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시즌 2
by 너블리
03. 어둠으로 가득차면
여자가 숨을 거두고 나서 거실을 채우는 건 악취와 여자의 어머니뿐이었다. 여자가 바닥에 쓰러지고 숨을 거두는 순간부터 부패할때까지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멎지 않았다. 안타까움과 공포, 혼돈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아무도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여자가 자살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 충격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은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것과 같은 말을 하는 여자의 마지막에는 분명 공포감이 서려있었다. 그렇다면 다음차례는 정말 나라는 것인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울림에 입안이 자꾸만 말려왔다. 귀신을 잡으러 다니면서 위험한 일들을 겪을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더러 위험한 순간들을 넘겼음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늘 존재했다.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한 것들로부터의 죽음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여주야 정신차려, 괜찮아, 괜찮아.”
남자의 말에, 아니 다니엘씨의 말에 한쪽 형광등이 나간 거실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극심하게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놀란 눈빛을 하고 있는 다니엘씨가 보였다. 아, 나 또 잠시 정신을 놨구나...
괜찮다는 다니엘씨의 말에 조금씩 호흡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며,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 다니엘씨가 내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당황하게 급하게 손을 빼려고 했는데, 오히려 손이 더 꽉 잡혀버리고 말았다. 아, 저 손 좀... 남자를 향해서 말을 했지만, 여전히 내 손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그저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저...다니엘씨..저 손 좀.”
“또 다니엘씨라하네, 처음처럼”
‘다시 또 퇴마라도 해야지 오빠라고 불러주나.’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리는 다니엘씨의 말을 듣지 못했다. 내 손을 꼭 붙잡고 있던 남자의 손을 찰싹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린 우진씨가 날 돌려세웠다. ‘저...괜찮아요.’ 불안하게 흔들리던 남자의 눈이 내 말에 일순간 멈추었다.
내가 이들과 정말 친밀하게 지냈던 사이가 맞는 모양인지 다니엘씨, 우진씨, 그리고 죽은 여자의 시신을 가리고 있는 성우씨의 모습에는 나를 향한 걱정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들이 누구인지 나와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다시 눈을 뜬 후로 처음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저 그러니까 저는 혼자가는게 더 편,,,,”
나와 누가 함께 움직일 것인지를 두고 분주하게 토론을 하고 있는 이들을 지켜보다가, 아무도 나와 같이 가는 것을 원치않아하는 것 같아서 혼자 가겠다고 하니, 시끌벅적하게 얘기를 나누던 세 명의 입이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아직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고, 나를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과 같이 있는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한 말이었는데 혼자가겠다는 말에 그렇게 열띠던 토론이 끝나니 모순적이게도 조금 서운했다.
“아 진짜 김여주 미쳤냐, 혼자가긴 뭘 혼자가”
“아니 괜히 민폐만 끼치는 것 같고, 우진씨도..”
“아 제발 좀!! 우진씨라고 하지말라고 나 완전 소름돋았어”
우진씨라는 말에 자신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며 소매를 걷어서 보여주던 우진씨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럼 우진씨를 우진씨라고 부르지,,,뭐라고 부르라고....이름을 부르지 말라는 건가.
“그럼...저기요...?”
손을 들어서 이마를 턱하고 짚은 우진씨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너랑 나랑 동갑이고, 우리 둘이 엄청나게, 진짜 겁나 친한 사이었음을 강조하며 반말을 쓰라고 하는 우진씨에 당황하고 있으면 다행히 성우씨가 저지하여주었다.
악 소리를 내며 무릎을 문지르는 우진씨를 무신경하게 바라보며, 귀찮게 좀 하지마. 너 때문에 또 도망가면 어쩔건데. 묘하게 뼈가 있는 성우씨의 말에 우진씨는 말로 할 것이지, 틈만 나면 폭력이야, 이거 형들한테 얘기하면 형 감빵가 진짜. 라며 툴툴거리면서도 더는 나를 더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니엘씨는 진짜 아닌데, 씨라니....남도 아니고... 소심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지만 애써 못들은 척을 하였다. 겨우 벗어났는데 또 다시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례하겠습니다. 대문을 열며 의미없는 인사를 하며 마당 안으로 발걸음을 들리자마자 발을 감싸는 기분 나쁜 기운에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산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음기에 절로 긴장이 되었다. 다시금 그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다음은 너야...
집을 비운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인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안의 모습은 양호하였다. 바닥에 깔려진 이불 위로 주전자와 컵이 하나 놓여 있는 것만 빼면 매우 깨끗하였다. 다만, 창문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있음에도 벽지는 곰팡이로 검은색을 띠었다. 특히 이불이 깔려 있는 곳과 가까운 벽은 사람형상을 하듯이 곰팡이가 깊고 진하게 나있었다. 아직도 곰팡이가 더 쓸고 있는 벽 부분에 손을 갖다 대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팀을 가위보를 해서 이긴사람이 정하자며 세 명은 진지한 얼굴을 하였다. 깔끔하게 한판으로 끝내야한다면서, 졌다고 두말하면 사람도 아니라고 말을 하던 셋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진지하게 외쳤다. 가위, 바위, 보. 그리고 운명은 한 순간에 결정되었다.
“여기도 기분 나쁘네, 이제 다른 집으로 가보자.”
창고에 먼지가 많이 싸여있던 모양인지 어깨를 털며 방으로 들어오는 우진씨에 벽에서 손을 떼었다.
대충 주변을 다 훑어보고, 이제 마지막으로 집들과 많이 떨어져있는 한 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아침부터 음기가 가득한 마을을 이곳저곳 돌아다녔더니 피고가 쌓여 몸이 찌뿌둥하였다. 하늘을 찌를 듯이 기지개를 펴는 우진씨를 보며 발목을 살살 돌렸다.
크크크크 그래 이제 곧 보자구나.
해가 지면 말이야.
내 마지막 먹이여.
갑자기 내게 말을 걸고 있던 우진씨가 사라지고 주변이 검정으로 변하더니 그 목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어디서 말소리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체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리도 한 듯이 전신을 음성이 훑고 지나갔다.
“김여주 가자니까, 힘들면 여기서 기다릴..아니다 그건 위험하니까 조금만 더...그냥 저기는 형들한테 보고 오라고 할까?”
“아..아니 괜찮아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키보다 3배는 더 높이 자란 나무들을 지나고 한참을 걷다보니 다 쓰러져가는 지붕이 나타나며 녹이 슨 낡은 대문이 보였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이자 다른 세계에 온듯한 이질적인 느낌이 났다. 당장이라도 발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싶었으나 강한 이끌림에 몸은 앞으로 움직였다.
“김여주 완전 쫄았네.”
우진씨가 잡아주는 손에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잡지않은 손으로 이마에 난 땀을 살짝 닦아내며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갑판으로 덧대져 있는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한 자태를 하고 있었고, 나무로 만들어진 벽은 군데군데 그을린 흔적이 보였다. 때마침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집을 흉가처럼 보이게 하는 순간, 바람을 타고 비릿한 피냄새가 코를 훑고 지나갔다.
이렇게 강한 음기면 분명 여기에서 사건과 관련된 결정적인 증거를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긴장과 불안감에 우진씨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니 괜찮다고 말을 해주듯이 똑같이 쥔 손에 힘을 더해왔다.
우리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끼이익... 귀를 긁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어두운 방안을 가득 밝히는 수많은 눈들이었다.
손님이다 이번에는 제 발로 찾아왔어.
근데 둘이네, 그럼 하나는 우리가 먹어도 되는 거야?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웅성거리는 수많은 귀신들에 우진씨는 나를 보호하듯이 앞을 막아서 왔다.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달려들 듯한 눈빛을 보내는 귀신들은 신기하게도 가까이 다가오거나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거는 여기 하나네. 김여주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나 혼자 같다 올게.”
“아니, 저도 같이 들어가요.”
나무로 된 집 사이에서 유일하게 굳건 해보이는 철로 된 문 앞에 서니 강한 호기심과 함께 촉이 왔다. 분명 이곳에 우리가 찾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을 거라는 것이 말이다.
들어오라는 듯 잠기지도 않은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아주 쉽게 문이 철컥하고 열렸다. 긴장 된 발걸음으로 안으로 조금씩 발을 들일수록 바람을 타고 흘러나오던 피냄새가 다시금 났다. 완전히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열려있던 문이 닫히며 잠기는 소리가 났다. 방 안이 완전히 암흑으로 잠기는 순간 연하게 나던 피냄새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하며 동시에 강한 부패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공포감을 자극시키는 후각에 우진씨와 맞잡은 손에 다시금 힘을 주었다.
아직 해가 솟아있었음에도 어듬이 깔린 듯 방은 암흑이었다.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보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배터리가 가득했던 폰이 꺼져서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우진씨의 폰도 마찬가지인지 작게 욕설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대단한 귀신의 장난에 단단히 걸려든것같다.
살려줘 구해줘 제발
여기서 나가고 싶어 도와줘 죽기 싫어
죽일거야 나는 아직 죽기싫어
두려움 속에서 악의가 담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순간 방안으로 엷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어온 빛에 눈이 적응을 한 뒤 방안의 모습이 눈에 담기는 순간 터져나오는 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았다.
갈비뼈가 훤히 들어나 있는 채로 꿈틀거리는 시체, 뼈조차 검은색으로 변한채 바닥에 아무렇지않게 버려져 있는 시체, 도려내져 있는 시체의 주변으로 몰려든 쥐들... 방 한쪽에 쌓인 시체탑과 끔찍한 시체의 형태에 결국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옆에서 등을 쓰다듬어 주는 우진씨 역시 속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크흐흐흐 예상보다 일찍 왔구나, 아직 밤은 긴데 말이지.
“뭐냐 저건”
그것의 목소리에 우진씨가 대답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는 나만 저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닌 듯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리지 않는 것 또한 이번에는 진짜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것의 짧은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널브러져있던 시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목이 돌아가고 다리가 뒤틀어지고,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채로 일어 선 시체들이 입을 쩌억 벌린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를 향해서.
악귀의 혼이 불어넣어진 움직이는 시체와 우리의 싸움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력도 신력과 통하지 않는 시체를 이길 방법은 우리에게는 없었다. 우진씨가 엄청난 기를 내뿜으며 시체들을 향해서 총을 쏘아댔다. 정확히 시체를 관통하는 총알에 시체들은 검은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며 자리에서 쓰러졌지만 금세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제거를 하여도 제거가 되지 않았다.
거센 힘을 자랑하는 시체들에 몸에 하나둘씩 생체기가 나기 시작했다. 시체들과 스칠 때마다 피부에는 진한 상처를 나며 피가 맺혔다, 생채기 위로 작게 맺히는 피에 시체들은 더 격렬하게 달려들었다. 앞에 서서 지치지도 않고 달려드는 시체들을 상대해나가는 우진씨가 지쳐가는 게 보임에도 도움이 되지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처음부터 혼자가 갔어야했다.
많은 땀을 쏟아내는 우진씨의 모습에 나도 뭐라도 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을 번번히 막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속해서하는 건데...아씨..’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서 나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제 뒤로 붙이는 우진씨의 모습은 금방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제 뒤로 오세요.”
“아직은 괜찮거든”
“괜찮기는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원래 그렇게 말을 안들어요? 제가 그쪽보다 못할지는 몰라도 저도 퇴마사거든요.”
“...”
소리를 치는 내 모습에 놀라있는 틈을 타서 우진씨의 앞으로 나왔다. 당장 다시 앞으로 나오려고 하는 우진씨에 몸에 힘을 주고 버티며 또 다시 바닥에서 일어나는 시체들에 발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많은 수의 귀신 아닌 귀신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지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할 수 있어야한다.
조금 전 뾰족한 뼈에 찔려서 피가 가장 많이 난 팔뚝의 상처를 손에 힘을 줘서 벌린 다음 반대 손가락에 흘러나오는 피를 가득 묻혔다. 그리고 허공에 대고 마법진 모양과 같은 문양을 그렸다.
문양을 그리던 손을 떼자, 문양이 붉게 빛나더니 시체들의 발밑으로 안착하였다. 그리고 문양이 커지더니 그들의 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발이 묶여서 옴짝달짝 못하던 시체들은 이내 몸을 감싸는 붉은 빛에 바닥으로 쓰러졌고, 문양은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김여주,,,와 너 대박...”
다시 일어나지 않는 시체들을 보며 우진씨가 내뱉는 감탄사가 들려왔으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너무 많은 기를 쓴 모양인지 온몸에 힘이 풀려버렸다. 힘없이 기울어지는 몸을 우진씨가 받아줬는지 고통대신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자꾸만 풀리는 힘에 사과를 하며 우진씨의 몸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크흐흐흐 이제 드디어 시간이 되었군, 이거 먹이감이 생각보다 더 대단해.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검정색의 로브를 뒤짚어 쓴 그것이 시체들 위로 정체를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달이 엷게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공간을 울리는 웃음소리가 몸을 옭아매는 듯 했다. 모자를 천천히 내리자 드러나는 텅 빈 눈과 마주하는 순간 기침과 함께 핏덩이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쟤는 또 뭐야. 아까 그 미친 목소리 아냐.”
형들은 안 오고 뭐하는 거야 진짜, 이정도 음기면 당장 여기로 달려오고도 남았겠구만, 하여튼 간에 도움이 안돼요, 진짜. 이러한 상황에서 조차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우진씨에 피가 나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손을 들어서 입을 틀어막았다. 여기서 더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게 원하는 건 나니까, 상황을 봐서 우진씨가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내가 지금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이미 기력을 많이 소진한 우진씨는 처음과 같은 총알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힘없이 날아가던 총알은 그것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못한 채로 소멸되었다. 간지럽지도 않다는 입을 한 그것은 손을 들어서 우진씨를 향해서 검은색의 공을 쏘았다.
더 많은 양의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손으로 틀어막아도 방대하게 흘러나오는 피는 손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외침과 함께 몸을 흔드는 우진씨의 힘이 느껴졌음에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창문을 깨서라도 나가라고, 혼자 빨리 나가라고 말을 해야하는데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이거 참 재밌네
몸에 있던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피할 수 없는 얼굴에 계속 시선을 마주했다. 우진씨가 손으로 내 눈을 가려줬지만 기와 함께 피가 계속 튀어나왔다. 점점 주변의 소리가 희미해져가져가며 그것의 웃음소리만이 귀를 때릴 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창문이 깨지며 달빛이 방으로 새어 들어왔다.
“무식한 새끼, 힘 조절 못하냐”
“들어왔으면 됐지”
“참 늦게도 오십니다. 누가 보면 주인공인줄”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니엘씨와 성우씨였다. 두 사람의 등장에 우진씨는 일찍도 온다며 타박을 하였지만, 안심이 되었는지 말투에 웃음이 배여있었다. 나 또한 둘을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웃기게도 안심이 되었다.
그거하나 뚫었다고 지금 잡담을 나눌 때가 아닐텐데
“뚫기는 뭘 뚫어, 뭐 그냥 들어오라고 열어준 거 아니었나.”
피를 흘리는 나를 보며 급격히 안색이 안 좋아진 다니엘씨와 성우씨는 투덜거리는 우진씨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았다. 그러더니 눈빛을 바꾸며 뒤에 서있는 그것을 마주했다. 확연히 느껴지는 강한 기를 가진 둘의 모습에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박우진 너 지금 겨우 저 새끼한테 쩔절매고 있었냐”
“역시 너랑 여주 보내는 게 아니었어”
“참나,, 그러는 성우 형ㅇ...다니엘형이 그럴말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 형은 요즘 나보다 못한 거 아니에요?”
끔찍하고 더러운 기운을 내뿜는 그것의 앞에서도 아무렇지않게 대화를 나누는 셋의 모습에 음기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날아드는 검은색의 연기는 부드럽게 몸을 지나가는 것과 달리 날카로웠다. 능숙하게 잭나이프를 날리며 몸을 지켜내는 성우와 달리, 다니엘은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서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나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시간에 대한 차이가 확연히 들어났다. 숨었는가 달렸는가가.
여주의 위를 막아내는 탓에 상처가 깊어지는 우진이의 입에서도 여주와 같은 피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그것은 둘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을 피하며 여주의 목숨만을 거두어 가기로 계획을 틀었다. 분하긴 하지만 여주의 강한 힘을 얻고 난 뒤에는 두 사람쯤이야 없애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여주를 향해서 연기를 보내는 것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손모양을 만들며 다가오는 커다란 연기에 여주는 목을 두 손으로 감싸며 숨 가빠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숨을 멈출 듯이 미약하게 호흡을 내뱉는 모습에 우진이는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성우형처럼 퇴마를 게을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퇴마를 했어야 하는 건데. 우진은 자책을 하며 여주의 목을 감싸는 연기를 풀기 위해서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편하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명을 재촉하는 구나“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전혀 다른 기운을 뿜으며 반짝이는 잭나이프를 만들어낸 성우는 그것을 향해서 정확하고도 날카롭게 날아갔다.
끼이이이이이익
잭나이프에 맞은 부위에서 흰 색의 연기가 나오자 그것은 괴롭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집에 가고 싶어요”
“돌아가고 싶어요”
그것의 몸에 잭나이프가 하나 둘씩 박힐 때마다 연기는 더욱 커지는 반면에 그것의 몸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불쌍하게 희생당한 영혼들의 절규소리가 떠올랐다.
“불쌍한 영혼들을 집어 삼켰으니, 결코 편해질수는 없으리”
여주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낯선 소리가 신호라도 되듯이 그것의 몸에서 투명색의 깨끗한 영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체와 영혼이 묶여서 그것의 몸에서는 나왔지만 자유로워지지 못한 영혼들의 절규가 거세질수록 그것의 괴로움도 커져갔다.
“지옥에서는 영원히 고통스럽길”
성우는 평소와 쓰던 것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잭나이프를 그것의 심장을 향해서 날렸다.
네 사람이 문에서 나오자 집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이 곳에서 있었던 끔찍했던 일을 감추기라고 하듯이 말이다.
나무로 된 집에는 금세 불이 붙기 시작했다. 불쌍한 영원들이 하늘로 올라가듯이 높게 불이 치솟았다. 성우에게 기댄 채로 여주는 활활 타는 불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파리한 안색이 되었음에도 집이 다 타고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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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사건이 끝났네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하나 하다가 급하게 마무리...ㅋㅋㅋㅋㅋ
독자님들 시즌 1의 첫사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나요? 이번 사건에 여주의 비밀?을 슬쩍씩 흘렸는데 눈치를 채셨습니까아
퇴마능력 짱이 된 성우와 쩌리?가 된 다니엘과 우진이.....ㅋㅋㅋㅋ 다음화에는 다른 멤들 등장시키고 싶어서 조금 급하게 마무리했네요 그럼 다음화에서 또 봐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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