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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이 님 꽃반지 님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
그렇게 서로 표정이 굳은채로, 눈이 마주쳤어. 도경아는 날 봤는지 찬열이를 봤는지 어쨌든 좀 놀란 눈치였고, 백현이는 표정이 좀 굳어져 있었어.
그런데 서로 팔짱 낀 건 아니고, 일방적으로 도경아가 변백현한테 팔짱 낀 것 같더라. 내가 멍하니 쳐다보는데, 찬열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그 쪽으로 걸어가려고 했어.
변백현이랑 도경아가 서 있는 곳으로.
"…찬열아"
"…"
내가 찬열이를 불렀는데, 찬열이는 잠시 멈칫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 쪽으로 계속 걸어서 가더라. 난 찬열이를 계속 쳐다봤는데, 찬열이는 도경아만 계속 주시하고 걸어갔어.
그리고나서, 도경아랑 몇 마디 하다가, 곧 박찬열이 도경아 데리고 나갔어. 변백현은 그거 쳐다보다가, 한숨 크게 쉬고 내 쪽으로 오는거야.
근데 그 순간은 변백현이 엄청 미웠어. 내가 거짓말하고 박찬열 만나서 이렇게 된건데, 이상하게 변백현이 너무 미운거야.
그 상태에서 변백현이 내 쪽으로 와서, 내 팔목 잡고 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팔목 뺐거든. 변백현이 그거 쳐다보다가, 이번엔 내 손 잡고 나가려고 하는거야.
그래도 손 빼려고 했는데, 너무 꽉 잡아서 안 빼지더라. 그래서 손 힘 좀 빼라고 말 하니까, 변백현은 그냥 무시하고 계속 내 손 잡고 어디로 걸어갔어.
어차피 손도 안 풀어주고, 그냥 해탈하고 이끄는대로 따라갔거든. 그렇게 계속 걷는데, 갑자기 변백현이 걸음 멈추는거야. 나도 따라서 같이 멈췄는데, 우리집 앞 놀이터였어.
변백현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내 손 꽉 잡고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그네에 나 앉혔어. 그리고 자기는 그 옆에 있는 그네에 앉더라.
그리고 한참 정적이였어. 내가 정적인 분위기 싫어한다고 말 했었나? 그런데도, 아까 일 때문에 뭔가 말 하기가 싫은거야. 그래서 나도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한참 그렇게 있다가, 변백현이 먼저 말 꺼내는거야.
"나랑 약속 깨고, 박찬열이랑 데이트 했어?"
"…"
진짜 딱 저렇게 말 하는데, 내가 할 말이 없는거야. 내가 변백현한테 거짓말 했잖아. 선약이 잡혀 있었다고. 그렇게 변명이라도 해야 되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
내가 말 안 하니까, 변백현도 그냥 가만히 있다가, 혼자 말 이어가기 시작하는거야.
"도경아가, 먼저 연락이 왔어"
"…"
"자기랑 데이트 하자고"
"…"
"원래 너랑 약속 잡혀서 안 된다고 말 하려고 했는데"
"…"
"너가 선약 있어서 안 된다고 해서, 일단 알았다고 했어"
그렇게 말 하는거 듣는데, 솔직히 이렇게 된 것도 다 내 잘못 같은거야. 아니, 잘못이 맞지. 내가 애초에, 찬열이한테 안 된다고, 이미 변백현이랑 약속이 잡혔다고
사실대로 말 했으면, 도경아를 만날 일도 없었고,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텐데 싶어서, 후회가 막 드는거야. 이 모든 원인이 나니까, 왜인지 모를 죄책감도 들고.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변백현은 신경 안 쓰고 계속 말 이어 나갔어.
"그런데, 도경아가 사실 나랑 놀고싶어서 박찬열한테 거짓말 했다고 하더라"
"…"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 했어, 도경아는"
"…"
"그런데,"
"…"
"넌?"
변백현이 넌? 하고 묻는 동시에, 나 쳐다보는게 느껴졌어. 난 그래도 끝까지 고개 숙이고 있었거든. 변백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런데 변백현은 내가 대답 안 할 거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나봐. 시선은 계속 느껴지는 채로, 변백현은 계속 말 이어 나갔어.
"박찬열이랑 있고싶어서, 나한테 거짓말하고 만난 거 맞지"
"…"
"그럼, 그렇게 솔직하게 말 하지"
"…"
"박찬열 좋아해서, 박찬열이랑 같이 데이트 하고 싶었다고, 말 하지 그랬어"
진짜 할 말이 없는거야. 변백현이 할 말 없게 만든 것도 있었지만, 다 사실이니까. 내가 박찬열 좋아하는 거, 박찬열이랑 같이 있고싶어서 변백현이랑 약속 깬 거.
다 맞으니까. 더이상 할 말이 없었어.
"아까 박찬열이 도경아 데리고 나갈 때, 화 많이 나 보였어"
"…"
"그런데 내가 장담하는데, 박찬열은 도경아한테 화 못 내"
"…"
"…박찬열이 도경아를 많이 좋아하니까"
다 알고 있는데, 계속 그렇게 확신을 주니까, 아까 답답했던 가슴이 더 답답한 느낌이였어. 또, 변백현이 너무 미워 보이는거야.
나 박찬열 좋아하는거 다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고.
"다 알고 있으니까"
"…"
"그만해"
"…"
"…나 먼저 들어갈게"
저걸 계속 듣자니, 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서, 변백현 말 다 끊고, 내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어.
그리고 계속 앉아있던 그네에서 일어났는데, 어느새 해가 저물었는지 조금 어두운거야. 그래서 더 빨리 가려고 했어. 그런데,
"나 아직 얘기 덜 끝났어"
"…"
"그리고, 나도 지금 화가 나거든"
"…"
"그냥 박찬열이랑 만나고 싶었다고 했으면 별 말을 안 하는데"
"…"
"거짓말 하면서까지 박찬열을 만난게 난 화가 나"
변백현이 나 걷는 와중에 저렇게 말 하는거야. 솔직히 변백현 말이 난 이해가 안 됐거든.
거짓말 한 건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결론은 내가 박찬열 만난게 화난 거잖아. 그게 왜 화가 날 일인지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난 대답 하나 안 해주고, 꿋꿋이 걷고 있었어. 그런데, 걷고 있었는데, 변백현 마지막 한 마디로, 거짓말처럼 내 걸음이 멈췄어.
"그런데, 나도 너한테 화 못 내"
"…"
"내가,"
"…"
"너 많이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