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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호 전체글ll조회 596l 6

 

 

 

 

                                                                                                                                                                                    

 

 

 

 

 

우아한 세계 04

 

 

 

 

 

 

 

 

 

"아까부터 진짜 거슬리게하네!!"



카운터에 엎드려 머릴 헤집은 지호는 여전히 TV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진저릴쳤다. 현재 시각 4시 26분. 오픈할때부터 온 남잔 자그마치 6시간 동안 달랑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킨채 뻔뻔하게 버티고 앉아 서빙하고 주문을 받는 날, 눈만 굴려 쳐다보았다. 손님으로 온 이상 나가라고 말하기도 뭐 했기에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있을거면 뭐 하날 더 시키던가. 아 짜증나, 저 놈의 드라만 오늘 왜이렇게 많이 하는거야!!, 겨울방학 특집으로 계속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때문에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 마다 날 한번씩 더 쳐다보았다. 다른 채널로 돌리려 했지만 아까 말했듯이, 이 드라만 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다. 그새 리모컨을 어디다 숨겼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손님들이 다 보고있는 가운데 TV앞으로가 채널을 돌릴만큼 난 철판도 아니였다. 아.. 그냥 빨리 집에 가고싶다...



"지호야.. 지호야!"



누나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손님이 주문하신 스무디는 만들지도 않고 조리실문에 딱 붙어 날 쳐다보는 누나가 보였다. 누나 지금 뭐해요? 아 좀 빨리 와봐!! 다급하게 손짓까지 해 가며 저를 부르는 통에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싶어 황급히 누나에게갔다.



"왜요 누나??"



오라고 해서 왔더니 날 보진않고 자기가 무슨 비밀 첩보원이라도 된 듯, 누난 내 뒤 손님들을 몰래 쳐다보았다. 평소 누나가 이상한 행동을 자주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봤다. 오늘 너무 무리했나? 아직도 무언갈 열심히 관찰하는 누나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다른 한쪽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누나 어디 아파요?"

"지호야 , 저기 저 남자 말야"



기껏 걱정되서 말해줬더니 내 쪽은 쳐다도 보지않고 말하는 누나에 맘이 상했다. 이마에 손을 때고 불퉁하게 대답했다. 평소였으면 또 삐졌냐며 놀려댈텐데 그것 마저도 안하는게 꼭 딴사람 같았다.



"누구요?"

"아, 그 있잖아. 우리 오픈할때부터 들어온 남자."



네? 설마 누나가 말하는 그 남자가 지금 아메리카노 한잔만 시키고 6시간동안 앉아있는 파렴치한은 아니겠죠? 평소 손님들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거야? 불안하게시리.



"그 남잔.. 왜요?"



내 말에 드디어 날 바라본 누난 왠지 모르게 이상한 표정이였다. 평소엔 보지못한 뭐랄까 그..아,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하고 오묘한 표정. 게다가 볼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설마..누나 술 마셨어요?



"그게.. 저기, 저 남자가 자꾸 이쪽만 보잖아 .. 커피도 다 마셔놓구 안나가고 쳐다보는게 이상해서... 혹시 왜 그러는지 지호 넌 아니?? 난... 잘 모르겠어."



아...



"글쎄요..저도 잘 모르겠네요.."



누나가 왜 이러시는지. 양손을 볼에다 대곤 열다섯 소녀마냥 몸을 베베 꼬며 부끄러워 하는 누나에 감기기운처럼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꾹꾹 눌렀다. 지금 그것 때문에 날 심각하게 불렀던거야?? 아나 완전 황당하네.. 걱정마요 누나.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안 생길테니까. 제 코를걸죠.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혼자만의 로맨스에 빠진 누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 여자가 무섭다는거다. 눈치는 빠른데 어찌 그게 다 본인중심 판타지로 돌아가는지...아우 저 환상을 깨,말아. 그 후로도 계속 남자와 누나 사이의 묘한 기류 (물론 저 남자는 아니고 누나 혼자만) 가운데 쏙 들어가있는 난 곧 숨이막혀 죽을듯싶다. 안그래도 감기기운에 잠도 못잤지, 어제 저 남자한테 도망친다고 별 쑈를 다 해서 온몸이 몸살걸린 것 마냥 쑤시고 아팠다. 당일은 몰랐는데 하루 지나니까 천근만근이다. 아 그냥 오늘 하루 쉴껄.. 밀걸레로 바닥을 닦다 너무 힘들어 옆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어차피 지금 있는 손님이라곤 이제 저 남자밖에 없으니까 조금은 쉬어도 되겠지.



"너 언제 퇴근해"



아, 깜짝이야.

언제 옆으로 온건지 맞은편 의자에 앉은 남자가 드디어 여섯시간만에 입을열었다. 당신 입에서 단내나겠다.



"어머! 우리 지호 아는 분이셨구나~?"



우웩, 방금 들었던 그 목소린 뭐지? 아, 누나 제발...왜 빵에다 바를 버터를 목에다 발랐어요..속 뒤집어지는 줄 알았네. 아직도 술취한 사람마냥 붉은 볼을하고 나온 누난, 시선은 남자한테 가있으면서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내 옆으로 다가온 누나에게 눈길한번 안주고 날 쳐다보았다. 아.. 이게 대체 무슨관계... 아니에요 누나. 전 저 남자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남 입니다.



"네.지호랑 서울에서 알던 형,동생 사이에요."



누나한테 말 걸지마!! 야 누가, 누구랑 형동생이라는거야! 이게 어디서 지금 상황극을 해? 우리가 언제 서울에서 만났어!



"아~그렇군요. 호호호, 지호가 말을 안해줘서 몰라뵜네요. 지호 너 왜 말 안해줬어?"



저도 몰랐어요. 저한테 형이 있을줄이야. 오늘 처음 알았네요. 어깨에 묵직한게 턱 올려지자 몸이 휘청였다. 간신히 밀걸레로 중심을 잡아 어깨에 올려진 것을 보니 거기엔 누나의 손이 터를 잡고 있었다. 마치 맹수가 먹이를 물듯 아주 단단히. 이 누나가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해? 소름끼치게. 탁, 소리가 나게 누나 손을 쳐 떨어뜨렸다. 평소같으면 머리카락이라도 쥐어뜯을 여자가 가만히 미소만 지은채 쳐다보고있으니, 그게 어째 머릴뜯기는 것보다 더 힘든지.. 뒷목이 근질거리는게 닭살이 돋은것같다.



"이 녀석이 워낙 말썽쟁이라. 힘드시겠어요."



뭐야?



"오호호, 아뇨 괜찮아요. 우리 지호가 얼마나 똑부러지고 착한데요? 지호야~누나가 이제 혼자 가게 볼테니까. 넌 형이랑 같이 들어가렴??"



아뇨. 그냥 일할게요. 누나의 억지로 휘어만든 눈웃음끝이 경련이라도 날듯 파르르 떨고있었다. 하여간 안하던 짓을 하니까 몸이 안따라주지. 그런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내 볼딱지를 주물럭거리는게 아까 손을 내려친것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 그렇지, 누나가 그냥 넘어가면 섭하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조히스트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



"그럼 이제 가자."



가긴 어딜가!! 너랑은 아무데도 안가 절대 네버!, 뭘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선 쳐다보는거야. 썩 꺼져버려! 비록 의자에 앉아 교복유니폼을 입고 양 손엔 밀걸레를 들고 있을지라도 내 표정은 험상궂었다. 하지만 내 표정에 나갈 사람이였다면 진작에 나갔겠지. 분명 저 남잔 바늘에 콕 찔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이다.



"지호가 패를 끼치는건 아닌지 죄송스럽네요. 매일 이렇게 기운없는건 아니죠?"

"아휴, 아니에요. 얼마나 똑부러지게 잘하는데요? 지호때문에 손님들도 더 많이 늘었는걸요."



아 괴로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데!! 상황극 할꺼면 둘이서 해! 왜 중간에 날 끼워넣는데!! 누가보면 빵집숙녀와 (소녀라기엔 누난 늙었으니까) 고등학생 동생을 둔 남자의 로맨스 소설인 줄 알겠네. 장르 잘못 선택했어. 아 씨! 다 나와. 나, 나갈래!!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지, 꼴사납게 이게 무슨짓이야!! 능청스레 연기하는 둘을 보고있자니, 제 머리가 어떻게 되 버릴 것 같았다. 둘을 뿌리치고 탈의실로 들어간 지호는 락커를 열고 타이부터 풀어헤쳤다. 이제 저 남잘 어떻게 따돌려야할지. 머릴 굴리며 락커안에 타이와 조끼를 보기좋게 개어넣고, 셔츠넥크 단추를 풀면서 뒤를 돌았다.



" 어떻게 해야 저 찰거머리가 안 쫓아올까.."

"그럴일은 없을껄'



엄마 깜짝이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탈의실 문앞에 언제 온건지 팔짱까지끼고 날 쳐다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심장마비 걸리는줄 알았네.. 노크라도 하고 들어오던가!! 근데 분명 들어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혹시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귀신이 아닐까 지호는 겁이났다.



"찰거머리라...그거 저 보고 한 소리죠? 제가 그렇게 늘러붙었습니까?"



세상에나 그걸 이제 안 겁니까?? 오 맙소사...차라리 귀신이 나았다. 정말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지 모르는 듯, 남잔 그저 자기 자신이 찰거머리라 불리운게 기분나빠 보였다. 그 찰거머리에 딱 붙은 저는 어떻겠습니까..다시 셔츠를 벗어 락커에 그것 또한 개어넣고 바지버클을 풀려다 아차싶어 남잘쳐다봤다.



"안나갑니까?"

"또 도망칠거 잖습니까?"

"여기서 어떻게 도망을쳐요! 저 지금 옷 벗는거 안 보이십니까? 나가세요 ."

"방금전까지 저 따돌릴생각하셨지 않았습니까."

"아! 안 도망가요, 그러니까 나가세요. 나가!!"



결국 남자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밖으로 내보냈다. 저러니 찰거머리라는거다. 내가 미쳤다고 남앞에서 스트립쇼를 선보이겠냐고. 그것도 저보다 몸좋은 남자앞에서. 죽어도 싫다.
옷을 다 갈아입고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불쑥 튀어나온 손이 팔뚝을 잡았다. 깜짝놀라 비명도 못지르고 쳐다보니 남자였다. 화가나 뭐라 소리치기도 전에 팔뚝을 잡아 끌은 남자에 어버버 거리며 끌려갔다.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지호 너두 푸욱~ 쉬고 내일봐? 우리 착한지호"



아,누..누나!, 도와달란 말도 못한채 순식간에 가게밖으로 끌려나왔다.



"당신, 또 왜 이러는건데!"

"말했잖아. 나 당신 범인아닌거 인정 못 한다고."



손을 떨구려 팔을 휘둘르자, 험악한 표정을 지은 남자가 양 팔을 잡아 눌러 차렷자세가 되게 만들었다. 발버둥을 쳤지만 양 팔뚝을 쥐어잡은 손이 날 반으로 접어버릴기세로 눌러 아팠다. 갑자기 그 상태로 걷는 남자 때문에 남자와 마주보고있는 상태로 뒷걸음질하며 끌려가는 꼴이 되었다. 우스꽝 스러운 자세로 뒷걸음을 치다, 등에 둔탁한 것과 부딪쳤다. 남자가 한 쪽 팔을 잡던 손을 놓고 제 코트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든걸 보고 그제서야 등 뒤에 있는게 차라는 걸 알아차렸다. 차 문을 열고 저번처럼 날 억지로 집어넣은 남자는 운전석 쪽으로 나가려는 내 손목을 잡고 차 천장 손잡이와 같이 수갑을 채웠다. 아 젠장, 남자는 조수석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고 운전석으로가 탔다. 만일을 대비해 조수석 잠금이라도 풀어놓으려 버튼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버튼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 털어져 나가있었다. 이게 무슨...



"아 그거, 화가나서 그때 부셔버렸어."



남자의 말에 말없이 손을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차 시동이 걸려 움직일때까지 굳어선 남자 얼굴도 못 쳐다보고 밖만 쳐다봤다. 뭐야 왜 갑자기 반말하는거야..무섭잖아.. 갑자기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남자쪽을 보니,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다른손으로 자켓 안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칼이나 총이 나올까 조마조마 했지만 남자손에 들려있는건 그냥 프린트된 A4용지였다. 일정하게 4번 접혀있는 용지를 빨간신호가 되어 멈춰서자 담배 한 개비를 입에물고 펼쳤다.



"아! 저, 저 담배 연기 싫어해요. 완전!!!"



지호를 힐끗 쳐다본 남자는 다행이도 담배를 얌전하게 곽안에 넣었다. 그 모습에 안심이 되 한숨을 내쉬었다.



"마포구 서교동 한 건물 1층의 신발 상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네?"

"인사동 술집에서 또 다시 원인을 알수없는 화재."

"그게뭐에요."

"말그대로. 화재사건."

"아,그러니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그 화재사건마저 내가 낸거라고 말할까봐 겁이났다. 용지를 읽다 날 쳐다본 남자가 말을 하려다, 파란불로 바뀐 신호때문에 고갤돌리고 운전을했다.



"당신이 있었던 곳마다, 삼개월 뒤에 화제가 났어."

"그 말은 저번에도 했었잖아요. 도대체 그게 무슨소리에요?"

"작년까지 서울에서 2년동안 자취한적있지?"



남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남자의 말대로 작년까지 제과제빵을 배우려고 2년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마을사람도 아닌 남자가 알고있다는 사실에 겁이나 조수석 문쪽으로 몸을 붙였다.



"당신, 내 뒤까지 판거에요? 당신 대체 누구야! 화재난것도 사실 거짓말이지?!"

"아니,그건 사실이야. 아마도 누가 당신 행적을 지우거나 노리는 걸꺼야"

"삼개월 전인데다가, 뭘 노린다는 거에요?"

"뭐든, 하.. 모르겠어 . 하지만 중요한건 너가 범인이 아닌 이상, 네가 위험하다는 거야."

"...헛소리좀 그만하세요."



아무렇지 않은척 조수석 창문을 쳐다보았지만 무서웠다. 정말 누가 날 노리고 있다면 어쩌지.하지만 난 아무짓도 안했는걸..대체 왜 날.., 운전을 하던 남자는 지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몸을 아예 제쪽에서 돌아선 창문을 쳐다보고 있는 모양세가 아니꼬왔다. 그러다 차 손잡이에 걸려있는 손이 파르르 떠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 가속을 냈다. 문득 차 밖을 보다, 남자가 가고있는 방향이 제 집쪽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역시 집주소도 알고있던 모양이였다. 골목으로 들어가 원룸촌주차장에 차를 세운 남자는 그제야 수갑을 풀어주었다. 채워져 있던 동안 피가 잘 안통해 있어 차가워진 손을 주물렀다.



"들어가자."

"꼭 자기집 처럼 말하네요. 죄송하지만 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제 집에 들여보낼 순 없는데요."

"그럼 들어가세요. 문 뜯어줄테니."

"뭐에요?!"

"표지훈, 표지훈이에요. 형."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웃는 남자를 보고 이름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점하나 없는 흰얼굴에 선한 인상을 주는 동그란 눈이 인상적인 남자는 어딜가나 여자들이 반할 훈훈한 외모지만 집착과 특유의 도그캐릭터로 외모를 가리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쓸꺼면 얼굴 줘. 아니, 잠깐만 뭐라고? 형??, 쭉 째진 눈이 동그래지도록 쳐다보는 지호의 표정을 보고 남자, 지훈은 그 동안 제가 이름도 말하지 않고 지호를 쫓아다닌게 웃겼다. 나 같아도 수상해서 도망다녔을거다.



"아, 죄송하게 됬네요. 처음부터 정중히 말했어야 했는데 워낙 겨를이 없어서, 저 당신보다 한살 어려요."

"허.."



기가 차, 헛숨을 내뱉었다. 그 동안 존댓말쓰고 아저씨라고 한게 쪽팔리고 괘씸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반말 찍찍한거였어?? 아오....저런 노안을 가지는것도 능력이지.., 혼자서 해피데이라고 써져있는 원룸안 계단으로 올라고있는 지훈을 굳어서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빨리 안오면 문 그냥 부셔버린다."

"너, 그러기만 해봐!!!"



일층과 이층사이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민 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급하게 원룸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왠지 오늘 하루도 길것같은 불안함을 느꼈다.



" 아이구 배고프다. 가서 라면이나 끓여와봐."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코트를 옆에 벗어놓고는 쇼파에 드러누운 녀석이 하는말에 콧구멍에서 바람이 핑 나갔다. 아까부터 반말과 존대를 오가는 녀석이 괘씸했지만 겨우 한살차이로 뭐라하기엔 내가너무 쫌팽이 같아보였다. 하루종일 안자서 피곤하다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게 꼭 하마를 닮았다. 쇼파에 누운 녀석때문인지 방이 정신없고, 금세 꽉차보이는게. 얼마나 덩치가 큰거야.



" 라면없어."

" 무슨 집에 라면이 없어?!"



내 말에 벌떡 일어나서 부엌으로가 찬장을 뒤지는 놈이 신기했다. 먹을거에 예민한거냐.

이리저리 장을 뒤지던 지훈은 윗쪽, 오른편 찬장에서 수많은 약품들을 발견했다. 툴로날린? 이거 기관지약 이름들인데.., 그 밖에 감기약과 진통제, 소화제 등이 수북히 있었다. 무슨 약국하나? 혹시나 이걸 가지고 마약이라도 만들어 쓰는건가 생각을 했지만 그랬다면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부엌으로 가는 날 막았을 것이다. 그 외 그릇들을 빼곤, 먹을거라고는 약밖에 없었다.



"야! 음식없어. 자장면이라도 시켜먹든지해."



지호의 말은 귓등으로 들은 지훈은 냉장고를 열어봤다. 큰 크기에 무색하게 냉장고 안에는 식빵과 우유, 그리고 채소와 과일이 끝이였다. 지훈은 지호가 바캉스 떠나기전 다이어트하는 계집으로 보였다. 이런거나 먹고사니 저랑 키가 비슷해도 비리비리한거다. 허우대만 멀쩡하면 뭐하나 쓸데가 없는데. 냉장고를 보다 주린배가 쏙 들어갈 정도로 입맛이 없어졌다. 혀를 끌끌차며 냉장고를 닫다, 바로 옆 가스렌지를 봤다. 먼지 한 톨도 없고, 기름 한방울 튀겨진 흔적도 없었다. 이 집에서 들어 올때부터 지호가 무척이나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 라는걸 알았지만 이건, 오랫동안 안쓴건지 사용한 흔적 자체가 없었다. 이상하다.



"야 나와!"



뒤에서 들리는 지호의 목소리에 깜짝놀란 지훈을 밀치고 냉장고를 열어 과일과 샐러드를 꺼낸 지호는 그것들을 식탁에 두었다.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냥 주는데로 먹어."

"이거 고장났냐?? 그럼 고쳐야지. 귀찮아서 몸썩히는거 멍청한거야."



아까부터 보이는 음식들이 죄다 가열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들이라는걸 알아챈 지훈은 이 모든게 가스렌지가 고장나서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싶어 가스벨브를 열고 점화시키려했다. 지훈을 본 지호가 눈이 커다래져선 사색이되어 큰소리로 외쳤다.



"야 그거 틀지마!!"



어?, 갑자기 큰 소리치는 지호에 깜짝 놀라 쳐다보며 지훈은 가스렌지를 점화시켰다. 화륵, 고장이 난 줄만 알았던 가스렌지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지훈이 갸웃거릴 동안 지호는 가스렌지불에서 눈을 때지 못 했다. 푸르게 일렁이는 불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순간, 화마에 휩싸인 방에서 울고있는 여섯살적 어린 나와 금방이라도 날 덮칠듯한 지독하게도 붉은 불덩이가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번쩍, 하며 마치 전생을 보다 온 듯 아까 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보이는 것 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핑 돌더니,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가스불에 잠시 한 눈을 팔던 지훈은 지호가 엎어지는 소리에 놀라, 급히 가스불을 끄고 지호곁으로가 어깨를 잡아주었다.



"너 왜그래?!"



바닥에 닿은 저 혼자만 빼고 방 전체가 계속해서 빙글 돌았다. 가슴 명치쪽이 꽉 막힌듯 호흡하기 어려운게 천식이 도질 것 같았다. 지훈이 저를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지훈을 밀쳐, 급히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진 코트 속에서 세레타이드를 꺼내 입에 물고 들이마신 뒤, 한참후에 내뱉었다. 그제서야 편안해지는 숨을 느끼며 주저앉은 지호에게 지훈이 다가왔다.



"뭐야, 너 왜그러냐고."

"아..아무것도 아니야..그냥 어지러워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이라기 보단 화난것에 가까운 표정을 지은 지훈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 지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어디가 어지러워서 쓰러진거야? 진짜 거짓말 못하네. 완전 겁에 질린 표정이면서.



"너..나한테 숨기는 것 있지"

" ..아니 그런것 없는데."



그때 차안에서 담배를 피려는 자신을 지호가 말렸던게 떠올랐다. 진짜, 거짓말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거짓말 마"

"없다고!!"



오히려 큰소리 치며 지훈을 밀쳤다.그에 화가난 지훈이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네어 켰다. 라이타 불을 본 지호가 그대로 굳어선 황급히 고갤돌려 세레타이드를 집으려 했지만 그것을 눈치챈 지훈이 약통을 지호가 집기전에 발로 차버렸다. 집으려던 것이 사라지자 의존할것이 없어져 버린 지호는 지훈을 원망하며 양손을 서로 맞잡고 불안한듯 달달 떨었다.



"...치워.."



그제서야 불을끈 지훈이 지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바닥을 보고있는 지호의 얼굴을 잡아 들었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듯 눈만은 바닥을 보고있는게 마지막까지도 반항하는 것 같아 화가났지만 일단은 이정도로만 해도 충분할듯 싶어 참았다.



"...뭐 때문이야."

"...상관마"

"무슨 일 있었지? 대체 뭐야.그날 무슨일이 있었냐고!!"



윽박을 지르자 매섭게 쳐다보던 지호는 금세 눈꼬리를 누그러 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시고였어, 17년 전. 집에서 가족들이랑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숨바꼭질이였을꺼야. 내가 술래고 아빠랑 엄마, 형이 날 잡는거였어. 나는 내 방 옷장 안에서 숨어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었는데.."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숨을 삼키는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듯 싶었다. 이제 됬으니 그만 두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숨이 막혀 일어나보니 무지 뜨겁고 답답한데다 어두운거야. 옷장문을 열어 나가자 방이 불투성이로 되어있었어. 너무 놀라서 살려달라고 소리지르는데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어..그러다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떠보니 병원이였고. 옆에는 차씨 아저씨랑..아, 전에 포장마차에서 본 아저씨두분들.우리 가족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고 아저씨들만 날 부등켜 안고 울고계셨지. 그때 알았어 나 혼자 남았다는걸. 그래서 아저씨들께 묻지도 않았어. 그런데 착한 아저씨들은 혹시나 내가 가족들을 찾을까봐 우리 지호병 났게 해주러 약찾으러 여행갔다고, 조금 어의없는 말을 해주셨어. 웃기지? 그 상황에서. 나중에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 박아저씨께서 내 손을 잡고 사실대로 말씀하시길래 나도 아저씨손을 같이 맞잡고, 알고있었다고 했었는데 어찌나 서럽게 우시던지. 아무튼 정말 좋으신 분들이야. 내 가족이구. 그런데 그때 휴유증인건지 불만보면 정신못차리고 숨도 못쉬어."



누구한테 한번도 말한적 없었는데 이렇게 말하니까 속시원하네. 진작 이럴걸..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무표정,아니 약간 화난건가.심각한 얼굴을 한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코트를 들고선 대문을 열어 나갔다. 자기가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니라서 화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 한마디도 없이 가버리냐 매정한 놈..



"아..다리야"



치루걸린 사람마냥, 쇼파 양손잡일 잡고 부들부들거리며 앉았다. 꼭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였다. 쇼파 안으로 두 다릴 접어 쭈그린 자세가 되게 한 뒤, 발목을 주물렀다. 시큰시큰 거리는게 이따 잘 때 뜨거운물에 적신 수건을 감싸두어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 방 바닥에 어두운 그림자가 져 올려다보니 지훈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살큰한 담배향이 나는게 밖에 나가선 담밸 피고 온듯 싶다.



"또 뭐."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던 녀석이 갑자기 발목을 획 낚아챘다. 워낙 순식간에 일이라 놀라 다른발로 녀석을 차려다, 그것 마저도 잡히고 말았다.


"야!!!"

"가만히 있어."



내 다리를 잡고 옆으로 끌어내 날 눕는자세로 만든 녀석은 쇼파끝에 앉아 제 무릎위에 내 다리를 얹고선 주무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녀석의 행동이 당황스러워 발을 빼려다, 시원해서 그냥두었다.



"..아까는 미안했어."

"응? 아..아니 괜찮아.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 나도 잘못이 있으니까."



뭐야, 그럼 아까 화난게 아니고 미안해서 그런거였어? 짜식.. 무표정한 얼굴로 무뚝뚝하게 사과를 했지만 발목을 주무르는 손은 야무졌다. 은근 녀석이 귀여워 보이는게 이제야 동생같은 느낌이 들었다. 녀석의 얼굴을 한참동안 뜯어보는데 꾹 다물어 있는 모양세가 꼭 하트모양 같다고 생각한 입술이 움직였다.



"미안하니까. 자장면 사줄께."



순간 빵터져서 웃을뻔했다. 그렇게 미안했냐??



"싫어, 짬뽕 먹을꺼야. 오백원 더 비싼거."



그 말에 지훈도 피식 웃었다. 그래 다 먹어.



 

 

 

 

 

 

 

 

 

 

 

 

      * *

 

 

 

 

 

 

 

 

              이번은 좀 기네요..늦게왔으니까..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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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유유에요!오랫만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ㅜ아고물인지 알았는데..끊으시지만 않으시면 언제든지 읽겠습니다!!
11년 전
독자2
올ㅋ 일등!!!
11년 전
독자3
너무 기다렸어요 ㅠㅠ 재밌네요 지호에게 그런 트라우마가 있었다니..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합니다^^♥
11년 전
독자4
아 궁금증해소ㅠㅠㅠㅠㅠㅠ근데 누군가가 지호를 해할려고하는건가요ㅠㅠㅠㅠ산넘어 산이네요ㅠ^ㅠ 근데 둘이 사이좋아져서 좋네요ㅎㅎㅎㅎ 브금 너무좋아요ㅠㅠㅠㅠ편안하면서 기분좋아지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5
폰이에여!!!!역시지호가범인이 아니였다는!!!!!!!둘이 동거하는건가요????동거안해도되요 둘이아주 사이좋아보니꽌ㅋㅋㅋㅋ다음화도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6
완전 오랜만이에요ㅠㅜㅠㅠㅠㅠ 인티 회원이데 로그인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비회원 댓글로 써요ㅋㅋㅋㅋㅋㅋㅋ 오메...스크롤보소..어떻게 작가님을 안좋아할수있나요....♥♥♥ 사랑해요ㅋㅋㅋㅋ
11년 전
독자7
ㅠㅠㅠㅠ 지호범인아닐꺼같았어요ㅠㅠㅠ 사실의심좀했어옄ㅋㅋㅋㅋㅋ 아..암호닉신청해놓을껄그래ㅛ네요 귀찮게됬넹ㅎㅎ 잘보고갑니다 분랑늘어어서 좋아욯ㅎㅎ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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