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다정이 첨가 된 연애에 '나재민'을 심어드립니다.
1.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애인 영앤핸썸 다정킹. 그건 인정하는 부분임. 다정을 사람으로 만들면 나재민. 재민이 들숨에 스윗을 들이쉬고 날숨에 사랑을 뱉을 사람. 문제가 있다면 가끔 팔불출과 다정킹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 오바하는 거 아니냐고요? 내 얘길 좀 들어봐...
나는 원래 주말에는 저녁만 먹는 사람임.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점심이 한참 지나야 일어나서. 자면서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아침 점심 저녁 간식에 야식까지 다 챙겨 먹었을텐데요? 저는 게으름이 하늘을 찌르다못해 인생을 파괴할 지경이라 불가능.
이과 뭐해... 자면서 밥 먹는 것 좀 개발해... 우리가 달에도 간다는데 자면서 밥 못 먹는 게 말이 되냐. 근데 지금 밥 얘기 중이었나요?
아무튼 그런 내 일상을 단 이 주만에 뒤집어 놓은 사람 그게 나재민... 별 거 없고요 얘가 자꾸
"일어나시라구요."
자꾸 점심 때 쯤에 와서 깨워요... 그 전 데이트 때 주말에 자느라 밥을 못 먹는다고 입 터는 게 아니었는데. 나재민이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고 산 건 완전히 내 탓이야. 그래도 매주 12시 땡 칠 때 오는 건 너무하ㅈ, 아니 재민이 힘들까봐.
근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에는 아예 잠에 취해가지고 내가 추태를... 생각해보니까 잠 덜 깬 모습 보고서도 헤어지자고 안 한 거 보면 이미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한 것 같은데. 아무튼.
아예 정신을 못 차려서 숟가락도 못 들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좀 성장해서
"이름아."
"..."
"이름아?"
"응..."
"밥 물고 있으면 안 돼, 씹어야지."
밥을 한 술 뜨고 잠에드는 경지에 이르렀음. 절대 내가 재민이의 사랑을 무시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난 우리 엄마도 포기한 잠의 노예라 그래. 이런 나를 이해해주겠니?
"귀여워 진짜."
...후. 내가 그랬잖아 다정킹과 팔불출을 넘나든다고.
2.
내가 과제때문에 학교에 살아서 일주일 좀 안 되게 나재민 얼굴을 못 본 때가 있었음. 다시 생각해도 화나네 기말과제 우리 죽어보라고 내신 거 다 알아요 교수님... 다음 생에라도 복수 할 것...
조별과제였는데 ㄹㅇ 빡세게 빡세게 해서 마감 앞에 두고 좀 페이스 조절이 될 정도였음. 교수님 다음 생에라도 복수...꼭...
아무튼 그 날은 좀 일찍 끝났는데 그게 새벽 2시 반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찍 끝나야 두 시 반... 두 시 발... 다음생에라도 복수...
비척비척 집에 가는데 재민이한테 온 수많은 카톡을 그제서야 하나씩 확인함. 보고 싶다부터 시작해서 나재민스러운 말들이 잔뜩 있는데 눈물날 뻔했다니까 내가 서러워서 증말.
그리고 뒤늦게 답장을 하려는데 딱 전화 옴. 솔직히 어디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놀라워서 좀 두리번거렸다. 나재민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보세요."
"끝났어?"
"어 방금."
"고생했네, 피곤해서 어떡해."
"죽을 것 같아 진짜로..."
내가 오늘 어땠는데 얼마나 힘들었고 결론은 죽을 것 같았지만, 네가 전화 올 것을 알고 연명했다. 따위의 말을 쏟아내니 재민이가 그냥 가만히 듣다 한 번 웃어줬는데 난 그걸로 일년을 살아. 아니 진짜로. 우리 계약 연애였으면 기간 1년 연장 된 거야 이거.
"집엔 언제쯤 도착해?"
"어... 곧 도착할 것 같아."
"그래?"
그 대답 들으면서 골목을 딱 돌았는데 진짜 세상이 도는 줄 알았다 나는. 그래서 나재민이 보이는 줄 알았어.
"뭐야?"
"왜?"
"왜 여기있어?"
"보고 싶어서."
그러면서 안아주면 어? 내가 말이야, 너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생각한다 이 말이야. 참내 이렇게 행복한데 왜 교수님은 나한테 그런 과제를 내주고 참 내. 교수님만 없었어도 더 행복한 삶...
"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 차도 없잖아."
"아까 끊기기 전에 와서 기다렸지."
"더 늦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우리 오늘도 못 봤으면 일주일 채우는 거였어. 나 진짜 죽을 것 같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일단 좀 안아줘. 하면서 웃는 거 보고 온갖 스트레스성 질병이 다 나았읍니다. 나재민 안 하는 사람이랑 상종 안 함. 근데 나눠줄 생각 없음 내 남자임. 내 사람이다.
3.
재민이랑 나는 둘 다 집에서 영화보는 걸 좋아함. 둘 다 새로 나오는 영화보다는 옛날 영화 보는 걸 더 좋아해서. 아 근데 여름에는 영화관에서 살고 싶은 마음 813%... 누가 에어컨 틀어줄 테니까 오라 그러면 그 사람 꽃가마 태워줄 수 있을 것 같아.
내 집 아니면 재민이 집인데 대부분 내 집에서 봅니다. 내 집에서 보면 영화보기 전후로 재민이가 맛있는 걸 해주기 때문에 일석이조 예~ 내 팔에 붙는 살처럼 재민이의 대한 사랑이 늘어나고 있어. 아니요 저 안 우는데 땀임.
맨날 티비에 연결해서 보면서 언젠가 미니 빔프로젝터를 사겠다고 말하지만 난 알아 내년에도 그 얘기 하고 있을 거라는 걸... 그 때까지 재민이만 있으면 돼 빔프로젝터고 나발이고...
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엄청 집중해서 보는 사람이라 옆에서 누가 줄넘기를 하고 있어도 신경 못 쓰는 건 좀 오바다. 응. 줄넘기는 좀 심했고 어쨌든 그 정도로 집중을 잘 한다는 거임.
근데 나재민은 아니야. 집중날이 있고 아닌 날이 있어요...
"그믄흐르."
"뭐가?"
모르는 척 하는 것 좀 봐...ㅂㄷㅂㄷ 증말 영화 보는데 옆에서 계속 쳐다보고, 내 머리 만지고 손가락 가지고 장난치고 머리 만지고 그러면 내가 널... 후... 언젠가 내가 방해한다 당신의 인생...
"나 볼 때보다 더 집중하니까 그러지."
"너 그런 소리 하면 앞에 앉혀두고 계속 쳐다본다."
저 오늘부터 좌우명 생겼어요. <목-불식정 (目不識丁)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와 같은 말.> 나재민 놓고 그런 말 꺼낸 제가 아무래도 딱 그짝인 것 같아서. 난... 난 쟤가 저렇게 웃으면 불안하더라.
"진짜지."
"아니. 내가 더워서 실언을..."
"지금 에어컨 18도인데."
"내가 원래 몸에 열이 많잖아."
"난 몸 차가운데, 안아줄까?"
결국엔 그 영화 나중에 혼자 다시 봄. 재밌더구만유...
4.
나재민이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 적이 있음. 진짜 독하더라... 여름에 감기 걸리면 더움→ 찬바람 맞음→ 감기가 심해짐→ 그래도 더움→ 찬바람 맞음→ 심해짐 의 반복이라 낫기 쉽지가 않음. 개도 안 걸리는 게 아니라 개도 걸리면 안 되는게 여름감기...ㅇ...
재민이가 평소에는 날 챙긴다면 아플 때만큼은 예외임. 뭐라고 하지 그걸 어리광? 이 좀 심해진다고 해야 되나 어떤 거냐면요.
"목 아프다."
"그러니까 말하지 마, 물 줄까?"
"응, 그리고 손도 잡아줘."
아픈 애한테 왜 손까지 잡아줘야 되냐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일단 저는 아님. 그래서 손 잡아주고 물 먹여주고... 안녕하세요? 나노(나재민의 노예) 입니다.
"그만 쳐다보고 약 먹었으니까 얼른 자."
"보고 싶어서 그래."
"어디 안 가니까 일어나서 봐."
그랬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손 고쳐잡고 나서야 자려고 눈 감는 당신의 이름이 나재민입니까? 정말이지 예쁘지만 않았어도 어? 이렇게 사랑스럽지만 않았어도 난 참지 않긔.
"나 진짜 얼른 나아야겠다."
"당연하지."
"옆에 있는데 뽀뽀도 못 하니까 서럽네."
"...그냥 자 얼른."
난 아마 평생을 가도 나재민은 못 이길 거야... 일종의 예언임.
-다정을 때려박은 재민이와의 연애를 쓰고 싶었는데 결과물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