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 (Mi-Yu) - 너에게로 가는 길
첫사랑의 정석 (재업로드)
부제: 고3 수험생과 대학 새내기
1. 고3 수험생 배진영
나와 내 남자친구는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대한민국 고3이다.
고3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틀에 갇혀 살아야만 하는 나이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게 정말 엊그제만 같은데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렀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공학이다.
학교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학에 대한 로망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잘생긴 남자들...?
아니면 내가 다쳤을 때 달려와 걱정해주는 남자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남자애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만 하고 오면 땀 냄새가 온 교실을 뒤덮었고,
내가 다쳤을 때는 신나게 비웃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랬었다.
이렇게 내 공학 로망은 무너져만 가고 있었다.
진영이와는 2학년이 되어서야 친해질 수 있었다.
1학년 때는 그저 6반의 잘생긴 애라고만 알고 있었다.
2학년이 되어 처음 반 애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이 난다.
첫 날에 지각은 안 된다는 엄마의 당부로 한 30분 정도 일찍 갔던 것 같다.
역시나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충 중간 쯤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었다.
그렇게 곤히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툭툭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풋풋한 18살의 배진영이 있었다.
“선생님이 깨우라고 하셔서...”
사실 진영이를 가까이에서 처음 보고 생각나는 건 작은 얼굴뿐이었다.
이렇게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그것도 저렇게 큰 눈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아.. 고마워!”
내가 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영이는 그 날부터 내 짝꿍이 되었다.
“...”
“...”
원래 이렇게 조용한가?
주변을 돌아보니 서로 친해진 애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부러워...
한동안 뜸을 들이다가 그냥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음... 잘생겼군.. 몹시 떨리는 군...
아니.. 이게 아니고...
“음... 나한테 뭐 궁금한 거 없어?”
“...”
없겠지?
나 같아도 없겠다.
“아 미안.. 말은 걸고 싶은데 할 말이 없어서... 나는 이성경이야.”
“어.. 나는 배진영.”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의 웃음은 티 없이 맑고 순수했다.
역시 애들에게는 시간이 약이었던 걸까.
진영이와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진영이는 정말로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지만 나와 친해질수록 조금씩 활발해졌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영이가 좋아졌다.
“배진영!”
“응.”
“일요일에 뭐해?”
“... 왜?”
“그냥 시간 있으면 잘 쓰라고ㅎㅎ”
진영이를 놀리는 것 역시 너무 재밌다.
사실은 정말 데이트를 하려고 물어본 건데 막상 말하고 나니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장난인 것처럼 그냥 넘어가버렸다.
언제 한 번은 아침부터 엄마와 싸운 적이 있다.
나도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데 엄마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셨다.
학교에 와서도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엎드려만 있었다.
누가 툭하고 건들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너 무슨 일 있어?”
“아니.”
“밥은 먹어야지.”
“안 먹고 싶어...”
그렇게 모두가 밥을 먹으러 갔고 혼자 텅 빈 교실에 남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뒷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컵라면 먹을래?”
“...”
“사실 나 친구가 없어서 밥 먹을 사람이 없어.”
뭐래 친구도 많은 게...
그렇게 진영이와 컵라면을 먹는데 문득 아침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엄마의 화난 표정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안 먹는다 그래놓고 너 진짜 잘 먹는ㄷ..”
“...”
“이성경 울어?”
“울긴 누가 울어.”
말과는 다르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배진영은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달래줘야만 했고 나는 배진영 앞에서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쪽지 시험 칠게. 그동안 공부는 열심히 했겠지?”
허걱...
급한 마음에 교과서를 펴봤지만 역시나 텅텅 비어 있었다.
“찌녕아~~~”
“안 돼.”
“치..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교과서 빌려달라고 할 거잖아.”
“치킨 사줄게!”
“... 그래도 안돼.”
“치... 치사해.. 친구 다 필요없네! 증말... 자기도 빌렸으면서... 참 나...”
“아.. 아니 바보야 그게 아니고...”
“... 그러면 왜?”
갑자기 책은 왜 뒤져봐...?
얼굴은 왜 빨개진대..? (코쓱모스)
“책에 너 이름 너무 많이 적어놔서”
“어..?”
“아 씨 몰라... 안 돼.”
내 이름을 왜 적어놨대...?
갑자기 심장이 미치도록 뛰어왔다.
혹시 진영이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날이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고 4월이 되었다.
달이 바뀌면서 짝꿍도 바꾸게 됐다.
제비뽑기로 뽑은 내 짝꿍은 박우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박우진은 진영이와 내가 사귀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인 것 같다.
워낙 장난끼도 많고 친화력이 좋은 박우진 덕분에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다.
그래서 진영이에 대한 얘기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됐다.
“와 이제는 배진영 생각만 해도 좋냐?”
“아 박우진 진짜.. 즈응흐르 즈블.....”
짜증나는 박우진을 뒤로하고 진영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진영이는 내 눈을 피했다.
조금은 경직된 듯한 진영이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야야... 배진영 화난 것 같은데?”
“멍청아. 이것 또한 작전이 먹히고 있다는 거지.”
여러 잡생각들 탓에 그 무렵 지각을 자주 했다.
화가 나신 선생님은 교무실로 나를 부르셨고 아주 혼쭐이 났다.
처음에는 반성을 했고 그저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내 미래와 부모님을 운운하며 화를 내오시는 선생님을 그저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
“저기 선생님.”
“뭐? 지금 이 상황에 할 말이라도 있니?”
“제가 잘못한 상황인 거 압니다. 그렇지ㅁ...”
쾅-
“저기 선생님. 시험이 코앞인데 아직 진도가 많이 남아서요. 국어 선생님이 성경이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시는데요.”
“... 크흠 일단 가봐.”
정작 내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없는 지도 모르셨다는 눈치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진영이에게 갔다.
“너 왜 거짓말 했어?”
“... 그냥 너 그렇게 혼나고 있을 것 같아서.”
한참동안 우리 사이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진영이도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그게 아니라서 내가 조금은 상처받게 될지 몰라도, 그래도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배진영 고마워.”
“...”
“... 그리고 나 너 좋아해.”
“...”
“...”
“... 나도 좋아해.”
그 날 너는 나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진심을 다해 고백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2. 대학 새내기 박지훈
“이성경”
“왜.”
“눈곱 떼라.”
“... 씨”
그렇다.
우리는 정말 사귀고 있는 게 맞다.
그것도 200일을 넘게.
심지어 박지훈은 내 첫사랑이다.
첫사랑에 대한 로망 혹은 판타지가 있었다.
대학에 가면 꼭 다정한 남자를 만날 것이라 다짐했다.
근데 현실에서는 다정한 남자 대신 잘생긴 남자를 얻었다.
뭐... 그래도 나는 박지훈이 좋다.
표현은 잘 안 해도 나를 걱정하는 게 눈에 보이는 귀여운 남친이다.
잘생긴 사람과의 연애는 언제나 짜릿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박지훈의 옆자리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박지훈이 아깝다는 둥...
뭐 그런 얘기는 수십 번도 더 들은 것 같다.
같은 과라 그런지 사실이 아닌 루머조차도 더 빠르게 퍼지고는 했다.
그래서 오늘 과 행사도 안 가려고 했다.
근데 너무나도 순수한 눈빛으로 같이 가줄 거냐는 박지훈의 물음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됐다.
내 손을 잡아오는 박지훈의 손도 자꾸 뿌리치게 됐다.
“너 어디 아파? 가지 말까?”
“에이 아프긴 뭘”
나를 걱정해오는 박지훈의 질문에 애써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다들 흥이 올랐고 인기남 박지훈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 바빴다.
그래서 그냥 내 주변에 있는 동기들과 술을 마셨다.
오늘따라 소주가 참 썼다.
“성경이랑 지훈이는 생각보다 오래 가네~?”
어째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여우 선배였다.
“넹. 아직 헤어지려면 멀었어요.”
술의 힘 때문일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참 나... 지훈이가 그렇게 해주겠대?”
“... 글쎄요. 박지훈이 그렇게 안 해줘도 제가 잡을 거라서요.”
이제는 화가 났다.
김여우 선배는 내가 박지훈을 뺏어간 거라고 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어 이 상황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푸흡.. 너 지금 박지훈 혼자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얘 아니고 저요.”
“... 뭐?”
“제가 더 좋아한다고요.”
박지훈이었다.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 사과하세요.”
“허... 이게 내가 사과할 일이니?”
“그럼 누가 해요. 지나가던 개가 봐도 알 것 같은데.”
“... 너 지금 큰 실수 하는 거야 지훈아.”
“지금 누가 실수하고 있는 건지 잘 생각해보세요. 먼저 가겠습니다.”
박지훈은 화를 억누르려는 듯 숨을 고르다 내 손을 잡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 박지훈?”
“...”
“지훈아”
“이성경 미안해 내가... 진짜로.. 아....”
“흐어ㅓ어어ㅓㅓ유ㅠㅠㅠ”
“왜 우냐 속상하게.. 미안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술이나 마시고....”
박지훈은 안절부절 못하며 나를 안아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뭐야?”
“이런 거 갖고 내가 울겠냐? 우리 지후니 나 걱정돼써?”
“... 아 나 진짜.. 이성경 존나 짜증나.. 걱정했잖아.”
귀여워라..
“... 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웅.”
사실 지훈이가 이렇게 미안해하는 건 처음 봤다.
괜히 내가 너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자꾸 박지훈을 쳐다보게 됐다.
“왜 자꾸 쳐다봐.”
“응? 예뻐서.”
“아니.. 뭔... 대답이 평범한 적이 없냐 넌ㅋㅋㅋ 내가 예뻐?”
“응 진짜 예쁜데”
“... 미안해 나 때문에.”
“뭐가 미안해 자꾸... 우리 헤어지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절대.”
네가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처럼 나에게 장난치는 친구 같은 남자친구 박지훈이 좋다.
그래서 네 앞에서는 더 밝게 웃게 된다.
모처럼 맞는 여유로운 주말, 우리는 오늘도 집 데이트다.
늘 그렇듯 우리가 좋아하는 매운 떡볶이를 세팅하고 티비를 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백선생님의 요리 프로가 나왔다.
김치찌개를 저렇게 맛있게 할 수도 있구나...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배가 고픈 기분이다.
“와 나중에 남편한테 저렇게 해줘야지.”
“나는 된장찌개가 더 좋은데.”
“누가 너 해준대?”
“그럼 딴 놈 해주게?”
“...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저주할 거야.”
떡볶이가 매운지 땀을 흘리며 나를 저주하겠다는 박지훈이다.
“지훈아.”
“왜.”
“나는 행복한 돼지야.”
“행복해?”
“웅.”
“그럼 됐어.”
배도 부르고 잠도 오고...
이게 바로 행복한 돼지의 삶이 아닐까 싶다.
대충 박지훈의 눈치를 보다가 소파에 누워 버렸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싶어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박지훈이 슬금슬금 소파로 올라온다.
“야 좁아 내려가.”
“좁으니까 올라온 거야 바보야”
신이시여...
순수한 지훈이를 돌려주세요.....
어쩌다 보니 지훈이의 품에 안긴 꼴이 돼버렸다.
이 와중에 박지훈의 품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이성경 느끼지 마. 변태.”
“씨... 내가 언제 느꼈다고 그래”
“ㅋㅋㅋㅋ 잔머리 귀여워.”
삐죽 튀어 나온 내 잔머리를 가리켰다.
왜 자기가 더 귀여운 건 모를까...
박지훈의 품이 좋아서 그렇게 한참을 안겨 있었다.
처음 하는 사랑이 너여서 다행이다.
박지훈은 나의 첫사랑이자 내 스무살의 또 다른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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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려니까 힘드네요... 브금도 짤도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다시 골라서 넣었어요ㅠㅠ 조금 부족할지라도 예쁘게 봐주세요...ㅎ 오늘은 날아간 글 중에 순서대로 2개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