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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랑 연애?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네-


W.춘북



**



#05:

서로에게 최악의 시나리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일들은

(밤만 되면 들끓는 나의 미친 욕구들을

이기지 못하고 옹성우를 덮쳐

옹성우가 나를 고소한다던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독 옹성우 혼자만 스킨쉽에 민감해져서

조금, 아주 지인짜 쬐끔!

손끝만 스쳐도 화들짝 놀라며

당황한 채로 다른 방으로 피신하는

그런 아이러닉한 상황으로만 치달았다.

꼭 내가 잠재적 변태로 몰듯이 

저렇게 예민보스로 변하니,

나 또한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잡고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 라고

거두절미하고 돌직구를 날리면,

내 두 시선을 피해버린 채 천장만 보며



"ㅇ,원래 집에 ㅅ,사람이 있으면...

잘 못자. 예민해진다구."



별 개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렇게 예민하면.
도대체 동기MT며 하다못해

동네 교회수련회는 어떻게 간거냐 너.



저녁 8시.


어찌어찌 밥을 해먹고

(는 개뿔, 불 조절에 실패한

우리의 옹필패 덕분에

다 타다 못해 재만 남은

충격의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발코니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있었다.


하루가 무념무상하게만

지나가는 듯 해서

뭐라 옹성우에게 말 좀 건네려던 그 찰나에.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ㅇ,어? 지금 우리 집에?"

"ㅇ....어. 그게,

우리 집에 누구 있어서...."



뭔가 뒷꿍꿍이가 몹시 있어보이는

전화 한 통을 재깍 받은 옹성우는

옆에 자리잡은 내 눈치를 엄청 보면서

사람 답답하게 말꼬리를 늘이고 있었다.


누구랑 통화하길래

내 눈치를 그리 보는 건지,

아무 생각없이 물끄럼이 옹성우를 바라보다가....

롸?! 하고서는 면상에 찌부릴 수 있는

온갖 주름들을 찌부리면서

입에 담기조차도 싫은,

 그 사발년의 이름을 담았다.


"너 그거 설마 최송이야???"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내 입에서는

분노500이 느껴지는 앵그리버드 톤으로

옹성우를 쪼아댔고,

살살 눈치를 보던 옹성우는....

결국.



"ㅇ...,어! 그래.

우리 집 앞으로 와

우리집에서 하자."



내 썩어들어가다 못해

문들어져가는 얼굴을 보고

통화의 상대방에게

본인 집으로 오라는 답변을 안겨준 뒤

통화를 마쳤다.


미쳤어, 미친거야.

도랐지 아주?


분명 옹성우는 알고 있을테다.

아니, 이걸 잊었다는 것은

그가 나와 절교를 하고싶다는 것을

돌려말하는 것과 같다.


최송이 그 사발년때문에

지난 내 대학생활이 어떻게 무너졌고,

웬만한 동기들과 교수님의 어그로에

쉽게 무너지지 않던

병먹금의 갓오브갓인 내가

그 미세먼지같은 별 볼일 없는 년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해댔다.


이를 매우,몹시,자세히

알고 있었던 옹성우는.

내 썩어들어가는 표정은 일체무시한 채,

흔쾌히 제 집으로.

아니, 내가 머무르고 있는 집에

최송이 그 년을 초대 따위를 했다.


삽시간에 스트레스로 범벅이 된

분노와 짜증이 가득찬 얼굴에서

사람 하나 작살을 낼

냉소적이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오락가락하니

옆에서 전화를 끊고

내 눈치만 보던 옹성우는

나를 살살 달래는 톤으로
"ㅇ,올 때 민현이도 온다구 했오......" 라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했지만.


최애와 최악이 공존하는 이 상황에서

안전빵이 있으나 없으나 조삼모사...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



"이번에는 서론 부분에 뮤즈를

자세히 소개해야 할 거같아,

저번에 지적 받은 부분이니깐."


"흠, 그럼 성우야.

우리 뮤즈는...."



.......시뷀. 내가 이 집에 상주한 게

죄지, 죄야.


최송이 그 년은 조별과제를 한 차림부터가

벌써부터 땡x100 이었다.

아니,

무슨 핫 써머 프라이데이 나잇을 위한 파뤼에 오셨어요????

저딴 시스루 미니 원피스는

밖에 쳐 나돌아 다닐때나 입으라고.


사실. 남이 뭘 입던간에 별 관심조차 없었고

그냥 그렇구나, 또는 거 취향 한번 독특하네, 하고

지나칠 나였지만

옹성우랑 같이 있는 이 공간에서

저딴 발칙한 착장은 집 입구에서부터 거절할 착장이었다.


특히나 내 최악이 저딴 착장을 하고 온다고?

옹성우의 집 입구에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우리 동네에 어귀에 들어오면서부터

부정 탄다고 직접 최송이의 그 면상에

붉은 팥을 냅다 던질 각오도 되어있었다.


부글거리는 속내를 못 이기고

나는 냉수 먹고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찬 물을 저 사발년 면상에 부어버릴 수도 있지만,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

ㅇㅇ야?"


마주보는 자리의 내 앞에서

동그리 동동한 갓경을 쓰고

'화성학 원론' 이라는 굵직한 금테 글씨가 적혀진 책에

거의 스며들 자세로 들여다보는

우리 똑순 애옹이 민현이가 있어서

차마...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일찍이 기말 시험공부를 준비한다는

엉터리 방터리같은 말을 해대며

나 역시 민현이 앞에서 책을 폈지만,


화성학 공부하는 황민현,

그 풀네임 자체만으로도 존잘러스한

피사체를 앞에 두고서는

이딴 장기조직과 뼛조각 나부랭이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민현이는 간간히 책에 적힌 이론들을

그대로 따라 암기하려는지

앵두 마냥 빨갛게 물든 입술을 오물거리며

책을 따라 소근소근 읽어나가기도 했고,
고개를 너무 숙여 흘러 내려오는 안경을

간간히 올리려고 두번째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는

안경 알의 테부분을 슬쩍 밀어 올렸다.


와씨.......

우리 민현이는 안경 들어올리는

저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사람 심장을 조질 수 있구나.......


큐티한 이미지의 안경과 사뭇 다르게

냉기 서린 포커페이스로 책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던 시절,

윤동주 지사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조와 절개를 잃지않고

꿋꿋하게 우리말로 공부하고

사람들을 가르칠 것 같은

참된 지식인 청년같은 우리 민현이....


내 망상 속 한 편의 독립운동 영화가 결말을 맺은 뒤,

엔딩 크레딧까지 올라가고

중간 중간 후속작 쿠키영상이 보여질 쯤 간에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집중 안 되지?"


어느새 내 흐리멍텅한 시선을 맞추며

턱을 양손으로 괸 민현이가

달달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까 시작할 때 그 페이지랑

지금 페이지랑 똑같네,

난 벌써 한 단원 넘어갔는데"


"ㅇ,아니이.

이 페이지에 암기할 게 많아서 그래에...."


"그으래에?"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가까운 공간에서 너무 빤히 바라보는 민현이에

괜히 시선을 발코니 쪽을 향하여 던지면,

민현이는 내 시선을 끝까지 따라올 모양인지

내 시선을 따라가며 말꼬리를 늘였다.


옹성우한테 없던 부끄러움이라는 알러지는

우리 애옹이를 보면 갑자기 돋아난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우리 뽀쟉둥둥 애옹이를 가까이서 보면

말부터 더듬고 두 볼에 열이 올라 어쩔 줄 몰라한다.


말꼬리를 늘이며

나를 향해 베시시 웃어보이던 민현이는

갑자기 고개를 책상에 닿게끔 숙이더니

내게 정수리만 보이며 뭔가를 뽀쟉뽀쟉 하기 시작했다.


동글동글한 민현이의 정수리를 바라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손은 이쁜 야옹이의 턱을 긁어주듯이

민현이의 정수리와 뒷통수를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쓸었고,

뭘 하는 지는 모르겠다만 고개를 숙인 채

쉼없이 꼼지락 거리던 민현이는

내 손길에 푸흐- 하고는 바람빠진 웃음을 한번 지은 뒤

또 하던 일을 계속했다.


손가락 사이 사이를 빠져나가는

민현이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느끼며

무심히 쓰담쓰담하고 있을 때,

이 곳으로.

정확히 말하면 나와 민현이를 향한

뾰족하고도 모난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리면,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거의 초면인 듯한 정색한 옹성우와

그 옆에 아주 껌딱지처럼 들러 붙어서는 간악한 신하 마냥

옹성우에게 귓속말을 뭐라 씨부리는 사발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쌩초면인 정색한 옹성우에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처럼 덜컥 겁이 났지만,

옆에 달고있는 사발년의 행동이

내 심기를 꽤나 건들였으므로

난 또 다시 뻔뻔하게 뭐? 왜? 라는 수식어를

얼굴에 써 붙인 것 마냥

철판을 깔고 똑같이 노려보았다.


마치 불륜 현장에 있는 마누라 잡으러 온 것같네,

옹성우 주제에.


옹성우의 불편한 시선에 맞서

같이 노려보고있으면,

드디어 할 일을 끝낸건지

고개를 한참이나 숙이고 있던 민현이가

고개를 들었다.


"ㅇㅇ야,"


"응!ㅇ,엥?"


나긋하게 불러오는

내 이름 몇 음절에 맞춰

고개를 돌려버리면,

혀끝으로 닿아오는 달달한 무언가에

흠칫 놀라 민현이를 곧장 바라보았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집중 안된다고 하길래,"


"당 보충하라고 초콜릿 좀 챙겨왔지."


............미녀나.........(주먹울음)
세상 어느 남사친이 이렇게 쏘스윗하게 웃으며

입안에다 초콜릿을 넣어줄

기특하고도 발칙한 생각을 하는거죠???

존재는 한답니까?!??


오늘도 나는 설렘 오조오억개를 안겨준

우리 기특한 애옹이 미녀니에

심장을 부여잡아야만했다.


잘키운 황민현 하나 열아들 부럽지 않다고,

그 말이 딱 들어맞는구만.


후하후하,

우리 뽀쟉둥둥 애옹 미녀니는

도대체 뭘 보고 자라왔길래

이런 배려넘치고 센스 만점,

아니 오조오억점인 행동만 하는거지?


심장 멎을 일만 골라서 하는 우리 미녀니에

나는 내 가슴부근을 부여잡고

심쿵!하는 퍼포맨스를 보이고

미녀니는 그 특유의 "흐ㅎ핳ㅎ핳ㅎ",

정직한 미소를 보였다.


환하게 웃을때만 보인다는

민현이의 고르고 가지런히 늘어선 일렬횡대의 치아들에

나 또한 입을 가로로 길게 찢으면서

대답이라도 하듯,

해맑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옹성우와 최송이년의 합작 콜라보레이션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우리 효자 민현이로 인해

말끔히 사라질 때 쯤.


"아주 깨가 쏟아진다,

쏟아져."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옹성우는

나와 민현이에게 아구리를 털며 건들댔다.


아니, 지금 뭘 잘했다고 건들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니가 지금 아가리 털 때냐?" 라며

한마디 톡 쏘아주자.

민현이와 나 사이에 남아있던 초콜렛을

몇개 주워먹던 옹성우는 지금 말 다했냐, 는 식으로

나를 똑같이 내려다보았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상황이 점점 개처럼 물어뜯고

싸울 기세로 치닫을 것만 같자,

나와 옹성우 사이에 낑겨있던 우리 민현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덩달아 포커페이스를 하고선

중재에 나설 기미를 보였지만,

애시당초 김ㅇㅇ 옹성우 싸움에는

민현이의 이성적 논리는 통하지를 않을 것 같았다.



".....김ㅇㅇ, 

말 좀 예쁘게 하라고."


"본인이 눈치 없는 새끼처럼

일을 벌려 논 여기서?

예쁜 말? 미쳤냐 진심"


"말 좀 예쁘게 해달라고 한 거랑

지금 상황이랑 뭔 상관인데"


"넌 씨발,

지금 상황에서 예쁜 말이 잘도 나오겠다-"


"....욕 좀...김ㅇㅇ,

너 진짜 사람 피곤하게 할래,"


대화를 이어 나갈수록

결코 끝이 보이지 않을 뫼비우스 식의 논리로 흘러가니

평소에는 절대 져주지 않던 옹성우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마른세수를 두어번 하더니

마치 나를 어깨 위에 무겁게 올라간

만성피로처럼 여기며 대화를 먼저 끊어냈다.


두번 다신 대면을 하고 싶지도 않았던 최송이

시발년을 본 것만으로도 모자라,

억울하게 눈(치없는)새(끼) 옹성우한테

시비나 털린 나는 분에 겨워 뒷일은 생각치도 않고

홧김에 한 마디를 내뱉고는

신고 왔던 슬리퍼를 찍찍 끌며

옹성우의 집에서 나왔다.



"피곤하게 굴어서 죄송하네요.

시발 내가 나가고 말지."


**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온 곳은.

우리 집이 아닌,

초딩 이후로

발 한번 디뎌본 적이 없던 놀이터였다.


우리 집 대문짝을 고치는 데

3-5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옹성우를 통해 들었으니,

분명 문은 아직도 덜렁댈 것이 뻔했고,

본의 아니게 서울 한 복판에 노숙을 하게 된

2n세 홈리스 김ㅇㅇ는 불안했는지

손톱을 물어 뜯으며 그네에 올라 발만 굴렀다.


학교 축제때 거나하게 취해

잔디가 깔린 대운동장과 노천극장에서

노숙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편의점에서 소주2병을 사서 먹고

뻗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

아침 8시면 재잘대며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등교를 할 순수한 아이들에게

동심을 파괴하는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다시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보니,

옹성우 집에서 욱하는 성질머리로 욕 하다가

급하게 나와서 천원짜리 하나 챙기지 못했고.

병나발 불어댈 소주 한 병은 커녕,

지금 당장 옹성우 집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갈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야 할 판이었다.


.......씨,


전공책 사이에 끼어서는

혼자서 꼬여버린 이어폰 줄 두 가닥 마냥

더럽게도 꼬여버린 지금 상황에 빡쳐 

그네를 밀기 위해 구르는 발에 시선을 옮기면,

가로등의 불빛을 등지고 누군가 내게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설마,

그 쪼잔한 성격이?

에이 설마,


내게로 가까워지는 그 누군가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다퉜던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잣말을 얼마나 해댔는지 모른다.


땅을 향해 숙였던 고개를 들고

그 누군가를 확인했을 때,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내 얼굴에는 적지않은 실망이 드러날 것이 뻔했기에

난 부러 고개를 들지 않았고.


땅을 향해있던

내 시선의 테두리 안.

단정하게 끈이 매어진,

때묻지 않은 하얀 캔버스가 들어왔다.


**


"결국 온다는 곳이 놀이터였어?"


"..아..그냥,

집에 가면 혼자 화 내다가

뭐 부실 게 뻔하니깐."


"난 네가 성우한테

그렇게 살벌하게 대한 모습은 처음 봤어."


"아니, 그 새ㄲ.

ㅇ,옹성우가 먼저 선을 넘었잖아.

눈치도 없냐,

최송이를 왜 데려와."


나란히 내가 앉은 그네 옆에 앉아선

날 물끄러미 보던 민현이는

자연스럽게 욕이 내뱉어지는 내 주둥이가 신기한건지

혼자 푸스스, 웃어보였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혼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혼자 웃는 민현이에

나는 입을 빼쭉 내밀고는

"ㅁ,뭐가 웃긴데. 야, 혼자만 즐겁냐." 하고는

투덜댔다.



"어린애 같아.

너랑 성우, 둘 다."


"둘 다 자신이

다 큰 줄 아는 애들같아. "


"지금 느껴지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며

아닌 척,

다른 감정으로 덮고만 있잖아."



신발 앞 코로 흙무덤을 만들어 내다

본인의 캔버스 위에 흙을 덮던 민현이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나와 옹성우가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여느 미취학 아동들과 다를 바 없이 굴고있다고.


절대 아니라며 반박에 반박을 더하고 싶었지만,

내 마음을 꿰뚫어 본건지

민현이의 묵직한 팩트에

나는 말없이 발장난만 치댔다.


말없이 그네에 매달려있는 우리 둘 사이에는

뜨겁던 여름 낮과는 다르게

바람만이 남아있었다.


이대로 끝없는 정적만이 이어질 것같아

뭐라 아무 말이라도 내뱉으려하면,

 그네에서 먼저 일어난 민현이가

내가 매달려 있는 그네의 뒤로 다가와선

앞으로 나아가게끔 천천히 밀어주었다.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젖혀지는 그네에

그간 나를 꽉 옳아 매었던 생각들이

조금씩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힘차게 밀어주는 민현이에게

어린 애 마냥.

재밌다, 좀 더 밀어줘- 하고 말하려 할 때.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자꾸 감정을 숨기고 그러다."

"....그러다 후회한다 너, 누구처럼."



언뜻 들어보면

장난스레 건넨 한 마디처럼 들리겠지만,
그 장난스레 건넨 당사자의 표정에는

결코 장난스러운 뉘앙스는 없었다.


웃고는 있지만,

억지로. 웃는.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지 않으려,

애써 웃어보이는.

그런 민현이의 표정에

나는 뭐라 해줄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못 본척. 아무 말이나 던졌다.



"재밌다. 좀 더 밀어줘,"


"응, 꽉 잡아.

세게 밀거니깐."



공중으로 향한 그네에

자연스레 몸을 맡긴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민현이의 말대로

덩치만 큰 애새끼에 불과한건 아닌지,


남을 대할 때보다는 조금 과격하게 굴고,

유난을 떨어대며

둘의 사이에 공간을 남겨두면

다 덮힐 수 있는 감정이라 치부하며

나 자신과 옹성우를 속여온 건 아닌지,


그리고,
지금 내게 어린애 같다며

어른처럼 다정하게 날 이르는

너 역시도.

감정을 애써 무시하는

어린애 아닌지 하는,


 
**


이대로 놀이터에만 머물다가는

진짜 밤을 샐 것만 같아

나는 서둘러 민현이를 집으로 보냈다.


세 발자국 걷고 한번 뒤돌고,

안심이 되지 않는건지

계속해서 나를 확인하는 민현이를

억지로 우겨서 집으로 보낸 뒤,

나는 덜렁거리는 대문이 달린

내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강도 놈한테 잡혀죽는 한이 있어도,

옹성우 집에 기어 들어갈 수는 없어

이를 악물고는

대문으로 이어지는 우리집 돌계단을

밟아 올라갔고.


덜렁대는 대문을 맞으리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멀끔히, 아니.

기름칠과 납땜질을 해서인지

새 것처럼 교체되어있는 대문에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했다.


옹성우가 부숴먹은 대문 손잡이에는

수리하신 분이 붙여두고 가신 것 같은

영수증 따위의 종이 쪼가리가

밤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낚아채서는

 자세히 읽었다.


분명, 저 큰 대문을 고치는 데

3-5일 걸릴 것 같다는

망할 옹성우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수리는 하루만에 완료했다는 걸

 영수증 끝 부분에 적힌 날짜가 알려주었고,


 바보같이

"너 이제 니 집으로 가." 라는 한 마디를 못해서

 날 본인의 집에서 계속 재운건지.

 아님,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좋아서.

 일부러 거짓으로 말한건지,

 

망할 옹성우 덕분에

나는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내 발끝에 채이는

 물건더미들에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숙여

 물건더미를 헤집어보면.



".........바보같이 착하기만해서."



옹성우 집에 머물면서

내가 가져다 두었던 물건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있었고,

 실습용 흰색 가운은

 다림질까지 되어

 반듯하게 접혀있었다.


망할 옹성우.


복잡한 마음을 끌어 안듯이

 물건들을 품에 끌어안고 집에 들어와선

 그대로 이불이 깔린 침대에 뛰어들었다.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않는

옹성우의 행동에

 분에 받쳐 엉엉 울고 싶고,

 악을 쓰면서 화도 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를 않았고.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자꾸 감정을 숨기고 그러다."

"....그러다 후회한다 너, 누구처럼."


아직까지도 귓가에 어른거리는

민현이의 말에

아직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냥 잠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일은 없다는 듯이 잠에 들고나면

 그나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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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고스란히 실린 듯,

부숴저라 문을 박차고 나간

ㅇㅇ를 뒤쫓아 민현이도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가 아니여서 인지,

민현이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지만

ㅇㅇ를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ㅇㅇ가

혼자서 울고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 한밤중에 동네 한바퀴를

뜀박질을 했지만,

헛수고였고.

지친 몸을 그대로 다시 성우네 집으로 끌고 왔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성우와 같이 있어야 할 

최송이는 먼저 귀가한 모양인지 보이질 않았고,

성우만 벽에 기대어 마른 세수를 해대었다.


마른 세수를 연거푸 해대는 성우에게.

민현이는 순간적으로 미운 감정이 들었다.


ㅇㅇ가와 최송이는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걸로도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를 모를리가 없는 성우가 직접 최송이를

집에 덜컥 초대를 했다는 행동부터가

민현이는 이해가 가질 않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또 힘들어하고 속상해 할 것이 뻔했으니.

아무리 친구였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우가 미웠다.


"왜 그랬어,

ㅇㅇ가 최송이랑 사이 안 좋다는 거

성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5 | 인스티즈


".......최송이랑 과제하면서

단 둘이 있을때마다

유언비어 생겨서,

아예 김ㅇㅇ 있는 곳에서 할 생각이였지."


"김ㅇㅇ 보는 앞에서 하면,

적어도 오해는 하지 않을 것같아서....."


".......내가 생각이 짧았어,

다 내 잘못이야."


얼굴을 두 손에 묻은 채 웅얼대며

자책하는 성우에 민현이 또한

안타까웠다.


매번 올라오는 최송이와 성우의 유언비어에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하게 넘기는 척하는

ㅇㅇ를 성우 또한 모를 리 없었고.

ㅇㅇ가 걱정을 놓아주려고 한 것 뿐인데,

단단히 오해를 사버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기다려야지."

"김ㅇㅇ 화가 다 풀릴때까지."


"김ㅇㅇ, 분명히 초등학교 근처

놀이터에 있을거야,"


"싸우면 항상 거기서 화해했거든.

그네 밀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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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암호닉 신청했었던 달린입니다
아 최송이...이 초코송이같은 기지배ㅠㅠㅠㅜㅠ
여주랑 성우가 얼른 화해하길 바라구
민현이ㅠㅠㅠㅠ짝사랑ㅠㅜㅜㅜㅠ힘내라....
넘 재밌게 읽구가여!담글두 기대할게여❤

6년 전
춘북
최송이 요 초코송이같은 기지배!! 워이!!! 떨어져라!!!
6년 전
비회원129.78
후회한다 누구처럼의 누구는 민현이 본인이겠죠?ㅜㅜㅜㅡㅜㅜㅜㅜㅜㅡ자까님 너무 설레고 슬퍼욤ㅜㅜㅜㅡㅜㅜㅜ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ㅡㅠㅡㅜㅜㅜㅜ
6년 전
독자2
코어입니다! 여주랑 성우는 얼른 화해했음 좋겠구,, 민현이는 어찌 되는 거죠 ㅠㅠㅠㅠㅠ 그냥 제가 데려갈까요 ㅠㅠㅠㅠㅠ
6년 전
춘북
엌! 그럼 전 코어님 들튀할게욥☆☆
6년 전
독자3
보리입니다 .. 혹시 민현 후회한다는게 너두 여주를 좋아하고 있었던거니 흗흑 .... 그리구 성우랑 여주 빨리 화해했으면 좋겠구 저는 그냥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재밌게 읽고 가요 !!❤️❤️
6년 전
독자4
@불가사리입니다 라ㅠㅠ 성우가 얼른 여주와 화해했으면 좋겠어요ㅠㅠ 보는데 혹시 민현이두..?하고 느꼇어요 사실 누구든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용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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