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시즌 2
by 너블리
teaser ver2 (시즌 1과 이어지는 버전)
이따금씩 문 밖으로 들리는 위급한 소리와 대조적이게 병실은 매우 조용하였다. 침대 근처에 자리잡은 가습기만이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여주가 병원에 누워있는 것도 어느새 5번의 계절이 흐르고 있었다. 많은 것이 바뀌던 긴 시간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이곳 뿐이었다.
“나 갑자기 사건이 터져서 점심에 못 갈것 같은데, 대신 좀 가주라 부탁할게”
반장님의 부름에 서둘러 전화를 끊으면서도 아쉬운지 민현은 폰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벌써 일때문에 여주를 보지 못한지도 일주일이 넘었다는 사실을 손으로 세던 민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직에서 꼭 빠지리라.
“성운아 너는 며칠이나 됐냐? 너 요새 계속 바빴으니까 한 이주 됐으려나?”
“나 어제도 보고 왔는데, 여주.”
민현아 세상은 그렇게 정직하고 재미없게 살면 안되는 거야. 이게 다 사회생활이라는 거지. 민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반장님 같이 갑시다하며 앞으로 뛰어나가는 성운의 뒷모습을 보며 민현은 오늘 당직은 기필코 떠넘기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가습기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어느새 병실안을 가득채웠다.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계속해서 병실을 뿌옇게 만들어나갔다. 음산한 분위기를 넘어서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 속에서 일순간 붉고 파란빛이 뒤섞여서 퍼지기 시작했다. 빛 속에 엉켜서 배드에 누워있던 여주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왼손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붉은 빛이 방출되기 시작했으며, 붉은빛의 강해질 수록 여주의 발작은 심각해져만 갔다.
나의 아가 깨어나거라
말은 따뜻했지만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않았다. 목소리가 여주의 귀를 타고 흐르는 순간 괴로운듯 목을 두손으로 잡던 여주의 눈이 거짓말처럼 번쩍떠졌다.
민현의 부탁에 귀찮을 법도 한데 다니엘은 오히려 휘파람을 부르며 집을 나섰다. 여주의 얼굴을 한번 더 본다는 생각에 다니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오늘은 여주에게 지난번에 우진이의 장난때문에 상처가 난 것을 보여주며 고자질을 할 생각이었다. 점점 유치해져가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거의 매일 가던 병원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구급배드에 실려서 들어오는 응급환자, 바쁘게 뛰어다니는 의자와 간호사, 옆에서 울부짖으며 꼭 살려달라고 말을 하는 보호자. 다를게 없는 풍경이었음에도 여주가 있는 병실로 향하는 동안 다니엘의 심장은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었다. 다니엘은 당장이라도 구역질이 나올 것같았으며, 손에는 계속해서 땀이 찼다.
한걸음에 달려온 병실이었는데 문 앞에 서니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니엘은 자신도 왜 이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제발 문을 열지말라는 경고음이 계속해서 다급하게 울렸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병실안을 가득 매우고 있던 연기가 빠져나왔다. 난데없는 연기에 다니엘은 당황하여서 문을 밀어젖혔다. 병실안을 가득 채운 희뿌연 연기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공간에 느낌대로 발걸음을 옮긴 다니엘은 침대 앞에 정확히 섰다.
점점 연해지는 연기에 다니엘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주인이 없는 침대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주에 다니엘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은 것도 잠시 다급하게 비상벨을 눌렀다. 어리둥절한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여 다니엘은 넋이 빠졌다.
“제발...여주야...”
그렇게 여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식탁에서 교복을 입고 있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여주가 병실에 누워있기를 약 15개월, 그리고 실종된 지 일년...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다.
“형이 해준 계란찜 여주 누나가 엄청 좋아했었는데....”
“여주 누나랑 같이 아침 먹은 건 손에 꼽을만한데 왜 아침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걸까요...”
애써 밝게 웃으면 밥을 먹던 대휘와 관린은 결국 수저를 내려놓았다. 목구멍이 막힌듯 음식이 더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평소에 여주가 좋아하던 계란찜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다.
여주만 깨어나면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실종이라서 그들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했다.
왜 사라졌는지, 연락 한번 안하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을테니 제발 멀쩡히 살아만 있어달라는 게 이들 모두의 심정이었다.
낄낄낄낄 나를 죽이면 그 애는 여원히 못 찾을 걸?
너네가 그토록 찾아다니는 그 여자애 말이야! 키키 이름이 여주라고 했던가.
당장이라도 잭나이프를 날릴 태세를 갖추고 있는 성운을 보며 악귀는 여유롭게 웃었다. 신경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웃음소리에 잭나이프를 든 손에 힘을 주고 있던 성우의 손에 힘이 풀렸다. 바닥으로 잭나이프가 떨어지는 소음을 들으며 악귀는 더 진한 웃음을 피워냈다.
낄낄 그 애가 소중하긴 한가봐? 근데 어째 걔는 너네 다 잊고 잘 사는 것 같던데
“개소리 하지마.”
낋낅낅릭 그것도 알아? 걔가 저쪽 산에서 악귀를 먹으면서 산ㄷ..
바닥에 떨어진 잭나이프를 집어든 성우는 눈 깜짝할 새에 악귀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다시 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성우에 악귀는 긴장을 토해냈다.
“개소리도 정도껏해야 내가 자비란 걸 베풀지 안그래?”
매력적인 웃음을 보인 성우는 망설임없이 잭나이프를 악귀의 미간이 박아넣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사라지는 악귀에도 성우는 계속해서 잭나이프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악의 무리의 중심에 있던 악귀가 사라졌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크게없었다. 사람의 악의적인 마음은 계속해서 악귀를 키워냈으며, 지옥에서 살아야할 악귀는 계속해서 지상을 해집고 다녔다.
악귀와 사람이 뒤섞인, 악인과 악귀가 뒤섞인 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강원 다린마을에서 실종된 사람이 세명, 살해당한 사람이 5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2명이래. 이게 단 두달만에 일어난 일이래. 이상하지? 이번건은 꽤 규모가 커보이니까 다니엘이랑 우진이도 예외없어.”
“형!”
“싫어요.”
“어쩔 수 없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그마치 10명야, 자그마치 열 명이라고. 성우는 너네 일 안한 후부터 무리하게 혼자 일 수행하고 있고, 지훈이랑 관린이 대휘는 인력 보강한다고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다쳐서 지금은 입원 중이야. 그런데도 안가겠다고?”
“그럼 누가 갈까? 퇴마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내가 가서 같이 희생될까? 아니면 재환이나 진영이 보내서 나 잡아먹어주세요하고 보낼까? 어?! 아니면 민현이나 성운이 보내?!”
“...”
“...”
“너네 충분히 힘든거 알고 이해하는데, 그래도 이제는 좀 털어버릴 때도 됐잖아. 이렇게 가다가는 다른 애들도 여주처럼..”
“형 알겠으니까, 갈테니까 여주 얘기꺼내지마요.”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다니엘의 모습을 눈으로 쫓던 지성의 표정에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여주를 또 다시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휩싸여서 우진이에 이어서 다니엘까지 퇴마를 못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아직은 무리인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빨리 애들이 다시 일어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성은 일부러 엄하게 나갔다.
“형 거기서 여주 얘기 꺼낸건 진짜 너무했어요.”
어느새 치분해져서는 지성을 향해서 원망의 말을 내뱉고는 나가는 우진이를 보던 지성은 지끈해지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여주야 언제 돌아올래.."
“실종이 3, 살해당한 피해자가 5, 자살이 2이라... 그것도 단 두달만에? 강원 다린마을이라..”
인터넷을 검색하던 여주의 표정이 굳어져나갔다. 희생당한 사람을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뜬 여주는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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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즌 1과 이어지는 버전입니다. 아무래도 독자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이 버전도 필요할 것 같아서 급하게 들고 왔습니다(그래서 분량은 좀 짧아요...)
ㅠㅜㅜ저를 잊지 않아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