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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사는 남자

.01

그는 소나기처럼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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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행운을 사는 남자.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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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늦겠다!
급하게 구두를 신으며 확인한 시계는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오려고 계획했던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은 시간이었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아주 맑은 하늘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데에 구두는 매우 부적절했다.
그렇다고 중요한 미팅 자리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긴 싫었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고. 이런 좋은 날에 불편하게 뜀박질이라니.
인상을 찌푸리던 찰나였다.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여주씨, 약속 시간을 10분 정도만 늦출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저야 물론 좋죠. 미소가 지어졌다.
빠르던 걸음을 늦추었다.


걸음을 늦추자 조금 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분주한 듯 빠르게 걷는 사람들, 늦은 점심을 먹는 사람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신호등 앞에 가까이 가자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타야할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니 창가 쪽 딱 한자리가 남아있었다.
그 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자리에 앉았다.

시계를 확인했다. 1시 40분.
여유롭게 도착할 것 같다.





오늘도 기분 좋은 시작이다.





-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얘기 마무리 되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로 마무리 된 미팅은 성공적이었다.
이대로만 잘 마무리 된다면 요즘 한참 잘나간다는 가수의 앨범에 내가 작곡한 곡이 3개나 실린다.
어쩌면 이번을 계기로 저 쪽 회사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바깥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보고있었다.
비가 온다던 예보가 정확히 맞아서인지 다들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우산

습관처럼 가방에 우산을 챙겨 다니는 나였지만 오늘은 급하게 준비하느라 다른 가방을 들고 나왔다.


친구를 부를까 잠시 고민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별다른 대책은 없었지만 나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다.

이상한건지 신기한건지 한번도 비를 맞아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어릴 때, 초등학생 때였나.
어쩌다 우산을 놓고 온 바람에 비를 잔뜩 맞은 적이 있다. 비에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정말 찝찝하다-라고 생각한 기억이 있는데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비를 맞지 않게 된게.
언제부터 몸에 벤 습관인지 일기예보에 상관 없이 가방에 항상 우산을 챙겨다니는 나였지만,
어쩌다 우산을 놓고 온 날이면 신기하게도 비가 오지 않았다.
실내에 있을 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내리던 비도 내가 밖에 나오면 어느새 뚝 그쳐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무슨 그런 거에 다 의미를 부여하냐며 웃을 수 있지만,


"...그쳤네."


정말 늘 그랬다. 빗나간 적이 없었다.
조금 축축히 젖은 길 위를 걸었다. 아직 남아있는 비 냄새가 나쁘지 않았다.








-


비에서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내 기억이 시작되는 그 때 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난 한마디로 '곱게' 자랐다.


부모님은 동네에서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사이가 좋으셨다.

다정한 부모님은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고, 금전적인 지원도 마다 않으셨다.

덕분에 스무살이 되자마자 내 나이에 혼자 살기엔 넓은, 조금 썰렁하다고 느낄 만큼의 집에 독립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너 정말 운이 좋다-라고 했다.

가위바위보에선 지는 법이 없었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찍은 시험 문제들은 모두 정답이었다.

체육복을 챙겨오지 않은 날이면 비가 내려서 실내 자습으로 대체되었고, 숙제를 해오지 않은 날엔 숙제 검사를 하지 않았다.

내가 타는 버스엔 빈자리가 반드시 하나씩 남아있었다. 신호등을 기다린 적도 없다. 지하철 역시 그랬다.

친구들은 나에게 로또를 사보라며 부추겼다.

재미 삼아 두 세번 사본 로또는 모두 당첨이었지만, 아쉽게도 4등 또는 5등에 그쳤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인가.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 소소한 것들이 나에겐 하루의 큰 행복이었다.





-

[방탄소년단/박지민] 행운을 사는 남자.01 | 인스티즈


내가 사는 아파트는 꽤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멀리서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금 가까워진 아파트 현관 앞에 무언가 있었다.

고양이인가, 싶던 그것은 가까이 다가갈 수록 사람 만큼이나 커 보였다.

아니, 사람이 맞았다. 무릎을 껴안고 잔뜩 웅크려 있는 사람.



비에 축축히 젖은 남자였다. 비에 젖어 달라붙은 옷이 그의 마른 몸을 투명하게 드러냈다.

그의 머리와 옷에선 빗물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진작 그쳐버린 비가 그의 머리 위에서만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면 그만일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앞에 선 나는 남자의 동그란 머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선한 밤 공기는 나에겐 좋았지만, 비에 젖은 남자에게는 힘겨워 보였다.


좋게 말하자면 마음이 넓은, 나쁘게 말하자면 오지랖이 심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왜 이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가 없는 지. 자꾸만 작은 그의 등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눈치챘는지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향한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후, 불면 사라져버릴 불씨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상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들리는 것만 같았다.


도와주세요.


위태로워 보이는 그가 왜 꼭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었다.



내 손으로 눈길을 옮긴 그가 무릎을 안고있던 팔을 풀어 나에게 내밀었다.
따뜻한 내 손과 차가운 그의 손이 맞닿았다.



그 순간


맑았던 하늘에 별안간 천둥이 치더니,



쏴아아-



거센 비가 내렸다.



그 날 이후로, 처음 맞아보는 비였다.




그는 소나기처럼 나에게 왔다.




-




영화 '행운을 돌려줘'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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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다음편이 나무 궁금해요ㅠㅠㅠㅠ영화는 안 봤지만 기대가 되네요 ㅎㅎ신알신하고 가요 작가님♡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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