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가 누군데요 w. 포뉴 그날부터 거의 매일 편의점에 갔다. 혹시라도 김종현을 다시 만날까봐. 편의점 알바생의 눈치를 보면서 한참을 어슬렁거리다가 초콜렛하나 사가고, 껌하나를 사가면서도 눈은 편의점 문에 계속 고정했다. 그런데 굳이 김종현을 다시봐서 무슨 말을 하겠다고. 야 나 너 티비에서 봤다? 아니면, 너 연예인이었냐?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김종현의 얼굴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저런걸 누가 보냐며 혀를 끌끌 차던 음방을 보기 시작했다. 초록창에 뉴이스트를 검색해보고 스케줄도 확인했다.
"너 정말 전에 그 뉴...뭐시긴가 걔네 입덕한거야?" "아니거든" "뻥치지마. 지금 완전 그거네. 입덕 부정기" 말해줘도 안믿을거면서. 자기와 편의점에서 같이 밥먹던 사람이 알고보니 잘나가는 아이돌이라고 하면 세상 누가 믿겠는가. 화면으로 보는 김종현은 더이상 전에 내가 보았던 개싸가지 재수탱이가 아니었다. 마스크를 끼고 후줄근한 후드를 덮어쓰고 검정 슬리퍼를 질질 끌던 놈도 아니었다. 눈은 붉게 화장하고 옷은 삐까번쩍.분명 동일 인물인데도 내가 잘못 봤던게 아닌가 다시보고 또 다시보게 되었다. 여느때와 같이 학교로 가는 길에 한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번 편의점에 들렸지만 모두 허탕을 친 날이었다. 잉잉거리며 귀 옆을 간질이는 모기에 자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시발 이번년도에는 폭염때문에 모기 다 죽었다면서요. 20분 간의 사투 끝에 끈질기게 목숨을 부지하던 모기를 때려잡았다. 도대체 21세기 기술의 발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모기 새끼 멸종은 어디쯤인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다되어간다. 콜라가 마시고 싶어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비루한 내 냉장고에 콜라가 들어있을리가 없다. 쩝하고 입맛을 다시며 지갑을 챙겨 나갔다. 안 무섭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콜라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컸기에. 그리고 아주 조금의, 혹시나 하는 희망도. 편의점 냉장고의 문을 부러 천천히 열어 콜라를 꺼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낮처럼 질질 끌 수는 없는 일이었다. 초콜렛도 하나 집어가겠다는 이유로 가판대 앞에 쭈그려 앉아 초콜렛 종류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시커먼 마스크에 후드를 뒤집어 쓴. 얼굴의 반이상이 가려져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김종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하지?그냥 모르는 척 인사를 해야하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던 나와 김종현의 눈이 마주쳤다. 무슨 말이라도 일단 해야한다. "연예인 하세여" "...뭐?" 연예인 이세요면 몰라도 연예인 하세요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와 연예인이 섞인 혼종의 결과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 나간 것에 나 스스로가 더 놀라서 횡설수설 아무말을 시작했다. 아니, 내가 며칠 전에 슬기랑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갔거든?슬기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 거기서 물 뜨다가 티비를 봤는데 너가 그 뭐냐, 뉴이... 헙. 갑자기 손으로 급허게 내 입을 막는 김종현에 아무말은 거기까지밖에 할 수 없었다. "읍읍-" "조용히하고 따라 나와" 아니 이게 무슨 영화의 납치 장면도 아니고... 명령조의 말투에 발끈했으나 김종현의 부릅 뜬 눈에 쫄아서 쫄래 쫄래 편의점을 따라 나왔다. "왜, 그래서 하던 말 계속해봐. 뉴이가 뭐" "다 됐고. 이거 너 맞아?" 핸드폰 갤러리를 뒤져 김종현의 음방 움짤을 보여줬다. 허리를 굽혀 내 핸드폰을 빤하게 들여다보다가 이내 "응 난데"라고 답하는 녀석이다. 장난해? 응 난데? "야... 너무하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속여" "내가 언제 나 연예인 아니라고 한적 있냐" "...그렇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쉽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김종현 얼굴 보기 어려웠을 때에는 하고싶은 말이 쌓였었는데. 내가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고 있자 스읍-하고 숨을 한번 몰아 쉰 김종현이 "늦었다. 집까지 바래다 줄게" 라며 발걸음을 옮긴다. 바보야 그 쪽 우리집 방향 아니거든. 아 알아, 그냥 한번 가 본거야. 멋있는 척은 다하면서 은근히 묻어나오는 허당미에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근데 아까는 왜 편의점에서 입까지 막고 데려나온거야?" "거기엔 알바생 있잖아. 엿듣게되서 좋을 거 없으니까 "오~ 역시 연예인. 아무데서나 막 얘기해도 안되고" "아 뭐래. 여기 너네 집 아니야? 다 왔네" 그새 다왔구나.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앞에서 문 손잡이를 잡다가 멈칫했다. 그대로 뒤를 돌아보니 김종현은 내가 올라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갈 생각인지 짝다리를 짚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아직 나는 할 말이 더 남았는데. 물어보고 싶은게 많은데. 발걸음을 돌려 다시 김종현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저어... 저, 있잖아 그럼 우리 이제 못봐?" "왜?" "너 연예인이라는 거 내가 알아버렸잖아" "뭐라는거야 연예인은 일반 친구도 못사귀냐" "헐 대박 나 연예인 친구 처음 사겨봐" 그러면 앞으로도 밥 같이 먹을 수 있는거야?설렘과 기대에 가득 차 눈을 반짝이며 김종현을 올려다보았다. 볶음 김치로 이어진 인연에 이렇게 의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같이 밥을 먹고 하루의 시시한 이야기들을 나눌 사람의 빈자리가 겪어보고 나니 생각보다 크더라. 김종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컴백 무대할 때고,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음방도 뛰고 예능도 찍어야해서 바쁠걸. 숙소에도 엄청 늦게 들어가거나 안올 수도 있고." "그러면, 있잖아 혹시...." "빨리 말해. 이러다가 날 다 밝겠다." "너 전화번호 알려줄 수...있어?" 정말 뭐 불순한 의도나 퍼트리려고 그러는게 아니고!! 너 뭐하고 사는지 궁금한데 통 연락이 안되니까, 그러니까! 친구면 연락처 하나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지? 싫으면 안줘도....! "폰 줘" "나 막 전화하고 문자해도 돼?" "그럼 번호 받았다가 어디에 쓰게ㅋㅋㅋ" 난생처음으로 연예인 번호를 받았다. 그것도 요즘 잘나간다하는 남자 아이돌의 전화번호를.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김종현의 얼굴을 보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아 물론 티비로는 매일 보았다. 활동 후 첫 예능이었던 주간아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나...뭘 본거...지?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입밖으로 주르륵 쏟아져나왔다. "미친! 김여주 개더러워!" 옆에서 슬기가 휴지를 던져주며 난리난리를 피웠지만 휴지로 대충 입을 닦으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여전히 김종현의 애교가 떠나질 않았다. 5분 정도 지나자마자 김종현을 놀릴 생각에 낄낄거리면서 무한 캡쳐를 하고있었지만.
"어 주현아, 나 슬기인데. 어...여주가 좀 요즘 맛이 갔더라. 주간아 보다가 주스를 뱉지를 않나 갑자기 미친듯이 웃지를 않나...아 원래 입덕하면 그런거라고?" +)
"....."
"시발..." -------------------------- 내일이면 금요일이네요! 일주일 금방 가요 흐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