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의 연애
W. 참새의겨털
EP03 : 초대하지 않은 손님
"그래서, 헤어지는 거야 뭐야."
"생각 할 시간을 갖재."
"그게 뭐야, 그냥 헤어질 걸 질질 끄는 거 아니야?"
성경이의 가시있는 말에 나는 약간 움찔했음.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울 것 같은 내 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성경이는 헛기침을 하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괜찮다면서 위로해주었음. 우진이한테 하는 욕을 한 사발 하면서 말임.
어제 한참을 울다 잠들어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부어서 떠지지도,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음. 아침에 걸려온 성경이의 전화를 받다가, 또 울음이 터져서 울던 나 때문에 놀라 한 달음에 달려온 성경이는 날 위로해 주다가 부엌에 가서 무언가 달그락 거리고 있었음. 눈을 부비적 거리며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음. 영혼없는 사람처럼 칫솔을 쥐고 양치를 시작했음. 입가에 묻은 거품마저 나를 불쌍히 여기는 듯 보였음. 괜히 기분 나빠서 퉤- 소리나게 치약을 뱉고 거칠게 입을 헹구었음. 고양이 세수까지 마친 후 부엌으로 나가자, 성경이가 어느새 차려놓은 김치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했음.
"와, 얼마만에 집밥이야."
"계란요리밖에 없는데 뭐. 넌 어떻게 여자애가 냉장고에 든 게 하나도 없냐."
매일 우진이 집에서 먹었으니까-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그냥 쓴 웃음 짓는 걸로 대신하며 식탁에 앉았음.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준 것도 고마운데 밥까지 차려준 성경이 앞에서 또 청승맞게 눈물을 보이며 눈물젖은 밥을 삼킬 순 없으니, 몇 번이나 울컥하고 차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느라 애썼음. 어느새 다 비워진 밥그릇과 반찬그릇을 보며 성경이에게 일이 모두 끝나면 저녁을 사겠다고 말했음.
"진짜 넌 좋겠다. 직딩이라."
"너 그거 어떻게 됐어? 워너 기자단 모집 공고 뜬 거."
"그걸 내가 왜 해. 토익 준비하기도 바쁜데."
"그래도, 대외활동 미리 해놓으면 좋잖아."
내 말에 성경이는 초 치는 얘기하지말라며 나 까지 울릴 일 있냐고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며 말했음. 난데없이 너처럼 휴학할 거라며 윽박지르기 까지 했음. 그럼 나는 또 우진이 때문에 휴학한 거잖아. 하려던 말을 참고 이제 일 가야하니까 나가자고 할 수 밖에.
"야, 김여주! 울지말고! 너 답지 않게 굴지마라."
"응, 너도 나 때문에 자체휴강 한 거 교수님한테 잘 둘러대봐."
"이씨, 밥 사주는 거 잊지마!"
투덜거리며 씩씩 거리는 성경이에 알았다고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었음. 그제서야 성경이도 예쁘게 웃으며 머리위로 크게 손을 흔들고 작게 화이팅! 하는 포즈를 취했음. 키는 멀대같이 크면서 하는 짓은 영락없는 세 살배기 같다니까.
차가 있는 곳으로 몸을 트는 순간 타이밍 좋게 울린 벨소리에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들어 액정을 확인하니, 대휘였음.
"응, 대휘야. 왜?"
- 쌤! 오늘 수업 맞죠?
"응, 내가 오늘 1시에 간다고 말했잖아."
- 아 어떡해... 쌤 저 시간 까먹고 지금 시내에 왔거든요. 집에 사촌형 있으니까 먼저 가 있어 주실래요?
"너 오늘 세시간 수업할래?"
장난반 진담반 섞인 말투로 화내듯 말하자, 대휘의 칭얼거림이 휴대폰을 데고있는 오른쪽 귀에 쏙쏙 박혔음. 죄송하다면서 빨리 가겠다는 대휘의 말에 일단 알았다며 차에 몸을 싣고 전화를 끊었음. 대휘와의 전화를 끊으니 순간 고등학교 때 우진이가 나와 한 약속을 까먹어서 미안하다고 하루종일 사과했던 기억이 상기됐음.
박우진 너는, 고작 몇 시간을 못 봤다고, 함께 있지 못 했다고, 이렇게 나의 사소한 별 거 아닌 일에도 너무나도 깊게 스며들어 있구나. 한 순간 만이라도 네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는 눈물 한 방울, 아니 몇 방울을 아낄 수 있을텐데.
"미안해. 미안해 여주야. 진짜 미안해."
"됐어.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와 한 약속시간부터 30분이나 늦었던 우진이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었음. 제 말로는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자버렸다고 하는데, 평소 변명 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나는. 그 순간 만큼은 왠지 모르게 우진이를 믿어주고 싶었음. 바지에서 삐져나온 그의 와이셔츠와 구겨신은 스니커즈가 모든 걸 말해주는 듯 했으니까.
"진짜 화 안났어? 진짜?"
"괜찮다니까? 근데 다음에도 이러면 그 땐 진짜 죽음."
"어, 다음에도 나랑 밥 먹으러 와 줄 거야?"
온 얼굴로 미안함을 표출하던 표정은 어디가고 난데없이 개구진 웃음을 보이며 그릇에 고개를 처 박고 스파게티를 흡입하던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는 우진이었음. 갑자기 뚫어져라 쳐다보며 응? 응? 하는 그에 추한 꼴을 보인 듯 싶어 사레가 들러서는 연신 기침을 해댔음. 갑자기 얼굴이 벌게지도록 기침을 하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우진이는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물을 헐레벌떡 떠 와서 내 앞에 놓곤 호들갑 떨었음.
"왜 그래? 괜찮아? 내가 얼굴 너무 들이밀어서 놀랬어?"
우진이가 떠 온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진정이 된 내가 웃으면서 그러게 얼굴을 왜 들이미냐고 장난을 치면, 우진이는 세상 잃은 표정으로 진짜 그거 때문이었어? 하겠지. 그럼 나는 숨 넘어가라 웃으면서 장난이라고 손사레 쳤음.
"그냥 내가 추잡스럽게 먹는 거 봤을까봐 놀랜거야."
"하나도 안 추잡스러운데?"
나는 또 다시 그릇에 얼굴을 묻고 스파게티를 후루룩 하고 들이마시고 있다가, 우진이의 대답에 면을 입으로 다 넣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음. 따듯한 면의 온기가 턱에 스며들 듯 느껴지기도 전에, 우진이 손의 온기가 내 턱을 먼저 훑고 지나갔음. 우진이는 내 입으로 마저 들어가지 못한 면을 넣어주곤, 제 손에 묻은 크림 소스를 아무렇지 않게 본인 입으로 가져가서 쪽- 소리나게 빨았음. 나는 당황함과 부끄러움, 쪽팔림을 동시에 느끼며 손과 발이 오그라들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음. 얼굴이 화륵, 달아오르는 듯 해서 물을 마시려고 손을 드는 순간 우진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덧니를 보이며 웃더니 말했음.
"예뻐."
내가 무슨 미친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니, 우진이는 자기가 더 당황하면서 다시 말했음.
"아, 아니 그러니까. 먹는 모습도 예쁘다고."
그리고 우리 둘은 음식을 다 먹을 때 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음. 어쩌면 그 식당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없었다면, 서로의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을 수도.
괜히 또 우진이 생각을 했더니 언제부터 흘렀는지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흐르고 있었음. 또 어느틈에 도착한 대휘네 집 앞에 차를 대고는 본능처럼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오른손으로 닦으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음. 엘리베이터 앞에서서 가방 앞 주머니에 들은 손거울을 꺼내들고 눈물 자국을 지웠음. 눈을 부비적 거리며 퉁퉁 부운 눈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냥 포기하고 거울을 가방 안으로 넣으려는데.
"음마 깜짝이야!"
"아, 죄송해요. 우시는 거 같길래."
갑자기 누군가 옆에서 눈 앞에 허연 물체를 들이밀었음. 정말 깜짝놀라 뒷걸음 치며 돌아보자, 웬 남자가 마스크를 낀 채로 휴지를 들고 서 있었음. 나는 온 몸으로 그를 경계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휴지를 뺏어들 듯 채 갔음.
"아, 감,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신종 범죄자인가? 계단으로 갈까? 수 만가지 생각을 하며 어느새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등 떠밀리 듯 올라탔음. 눈치를 요리조리 보며 2층을 누르니, 갑자기 내 앞에 탄 남자가 어? 하더니 뒤 돌아보곤 마스크를 확 내리며 말했음.
"혹시 대휘 과외 선생님이세요?"
"네? 아, 네,네. 그런데요..."
"아, 죄송해요. 제가 몰라뵀네요. 저 대휘 사촌형이에요."
남자는 마스크를 내리니 훤칠하니 잘생긴 멀쩡한 청년이었음.나는 그제서야 경계를 풀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음.
"아, 그, 그러시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되게 대학생 같으셔서 대휘 과외 선생님일거라고 생각을 못 했네요."
"대학생 맞아요."
"네?"
대휘 사촌형 되는 사람은 내 말에 정말 놀란 듯 토끼눈이 되어서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음. 그 순간 엘리베이터는 도착해서 문이 열렸음. 나는 멋쩍게 웃으며 어서 내리자는 신호를 보냈고, 그는 어버버 하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음. 그리고 대휘네 집 도어락을 풀면서 말했음.
"제가 너무 많이 놀랐죠. 원래 이런 거 막 놀래고 그러면 안되는데."
"아, 아니요. 괜찮아요. 흔치 않으니까요."
"어떻게 벌써부터... 아, 이런 질문도 막 하고 그러면 안되는데."
그는 문을 열어서 내가 들어갈 때까지 잡아주며 말하더니 자꾸만 죄송하다고 그랬음. 나는 괜찮다고 다시 웃으면서 (사실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짐) 신발을 벗으며 말했음.
"이모가 YMC학원 원장이셔서, 그 학원 취직 하기전에 경험쌓으라고 과외 일자리 구해주셨거든요."
"헐, YMC학원이요? 저기 시내쪽에 제일 크게 하는 학원? 그럼 거의 알바 같은 거네요? 과외 인데?"
"음... 뭐, 그런 셈이죠."
"우와, 완전 부럽네요. 대단해요."
내 말에 그는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었음. 그 미소에 나도모르게 덩달아 웃었던 것 같음. 그는 차를 내올테니 앉아있으라 했고, 나는 감사하다며 대휘가 수업하는 방으로 들어가 앉았음. 얼마 안 있어 그는 커피잔을 들고 방에 들어와 나에게 건네주고는 대휘의 침대에 걸터 앉았음.
"저는 황민현이에요. 그 쪽은 이름이 어떻게 돼요?"
"저는..."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더니 나에게도 이름을 묻는 그에게 대답하려는 찰나,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리더니 현관문이 덜컹 하고 열렸음. 그리고 요란하게 민혀니형~ 하면서 들어오는 대휘가 여럼풋이 방에서 보였음. 대휘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쪼르르 뛰어왔음.
"헐! 쌤 계셨네요? 형 뭐해? 나가!"
"나갈거야 인마."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대휘쪽으로 가서는 대휘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방문을 닫으며 나갔음. 대휘는 가방을 던지듯이 침대에 올려놓곤 내 옆에 앉아서 미안하다고 울상 지어보였음. 나는 다음부터 이러면 혼난다면서 빨리 왔으니 봐준다고 하고는 오랜만에 웃으며 수업을 마쳤음.
분명 대휘의 수업을 올 때까지만 해도 우진이 생각에 슬퍼서 병든 닭 처럼 질질 울던 내가, 오후 남은 3개의 수업까지 나름 기분 좋게 마쳤음. 연달아 수업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들지 않았음. 오히려 개운하다고 해야할까. 좀 있으면 성경이가 밥 사달라고 전화가 올테니 지금 바로... 내 지갑이 어디로 갔지 미친.
가방 속을 몇 번이나 뒤지고 뒤져도 지갑의 뒤 꽁무늬 한 번 보이질 않았음. 나는 당황하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어 방금 수업했던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음. 첫 수업이었던 대휘한테 전화하기까지 아무도 내 지갑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음. 나는 차 조수석을 살펴보며 대휘에게 전화를 걸었음.
-여보세요?
"어, 대휘야. 혹시 너네집에 쌤 지갑 있어?
-아 뭐야아~ 제가 아까 카톡 넣어놨는데. 못 보셨어요?
"헐 진짜? 아 몰랐어 몰랐어. 미안해.
-아니에요! 지금 오실 거죠?
"응 그럴게. 고마워.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음. 아니나다를까 귀신같이 연락이 온 성경이에게 대충 답장을 해주고 서둘러 대휘네 집 앞으로 향했음. 차를 주차하고 있는데, 대휘에게 다와가면 말해달라며 직접 나와서 주겠다는 카톡을 확인 할 수 있었음. 나는 차를 댄 후 집 앞이라는 답장을 보냈고, 대휘가 아파트 라인에서 뛰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음. 한참을 기다려도 대휘는 머리털 하나 보이질 않았음. 점점 지체되는 시간에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아파트 라인에서 커다란 키로 성큼성큼 거의 뛰 듯이 나오는 한 남자가 보였음. 나는 그 남자가 황민현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어쩔 줄을 몰라하며 당황했음. 대휘의 사촌형인 황민현은 나를 발견하자,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올려 웃으며 나에게 뛰어왔음. 손에는 내 분홍색 지갑이 들려있었음.
"여기요, 예빈씨."
"아아, 네네. 감사해요."
그는 계단에서도 뛰어내려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지갑을 건네주었음. 나는 어떨떨해하며 받아 감사하다고 대답했고, 얼마 안 있어 그가 나왔던 아파트 라인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대휘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곧 이어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우리를 발견하고 무섭게 뛰어오는 대휘의 모습이 보였음.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황민현은 나를 차 안으로 밀어넣으며 빨리 도망가요! 라고 했음.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어떨결에 차에 몸을 싣고 시동을 걸었음. 그리고 뛰어오는 대휘를 아슬하게 지나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음.
[쌤 미안해요. 미친 우리 형이 자꾸 자기가 갖다주겠담ㄴ면서 막]
오타 가득한 대휘의 카톡이 오고 난 후, 나는 아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음. 근데 내가 아까 민현씨한테 내 이름을 말해줬던가?
-
여러분 안녕!! ㅎㅎ 보고싶었어요 ㅜㅜ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 갑자기 확 더워진 날씨 때문에 저는 현생 살다가도 죽을 맛이에요 ㅜㅜㅜ
내 님들 너무 보고싶어서 일주일동안 자기전에 몇 분 동안 짬내어서 열심히 썼어요 흑흑
오타가 있다면 지적 환영이에요! 제가 자주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제가 그리울텐데... (코 쓱)
큰 시험 앞두고 있어서 다음주는 또 찾아뵙지 못 할 거 같아요... 저를 용서해요...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저에게 사랑을 주세요 ㅎㅎㅎㅎㅎ ♥저는 관종이니까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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