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BGM을 꼭 들어주세요, 끝이 나면 다시 틀어 들어주세요ㅠㅠ 탁드립니다.
복숭아 시즌 2
W. Bohemain Heal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 방울들
10: 그 애 (권순영 번외)
***
"그래서 이렇게 가겠다구요? 애는요, 순영이는!!"
야 나 그거 먹을래. 그래, 여기. 아니다, 둘 다 먹을래. 그래, 먹어.
딸기맛도 주고 복숭아맛도 주었다. 넌 안 먹어? 네가 두 개 다 먹는다며.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너무도 귀에 잘 박혔다. 문을 꽁꽁 닫아 놓아도 나를 놓고 가겠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선명했다. 적어도 우리집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열 살배기여도 눈치밥을 먹을 줄 알고 그래서 더 작아지기도 했다. 말을 잘들으면 돼지 않을까, 사고를 치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까. 그러나 엄마도 아빠도 그냥 나는 두고 떠나고 싶은 아무것도 아닌 거였다. 한 개 더 주면 안돼? 내가 수학문제 풀어줄게, 너 수학 30점이잖아. 그건 니가 똑똑한 거야. ㅇㅇ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도 모를 걸 그랬다.
"시설에 보낼 거에요. 나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 ㅇㅇ엄마"
엄마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이모를 붙잡아 울었다. 너 뭐해? 나도 모르게 문에 귀를 대고 있었나보다. 이거 접어줘, 알겠어. 엄마의 시작은 대체 무엇일까. 사실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모의 한숨이 들렸고, 아저씨는 아빠에게 화를 냈다.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 같았다. 오늘따라 꼭 잠가준 단정한 옷차림새가 갑갑했다. 다 접었어? 응. 또 접어줘! 그래. ㅇㅇ에게 두번째 비행기를 접어주었다, 이건 너 해. 가지고 놀다 찌그러진 비행기를 손에 쥐어 주었다. 근데 너 좀 웃으면 안돼? 내가 웃겨 줄까? ㅇㅇ는 내 볼을 마구 잡아 올렸다.
"순영이한테 미안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이건 아니야"
"이미 도장 찍은 일이야. 나는 이게 최선인 거 같아"
최선? 최선이 뭐지. 잘 모르겠다, 엄마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이모가 엄마를 따라 나갔다. 아빠는 안방으로 아저씨와 들어간 거 같았다. 비가 온다, 야 비온다 비! 창문에 볼을 철썩 붙인 네가 내 목부근을 잡고 끌어 당겼다. 저기 이모있다, 이모 가는데? 엄마가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이모가 뒤따랐지만 택시는 골목을 멀리멀리 빠져나갔다. 엄마는 가버린 걸까, ㅇㅇ가 넌 왜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엄마도 아빠도 나를 데리고 떠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 날은 비가 아주 많이 왔고 나는 그 방 안에서 울었다. 하루 아침에 엄마가 떠났다, 야 왜 울어. 미안해, 너 이거 먹어, 야 권순영. 그 애가 엉엉 우는 나에게 사탕을 까 넣었다. 이거 먹고 그만 울어, 억지로 소매를 끌어 눈물을 벅벅 닦아주었다. 나는 서러워 울었다, 입 안에서 복숭아향이 퍼져 나갔다.
***
"얘 아픈데요"
너는 자주 아팠다. 시험기간에는 감기를 달고 다녔다, 그래서 나는 항상 휴지를 달고 다녔다. 수시가 끝이 나고 너는 더 아팠다, 그제는 너를 업고 병원에 다녀왔다. 교복도 덥다며 조끼를 던져 그것도 줍고 골목을 걸었다. 가방 두 개는 더이상 무겁지가 않았다. 기운이 없어 자꾸 흘러내리는 너를 들쳐 업는 게 조금 무거웠다. 너를 내려 주었을 땐 등이 축축했다, 달라 붙은 셔츠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책상에 나열된 감기약이 쌓여 있었다. 내가 왜 이걸, 짜증이 났다. 숨기고 있는 비밀의 무게가 불어날 수록 버거웠다, 진짜 미쳤나. 억지로 눈에 팔을 들어 눌렀다. 야속한 잠은 끝내 오질 않았다.
*
"권순영, 너도 마실래?"
"난 싫어"
졸업여행이라는 타이틀에 다들 들떠 숙소의 분의기가 시끌벅적했다. 첫 날부터 술은 무슨 술, 바깥 바람을 쐐고 오니 얌전히 누워 잠이나 자고 싶었다. 이래서 숙소가 싫다고, 옆 방은 이미 만취였다. 잠 안 오냐? 최승철이 윗 침대에서 물어왔다. 오겠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꺼진 방 안에서 이어폰을 찾아 부스럭 거렸다. 여깄다, 줄이 쓸데없이 꼬인 이어폰이 잡히고 음악을 키려는데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하 진짜 미치겠네,
"니 가방에 과자 있지"
"있지"
"두 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