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후광음 別後光陰
해와 달, 이별한 시간동안
作. 융이
서장 序章
다시 한 번 어여쁘던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너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나의 품에 너를 안을 수 있을까...
너를 그리워하는 이 마음이 과한 욕심인걸까?
...
“마마 날이 아직 많이 찹니다 이만 침소로 드시는 게......”
“.......”
황궁 가장 깊은 안쪽 황궁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는 곳 화정전(花亭殿).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화정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밤의 어둠이 무섭기보다는 휘영청하게 뜬 보름달과 어우러져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화사한 꽃들 사이로 한 여인이 서있다. 아름다운 궁궐에 밀리지 않을 만큼의 미색을 자랑 하는 그녀이지만 표정은 밤하늘처럼 한없이 어두웠다
어두운 표정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꽃들만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곁으로 한상궁이 다가왔다.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에 얇은 *홑옷만을 입고 *반시진(半時辰)가까이 찬바람을 맞으며 꽃만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모시는 분이 혹여나 고뿔에 걸리까 걱정돼 침소에 들기 바랐지만 ,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저을 뿐 이였다.
* 홑옷 : 얇은 천 한 겹으로 지은 얇은 옷
* 반시진 : 1시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팔에 걸치고 있던 도톰한 겉옷을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고 한걸음 물러났다.
“아직 날이 차거늘 어찌 이리 나와 있느냐?”
바람에 꽃이 흩날리는 소리만 들릴 정도의 고요함을 깨는 한 목소리에 꽃 만 바라보던 여인은 어깨를 한번 움찔하고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후 가볍게 목례를 한 그녀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 서있던 한상궁은 허리를 숙여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예를 차리며 한걸음 물러섰다.
“한상궁은 물러나있게”
“예 폐하”
“여주야...”
“......”
황제의 부름에 그저 아무 말도 없이 황제의 눈을 바라보는 화정전의 주인인 여주 였다.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는 아니 오히려 공허하다고 한 게 맞는 표현인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슬픈 눈빛을 보이는 황제였다.
“하...어찌...언제쯤 이 눈물을 멈추고 다시 웃어줄 것이냐...”
자신을 바라보고 별안간 눈물을 흘리는 여주를 보고 황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찬바람에 약간 붉어진 볼을 타고 흐르는 여주의 눈물을 닦아 주며, 조심스레 여주를 품에 안으며 한 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여주는 그저 아무 말 없이 품안에서 소리 없는 울음으로 황제의 용포를 적셔가고 있었다.
고요하기만 화정전은 황제의 한 숨 소리와 여주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
‘너와 나의 공백의 시간이 이리도 큰 것 인가. 만약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너를 이리 다시 찾지 않았더라면, 너는 행복했을까, 우리는 언제쯤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방국(芳國)의 황제, 민윤기
드넓은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 방국(芳國), 그곳의 현 황제
어린 시절부터 선황제의 총애를 받을 만큼 라고 영특하였으며 무예 또한 뛰어나 선재(仙才)라고 불리었다.
거기다 티 없이 밝고 온화한 성품으로 어린나이에 태자의 자리에 올라 온 백성이 다음 황제는 대를 이어 성군이 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왜일까, 어느 순간부터 티 없이 밝기만 하던 요안은 수심으로 가득 찼고 미소를 잃어갔다.
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그는 백성들의 기대와 다르게 폭정에 가까운 정치로 폭군의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대들은 짐의 말을 무엇으로 들은 것인가? 이는 그대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네, 황명이지, 짐의 말에 불만이 있는 자는 어디 지금 당장 말해보게 단, 목숨을 걸어야 할 것 이야”
방국(芳國)의 황제의 후궁, 김여주
방국(芳國)의 현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
그녀는 방국(芳國)의 우방국(友邦國)인 현국(玹國)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출생지는 현국은 아니다.
과거의 한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모두 잃고 현국(玹國)의 제일 가문인 朴씨가문의 수양딸로 입적하였으며,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왔다.
그리고 현재는 방국(芳國)의 후궁으로 황제의 곁에 머물러있다.
“아버지, 소녀 정말로 가야하는 겁니까? 저 혼자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어버지와 어머니 오라버니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왜 하필 소녀인 것 입니까.”
“미안하구나, 나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구나, 내 너를 끝까지 지키겠노라 약조 하였거늘......”
“아버지.....”
...
어여쁜 이 두 마음에 하늘이 질투라도 났던 걸까
무슨 운명이 이리도 슬프게 둘을 갈라놓았는지
다시 재회를 했을 때 그 어여쁘던 두 마음이 변치 않았을까어긋난 운명들이 제자리를 찾아 갈 수 있을까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