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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8

선을 그어주던가


w. 랑데부



36.



"...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나 뭐라고 답한 거지. 지금 이거 뭐지.
그리고 정말 엄청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얼굴 아예 가렸거든. 뭐지, 고백은 선배가 하고 내가 왜 부끄러워해, 역할 나눔도 아니고. 그래서 잠깐 얼굴 가리고 작게 쉼호흡하고 가렸던 손 떼고 선배를 봤는데. 물론 선배도 그래 보이긴 한데, 나보단 낫더라. 이럴 때 쓰라고 사이렌이 있는 건가.




"온나"



그리고 선배가 팔 벌리는데, 선배 잠시만요. 제 이성적 사고들을 좀 보호 해주세요.




"내가 가까"




선배가 고개 갸웃하고 보는데, 잠만 이거 진짜 아닌 거 같아.




"흡"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대답도 못하니까 선배가 고개 숙이고 웃더라, 그리고 내 팔 끌어당겨 안았어. 선배 품은 왜 항상 아늑하지, 아니 뭐래 무슨 소리하는 거야 지금. 그리고 선배가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솔직히 이런 감정으로 안긴 건 처음이잖아. 대부분 위로해준다고 빌려준 품이었는데.
그리고 잠시 내 어깨에 얼굴 묻었는데, 갈 때가 된 거 같아. 
정말 심박수를 체크했다면, 엄청 뛰었으니까.




37.



알람이 하도 시끄러워서 일어났는데, 꿈 인가 싶었어. 내가 잘못 꾼 꿈인가. 우선 샤워부터 하고 로션 바르는데, 졸린 거 보니까 꿈은 아니더라고. 어?




"어?"



꿈 아닌가봐. 그때부터 제정신은 아니였어, 눈썹만 몇 번씩 그린 건지 그리고 안경 주워 들었거든. 내 부은 눈은 그래도 소중하니까, 그러고 계단 내려가면서 머리 묶으려고 머리끈이 튕겨 나가버리는 거야. 아, 아 진짜 이건 탄력이 너무 심한데,




"잘 잤나"




잘 자겠어요.




"..저, 머리끈 좀"


"이리 온나"



아뇨, 머리부터 묶고,, 그래서 주우려고 했는데 선배가 먼저 집더라고. 주셔야 제가 머리를 묶을 텐데요, 아침부터 뭐 하는거지 했어. 우선 선배에게 걸어갔지.



"뒤로"



뭐야,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 또? 정말 어리둥절 해있다가 선배가 살짝 돌려주더라고 뒤에서 뭐 하시려고, 하는데 선배가 머리칼 살살 잡더라. 응? 머리칼? 그러더니 좀 이따 머리 꼭 묶이는거야. 지금 묶어준 건가, 완전 놀라서 뒤돌아 봤는데 선배가 와 이러는 거야.




"내 누나 있거든"




아 그렇구나,가 아니고. 동생이 머리도 묶어줘? 좀 이해가 안가서 올려다 봤는데 선배가 예쁘게 웃더라.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8 | 인스티즈

"누나가 애인 생기면 해주라고 시켰다, 맨날"




네 뭐요, 애인이요? 우선 궁금증이 풀리니까 이게 무슨 기분인지 뭐가 확 올라오더라고, 아니 밀려온 건가. 멍하게 서 있었어. 나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은데, 방금까지 무슨 일 있었던 거지. 내가 하도 멍하게 서 있었는지 선배가 앞에 그 손으로 딱하는 그거 뭐더라 여튼 그래서 레드 썬 한 거처럼 깼어. 그런데 웃음이 나는 거야, 선배 올려다보니까 그래서 웃었거든. 





"예쁘게 웃는 건 좋은데"



"내도 지금 엄청 떨리거든"



"..아이다"




그리고 하던 일 계속하라고 하고 방으로 가더라고, 나도 좀. 이불킥,, 전생에 이불은 큰 죄를 지었을거야. 아닌가 베개도 팡팡 거리고 안 터진게 용했어. 어제까지는 그래도 선배 얼굴 제대로 봤는데, 전처럼 그 선배 처음 봤을 때 같았어. 그리고 다시 내려갔거든, 밥은 진짜 안 넘어갈 거 같아서 토스트나 해 먹을까해서 다시 내려가서, 잼도 찾고 구워진 식빵도 올려 놓는데. 선배는 밥 먹었나 해서 노크 했거든,




"와"


"..혹시 ㅇ,아침 안 드셨으면"


"응"


"빵이라도 드실..래요?"



그 말까지 하는데, 선배가 가자 하고 나오더라. 그래서 마주 앉아서 잼 바르고 있는데, 이 정적 어떡하지.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건지, 잠깐 나 쳐다보는데




"흐억, 아"



"괘안나"



우유 뿜을 뻔 했거든, 잘못 넘어가서 입 막으니까 선배도 놀란 건지, 내 옆으로 와서 내 뒤에 있는 휴지 뽑아서 건네는데




"..."



"아 웃지마라"




서로 터져가지고 선배도 한쪽 무릎 대고 굽혀 앉아있는데 고개를 못들고, 나도 못 들겠더라고. 이게 뭐하는 거지, 딱 이 시선으로 보고 아 지금도 웃겨. 정말 하나하나 모든 걸 뜯어봐도 전혀 바뀐 게 없는데, 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구나. 그리고 선배가 먼저 일어서서 다시 자리에 앉는아서 잼 다 바른 빵 건네더라. 아, 나도 비슷한 타이밍에 건넸거든.





"...교환할까요"




그래서 아침은 먹었거든, 근데 나랑 선배랑 같이 앉아 있기가 자꾸 그래서 각자 방 가져가서 먹었어. 그리고 윤도운도 봐야 하고, 잠깐 학교 들렀다 올까 해서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선배가 기타 매고 신발 신고 있더라. 와 근데 이런 말 해도 되나, 반팔에 슬랙스 입었거든 입으로 대박 헐 나올 뻔 했어.




"대박, 헐"




아니 했네. 했구나, 했다. 내가 했네, 해버렸네. 당연히 입 꽉 막고 올려다 보는데, 어이 없는지 웃더라. 잠깐 연예인 보는 느낌이였어요, 죄송해요. 선배는 딱 봐도 학교로 갈 거 같아서 따라가 구두 신고 있었거든 근데 이게 메리제인이라 발목에 채우느라 좀 시간이 걸렸거든 아 최대한 빨리 채우긴 했어. 그러고 일어서니까, 어 아직도 선배 키의 반이 더라. 구두의 효과가 역시 없었어. 

그리고 같이 걷는데, 팔길이가 애매서 접은 게 자꾸 흘러 내리는거야. 그래서 잠깐 서서 접으면 흘러 내리고, 또 서서 접으면 흘러 내리니까 선배가 그냥 내 손 쥐어 내리고, 접어주더라. 첨부터 접어라 알았나. 모든 옷을 처음부터 접겠습니다. 아무래도 남의 손으로 접으니까 덜 흘러 내리더라, 그리고 걸었어. 사실 오면서 좀 사이가 풀린 거 같았어, 계속 대화 주고 받고 그러니까 편해지더라.




"아 그리고"


"네?"


"우선 말하지 말자, 그게 편하제"


".....아, ㅇ,어 선배는, 괜찮아요?"




그냥 끄덕여주더라, 양보한 건가 싶었는데 선배도 이런 일로 막 여기저기 먼저 말 퍼지는 거 싫다고 하더라. 그러면 다행인데, 우선 할 수 있을까요.




"자신 없제"


"..그냥 자신이 없는데,"


"들키면 그때 이야기 하면 되지, 괜히 마음 쓰지 마라"


"알았나"



바로 걸리면 어떡해요?, 그랬거든. 그러니까 선배가 좀 웃더라, 이제 좀 친해졌으니까 물어볼까 이유 좀 알려 달라고. 그리고 선배가 머리 헝클이는데, 이것도 친해졌으니까 이유 좀,,




"ㅇㅇ야"


"...."


"대답 좀 해 도"


"..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8 | 인스티즈

"네가 먼저인 거다. 알았나"




그 다음이 우리고. 
우리라니, 아니 초점이 거기가 아닌데 우리,, 여튼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까 끄덕이긴 했어. 내가 먼저, 그거 잘 못하는데. 연애 시작 하자마자 폭풍전야인 거야. 이래서 우리, 잘 갈 수 있을까. 

내가 우선 진정도 안 되고, 아 정말 모르겠어서 선배 올려다 봤거든. 선배는 계속 보고 있었나봐, 조금 가만히 서 있다가 손가락으로 볼인가 그 쪽 가르키는 거야. 그리고 선배가 내 양볼 감싸는데, 와 다리에 힘 풀릴 뻔. 근데 양볼 쥐고 있으니까 말을 못하겠는거야,




"진짜 조그마하네,"


"이 얼라 데꼬 학교 잘 다닐수 있을지. 내도 모르겠는데"


“노력해야제”



하고 웃더라, 긴장하지 말라고. 그리고 놓아줬는데 진짜 아주 조금 괜찮아졌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도운이한테는 당연히 말해야지, 그래서 가는 거기도 하고 거의 도착해서 A동 들어가려 했는데 입구에서 마주친 거야,




"어, ㅇ,야 조심 조심"




늘지 않은 나의 균형감각 칭찬해. 아니 자꾸 뭐래, 턱이 좀 높아서 앞으로 휘청이니까 선배가 어깨 감싸쥔 건 아니고, 좀 비슷하게 잡아주고 바로 떨어지더라고. 그리고 선배 보는데 웃는거야, 저 넘어질뻔한 것 때문에 웃는 거 아니라고 말해주시면 안되나요. 끝끝내 웃기만 해서 뭐라 할 수도 없고, 결국 셋이 같이 들어갔지. 선배는 기타부터 놓고 내 쪽으로 담요 걸어두더라. 




"누구부터 말하실 건데요"


"뭐?"


"내, 나가 있을까"




도운이한테는 내가 말하고 싶다고 했거든 꼭. 근데 알아서 알아채주시네, 선배가 문 닫고 나가자마자 내가 먼저 말문 텄지.




"고마워"


"뭘,"


"여기까지 온 거, 알잖아. 네 덕에"


"그럼, 이제 나 안 때릴거제"




그건 다른 이야기고 이 시키가, 이야기 좀 하려는데 아 벌써부터 열 오르더라. 




"야 일어나봐"


"와"


"누나가 함 안으려고"


"누나 니 돌았제, 형이 아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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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기기 싫은 눈치였는데, 그냥 안아줬어. 
도운이 없었으면 어쨌든 모든 게 더 순탄치 못 했을거고, 먼저 잡아줬니까. 




"이래서 친구 좋다는 말 알겠제"


"닥쳐 좀"


"형이 이런 모습을 좀 알아야 할 낀데, 내만 죽지 내만"


"그리고,"



그러니까 바로 윤도운이 밀쳐서 그래, 밀쳤다. 이 시키가 보자보자 하니까 



"설마"


"...아니제"


"..아, 누나 니랑 형이랑 내 이러려고 말하는 거제. 아 진짜,"




그래 연애 상담 꾸준히 해달라고, 그리고 비밀 연애 잘 좀 도와달라고. 
윤도운은 진짜 와 하고 엄청 째려보더라고, 그래도 올 거 잖아. 그리고 화해의 악수 내미니까, 확신하고 소파에 엎드리더라.. 많이 힘들었나봐. 그리고 윤도운이 '아 이건 꿈일거야' 이러는 거야. 그리고 노려보다가 제 머리칼 헤집고, 그정도로 귀찮냐 이 시키야.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열심히 할게"




아 이 자본주의자 시키.




37.



"시계 켰나"


"...어?"


"내보다 니 수강 신청이 더 중요한 거 같은데"


"아니까 좀, 집중 좀 하게"




이번에 망하면 답도 없고 선배 얼굴도 없는 거야. 근데 자꾸 윤도운 이게 쫑알쫑알 거려서 집중을 못 하겠는거지, 하도 빨라서 지는 긴장도 안 나는 거 같았어. 안돼, 무조건 목공강 만들어야 해.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더라도 꼭 선배는 봐야지, 제발 제발. 정말 딱 손 붙잡고 정신 후딱 차렸어. 2초 남았을 때 눌러라, 시간 잘 보고.




"새로고침 하지,"


"...헐"




야 이 시키야 그걸 왜 지금 말해, 엉엉어어유ㅠ어어엉ㅇ. 그래 로그아웃 된거야, 아니 나 시작도 못 했다고, 잠시만 아 제발.




"...그래도 잘 됐네"


".....그나마 너랑 듣는 게,"


"형 아직 모르제. 형은 어떻게 됐는데"




딱 맞춰서 잘 됐데, 아주 딱. 나만 망한 거야, 나만. 
살 맛이 안 나더라, 5일 등교 너무 행복해서.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내 시간표가 맞더라고. 그나마 윤도운이랑 듣는 건 정말 천운인데, 선배랑 맞춘 스케줄이 박살나서 말이야. 교양 같이 듣는다매, 




"아"


"그걸로 만족해라, 누나 니 실력으로 목공강은 무슨"


"도운아"


"와"


"..이름 바꿀래?"


"응- 가라. 그냥 쭉 가라, 영영 오지 마라"




그러게 내가 누구한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도 교양 같이 듣는 걸 감사해 해야지. 가뭄에 비오는데 맞아야지, 암. 피씨방에서 하도 멘탈을 털어서 그런가, 나올쯤엔 괜찮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도운이가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저녁은 입맛 없어서 곧장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거든 선배가 어디냐고 전화가 오더라고.




-"어디나"


"...아, 저 집 가는 길에요"


-"그라믄 좀만 기다릴래?"


"..네?"



선배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전화 하다보니 저 집 앞이네요. 그래서 그냥 앞에서 기다릴까 하고 서서, 돌멩이만 툭툭 치다가 지루해서 쭈구리고 앉아 있었어. 힘 빠지고, 괜히 피씨방 돈만 날렸어 하. 1학기도 이렇게 날려 먹었나, 그것보단 좀 나은데 만족스럽지 않은 시간표를 받아 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 하잖아. 그래서 무릎에 얼굴 묻고 한숨 푹 내쉬는데,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좀 빠르게 들리는 거야.




"와"




뛰어온 거 같더라. 그게요, 선배가 잘 안 들렸는지 무릎 한쪽 바닥에 대고 기울여줬거든.




"..시간표 망했어요"


"와, 많이? 함 도봐"




그래서 휴대폰 내밀었거든, 망작파티 5일 꼭 채운 이 신나는 시간표. 그러니까 폰 꼭 쥐고 선배가 웃더라, 나 엄청 속상한데. 그래서 왜 웃나 대답이라도 들으려 말하려는데




"속상하나"


"...그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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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보러갈게"


"내가"



*



다들 곧 개강이니 부서지는 멘탈 잡고 조금씩 바빠지는 중이었어. 학교에 좀 들릴 일도 많이졌고, 알바 시간도 재조정 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선배도 나도 서로 얼굴을 잘 못 봤어. 정말 어떻게 같은 학교인데 이렇게까지 못 마주치는 건지.




"누나 니 또 밥알 세나"


"맛 없어"


"아침 안 먹었담서"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많기도 하고 솔직히 배가 고프지도 않고. 도운이 다 먹을 때까지 밥알이나 세자 하곤 고갤 푹 내렸는데




"우리 여 좀 앉는다"




이제는 선배 목소리도 막, 응? 




"괜찮제"




정말 얼굴을 너무 못 봐서 답을 커녕 얼이 빠져있었는데 윤도운이 발 꾹 밟아서 이제는 정신 차리고 다시 젓가락 들어 밥알이나 깨작거리며 있던 거, 그나마 조금씩 먹었어. 근데 왼손에 뭐지 물컹한 느낌이라고 해야 맞는 건가 따뜻한 온기가 들더라고. 이제는 좀 놀라도 가만히 아주 약간 있을 수 있어, 왼쪽으로 살짝 눈만 내려 보았는데 선배가 손 잡아주더라 그리고 깍지로 바로 바꿔 잡고 태연히 밥 먹는 거야. 놀라기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물론 좋은 쪽으로. 선배들은 선배 동기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어 그러다 나보고 살짝 웃었거든. 근데 윤도운이 발로 다시 콱 누르는거야, 니 폰 좀 보라꼬.



- 형 뚫리겠다, 벌써 들키고 싶나? 

- 그만 쳐다보고 먹어 좀



아 맞다, 아, 어, 아 그랬지. 이래서 필요한 거였어 역시 윤도운, 그러니 도운이가 거만하게 웃는데 그래, 너 잘났다. 우리가 좀 일찍 앉아 먹었거든, 윤도운이 거의 다 먹어서 일어나려 했는데, 아니 했거든.




"저희 먼저 일어날게요"


"어, 그래. 윤도운 니는 내 이따 잠깐 보자"




손 놓아야 하지, 왜 놓기가 싫지. 웃으면서 일어나는데 사실 속은 울고 있었어 며칠만에 본 얼굴인데. 그러니까 말하면서 깍지 풀더니 손 한 번 꼬옥 잡아주고 놓더라고 선배가, 아 여기에 발 붙이고 서 있고 싶었어.




38.



"괜찮겠나"


"네"


"진짜"


"네"


"대답 잘 하네, 가까"




네 제발요, 제발 들어가요.
개강 얼마 안 남았고, 알바도 빼서 동아리에서 가는 워터파크 따라왔거든. 다들 나도 부원인 줄 알더라, 이번 학기엔 진짜 이름 적어야지. 지금까지 정말 습하다 못해 나가기는 커녕 에어컨이랑 결혼하고 싶은 더위였는데, 그리고 내가 수영장을 거의 안 와봤거든. 그러니까 조금 신이 나긴 했지, 선배가 대답 꼭꼭 하는 나 보고 웃더라. 다음부턴 대답 잘할게요, 선배.

눈치게임 실패인지, 성공인지 딱 반반이었어. 아주 조금 친해진 새 스탭 언니랑 대화 좀 하고 있었는데, 다들 나오는데 선배 래쉬가드도 잘 어울리면 나는 뭐 어떡하란거지. 또 얼 빠져있다가, 구명조끼 빌리러 갔거든. 




"마이 크나"


"..아뇨 조금?"


"온나"




도운아 딱 서 있어.
제일 작은 사이즈로 받긴 했는데도 품이 너무 커서 어쩌지 하고 있었는데, 선배한테 도로로 달려 가니까 옆에 좀 조절하는 그걸로 맞춰 주더라고. 그래도 끝까지 채우니까 그나마 맞더라. 그리곤 다들 신나서 뛰어 가더라, 나도 좀 신났어. 정말로. 발에 물 딱 담그니까 약간 차가워서 놀랬는데 그래도 시원 하더라. 계속 무리에서 떨어지진 않고 선배랑 조금씩 걷는데, 내가 파도풀 처음이라서 좀 겁났거든, 그 재미있지도 않았던 바다에서 물을 하도 먹기도 했고. 선배가 팔 잡으라고 해서 좀 꼭 쥐었지.




"발 안 닿으면 이야기 해라"


"네"




그래서 선배 팔 쥐고 가면서 계속 물장난 쳐가지고 점점 재밌어지더라고. 겁이 슬슬 사라지니까, 또 동기들 사이에서 조금씩 익숙해져서 놀 수도 있고. 




"누나"


"뭐, 아!"




이 시키가 진짜.
죽는다 진짜, 드럼 이러려고 쳤냐. 엄청 물 뿌려서 앞도 안 보이게, 이 시키는 조져야지 하고 같이 뿌렸거든. 아 진짜 재밌더라.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서 놀자고 해서 열심히 따라갔지. 바다보다 재밌던데, 파도도 좀 거세고. 아 그러다가 발끝이 조금씩 안 닿는거야, 그러다 물에 확 쓸렸는데 뒤에서 안아서 잡아주더라.




"괘안타 괘안타"




선배가 뒤에 있었나봐, 파도가 좀 세서 놀랄 뻔 했는데 뒤에서 안아 잡아주니까 한숨 내려갔어. 선배가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지, 근데 발이 안 닿는 지점에 있으니까 자꾸 구명 조끼가 어깨 위로 솟아서 볼 꾹 누르는 거야. 아 답답해서 내리면 올라가고 내리면 올라가고, 윤도운 다음으로 말 안 듣더라. 




"푸읍, 아 미안"


"..에?"




왜요 저 왜요, 선배가 갑자기 터지는데 불안 불안하더라 이번엔 또 뭐야. 아 근데 금방 알겠더라, 지금 제 얼굴 찌부된 거 보시고 웃는 거죠. 하고 물으니까 더 터진 거야. 내 볼 찌부된 게 재밌나. 내 입장에선 자꾸 볼이 눌러 올라가니까 계속 내리는데 아나, 그렇다고 앞으로 가기도 발이 안 닿아서 힘들고. 완전 물에 둥둥 떠있었거든, 꼴이 아 이건 아니야. 




"...선배, 저기까지만.."


"응"


"...저기까지만"


"저기까지만"



아 선배 장난치지 마시구요. 데려가달라고 해야 하는데 막상 말하려니까 부끄러워서 입이 안 떨어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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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알았다"




그러니까 선배가 그만하겠다고 나 바로 안아서 뒤로 좀 데려가줬어. 여기서 놀자, 다신 볼 찌부되지 말자.




"됐나"


"....네"




얼굴 터지는 줄 알았어, 근데 바로 물 톡 하고 뿌려서 금방 식고 같이 뿌렸지. 선배한테도 덤비면 안 되겠더라고 안 봐줌.
그래서 한참 선배랑 놀다가, 또 동기들이랑 섞여서 놀다가 파도 타다가 파도풀 너무 재밌어서 선배랑 다시 와야지 했어, 그리고 유수풀로 옮기려 따라가는데 구명조끼가 하도 물을 먹어 그런가 무겁더라고. 이건 왜 내 볼이나 짓누르고, 어깨나 짓누르지. 나랑 그리 감정이 맞진 안 나봐.




"무겁제"


"아니, ..네? 아뇨"


"가자"



그렇다고 뒤엔 들어주심 저 약간 옷 뒷자락 데려 가시는 기분인데요. 선배도 쥐고 좀 웃긴가 엄청 웃더라, 일부러 잡은 건가 이 사람이. 아니 이 선배가. 유수풀에서 내려주는데 계단이 아니라 그냥 내려가야 하더라고, 그래서 앉아서 천천히 내려가려 했는데 스탭언니가 훅 잡아서 빠졌거든. 근데, 이렇게 빠져 노는 것도 재밌더라. 정말 흠뻑 젖어서 그렇게, 모든게 처음인데 것도 선배 없는 자리였거든 그래도 긴장 대신 이런 즐거운 감정이 엄청 새로웠어.  




"야, 야 윤도운 나 좀"


"와"




어느정도 놀고 올라가려는데 아 발이 닿아도 자꾸 튜브에 치이고, 올라가기에 좀 높더라. 그래서 먼저 올라간 도운이한테 도와달라니까, 좀만 기다리라는 거야. 아니 손 좀 잡아서 끌어 올리라고 어디가 시키야. 아니 갑자기 애는 가고 씨, 엄청 열심히 뛰었는데 나는 절대 키가 작은 게 아니고,




"아"




아니 내가 도와 달랬지, 누가 선배 불러오래. 엄청 당황해서 저 시키 보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웃는 거야, 그거 아니고 그냥 올리라고 시키야. 선배 보드 타다 지금 불려온 거야, 아 구명조끼도 벗었잖아. 미안해서 어쩌지 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내려 오더라고




"잡는다"


"괘안나"


"ㅇ,어 네"




선배 팔이 길어서 그런지 묻고 나서 안아 바로 올려주는거야. 물에서 쏙 위에 빠져 앉았거든, 그래서 선배 손이라도 잡아주려했는데. 아 그게 나한테만 높았더라고, ..그랬던 거더라고. 너무 쉽게 올라와서 와 하고 묻는데 할 말 잃었어, 올라올 때도 멋있더라,, 다음엔 영상을. 아니 뭐래.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가늠도 할 새 없이 훅 지나갔어.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진짜 물에서 엄청 놀았으니까 조금 아쉬운 걸로하자. 
나와선 저녁도 함께 하잔 파랑, 피곤해서 바로 들어가겠단 그 둘로 나뉘어서 차 딱 나눠 타려니 동기들이 하나도 없더라. 다들 체력이 대단하더라고, 나는 지금 거의 바닥이랑 붙어서 인사하고 싶을정도인데. 다들 인사하고 나도 차에 타려는데, 뒷자리 문을 여는 거야.




"...어, 저 앞, 앞에 타도 되는데"


"누워서 가라"


"니 지금 졸리제"




그러고 차 뒤에서 담요 꺼내 주더라고, 그래도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데 뒤에서 그러긴 예의가 아니잖아. 정말 괜찮다고 했는데 누가 앞에 쑥 타더라고, 아 윤도운이었어. 결국 내가 지고 누웠는데 정말 침대인줄, 피곤해서 더 그랬나봐. 그니까 얼굴 살짝 들어보라해서 뭐지하니까 큰타올 말아서 놓아주더라. 침대 맞네, 선배가 만들어줬으니까. 그리고 앞에 탄 윤도운이랑 눈 잠깐 마주쳤는데 진심으로 경멸의 시선. 아 시키가 자꾸 열 받게 하네.




"푹 자라, 그래도 걸리니까"


"ㅇ, 아 네"




그래도 미안해서 선배가 시동걸 때까지는 참았는데, 조금씩 눈꺼풀이 풀리는 거야. 아 조금만 참으려고 계속 눈 비볐거든,




"자라"


"넵"




안녕히 주무세요.




***



"힘들면 번갈아해요"


"안 된다"


"햄 안 피곤해요?"


"니 운전 너무 험하다, 모르나"



그정도에요? 아니. 저 별로 안 그런데. ㅇㅇ가 깬다
도운은 입을 딱 벌렸다, 와 햄 진짜. 물론 괜찮은 사람이지만 누나 쟈한테 아주 가셨네요, 가긴 뭘 가노. 




"아 담요 흘러내린다, 저거나 덮어줘라"


"햄 운전 하시는 거 맞죠"


"보면 모르나"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8 | 인스티즈

도운은 벌어진 입을 차마 덮지 못하고 덜컹거리는 차에 반쯤 흘러 내린 담요를 ㅇㅇ위에 던지듯 올렸다. 성진은 그것을 보고 도운의 목을 툭 치곤 턱으로 다시 덮어주라 말했고, 도운은 정말 힘들게 올려주었다. 내가 왜 이 차에 타가지고, ㅇㅇ가 곤히 잠들었으니 목소리도 좀 낮추곤 답하는 성진이 대단했다. 




"그래 좋아요?"


"좋제"


"대체 와 그러는데요?"


"됐다"



아 와 그러는데요, 조용히 하고 가자. 애초 다정한 성격이었으나, 성진도 표현이 서툰 것은 분명히 저도 알았다. 간지러버서 죽어도 말 안 한다, 내 말 안 할게요. 내 니를 믿겠나, 네. 성진은 도운과 익히 ㅇㅇ와 친한 이유를 알았으나, 그 이유가 '주'가 아니었음을 알아가고 있었다. 애초에 특히 맑았으나 조막만해서 보이지 않다가, 조금 다가가니 적응의 시간도 부족히 주고, 알지 못했던 다른 ㅇㅇ의 모습이 다 맑아서. 굳이 이야기를 꺼내라면 그래서, 그래서 좋은 거였다.  




"예쁘게 자네"


"형,"


"닫아라"


"네"




성진은 다정했다, 분명 그랬다. 



+



"인나자, 이제"


"이따 오실 거에요?"


"어, 아 자는 것만 보고"


"바로 오시겠네요"




인나자, ㅇㅇ야. 
곤히 잠든 ㅇㅇ를 깨우는 게 미안해 천천히 토닥이니, ㅇㅇ는 비척비척 잠에서 깼다. 으응, 아..





"햄, 저는 못 본 걸로 하께요"


"좀 조용히,"


"햄은 와 웃으시는데요"



잠결에 일어난 건지 다시 잠든 건지, 잠꼬대인지 성진의 목을 끌어 안은 ㅇㅇ에 그는 숨죽여 웃었다. 아, 진짜. 결국 다시 품에 잠들어 성진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금방 곤히 잠들어 흘러내리는 팔을 다시 편히 올려주곤. 




"문 좀 열어도"


"..와, 네"



더는 안 갈란다. 도운은 참 한심하게 ㅇㅇ를 바라보며 현관에 서 기댔다, 안 무거운가. 
우선 성진은 그녀를 내려주고 그제야 허리를 폈다. 아 에어컨, 담요 때문에 온도를 얼마의 선쯤 맞추고 나가야 하는지 한참 고민하다 켜 리모컨을 내려두고 정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일층으로 내려와 도운을 내보내고 현관을 더 조용히 닫고 나서야 성진은 조금 안도했다.



"숨은 쉬세요?"


"가자"


"...와"


"빨리 안 타면 내 먼저 간다"



타야죠, 술은 먹어야죠. 도운은 적응이 되지 않는 성진의 다른 모습이 간지러웠으나, 함구했다. 

이따금 부는 밤바람은 뜨거웠고, 구름이 슬쩍 가린 하늘도 애매하였으나 달은 밝았다. 그 날은 유독 달이 밝은 밤, 애매모호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밝은 밤.




39.




 "잡아 보고 싶다고?"


"네"




물론 개강 후에도 마주할 얼굴이지만, 그대로 나름 명분을 만들고 싶었어. 윤도운만 써먹긴 앞으로 매일 그럴거니까 조금 미안해지더라, 그리고 사실 선배가 맞추어주는만큼 노력하고도 싶었고. 흔쾌히 끄덕여 곁에 앉으니까 기타 넘겨주더라고, 근데 원래 이렇게 큰 가. 내가 기타를 잡은 건지, 기타가 나를 잡은 건지 애써 팔을 뻗으니 선배가 미안하다고 뒷쪽에서 좀 작은 크기의 기타를 꺼내줬어. 




"함 잡아봐라"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코드부터 가르쳐 주더라. 문제는 내가 기타는커녕 정말 아무것도 못, 아니 안 잡아 봤거든 펜 빼고. 나는 항상 선배가 기타 쥐고 되게 편안하게 치길래 줄이 퉁하고 튕기면 퉁하고 소리 나는 걸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줄도 굵고 이걸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으려니까 꼭 누른다고 눌렀지. 어, 그래 선배가 하는 소리의 발치도 못 가겠더라.




"여기 손가락, 그 손가락 거기 두고 어, 그렇게 누르고 꾹 쥐어봐라"


"...이렇게요?"


"어, 그렇게"



누르고 쥔다고 쥐었습니다만, 손가락이 버덜버덜 떨리는 거야. 진짜 이걸 어떻게 잡지? 정말 그 코드 하나만 계속 쥐고 해보고 쥐고 해보고 그러다가 소리가 조금, 진짜 조금 맞는 거 같은 소리가 들리더라고. 와, 그게 너무 기뻐서 바로 선배 쳐다봤거든.




"들었어요?"


"어, 들었다"




근데 한 시간에 한 코드는 너무 했나, 그래도 재밌더라. 다행히도 하나 더 알려준 코드도 꼭 누르고, 쳐봤는데 또 이렇게 한 시간이 가는 건가. 된 건가? 이게 맞는 건가 헷갈려서 다시 선배 봤거든,




"이거, 맞아요?"


"맞다"


"아인데"


"처음이잖아"




뭐가 맞나 싶어서 한 번 더 쳤는데,
어 그래. 좋은 지적 고맙다. 그리고 다시 쥐려하는데 문자 때문에 잠깐 놓았어.




- 잠깐 십분 뒤에 옆에 옆 방으로 온나



그리고 선배는 곧 나가더라. 그래서 나도 기타 넣어 놓고 윤도운 좀 괴롭히고, 스탭 언니랑 잠깐 이야기 하니까 십분 금방 가는 거야. 그래서 나도 눈치 봐서 짐 챙겨 나왔거든. 그리고 복도 살펴서 조용히 들어가니까 선배가 폰하며 책상에 기대서있는데, 이 이야기 했었나. 선배 피지컬 끝장난다고,,, 



"손 좀 도"



뜬금없이 손을 달라니, 그래서 뭐지 하고 선배 손 위에 올렸는데 반대쪽도 하는 거야. 뭐하는 거지, 그러니까 선배가 손 뒤집어서 손가락 확인 하더라고.




"괘안나. 생각보다 오래 잡고 있던데"




아 계속 줄 쥐고 있어서 물집 잡힌 거, 조금 패여서 아주 살짝 피나는 거 그거 때문에.




"잠만"




선배가 좀 심한 부분은 약 바르고, 한 손으로 해주려니까 밴드 잇새로 까 붙여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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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좀 서툴제"




이거 방수였음 좋겠다, 영원히 붙이고 있게.




*



"가 있어라, 다친다"



오랜만에 집에서 보는 거라 나도 좀 하고 싶은데, 둘이 서기엔 주방이 좁더라. 근데 혼자 해주면 미안해서 좀 돕고 싶은데 공간이 안 나오는 거야, 그래서 선배 올려다 보는데 선배가 알겠다고 조금 뒤에 서더라. 오 딱 맞아, 뭐래 입이 방정이야. 여튼 선배가 뒤에서 이것저것해도 팔이 긴 건지 다 하시더라고. 




"..ㅇ,으 매워"


"맵나"


"..아, 네"




양파, 아 양파 진짜. 눈물 나서 올려다 보니까 선배랑 눈 딱 마주치는 거야. 그때 선배 되게 품 크다, 이 생각했어. 도와준다고 도와줬는데, 솔직히 재료 손질만 좀 하다가 칼 가져가서, 가위 쓰다가 쫓겨났어. 그러고 보니까 그때 죽 어떻게 먹어준 거지, 결국 가서 빨래 접고 오니까 선배는 금방 금방 하더라고. 숟가락 젓가락만 슬쩍 가져오려니까 고개 돌리고 웃더라고. 선배 웃음 장벽 -1 맞는 거 같은데, 





"입에 맞나"





정말 거짓말 안하고 맛있었어. 서울 올라와서 집밥이라는 거 처음 먹어봤거든, 그래서 먹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매일 먹고 싶더라. 맛있게 먹은 거 같아, 그리고 설거지는 진짜 내가 딱 사수했어. 그러니까 져주더라고, 너무 맛있게 먹기도 하고 더 뽀득뽀득하게 하고 손 탈탈 털면서 나왔지.




"방에 갈래, 같이 있으까"


"..어"


"어"


"..ㄱ,같이요"


"가자"




방에서 그냥 특별한 거 없이 이야기하고 선배랑 같이 휴대폰 보는데 두 시간 딱 되니까 졸린 거야. 이제 막 아홉신데, 아니 왜 아홉시에 졸리냐고. 편해서 그런가, 자꾸 고개 떨구니까 아 목 엄청 아픈데,




"졸리나"


"..ㄴ,네 근데 조금요"


"진짜?"




졸린데 자기 싫은 거야, 정말로. 그래서 애써 끄덕이는데 어 졸려 졸려. 




"좀 잘래, 이따 깨우까"


"어, ..네"



딱 한 시간 이따 깨워 달라고 하고 선배 방은 작게 푹신한 러그 깔아 놓아서 눕는데 베개 주더라, 근데 너무 높다. 그렇다고 내 방 가서 가져오는 건 더 아니잖아, 살짝 불편해서 몸 틀으니까 선배가 좀 떨어져 눕더라.




"..어, 아니 그거 아니고"


"안다. 그냥 팔 베고 자라"





아, 그래서. 너무 가까우니까 살짝 떨어져서 팔 뻗어주는데, 팔 아플 거 같아서 주저 하다가 베고 누웠어. 솔직히 베개보다 나았어, 아니 좋은 거지. 그래서 조금 뒤척이다가 금방 잠들었거든. 제발 딱 한 시간만.




"...잠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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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못 잘 거 같은데"




그 밤은 밝았을까, 애매모호한 구름 새에서.




40.



"이틀 있다 보자"


"네, 선배. 그리고 운전은 도운이한테.. 그냥 걔한테 맡기고 주무세요. 꼭"


"알았다, 들어갈 거가"


"어 전 잠깐 편의점 좀 갔다가 들어가려고요"


"데려다주까"


"....선배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갈 건데요"


"아,"




이틀동안 선배 친구들이랑, 윤도운이랑 걘 왜 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여행 갔다 온다고 해서 사거리까지는 데려다 주려고 했거든




"그냥 가라"


"..왜요"


"니 가야 내 마음이 놓인다"




알겠어요. 그리고 선배가 돌아서자 마자 조용히 따라갔지, 이것도 데려다주는 거의 일종이라고 하자.




"따라오는 소리 다 들린다"




열 걸음도 안 걸었는데 걸렸어. 진짜 뜨끔했는데 선배가 웃으면서 돌아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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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온나"




아싸, 그래서 바로 다다다 달려가니까 슬리퍼 신고 나왔다고 고나리 먹었어.



"선배"


"와"


"..손 좀,"


"와"




이 분 또 이러시네, 나 괴롭히려는 거 맞지. 아 진짜 이틀동안 아예 곁에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이야기 한 건데, 




"알았다" 




아직은 못 말하겠어. 그래도 선배가 꼭 잡아주더라고, 사거리까지 얼마 안 걸리는데 사거리를 떨어 뜨리던가 이 골목을 정말 정말 넓히든가. 곧 차 올 거라 먼저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 와 훅 돌아서자마자 엄청 허한 느낌, 뭐지 싶었어. 혼자서 잘만 돌아다니는 길이 허해 보이긴 또 처음이네, 그래서 열심히 편의점 빨리 걸어가고 있었거든.




- 저기


- ..혹시 시간 좀 있으세요?




누구지 싶어서 확인했거든,



- 지난 번에 그 일들 사과를 못해서


- 자꾸 마음에 걸려서요...


- 미안하다고 직접 말하고 싶은데, 혹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감이 오더라, 그래서 답장을 할까말까 하다가 무슨 이유건 간에 오지 않는 게 선배가 한 일인지, 나 때문에. 그것도 궁금하고, 진심이라면 받아들이고 싶었어. 대놓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매몰차게 못하겠더라,, 그래서 오늘 저녁에 밥 같이 먹을 수 있냐 물어서 우선 알았다고 했어.


좀 오랜만에 보는 거기도 하고,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반신반의하며 만났거든. 근데 정말 그때랑은 다르게 편하게 하고 나온 것도 신기했는데,




"...진짜 미안해요"


"ㅇ,어 저기"


"사과하고 싶었는데, 너무 시간 끌었죠"




바로 사과부터 하더라고, 이런 상황은 뭐지싶은데 길가에서 너무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길래 쨌든 밥은 먹기로 했으니 같이 집 근처로 갔어. 거기 앉아서 밥 먹으면서 서로 조용했거든, ㅁㅁㅁ도 눈치 보는 거 같고. 그렇게까진 할 필요 없는데.. 너무 기죽어 있는 게 덩달아 불편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거든, 사과도 했고.




"..병원 가신 것도, 그 일도 정말 죄송해요"


"ㄱ,괜찮아요. 저 진짜, 괜찮아요"


"제가 잘못 행동한 거 정말 반성하고 있거든요, 계속 생각도 나고.."




밥 먹으면서 그렇게 조금씩 대화 나누다가 자리가 이 모양이라 술 한 잔 했거든. 나는 그리 잘 마시는 편은 아니라 대부분 그냥 따라주기만 했어, 정말 미안했는지 계속 술 넘기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저 정말 괜찮아요, 정말로"




그러니까 사과 받아줘서 미안한데 감사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다른 행동이었지만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전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라 듣고 받아주고 그러다 시간이 좀 빨리 가더라고. 약간 술기운에 애매모호 할 쯤에, 그때 ㅁㅁㅁ이 이야기 하는 거야.




"저 성진오빠 후배거든여, ..고등학교"


"아..아, 네"


"인기도 엄청 많구, 운동 막 잘 하니까 고백두 엄청 받구 오빠 그랬어요..어, 근데 오빠 여자친구는 없었어요. 주위에 친구도 많구...어 또, 아 오빠 선도부였는데"




ㅁㅁㅁ이 후배라 그런지 선배 전에 이야기 해주더라, 어...또 어땠더라, 잠시만여. 한 잔만 마시구




"글고, 그리고...아 좋아하는 거 오빠 좋아하는 거는..기타, 아 그건 아시는거구 다른 거 뭐 있지... 아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주 뭐 많이 했었능데,, 밴드도 고등학교 때부터 했구,, 오빠 학생회도 했구..."




선배 뭐 좋아하는지, 옛날에 어땠는지 듣는 거 솔직히 궁금했거든. 




"디게 차분했어요...뭐 안밖할 거 없이, 사람도 끊이지 않으니까 성격이야 모, 아 성적도 모.."


"아 밤에는 잘 안 나오더라구여...오빠 수능 끝나고도, 막 취하고 그런 상황 정리? 그런 거 엄청 못해써요, 싫어하는 거? 싫어하는 건 별루 없었는데. 어, 음... 왠만해선 없었죠"


"...ㅇ,아아 우선 그건 딱 싫어해요, 거짓말 하는거. 저 그래서 오빠랑 전에 연락 끊겼었거든여..., 그거말고 더 있나? 우선 그건 엄청엄청 싫어해여, 알겠져. 아 그리구 그냥 성격이 그래서 그렇긴한데 선배두 막 그렇게 주목 받는 거 좋아하지는 않아여, 근데 티도 잘 안내고. 애처럼 구는 거 진심 아, 저 그래서도 한번 오빠한테 겁나 혼났어여"


"..그랬구나"


"오빠 여자친군...아 언제지, 언제 한 번 있었는데.... 둘이 싸운 거는 아니고 오빠가 의외로 말 안하니까.. 엄청 힘들어하다가 오빠가 헤어지자고 했던 걸로 아는데, 여자친구는 잘 모르겠네여. 그냥 오빤 그래여, 말 잘 안해요 은근히,, 아닌가 아예 안하는데 나중에느은 보이자나여, 끅"



나는 그때 계속 들어야 했을까, 아니면 그만 나와야 했을까



"정말 가깝지 않으며느느은 말 안하니까 언니? 언니이가 잘 봐주구여.."


"아 오빠 원래 경찰대 준비했었거든여..., 맞다 그거 준비 했었지. 근데 솔직히 그 일이 여러 상황 막 다 겪고 겪어야 하잖아여, 오빠 친척이 경찰이었나? 끅, 하튼 있었는데 오래 준비하다가 틀었어요. 우리가 모르느은 막 그런 안 좋은 일 같은 거? 거기서 감당하려고 했는데에 오빠 결국엔 포기하고 틀었어요. 그래서어 지금 체교과. 말도 안 되는 사람, 상황 매번 가지고 가기엔 힘든 거 맞으니까...."


"의외로 두려워해요, 그래서 마주하지 않으려고 좀 돌아돌아 유해진건가... 누구랑도 잘 부딪히는 일 거의 없자나요. 오빠는"


"말도 안 되는 사람 같은 거어... 그런 거 없는 게 좋져, 그런 건 없어야 좋아여"



그리곤 거의 취해서 고개 박더라고, 결국엔 어찌어찌 해서 택시에 태우긴 했어.



"언니ㅇ느은... 오빠야가 막 걱정하구 그런 사람 하지말구, 오빠 감싸줄 수 있느은 그런 사람해여, 알겠져"



그게 끝이었어. 정말로 끝



*



"실종 신고요? 그런 게 왜 들어오는, 어느 경찰서라고요?"


"아 여기 서천 서림 지구,"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냈던 걸로 아는데요"


"기록엔 없습니다, 우선 따님을 찾는 게 목적이시라고.."




누가 딸이야. 
이제 숨 좀 쉬려니, 나 이러려고 행복한 건가. 




"야, 너 이 년아 어디로 처,"


"개인정보공개 절대 하지 마세요, 유출로 바로 고소 들어갈 거니까"




머리가 띵했다, 가처분 신청이 나지 않았다는 것도. 나를 거둔 나의 부모의 가족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안 건 내가 간과한 거지 뭐. 더 울면 병신이야, 정말로. 생각을 해야지. 우선 대충 옷가지를 쑤셔 넣었어, 지갑이랑. 휴대폰은 추적이라도 할 까봐 미치도록 걱정 아니 무서운데, 선배랑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안 되니까. 단 며칠이라도 여긴 안 되는 일이야, 당장은 위쪽으로 가는 버스로 탔어. 서울 아니고 그 어디든, 그리고 내 거기서 더 멀리. 




- 니 어디야?

- 왜

- 형이 연락 안 된다고 해서

- 알바 대타 때문에, 연락할게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왔어. 돌아갈 길만 알고 그 주변에서 계속 배회만 했지, 그리고 두 번 정도 전화. 경찰이 아니고, 근데 그것도 어떻게 한 명씩 전화를 한 거지. 끝이 나고, 다시 끝이 났는데 왜 날 다시 찾아 끌어 내려고 하는 걸까. 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것처럼, 나중엔 미친듯이 전화 오더라. 그 사이에 있는 도운이나, 선배 연락은 자꾸 아래로 잠식했어.




- 야. 전화 좀

- 일 하는 중이야

- 형이랑 싸움?

- 아니




두 사람, 아니 지금 주변에 그 누구든 이 상황에 있어선 안 되잖아. 내 주변에 지금 몇 사람이 있든 있으면, 그거 내가 어떡해야해. 머리를 감싸 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시간은 급하게 가더라. 결국 선배랑은 연락 못 했어, 돌아오는 날이었는데. 아니 더 찾지도 못하게 다른 연락들이 쏟아지더라고. 그 사람의 사람, 다른 사람의 사람. 위치만 모르는 것만해도 감사한 일이지 우선. 



*



돌아오는 날보다 좀 더, 좀 더. 그후에 결국엔 다시 거기 찾아가 증거물 지구대에 제출하고 돌아왔어 서울로, 휴대폰은 그 전에 해지하고 어차피 약정도 다 끝난 거라, 다른 거로 바꿨고 번호도 바꿨어. 당장 집으로 가진 않았고, 알음알음 아는 사람의 연으로 법무사 통해 처분신청기 법원으로 보내고. 그게 내 마지막 인연에 마지막 도움이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시간은 해결을 내주지 않지만, 도망갈 수는 있으니까. 이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확신은 사실 없어, 근데 매번 이걸 타인이 안는 거는, 옳은 일이 아니더라. 내가 못 넘어가면, 타인에게 갈 수 없지.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되게 멀더라. 난 엄청 짧은 줄 알았지. 아니 그전에,




"니 미쳤나"


"야"


"말 좀..! ㅇㅇㅇ. 우선 형한테,"


"전화 하지마"


"뭐?"


"하지마, 도운아"




진짜 솔직히 얼만큼의 시간이었는지 잘 모르겠어. 좀 더, 삼일이었는지 나흘이었는지 그것도. 다시 좀 더, 그게 하루 이틀이었나. 얼굴을 못 보겠더라, 솔직히 제멋대로라 싫다고 가면 고마울텐데. 도운인 어이 없는 한숨만 뱉더라, 너랑 얼마나 마주하고 서 있었을까.




"와"


"것도 묻지 마까"


"응"


"내한테도 말 안 할거제"


"..어"




내가 포기한만큼 포기해주길 바랬어, 어쩌면 시작을 돌리고 싶기도. 정말 아주 처음, 그럼 내가 너를, 네 주위 사람들을, 선배를 모를 수 있었을까.




"우선 드가라"


"..."


"형 없다, 들어가라고"




그리고 안 할건데, 그래도 번호는 도. 이건 뭐, 주고말고를 떠나서 이미 손에서 없더라. 곧장 내 폰으로 전화걸고 주더라고. 그리고 갔어, 도운인. 이미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데, 나 선배는 도대체 어떻게 보려고 온 거지. 결국엔 없다고 할 때 들어갔어, 돌아올 곳이 여기 밖에 없거든. 침대에 누워 있다가 혹시라도 폰 액정 켜지면 놀라고, 액정 켜지면 놀라고. 나 진짜 이제 말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건 내 의사가 없더라.

그리고 엄청 늦은 시간이었어, 누가 문 열려고 한 거 같았는데. 들어오면서 바로 잠궜거든, 그러더니 노크하더라. 근데 왜 그 노크가 알 거 같지. 말 안 해도, 선배 같지.




"...니제"




이 목소리 듣고 싶었나봐, 도운이 앞에서도 죽어도 눈물 참았는데. 이것도 참아야지, 못 할 거 없잖아. 노크 하지말고 그냥 물어줬음 좋겠었어, 한 번만 더 듣고 싶었어. 진짜 한 번만. 돌아오고 나니까 더, 당장 문 열고 싶었는데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정확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답답하고 이기적이게 내 목소리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데, 선배 목소리는 듣고 싶은 거. 진짜 못났다, 나.




"...니였음 좋겠는데,"




이틀을 못 잤는데, 그 날도 못 잤어. 삼일을 샜는데, 아침에 한 두시간 잤나. 그게 끝이었어. 
수강 신청까지 끝내고, 동아리 부원 작성까지 다했는데. 학교 간다고, 휴학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다들 나간 시간에 나와서 우선 알바부터 갔지, 솔직히 당연히 잘렸겠지만 죄송하다고는 해야하니까.




"벌써 나왔어?"


"많이 아프긴 했나보다, 입원했다길래. 한 번 가려 했는데"


"내일부터 나오는 거지?"


"...ㅇ,아 네"




자주 오던 그 사람이 오빠였냐고 묻더라, 그 사람이 이야기 해줬다고. 그렇게해서 안 잘린 거였다는 거, 카페는 잘렸고. 그리고 곧장 집으로 왔지,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없으니까. 잠이라도 오면 아무 생각 안 하겠는데, 잠은 커녕 해 질때까지 눈 뜨고 있었어. 그리고 정말 다시 조용한 밤이 됐을 때, 솔직하게 내가 왜 나갔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길었다 짧았다, 착각만 주는 길목 한 두번 왔다 가는데




"ㅇㅇ야"




이건 확실히 알겠더라고, 전에처럼 환청인가 그런 거 없이. 내 앞 선배 목소리 맞다는 거. 도운이는 못 보겠었는데, 선배 얼굴은 안 보려고 내가 나한테 애걸복걸 한 거 같아. 시야에 선배 운동화 보이는데, 다시 울음 터질 거 같았어. 진짜 다시 한 번 이름 부르면 나도 나한테 욕도 못하고 울 거 같은 거야, 주먹에 손톱 꾹 박고 내가 먼저 돌아섰어. 오래도록 지치는 것보다 빠르게 지치고 정리하는 게 낫잖아.




"내 안 볼 거가"


"..."


"ㅇㅇ야"




그 뒤로 막 쏟아지는 울음이라도 안 걸리려고 했어. 더 가야 하는데, 그렇게 그냥 가야 하는데. 내가 가야 선배가 돌아서서 갈 수 있는데, 그 목소리에 읊어낸 이름이 분명 내 이름인데, 왜 아프지.




"그만 할래요"



돌아갈 수가 없는데,



"...선배"



것도 진짜 나쁘게 얼굴 한 번 안 보고. 내가 생각해도 나 드럽게 나쁘다, 저 말 내가 뱉었는데 왜 내가 죽을 거 같지. 




"벌써 지쳤나"


".....네"


"알았다"




그 세 단어를 듣고 싶어서, 돌아올 때도 지금도 듣고 싶었거든. 




"그럼 기다릴게"


"...ㅇ,"


"기다린다고"




너 일어설 때까지.




"그때도 아이다 싶으면, 그때 갈게"




더이상 있으면 정말 정말 안 될 거 같아서, 두 걸음 걸었을까 선배가 내 앞서 잠깐 앉더라고




"끈은 묶고 다녀라, 다친다"


"뛰어가지말고"




누가 내 잘못 좀 붙잡고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 삶이 잘못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다시 방향 잡아 갈 테니까. 제발 내가 선배를 놓을 수 있게 해줬음 좋겠어.




*



그리고 다음 날 학교 갔어, 그새 바람이 싸해졌더라. 여직 더운데, 근데 엄청 웃긴 건 내가 왜 학교 갔는지도 모르는 거야. 되게 생각 없이, 캠퍼스 걸어서 도서관쪽으로 가려 했어.




"누나"


'"누나"


"내도 안 볼 거가"


"..니 진짜"




그만해라 좀. 그렇게 꾸역꾸역 걸었는데, 다리에 힘이 쭉 풀리는 거야, 너도 그만 불러. 너도 가, 그냥 저번처럼. 




".....좀 가"




더 말 못하고 거기서 울었어, 최대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어깨가 미친듯이 떨렸는데 한 번 터지니까 그치질 못 하겠는거야. 하도 소리를 죽이니까, 목도 제기능이 아닌 거 같고. 이래서 바람이 차가웠던 건가, 이렇게 더운데. 




"처음 만났을때 누니 니가 가라고 해서, 내 갔나"


"...이제 가"


"내가 누나한테 가라 했을때, 누나 갔나"


"안 갔잖아"




***



"닌 뭔데"


".....동기"


"가라"



사람이 이렇게 있는데 어떻게 가, 



"안 들리나"


"너 얼굴 먼저 치료해야할 거 같은데, 나 있거든"


"나 안 때릴 거지, 너 지금 약 안 바르면 엄청 오래 가거든? 좀 들어봐, 이거 몇 개"


"..2개"


"그럼 좀 일어나봐, 니가 그렇게 있음 내가 어떻게 넘어가니"




적어도 사람 그렇게 쓰러져 있을 때 그냥 가는 거 아니야. 보고만 있어도 안돼, 니가 나한테 그랬잖아.




***



"한 두달 내로 나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안해 걱정"


"참도 안 하겠다, 뭐 먹고 다니긴 했나. 얼굴이 뭐고 진짜"




그지냐, 이걸 진짜.
밥 좀 먹어라, 안 먹는다고. 결국에는 윤도운이 업고 왔어, 집까지. 그리고 다 말했어, 처음 만난 그 날보다 더 많이. 내가 다 울어서 그런지 도운이가 울더라, 휴지 뽑아서 주니까 그치더라고. 인간적으로 우린 너무 못난 모습을 많이 알아, 어디 가서 한 사람이라도 말하면 매장이야 진짜. 니가 할 소린 아니제. 너도거든. 도운이는 지금 내 방 안에서 밥 가지고 싸우고 있고, 나 뭐하니 진짜. 




"왠만하면 누나 니한테 말하거든"


"피골 상접하겠다, 진짜"




툭치면 이제 부러질 거가.
사람 안 부러져 도운아. 그래서 밥은 안 먹었어, 배 진짜 안 고팠거든. 그렇게 오래오래 있었나봐, 이제야 말할 기운이 나더라고. 다른 얘기, 그 얘기.




"누나"


"절대 강요 안 한다, 어차피 넘어야 하는 거'


"안 넘어"


"넘는 게 좋을 걸"




누구 좋으라고, 넘을 자신도 없고. 그냥 이야기한 거지, 뭐 더 없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도운이가 쿠션 던지더라고 아 이 시키 진짜. 




"내가 보기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동기 부여가 안 되제?"


"헛소리 할 거면 이제 가고"


"내려 갈 때 누나 니도 내려 가고"


"야"


"평생 피해봐라, 그렇게 피하면 피해질 거 같나"




맞는 말만 족족 해서 이걸 창문으로 내보낼 수도 없고, 애써 눌러 잠근 거 이게 지금 슬슬 풀라고 미끼 뿌리는 거야. 이 이상 가면 절벽이라니까.




"해도 내가 후회해, 도운아"


"내는 후회 안 한다"


"그거 보고 있겠지"


"안 도와줄기다"




오랜만에 단호하더라, 정말로. 도와달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도운이 말에 파동이 치는 거 보니 불안해지는 거야. 진짜 굳게 먹는다고 먹은 건데, 뱉고 싶은 거야. 




"얼마나 걸리든지 넘기만 하면 되는데,"


"사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거 아이다"


"형 요즘 맨날 학교 나오는 거 아나"


"니 좀이라도 편하게 있으라고 맨날 새벽같이 나와서 내랑 제일 늦게 들어간다, 근데 누나"


"....뭐"


"만약에 누나 니가 형 입장이었음 어떻게 했을 거 같노"




당연한 걸 물어, 기다렸지. 뭐래.
윤도운이 웃더라, 걸렸다. 까놓고 말해라, 내한테 말고 형한테. 




"근데 나 짐 형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야, 그럼 전화를,"


"안 받던데"




미치겠네, 진짜.

그 말 듣자마자 정말 무조건 뛰었어, 아 제발. 사거리까지 갔다가 학교로 뛰어가서 동방갔다가 도서관 갔는데 도서관은 닫혀 있고. 이 밤에 열려 있는 게 더 이상하긴 한데, 정말 캠퍼스 싹 돌아다녔는데 정말로 없는 거야. 솔직히 내가 아는 길은 다 갔던 거 같아, 갈래 갈래 다 찾아봤는데 없어서. 이렇게까지 없어졌던 사람이 아니니까, 더 불안하고 아까 운 거, 일년 치인줄 알았는데, 계속 터지는 거야. 그래도 없어서 다시 집 확인하고 나와서 갔던 길 다시 반대로 돌아서 그 루트 다시 찾았어. 그리고 선배랑 갔던 영화관, 거기도, 찾다 찾다 정말 없어서 돌아오는데 





".....하,"





내가 선배한테 이 주 전에 말했던 거기쯤 내려오고 있더라 폰 보면서. 더 뛸 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내가 안았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었는데, 숨이 하도 차서 오분 동안 목까지 찼던 숨만 뱉은 거 같애. 어디 갔었던 건지, 전화 안 받았던 것도, 그런 거 잊어버리고 그냥 앞에 있는 거에 모든 게 집중됐어. 




"...미안해요"


"그리고 정말, 하, 정말로"


"많이 좋아해요"


"지금까지 말 못 한 것도, 선배 두고 가버린 것도 ..잘못했어, 내가"


"...진짜로"


"..요"




선배가 그 버벅거리고 앞뒤 다 잘라먹은 이야기 천천히 들어주는데, 이렇게 말하면서 그제야 선배 얼굴 볼 수 있었는데




"보고싶었어요"


"지금까지, ...계속"




얼굴 보고 더 눈물 터져서 울었어, 이 사람이 보고 싶었던 건데. 무슨 상황에 내가 어떤 처지였든 그냥 보고싶었던 거였어. 너무 늦고 느려서, 갈까봐 습관처럼 선배 옷자락 쥐었거든. 무슨 말을 하던 그게 받아주던 거절하던 솔직히 그러고나니까 선배 보기가 전보다 한결 편한 거야, 그래서 그렇게 올려다 봤는데.

답 대신 입술에 따뜻한 온기가 닿았어. 그리고 옷자락 꾹 쥔 손에 선배 손이 감싸지더라, 






"내도,"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8 | 인스티즈

"많이 보고 싶었다고"




--------------------


여주가 한 단계 더 뛰어 넘었으면, 성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털어 놓으면서 그 상처를 뛰어 넘고 있는 과정을 꼭 넣고 싶었습니다.
늦은만큼 더 많은 분량의 내용을 가져오려 애를 쓰긴 하였으나, 짧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댓글 달아주세요. 최대한 맞춰 볼게요:)
짤이 적은 부분 역시 죄송합니다

+제가 16일 날 글을 썼어야 했는데 티켓팅을 성공해 너무 기뻐서 글을 못 써 오늘로 딜레이 된 게 죄송해서 대신 빠르게 작은 선물을 들고 오겠습니다ㅠㅠㅠ 작겠지만 꼭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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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생님 이 시간까지 안 잔 보람이 있어요.. 신알신 뜨자마자 게임 버리고 왔어요 엉엉ㅠㅜㅠㅠㅠ선생님 진짜 글 완전 에바킹스텀블레이드 잘쓰셔요 사랑해요 수고하셨어요 분량 대박임니다!!!!!!!!!
6년 전
독자2
안자길잘했다.... 선생님 진짜 사랑해요... 평생 써주세요.... 진짜 일 적게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6년 전
독자3
제가 이걸 보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나봐요 자까님 ㅠㅠㅠㅠ 티켓팅도 무척 축하드려요!!! 여주의 한 발짝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글이예요 ...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4
이 새벽에 설레서 잠이 안와요🙈🙈🙈
아 정말 세상 복 다 받으세요 작가님🙇‍♀️🙇‍♀️🙇‍♀️

6년 전
독자5
아 새벽에도 잠 못드는 이유ㅠㅠㅠ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6
선생님... 저 진짜 죽었습니다... 서윗하다 서윗해... 박성진 진짜 너무 발린다... 작가님 개학하시고 정신없으실텐데 너무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7
오늘 콘서트라 방방뛰다가 늦게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깬 이유를 알았네요. 이거였어요. 여자 주인공이 이픈 상처를 외면만 했었는데 이렇게 같이 뛰어넘고자 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대견? 하고.. 엄마가 된 것만 같은 마음이에요. 둘 다 아프지 않고 예쁜 것만 좋은 것만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오늘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6년 전
독자8
작가님 .. 정말 너무 글 잘쓰세요ㅠㅠㅠ 입틀막하면서 읽었습니다! 흐잉 ㅠ
6년 전
독자9
성진이 너무 서윗한데 여주가 드디어 상처를 뛰어넘고 진심을 전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네요ㅜㅜㅜㅜ앞으로 둘 다 행복할 수 있겠죠ㅎㅎㅎㅎㅎ기다렸습니다 작가님!! 항상 좋은글 고마워요❣
6년 전
독자10
아진짜 아침부터 행복하다ㅜㅜㅜㅜㅜㅜㅜ여주가 드디어 상처를 넘었네요ㅜㅜㅜ진짜 여주도 성진이도 행복했으면,,,,,오늘도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1
아 어떡해 숨이 안쉬어져요...흐흑....아 너무 설렌다....여주 솔직하게 마음 고백하는거 진짜 눈물날뻔했어요 성진이가 여주를 이렇게 만들었네요ㅠㅠㅠ서로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너무 기분좋았네요 여주가 더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오늘도 너무 잘읽었어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12
세상에,,,, 신안신 뜨기만 기다렸어요... 박성진 최고 선생님 최고,,
6년 전
독자13
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49.231
저 진짜 선생님 이 글때문에 현생이 안돼요.... 맨날 글잡 새로고침 하고있었읍니다ㅠㅠㅠ 여주가 성진이를 더 믿고 의지할 수 있겠죠?ㅠㅠ 근데 선생님 선물이 무엇이죠..? 혹시 암호닉같은건 받으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6년 전
비회원148.38
세상에 드라마 한 편 본거같아요ㅜㅜ 울엇자나요ㅜㅜㅜㅜ힝ㅜㅜㅜㅜㅜ작가님 갓킹제네럴어쩌고 같은 수식어 다 쓰세요ㅜㅜㅜ
6년 전
독자14
작가님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5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그리고 티켓팅 성공축하드려요 작가님 ㅎㅎ!
6년 전
독자16
우와 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전혀 짧지 않아요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ㅜ
6년 전
독자17
선생님 전 진짜 티켓팅 실패했어도 행복해요.. 심장 터질거 같아요,, 죽은 연애세포 다 살아나네요 진짜ㅠㅠㅠ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데 텍스트로만 봐도 얼마나 마음이 아리던지 ㅠㅠ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8
킹갓제너럴자까님,, 진짜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세요.. 설렜다가 먹먹했다가 이 글 읽을 때마다 한껏 감정이입 되는 기분이에요ㅠㅠ 티켓팅 성공도 축하드려요❤❤❤
6년 전
독자20
진짜 입틀막... 미쳤어... 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1
ㅠㅠㅠㅠㅠㅠㅠㅠㅠ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편 ㅠㅠㅠㅠㅠㅠㅠㅠ 최고야 흑 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2
아 진짜 심장 박살ㅠㅠㅠㅠ 성진아 넌 정말 최고의 남자야ㅜㅜㅜ 증말ㅠㅠ 저런 남자 어디잇나여ㅠㅠㅠ
6년 전
독자23
네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우리야....크윽 넘나 좋은것
6년 전
독자24
허헉 부족한건 하나도없어요..그냥조씁니다..♡
5년 전
독자25
여주 넘 짠내 나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성진이도 힘들어 보이는데 기특하고... 서로 더 이해해 주고 둘 다 예쁘게 웃는 모습 보고 싶어요 ㅠㅠ!! 이뤄 주실 거죠!!!
5년 전
독자26
여주가 드디어 속마음을 이야기했네요!! 작가님 진짜 글 대박이에요 ㅠㅠ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작가님 짱이에요
5년 전
독자27
아악 ㅠㅠㅠ 진짜 글 너무 잘 쓰시는 거 아니에요 ? ㅠㅠㅠㅠ 진짜 이번 편은 여주가 상처를 딛고 마음을 여는 순간이 묘사가 정말 잘 되어있어서 무릎 꿇으면서 봤어요 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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