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짝사랑에 대한 고찰
안녕하thㅔ여 방년 19세 시준이라고 합니다.
ye... 저의 소속을 밝혔으니 아마도 이제는 목적을 밝힐 때가 온 것 같군요...
오늘 제가 말씀드릴 주제는 제 친구의 짝사랑 되시겠습니다.
그 친구 이름은... 이제노로... 외국인 아니고요, 임금 제에 노비 ㄴ, 아 아니 힘쓸 노 자를 써서 이제노입니다. 아주 착한 친구이고요 저는 절대로 쫄지 않았습니다.
제노에게는 8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코찔찔이 시절부터 친구였던 애가 있다는 건데, 여기서 포인트는 그 친구라는 애가 제노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라는 거예요...
저는 이제노와 2년 째 같은 반에 재수 없, 아니 좋게 짝이 되어 제노의 첫짝사랑 일대기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의 문제가 더 있다면 제가 제노의 첫짝사랑과 약간 친하다는 건데요.
"준이야 너 이따가 영어 들으러 학원 오지?"
"어? 어..."
"다행이다. 오늘 같이 아는 애 한 명도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럼 이따 봐!"
"그래..."
말 뒤에 점이 왜 그렇게 많냐고요? 저 원래 좀 찌질해요... 근데 이제노랑 이름이 앞에서는 그 증세가 심화됩니다.
아니 잔소리가 많았는데 혹시 이쯤에서 제가 왜 이야기를 푸는지 약간 느낌이 오신 분? 축하드립니다. 무당에 적합하십니다.
"준이야."
"어?"
"너 오늘 이름이랑 학원 수업 같이 들어?"
"어... 듣긴 같이 듣는데..."
"그럼 부탁 좀 할게."
이게 무슨 일이냐면요ㅠ 성이름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이제노의 끄나풀 심기요...
한 학기를 지켜본 결과 이제노는 자기가 뭐든 가지고 있어야 속이 풀리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적도 가지고... 얼굴도 가졌는데... 두 가지 못 가진 게 이름이랑 성격인, 읍읍읍
성격이 개차반이라거나 그런 건 아닌데요. 오히려 친절하고 상냥한쪽에 가까워요. 반장 된 이유도 애가 괜찮아서 된 거니까.
"제노야 혹시 화학 필기한 거 있어?"
"응. 있지. 왜, 빌려줄까?"
그 귀하다는 고3의 필기노트도 척척 빌려주는 이과 1등 이제노가 뭐가 문제냐고 하시면
"준이야, 왜 대답이 없어. 싫어?"
"...아니 열심히 하려고 생각 중이었어."
성격이 양면색종이임. 앞이 노랑 뒤가 남색 그거요. 저는 이제노의 남색면을 보고 있어요ㅠㅠㅠㅠㅠ 한마디로 이건 구조요청 글...
이름이랑 같은 학원 다닌다는 이유로 끄나풀 됐고요? 매번 이름이 뭐 했는지 누구랑 붙어 있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이야기 해주는 거 하다보니까 약간 죄책감 든다고... 차라리 이름이가 얼른 눈치 채줬으면 하는 맴... 이름아 너 지금 이제노한테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거야 얼른 진실을 보는 눈을 떠...
이제노가 직접 해도 되는 걸 왜 내가 다 해주냐고 물으신다면,
1. 이제노는 이과, 성이름이는 문과
2. 이제노는 학원이 다름.
3. 성이름이한테 이제노는 '세상에서 제일 순하고 어쩌면 바보같이 착한 애'
4. 이제노가 사람 좋은 얼굴로 이름이 좋아하는데 도와달래서 학기 초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버림 jonna sibal... << 인생 최대의 실수
...가 이유 되겠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고 쳐도 3번은 진짜 위험한 것 같아. 이름이 빨리 진실을 보는 눈 떠라 떠...
대체 그동안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이름이가 눈치도 못 채는지. 원래 머리 좋은 애들이 거짓말도 잘 하나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머리 나쁜 이유가 있네요.
저번에는 무슨 점심시간에 이름이가 운동장에서 외간남사친이랑 산책 하는 걸 대체 3층에서 어떻게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기가 막히게 보고는
"준이야."
"...(불길)"
"준이야?"
"어... 듣고 있어..."
"잠깐 나랑 나갔다오자."
맞불 작전이냐고요? 이제노는 그렇게 하수가 아닙니다. 임금님이 괜히 임금이 되는 게 아니듯이...
"와, 이제노가 웬일로 공부 안 하고 산책이야? 준이도 있네? 준이 안녕."
"어, 안ㄴ,"
"준이가 아파서 내가 보건실 데려다주는 길이었거든."
"헐. 준이 너 아파? 어디가? 그럼 체육관 건물 통해서 가지, 왜 운동장으로 가. 힘들게."
"그게, 내가 지금 물리 선생님이 부탁하신 게 있어서 그거 해야 되거든. 미안한데 이름이 네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그거 부탁하러 왔어."
저는 이제노의 두뇌 회전에 기함을 토하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지만 이름이랑 이제노 눈빛이 저에게 닿음과 동시에
"굳이 안 그래도 돼... 혼자 가도 되는데..."
존나 아픈 척 함. ㅋㅎ 아 시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일단 참을게요.
"아니야, 나랑 같이 가. 재민아 미안한데, 하던 얘기 이따 교실에서 하자."
이제노가 그 일로 얻은 것은
1. 외간남사친의 이름
2. 이제노의 선한 인성에 대한 성이름이의 신뢰도
그렇게 해서 자기가 이름이랑 같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노는 원래 둘을 얻기 위해서 하나 정도는 쿨하게 포기하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그리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제 등을 밀어주는 이제노의 눈빛에서 제가 뭘 읽었냐면요
하던 얘기가 뭔지 알아오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도출한 해결방안은 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둘의 연애일 것이다. 입니다. 그리고 걸림돌이 있다면 둘이 고3이라 당장 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것.
이제노는 고3 끝나기 전까지 성이름 옆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그냥... 후... 이름이가 하루 빨리 도망쳤으면 좋겠,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이제노가 소름만 돋는 놈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닌게
이름이랑 카톡할 때나 대화할 때 얼굴 보면 세상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게 생기면 제한적 친절을 베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게 아니라..."
게다가 이제노의 간헐적 과외를 받은 결과 화학 점수가 오르는 신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닥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원래 인생은 기브앤테이크. 받았으면 닥치고 해줘야 하는 것...
그래서 요즘 이제노에게 닥친 위기를 걷어내느라 제가 전전긍긍 하고 있다 아닙니까.
"같은 반 친구인 것 같던데, 학원도 같이 다닌대. 영어는 나랑 듣고 나머지는 걔랑 듣... 난 영어만 같이 들어서 잘 모르겠어."
저번에 운동장에서 마주친 외간남사친 재민, 이제 성도 알았습니다. 나재민. 현재에 이제노를 제외하면 이름이와 가장 친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음. 그도 그럴게 같은 반-같은 학원-같은 수업 루트 타면 안 친해지기 어렵지... 않나요? 물론 난 그 어려운 걸 맨날 해내곤 해.
"준이 네가 보기엔 어떤데?"
"어?"
"걔가 이름이한테 관심 있어보이냐고 묻는 거야."
야 시바ㄹ 그런 눈으로 물어보면 잘도 대답이 나오겠다. 엄마 보고 싶어... 왜냐면
'그래서 내가... 어, 뭐야. 나재민?'
'야 나만 두고 가면 어떡하냐-'
'너 영어 안 듣잖아.'
'수요일은 듣거든.'
'아, 깜빡했어. 깜빡.'
'내 생각을 아예 안 하셨다는 거지.'
그건 명백한 관심이고 어떻게 보면 약간 썸 같기도 해서. 원래는 고개를 끄덕여야 맞지만
"나는, 난, 딱히 잘 모르겠어..."
"그래?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 시간 이후로 하루 종일 저기압이었던 이제노를 보고 있자니 야 저새끼 보통 짝사랑을 하는 건 아닌 줄 알았지만 진짜 대단하게 좋아하는구나 싶은 겁니다... 재민친구? 미안한데 한 발만 물러서주라... 나를 위해서...
내가 이제노를 알고 나서 걔가 저기압인 걸 본 적이 두 번인가 있는데... 이제노 표정관리의 달인이라서 저기압인 거 티내고 그러는 일이 거의 없거던여 그런데 만약에 그런 모습이 보인다=기분이 조오오오오오오온나 안 좋다.
한 번은 방금 전에 이야기한 재민친구 때문이고 한 번은 아주 통크게 이름이가 고백받은 날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은 모르지만 아마 이름이 문과에서 약간 인싸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뎁쇼. 걔가 관심을 받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솔직히 예뻐. (끄덕) 잘생긴 건가... 아무튼 예쁜데 성격까지 좋으면 당연히 인싸 아입니꺼 그래서 걔가 인싸임.
내 생각에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름이 좋아하는 애가 하나 둘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아마 이제노가 전부, 읍읍읍.
아무튼 그 날도 이제노는 교실에서 공부 하고 있었고 저는 그 옆에서 핸드폰 깔짝거리고 있었는데. 자습시간이라 약간 웅성웅성한 분위기에서 누가
'야 김성태 고백하러 감 존나 웃겨.'
'누구한테. 저번에 좋아한다는 애? 그거 거짓말인 줄.'
'어어, 걔 있잖아 문과반에 성이름.'
사실 애들 떠드는 소리에 섞여서 잘 안 들렸어야 되는데 걔가 이제노 뒤에 앉은 걸 어쩝니까. 이제노 샤프가 우뚝 멈추고 난 머리가 멈추고. 세상에나. 곧 대재앙이... 하고 내가 눈치 보기도 전에 이제노가
"미안한데, 걔네 어디있어?"
"어? 김성태랑 성이름?"
"어."
웬만하면 왜 그러냐고 물어볼 법도 한데 이제노 표정이 안 알려주면 진짜 물어죽일 것 같았거든요. 그러니까 웃고 있긴 했는데 아무튼 안 본 사람은 몰라. 난 안 본 눈을 사고 싶고...
어딘지 알려주자마자 그 길로 나가버린 이제노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약 15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슴다.
나중에 이름이한테 들은 얘기로는
"이름이 너 오늘 고백 받았어?"
"어? 아, 그거... 받긴 받았는데 거절했어."
"아 그래? 하긴, 고3인데 연애는 좀 그렇지."
"그것도 그렇긴 한데..."
"응?"
"어떻게 해야 될 지 몰라서 막 생각하는데 복도 끝에 갑자기 이제노가 보이는 거야. 근데 걔 얼굴 보니까 거절해야 될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어."
너만 알고 있어야 돼. 하는데 제노야 말은 못했지만 축하해. 그린라이트 당첨이십니다.
이 얘기를 제가 왜 이제노한테 안 해줬냐면 이건 둘 사이의 일이고, 말해줘도 고3이 끝나기 전까지 둘 사이에는 아무 일 없을 거라는 걸 알기도 했지만.
"제노 그런 얼굴 하는 거 처음 봤거든. 걔 정색 잘 안 하잖아."
이름이가 얼른 도망갔으면 해서 말 안 했음... 도망쳐... 호랑이한테 물려가면 정신을 차릴 틈은 없어...
더보기는 여담이에요! 읽어주셨으면 하지만 처음으로 진지하니 건너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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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쓸 때 제 취향을 때려박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도영이는 약간 건조한 성격에 끊음과 맺음이 확실한 도영이 일상을 여주가 비집고 들어가서 결국 츤데레 토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tmi) 둘러보시면 도영이 글이 거의 그런 느낌일 거예요? 제노는 오늘처럼 여주가 모르는 면이 있는 양면색종이 같은 느낌을 좋아하고요. 이런 저만의 기본 설정이 애들마다 다 다르게 있어요. 주제에 따라 정도를 맞추 거나 새로 정하거나 하는 거죠. 왜 이렇게 주절주절 적냐면, 제 글은 이런 단순한 과정이라도 꼭 제 취향과 생각을 거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그렇슴다... 저는 글이라고 하기에 약간 부족한 게 많은 걸 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이기도 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글잡에 훌륭한 작가님들이 하나 둘이 아니시잖아요. (소근소근) 하지만 그 글을 본다고 해서 그걸 참고한다거나 표절한다거나 하는 일을 벌이진 않습니다. 일단 그럴 배짱이 없어요? 저 새가슴 쫄보대장이라... 그리고 저작권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우는 사람이라 더 그렇습니다. 어디서 본 글 같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하는 걸 제가 오늘 기준으로 세 번째 겪었거든요. 제가 게을러 보여도 요즘엔 핸드폰 달고 살아서 댓글 알림으로 바로바로 본단 말이에요? 어떤 어투로 무슨 내용을 쓰셨는지 기억해요. 발견만 세 번이고 그것도 늘 금방 삭제 돼 있었으니 지금까지 총 몇 번 하신 건지는 모르지만, 정말 비슷한 글이 있어서 말씀하신 거라면 댓글 삭제하지 마시고, 그게 어떤 글인지 알려주세요. 제가 직접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할테니까요? 저한테 해결할 기회라도 주셔야지요... (주륵) 원하신다면 기본 설정부터 글의 뼈대를 잡아둔 걸 다 보여드릴 수도 있어요. 사실 지금 이것도 고민하다 써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쫄보대장이라 이미 삭제 돼서 없는 댓글로 이렇게까지 진지해져도 되나 싶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서 한 번 진지해져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저 요즘 댓글 읽는 낙으로 살거든요. 매번 댓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 살면서 이렇게 웃긴 사람들 처음 봐요. 진심임. 저도 어디가서 개드립으로 안 밀리는데 선생님들 드립은 약간 개드립은 아니고 쬐끔 이상하긴 한데 웃겨요... 댓글놀이라도 할까봐요... 전세계에 알려야 될 드립력...
-오늘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번 표현 1도 못하는 저를 이해해주세요 전 이제 선생님들 없이 못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