ 여주의 어쩔 수 없는 인싸행. 너무 평화로워서 노잼. 역시 애들을 굴려야지 유잼이겠지...
+ 늘어나랏, 필력필력! ㅠㅠㅠㅠㅠ
+ 등장인물만 해도 30명이 넘어간ㄷ....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개개인의 매력도 보여주고 스토리도 진행하는데다가 인물의 분량도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 정말 힘든 것이라고 여실히 느끼는 중... 플레디스 애들을 다 넣는 건 괜한 욕심이 었을까?ㅠ_ㅠ
+ 인물 정리(2학년 포화 상태... 하지만 더 추가 예정ㅋㅎㅋ)
1학년 - 부승관, 배성연, 박시연, 최한솔
2학년 - 김여주, 전원우, 김민경, 정은우, 이지훈, 강예빈, 이석민, 강경원, 김민규, 주결경《 new!
3학년 - 황민현, 김종현, 강동호, 최승철, 곽영민, 최민기, 임나영《 new!
+ 필력 부족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봐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
[암호닉]
♥ 에밀 롕 3536 젠부 딸기빵 0846 마릴린
요플레 서랑 감자 딩동 랭 체리콘 뿌랑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