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딱히 어렵거나 힘든 순간은 없었다. 우리집은,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는 꽤나 강력한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회장직을 잇고있기에 나는 태어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이나 소유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적이 없다. 진저리나고 취향에도 안맞는 후계자수업이라던가 경영권수업은 다행이도 우리집 장남인 형이 도맡고 있고 어릴적부터 집안의 골칫거리인 이리튀고 저리튀는 탱탱볼마냥 자유로운 영혼인 우지호는 집안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 몰매를 맞으며 음악할거야! 반항했다. 어른들은 동동 발을 굴렀지만 우려와 달리 멋지게 성공했다. 저작권료 짭잘하게 들어오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중인, 게다가 집안까지 빵빵한 우지호가 손에 넣지 못할 어떤것은 없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사람이라도, 사랑이라도.
[지권] 내 슈퍼카가 고장나는 이유
02
"아, 바퀴가 펑크나셨다구요? 정말이네?"
어벙벙하게 정비공을 쳐다만 보고있는데 저기, 손님. 도대체 이 돋는 슈퍼카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하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어…타이어가 빵ㄲ…아니 펑크가 나서요 크흠. 겨우 시선을 떼어내며 괜시리 헛기침을 하자 앞바퀴 앞에 쭈그려앉더니 고개를 갸웃(헐 존내귀엽다)거리며 아아~ 입을 헤 벌린다. 진짜 확 내려앉았네요. 아이, 어쩌다가 이런 좋은 차에. 진심으로 걱정하며 목장갑을 낀 손으로 타이어를 이리저리 매만져 보더니 안쪽에 박혀있는 뭔가를 툭툭 두리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엄청 큰 못이 박혔어요. 못이요? 네. 한 4cm는 되겠어요. 하기사 내 슈퍼 타이어가 작은 자극에 펑크날 재질이 아니긴 하지.
"그럼 차 올려서 갈아드릴게요. 여분 타이어는 있죠?"
"트렁크 밑에 있을거에요."
"펑크난 바퀴는 어떻게, 땜빵 해드릴까요?"
예 뭐…, 속에서는 이 타이어는 이런 허접한 카센타에서 땜빵할만한 그런 타이어가 아니야!! 라며 지랄하는 덕후 우지호가 과한 존재감을 표출했지만 이성 우지호는 제법 잘 참아내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삼십분이면 돼요. 저기 앉아계세요. 해사하게 웃어보인 정비공이 마당에 한적하게 놓인 밴치를 가리켰고 지호는 마다했다. 아뇨, 그냥 옆에서 보죠 뭐. 그러면서 슬쩍 제 차 주위를 맴도는 지호의 행동에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 정비공은 아…잠시만요! 하며 안쪽의 사무실로 뛰어들어간다. 뭘 찾는건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는데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 다시 쪼르르 달려나오는데 어느새 목장갑을 벗은 맨손엔 막 냉장고에서 꺼냈는지 표면에 자잘한 물방울이 맺힌 음료가 하나 들려있다. 여기, 이거….
"기다리는동안 드세요. 시원할거에요."
"감사합니다."
내민 음료는 악마의 유혹…. 늑대의 유혹…. 악마의 유혹. 뭐야 얘넨 뭘이렇게 유혹해대 너지금 나 유혹하니?? 표면에 달린 스트로우는 투둑 뜯어낸 지호가 평소엔 제 입과는 전혀 네버 맞지않다고 입도 대지않았던 싸구려 커피에 빨대를 꽂고 쪼옥, 그걸 빨아들였다. 헐. 세상사람들. 여길보세요. 매일아침 갓 내린 순수 100% 원두커피와 순도 100% 아메리카노만을 취급하던 까도남 우지호가 글쎄 편의점에서 2000원이면 거저먹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구요오! 꺄악! 조마조마 새콤시큼한 작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정비공의 환한 미소에 시선이고 마음이고 뭐고 싸그리 빼앗긴 우지호는 그저 커피를 쪼옥쪼옥 빨아마실뿐이다. …유혹에 넘어갔구나. 흡.
맛있게 악마의 유혹을 드링킹하는 우지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 정비공은 다시 장갑을 낀 손으로(그새 슈퍼카에 떼라도 묻을까 새 목장갑을 끼고 왔다.) 트렁크를 열어 밑바닥에 깔려있던 타이어를 꺼내고 정비라인안에 들어선 3억 5천짜리 슈퍼카가 행여나 다칠세라 아주 조심스레 레버를 내렸다. 지잉. 철컥. 하는소리와 함께 블링블링 슈퍼카가 허공에서 약 1m 공중부양한다. 하아. 이 순간은 인간 김유권 일생일대에 한 획을 그을만한 순간이다. 내가, 이 김유권이 무려 2012 페라리 캘리포니아의 펑크난 앞바퀴를 갈다니!!! 흐읍. 또다시 감동이 밀려오는지 잠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그가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유권. 정신차리자. 이거 잘못하면 넌 그냥 혀깨물고 죽는거야. 세계대전 뺨치는 긴장감과 함께 자체 브금이 귓가에 흘러들었다. 두둥. 두둥. 두둥두둥.
사이즈에 알맞는 스패너를 골라 타이어를 조이고 있던 나사들을 하나하나 풀러내는 유권의 손놀림이 무척이나 섬세하다. 우지호는 그저 그 돋는 뒷모습을 멍청하게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멜빵바지에 가려진 엉덩이가 참…헐시발. 나방금 엉덩이랬냐. 미쳤네. 미쳤네 우지호. 고개를 푸드득 저은 지호가 다시 악마의 유혹을 쪽 하고 빨아들인다. 아 차가워. 머리가 울린다. 아까 그냥 그 미친년이랑 한번 박아줄걸 그랬나 왜 뜬금없이 욕정이 터지지. 미치겠네. 지금 내 목울대로 넘어가는게 싸구려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인지 흥건한 침덩어린지 모르겠다. 근데 프렌치 카페 하니까…프렌치 키스생각난다. 헐. 미치겠다 우지호 머리박아!!!!!!
우지호가 제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병슨같은 망상에 빠져있는지 손톱만큼도 알 리가 없는 김유권은 여전히 타이어 교체에 몰두해있다. 카센터에서 일한지 어연 2년. 그동안 내 갈아댄 타이어가 몇개인가. 장인정신 되새기던 김유권이 마침내 멋지게 펑크난 타이어를 분리하고 새 타이어를 그 자리에 끼워 넣었다. 끼릭 끼릭. 희고 반듯한 관자놀이를 가르고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숨막히는 순간이 흘렀다. 후…. 헐렁한 나사가 없는지 몇번이고 조여보던 유권이 굽혔던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뿌듯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손등으로 베어나온 식은땀을 닦아내고 활짝 미소지으며 아직도 커피의 스트로우를 잘근잘근 씹고있는 차 주인에게로 몸을 돌린다 다됐어요! 움찔. 갑작스런 아이컨텍에 심장어택당한 우지호가 제 혀를 깨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쓰바…. 좋지못한 지호의 표정에 유권은 당황한다. 히익 뭐 문제있나요오…
"아뇨, 수고하셨어요. 얼마죠?"
"아직 타이어 안 떼웠는데…. 타이어까지 떼우면 만 오천원이지만 오늘은 제 생에 최고 영광스런 날이니까 땜빵은 무료로 해드릴게요! 만원만 주세요! 아, 대신 사장님한테 말씀하시면 안돼요…."
제가 아직 사장이 아니라….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손바닥을 내미는 유권의 다양한 표정에 풉 웃음을 터뜨린 지호가 품에서 돋는 구찌 지갑을 척 꺼내더니 반듯한 수표 사이로 겨우 한두장 걸쳐있는 만원짜리를 그 손에 쥐어주었다. 서비스가 좋네요. 뭘요. 이정도는 해 드려야죠. 받아든 만원을 멜빵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시 환하게 웃어보인 유권이 펑크난 타이어를 어깨에 매고 정비소 안쪽으로 사라졌다. 금방 떼워드릴게요!
쏙 들어가더니 금방 땜빵을 마치고 나온 유권은 뺨에 기름때를 하나 더 묻히고 나타나는 바람에 지호의 끈덕진 시선을 받아 잡수셔야 했다. 닦아주고싶다. 그 집요한 시선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지 아님 진짜 모르는건지 타이어를 다시 트렁크 밑으로 넣어주며 기계를 내린다. 우우웅. 현란한 소리를 내며 슈퍼카님이 지상으로 강림하신다. 흡. 잘가라 페라리…이젠 너를 보내줄 시간이구나….
"저어…."
"저기…."
잠시 무언가를 망설이던 우지호와 김유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둘은 화들짝 놀라며 네, 말씀하세요! 이지랄. 지호의 고집에 먼저 입을 연건 유권이었다. 음, 그게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저 사진한장만…찍어도…될까요?"
"사진이요? 저랑요?"
"아뇨. 차랑요."
…지호야 숨어. 쥐구멍이 조기잉네. 아하하. 차요. 아하하. 네 그러세요. 괜히 큰 웃음소리로 민망함을 무마시킨 지호에게 휴대폰을 내민 유권이 그런다. 찍어주세요! 카메라기능을 실행시키자 쪼르르 차 옆으로 달려간 유권이 브이를 그리며 차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찰칵! 한장만 더요! 이번엔 볼에 검지손가락을 콕 찍고 입술을…내밀…. 찰칵! 감사합니다! 만족했는지 이쁘게 뛰어와서 휴대폰을 받아든다. 이히 사장님이랑 지훈이한테 자랑해야지! 신나서는 어깨를 들썩인다. 아, 그런데 아까 무슨 말씀 하시려고…. 그 모습에 반 넋이 나가있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온다. 아까요. 아까.
"아, 혹시 여기 카센터 정기검진도 해주나요."
정기검진. 야 망할 우지호야 정신차려 감히 내 슈퍼카를 이런 촌동네 카센터에서 정기검…진. 엄마. 현기증이야. 오덕 우지호가 발악했지만 본성 우지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유권도 의외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에? 정기검진이요?!
"네. 서비스도 그렇고 이것저것 맘에 들어서…."
그중 지분 99.8%를 차지하고있는게 너야 싯팔. 차마 그얘길 못꺼네고 눈으로만 웃는 우지호가 존나 능글맞아 보인다. 어버버거리던 유권은 아…. 당황하다가 곧 표정이 밝아졌다. 와! 그럼 페라리님을 정기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런가요?!
"그럼요! 해드리고 말구요! 저희 카센터 회원가입 하시면 한달에 한번 문자도 보내드려요, 또 혜택도 되게 많은데! 그…오늘같이 타이어 교체는 무료로 해드립니다!"
"가입할게요. 정기검진 서비스 등록해주세요."
지호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마치 강아지 귀가 달린듯한 유권이 빛의 속도로 사무실에 들어가 가입 종이와 볼텐을 챙겨들고 뛰어온다. 여기! 이거 작성해 주심 돼요. 내밀어진 종이에는 간단한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칸이 있다. 이름. 우지호. 휴대폰 번호. 01019920914. 신청서비스. 정기검진. 담당정비공. …담당정비공?
"담당정비공은 뭐라고 쓰면되죠?"
"아! 제 이름이요. 저 김유권이라고 해요."
…김유권. 접수완료. 종이와 펜을 내밀자 얼른 받아들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자 이제 미련없이 떠나라 우지호! 시크 종결자 차도남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입꼬리를 맵시있게 끌어올린 우지호가 셔츠에 걸쳐놓았던 선글라스를 쓰며 차위로 올라탔다. 막 시동을 거려는데. 아, 맞다.
"정기검진은 얼마마다 하는거죠?"
"한달에 한번입니다. 문자 보내드릴게요."
한달에. 한번? 헐. 그걸 언제기다려. 그말은 즉슨 여기 올 핑곗거리가 일년에 열두번밖에 안생긴다는거야? 한달에 열두번 떡을 쳐도 모자를판에? 휘청. 잠시 포커페이스를 잃은 지호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왜…. 유권이 걱정스럽게 물어오자 다시 아무렇지 않은척 선글라스를 고쳐쓰고 그렇군요. 짧게 대답한다. 그럼. 짧게 인사한 지호가 시동을 걸었고 곧 페라리는 부드럽게 유턴하여 카센터를 빠져나갔다. 기분좋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유권의 모습이 백미러속에서 작아지기 시작했다. 손을 흔들다가 쫙 편 손바닥을 입에 갖다대고 소리치는데, 우지호 고객님!!! 안녕히가세요!!! …헐. 하마터면 다시 유턴해서 존나 폭풍키스할 뻔한 욕구를 겨우 참아낸 우지호. 초인내적인 힘을 발휘하여 차문밖으로 손을 뻗어 가볍게 두 손가락을 척. …아씨발 돋아. 허세끼…. 유권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뭐가 좋은지 열심히 손을 흔든다. 조심히 가세요!!!
김유권이라 이거지. 이제 완전히 멀어진 카센터를 떠올리며 우지호의 입이 헤픈 호선을 그렸다. 세희야 존나 고맙다!!! 나중에 만나면 밥한번 사줄게!!! 머릿속에 오버랩되는 하얀 미소에 우지호의 얼굴에도 함박 웃음이 피어올랐다.
딱.딱.딱.딱. 잇세로 톡톡 부딫히는 손톱끝이 뭉그러졌다. 덜.덜.덜.덜. 부산하게 떨어대는 발 밑으로 깔린 러그가 구겨졌다. 시선이 불안하다. 마약 못끊는 중독자 마냥. 침대에 걸터앉아 막 샤워를 한 바람에 축축히 젖은 머리 아래 목덜미에 흰 수건을 걸쳐놓은 본격 상반신 탈의하신 우지호 고객님은 현재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네? 약이라도 먹냐고요? 아뇨. 그거 있잖아요 왜, 한번 손대면 못끊는거. 김유권이라고.
"아씨 미치겠네!!"
깜짝이야. 버럭 육성을 터뜨리며 젖은 금발머리를 마구 흐트린 우지호가 침대위로 털썩 드러누웠다.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빨간머리. 흰얼굴. 눈웃음. 눈꼬리. 입술. 혀…. 으익 진짜 왜이래 우지호!!! 흐윽. 뜻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부산하게 뒤짚어지는 머릿속때문에 침대를 뒹군 지호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하곤 다시 벌떡. 일어나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저 김유권이라고 해요.' …김유권. 천천히 굴려본 이름은 입안에 착착 감겨 입맛을 돌게한다. 아니 어디서 그런 보석이. 분명 같은거 달린 사내새낀데 좆나게 꼴린다. 뭐야진짜. 으아니 이렇게 꼴릴수가!! 아. 참고로 우지호는 바이다. 오는여자 안막고 가는 남자 안잡는. 반대로 오는남자도 안막고 가는여자도 안잡는다. 근데 김유권은 잡고싶어!! 막 이르케, 이르케 하고싶어!! 26년 인생 최대의 갈등이다 하….
그렇게 자아성찰보다 더욱 깊은 대혼란 카오스상태에 빠져 다시 거길가서 김유권을 낚아채 차에싣고 납치할까 으쯜까 고민아닌 고민을 하고있는데 별안간 띠룽, 하는 문자음이 들려왔다. 뭐지. 연락올사람 없는데. 2000만원 대출하세요 고갱님^0^ 뭐 이런거면 미들삥거 업을 해줄테야. 중얼거리며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니 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헐.
[우지호 고객님, 늑대의 유혹 카센터 김유권입니다^0^ 정기검진 서비스 신청 완료되었습니다!-01019920409]
꿈뻑. 꿈뻑꿈뻑. 지, 지금 이쁜이한테 문자온거야?! 그런거야?! 마치 음성지원 되는듯한 마성의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우지호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답장하지. 보통 이런문자에 답장하는 호구는 없지만 우지호는 지금 그런것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다. [고마워요.]…뭐가 고마워 호구야. delete×4. [언제 밥이라도 한ㅂ] 하…. 우죠진짜 답없다. 결국 이런 공적인 문자에는 답장따위 보내지않는 식크한 남자로 거듭나기로 결정했는지 휴대폰을 닫고 다시 침대에 폴싹 드러누운 우지호는 고뇌했다. 그때 바르작거리는 이불속에서 고통에 몸부림 치던 우지호의 머릿속을 스쳐나가는 기막힌 방법이 있었으니! 아! 우지호는 그 길로 벌떡 일어나 탈의한 상의에 따땃한 섬유하나 걸쳐줄 생각없이 작업실로 튀어갔다. 급하게 인터넷을 켜 초록색 창을 노려보며 자판기를 톡톡 두드리는 우지호. 탁탁탁탁. …슈퍼카 안전하게 고장내는 방법….
아이고 화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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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왔어. 외근을 나갔었던 늑대의 유혹 카센터 사장 이민혁과 막내 정비공 표지훈은 밤하늘이 짙게 물들고서야 잔뜩 피로에 젖어 돌아왔다. 오셨어요? 유권이 쪼르르 뛰어나와 민혁이 건네는 가방을 받아들었다. 어이구 삭신이야. 제법 멀리까지 출장 정비를 다녀온 둘은 축축 늘어지는 몸을 사무실 쇼파에 무너뜨렸다. 별일 없었지? 민혁이 넌지시 물어왔다. 그럼요! 유권이 당차게 대답하며 민혁에게 물 한컵을 내밀었다.
"아! 사장님 저 한건했어요! 아니지, 대박쳤어요!"
"뭐?"
짝! 손바닥을 맞부딫힌 유권이 싱글벙글 웃어보이며 제 휴대폰 속 앨범을 열어 민혁과 지훈에게 사진 두장을 보여주었다. 음핫핫. 이게…뭔데? 헐 사장님. 2012 페라리 캘리포니아잖아요!!!
"와, 이걸 봤다구요? 아니 이 비싼차가 왜 이런 카센터를…."
크흠. 표지훈이 민혁의 눈치를 살피며 부러운듯 유권의 휴대폰 액정을 쓸어내린다. 그러게, 그건나도 몰라. 집이 이 근천가. 갸우뚱 거리던 유권이 흐응 웃으며 아무렴 어때! 정기검진 회원가입도 하셨어요! 헐 진짜? 유권의 발언에 민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완전 VVIP로 모셔야 겠엉 헣. 지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서 유권이형 엄청 좋았겠네여. 응응! 나완전 신나가지고 사진도 찍은거잖아!
"…이정도 차 끌고다닐만한 사람이면 더 좋은데서 받으려고 할텐데. 뭣때문에 회원등록까지 한거야?"
"사장님은 진짜 제가 이 카센터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셔야 해요. 제 서비스 정신에 감동먹어서 그런거 아닙니까 다아ㅡ!"
김유권의 서비스정신. 김유권의 영업용미소. 파앗.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감지한 이민혁과 표지훈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딱드렸다. …설마. 그렇다면. 두사람은 동시에 아직도 휴대폰 사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싱글벙글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유권을 바라보았다. 저 웃음을 흘리고 셀쭉댔단말이지. 으드득. 강적의 출연을 예고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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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0^
관심감사합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