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찬스 (one more chance) - 널 생각해
체대 훈남의 정석
부제: 수영부 신입생과 육상부 에이스
운동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다.
그 덕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틈도 없이 체대에 오게 됐고 벌써 2학년이 되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여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나와 내 남자친구 또한 그렇다.
1. 수영부 신입생 강다니엘
다니엘과 나는 수영부이다.
니엘이는 수영부에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다.
사실 니엘이는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전국대회를 거의 휩쓸었다고 했다.
니엘이는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다른 애들과는 달랐다.
군기가 그렇게 빡세다고 유명한 학교였지만 얘 앞에서는 아니었다.
무장해제 웃음으로 선배들에게 아부를 해대는 모습을 봤을 때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니엘은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 때문에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니엘이가 왜 내 남자친구가 됐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왜 여기 이러고 있노”
“그냥”
“... 많이 힘드나”
“아니야... 기록이 안 나와서 그래.”
이런 모습 보이기 싫은데 자꾸만 힘이 빠진다.
중요한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부담감은 더 커져만 갔다.
“안 되겠네. 누나 내 따라 와봐.”
“응? 오후 훈련은 어쩌고.”
“오빠 믿재?”
참 나...
오빠는 개뿔.
나의 손을 잡고 끌고 가 도착한 곳은 학교 앞 분식집이다.
“뭐야.. 겨우 떡볶이?”
“매운 거 먹으면 스트레스 풀리잖아.”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내 앞으로 떡볶이를 들이민다.
“너는 왜 안 먹어?”
“그냥.”
“혹시 뭐.. 나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이런 소리 할 거면 치워라.”
“헐 들켰다.”
짜식... 귀여워가지고.
“귀여워.”
“...? 내보고 캤나.”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구 있어?”
아직 고치지 못한, 아니 고칠 생각도 없어 보이는 사투리도 귀엽다.
“그런 거 하지마라 부끄럽다.”
그렇게 오후 훈련을 반 정도 농땡이 피우고 수영장에 도착했다.
일부러 휴식 시간에 맞춰 들어가긴 했지만 한 바탕 혼날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수영장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야 성유리괜 찮아?”
“괜찮냐?”
...?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뭐가요...?”
“야 괜찮아.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 어 그래.. 근데 뭐가..?”
“모른 척 안 해도 돼. 니엘이가 말해주더라. 너 점심시간에 길에서 굴렀다며. 그래서 쪽팔려서 훈련 못 왔다던데?”
...
하...
강다니엘..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먼저 들어와 있던 강다니엘을 쳐다보면 늘 그렇듯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 그랬나?
근데 나는 뱉을 수 있다.
“야 강다니엘.”
“네 선배님...?”
우리는 비밀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우리는 그냥 친한 선후배일 뿐이다.
“잠깐 나 좀 볼까.”
사람들이 없는 먼 곳으로 가서 니엘이의 등짝을 한 세 대 때렸다.
“아오 아파ㅋㅋㅋㅋ”
“너 진짜 미쳤냐? 뭔 변명을 해도 그렇게 하냐...”
“그래도 내 덕분에 안 혼났잖아요!!!!”
“하 진짜 짜증나.. 복수할 거야.”
“기대하겠습니다.”
아오... 능글맞은 거 봐..
오후 훈련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니엘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남자친구가 아닌 같은 수영선수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아침보다 0.02초를 단축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밤에 회식을 했다.
최근에 체중 관리 때문에 술은 전혀 못 했었는데 오늘만큼은 감독님이 허락해주셨다.
중요한 대회 전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또 언제 마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자꾸 들어갔다.
나를 걱정스레 쳐다보는 눈빛을 애써 무시하느라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징징 울려대는 폰을 보니 강다니엘의 카톡이다.
[이제 그만 마시지?
-강단이-]
[오늘만 봐줘ㅎㅎ]
[얼씨구. 성유리 때문에 불안해서 살겠나.
-강단이-]
[떽 누나한테 까분다.]
누가 봐도 짜증난 얼굴이다.
그게 너무 웃겨서 자꾸 장난을 치고 싶었다.
“니엘아 표정이 왜 그래^^?”
“... 아니에요.”
아 재밌어.
“아 맞다 유리야? 너는 왜 연애 안 해”
“네...? 하하.. 운동이 좋아서요..”
“에이 작년에 신입생 때는 그렇게 남자 소개 해달라며.”
망했다...
선배님 제발..
“그거 저 아닌 것 같은데요?ㅎㅎ”
“뭔 소리야! 사귀기까지 했으면서..”
“선배님!!!!!!!!!! 한 잔 받으시죠..”
화났겠지..? 하핳ㅎㅎㅎ..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야..”
“...”
“... 화났어?”
“아니? 내가 왜 화가 나겠노. 다 지난 얘긴데.”
그럼 그 주먹부터 좀 풀지...
“하하핳.. 우리 니엘이 많이 힘들지 요즘?”
“누구 때문에 좀 힘드네.”
쪽-
입술은 좀 오글거리고... 볼에 뽀뽀를 했다.
“내 마음 알지?”
“모르겠는데..”
저건 무조건 일부러 나 놀리는 거다.
“...”
“그거 가지고는 모르지.”
“ㅇ... 알잖아.”
“입술에 해줘.”
워후.... 난 몰라.
그 후로도 연상인 듯 연상 아닌 연상 같은 강다니엘과 성유리는. 티격태격 연애를 했다
2. 육상부 에이스 하성운
내 남자친구는 육상부 에이스 2학년이고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다.
나는 육상 경기장과는 꽤나 먼 곳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학교가 워낙 넓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우리의 첫만남은 꽤나 특이하고 강렬했다.
“저 할 수 있어요 코치님. 진짜예요.”
“... 지금은 안 돼. 욕심 부리지마.”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가 매우 중요했다.
그 상황에서의 부상은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
한창 컨디션이 올라오던 찰나에 발목 부상을 당했다.
이번 대회는 진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코치님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리신 이상 번복은 불가능하다.
마치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선고당하는 기분이 들어 더 괴로웠다.
“인생 다 살았어요?”
“...”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검은색 머리에 깨끗한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 포기하지 마요. 이번이 마지막인 거 아니니까.”
“그쪽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알아요. 나도 부상 때문에 6개월을 쉬었으니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다시 쳐다봤다.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보지 마요. 나 이제 부상당하기 전보다 더 잘 뛰어요.”
누구 놀리나 지금...
“내가 도와줄게요.”
“무슨 생각해?”
“어.. 아니...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서.”
“아.. 그때 진짜 부끄러웠다..,”
“왜 부끄러웠어?”
“너 진짜 인생 다 산 얼굴에다가 나를 무슨 벌레 보듯이 봤어.”
“...”
내가 그랬었나..
“근데 왜 나한테 말 걸었었어?”
“예뻐서.”
으...
미쳤나봐.
“너무 오글거리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미안. 그냥 나 부상당했을 때 생각나서.”
“...”
“그래서 내가 도와주고 싶었어. 예쁘기도 예뻤고.”
“성우나!”
“오빠.”
“응?”
“언제 오빠라고 해줄 거야?”
“에이... 무슨 오빠야.”
“치...”
또 삐졌다.
“그럼 처음부터 나이가 한 살 많다고 하지! 나는 2학년이라길래 당연히 동갑인 줄 알았잖아...”
“...”
“알겠어. 그럼 이번 대회 금메달 따면.”
“진짜 약속했다. 알겠지?”
“오케이.”
그 다음날부터 하성운은 더 열심히 훈련만 했다.
하루 훈련이 다 끝나고 나서도 운동장에서 혼자 뛰고는 했다.
“이거 먹고 해. 우리 성우니 나한테 오빠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어?”
“마음의 준비나 하고 있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하는 성운이다.
드디어 대회 날이 밝았다.
팀 훈련과 겹치는 바람에 직접 응원하러 가진 못했다.
중계도 마땅치가 않은 탓에 기사로 결과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종일 긴장이 돼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경기할 때보다 더 떨리는 기분이었다.
[구름대 육상부 에이스 하성운 100m, 단체전 금메달 목에 걸어...]
내가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했다.
기사를 클릭해서 읽는데 내리면 내릴수록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인터뷰 마지막 질문의 대답을 보고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여자친구에게 금메달 2개나 땄으니까 각오하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아니 무슨...
인터뷰를 저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어.
너무 하성운다운 인터뷰에 자꾸 헛웃음이 났다.
학교에 도착했다는 성운이의 전화에 바로 기숙사 아래로 내려갔다.
한 2분 정도 기다리니까 멀리서 성운이가 보였다.
“하성운!!!!! 수고했어ㅠㅠㅠㅠ”
얼굴을 보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냥 달려가 품에 안겨버렸다.
“성유리 설마 우는 건 아니지?”
“... 설마.”
“어깨가 축축한데?”
“...”
“ㅋㅋㅋㅋㅋㅋ 금메달 따니까 좋네.”
“아 맞다.”
“응?”
“너 뭐 해주기로 했잖아.”
아... 그거..
“...ㅇ 오ㅃ...”
“잘 안 들려!”
“오빠....”
“더 크게 해야지.”
아오....
“오빠!!!!!!!!!!!!!!!!!!!!!!!”
“푸흡.. 깜짝이야.”
“... 됐지?”
“금메달 계속 따야겠다.”
쪽팔려...
그 후로도 하성운은 금메달을 수십 개는 더 땄고 성유리와. 하성운은 유명한 체대 커플이 됐다고 한다
더보기 |
방학이라 빨리 왔네요ㅎㅎ 진짜 고민하다가 결국 체대 훈남ver.로 오게 됐어요. 제 기준 체대랑 잘 어울리는 멤버 두 명으로 왔습니당... 제가 경상도 출신이라 사투리가 저한테는 표준어나 마찬가진데 너무 오글거리는 건 착각이겠죠..? 이번 글 자체가 좀... 오글거리는 것 같네요ㅋㅋㅋ 그래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네요ㅠㅠ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소중한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