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후광음 別後光陰
해와 달, 이별한 시간동안
作. 융이
第 1 章
“청아”
“네, 아기씨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오늘이 풍등제날이지?”
“네, 아까 잠시 심부름으로 장터에 나갔는데 풍등제 준비로 온 마을이 시끌벅적 하더라구요”
“아 나도 가고 싶다.....그치만 오늘은 나가면 오라버니한테 혼이 날 텐데.....”
대청에 앉아 서책을 읽던 여주는 마당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중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계집인 청아를 불러 세웠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이지만 그 만큼 사람을 좋아해 밖을 돌아다니기를 좋아했고, 축제가 있는 날이 면 가장 즐거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여주였다.
그러한 여주가 하필 오늘은 현국(玹國)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풍등제가 열리는 날이다.
하지만 며칠 전 말없이 나가 놀다 다치고 돌아와 자신의 오라비에게 크게 혼이 난 직후라 이렇게 큰 축제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나가고 싶어도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한 쉬운 일은 아니였다.
“그럼 이 오라버니와 함께 가겠느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서움함에 한껏 풀죽어있던 여주는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태형오라버니!”
언제 온 것인지 자신의 앞에 자신의 오라버니의 절친한 벗이자 김 대감댁 하나 뿐이 없는 아들인 태형이 와있었다.
“언제 온 것이어요?”
“방금 왔지, 것 보다 나와 같이 풍등제에 가겠느냐?”
“정말요?! 흠...그치만 오라버니한테 혼이 나면 어떡해요”
“나랑 갈 것인데 그리 걱정이 되느냐? 걱정마라 내가 지민이는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음...그건 아닌거 같은데......저희 오라버니한테 태형오라버니가 지시는 게 아니구요?”
“어허 이 녀석 풍등제에 가기 싫은가 보구나?”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라버니가 이겨요!! 태형오라버니 데리고 가주신다고 약조하신거에요?!”
“알았다, 알았어“
자신을 풍등제에 데리고 가주겠다는 태형의 제안에 눈이 커지는 여주였다 .
너무나도 가고 싶었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이였지만 제 오라비에게 혼이 나는 게 더 무서워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아는 태형은 자신이 여주의 오라비이 지민을 이길 수 있다는 농으로 여주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라버니이기에 여주는 태형이아닌 지민의 편을 들었고 그에 태형은 토라진 척 입을 삐죽이며 풍등제에 가기 싫으냐며 여주를 톡톡 건드렸다.
태형의 장난에 여주는 자신의 오라비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풍등제에 너무나 가고 싶었기에 태형의 옥빛의 소매 끝을 붙잡으며 살가운 미소를 띄우며 태형의 기분을 맞춰주며 풍등제에 데려가 달라며 말했다. 태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본래의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못 이기는 척 받아 주었다.
“ 그러면 술시에 요 앞 장터입구에 있는 벚나무 아래에서 보자꾸나”
“네 알겠어요!“
“그리도 좋으냐?”
“당연하죠! 오늘은 반드시 풍등을 날릴 거 에요!”
“그래그래 그러자구나, 그럼 이만 나중에 보도록 하자“
태형과 만날 시간과 약속을 정하고 나니 풍등제에 간다는 사실이 확고해져 더 신이 난 여주였다.
그런 여주를 보는 태형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주는 절기마다 축제가 있는 현국의 축제 중 풍등제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풍등제 기간만 되면 여주가 아프거나 혹은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등 여러 가지 일로 여태 단 한번을 가보지 못했기에 더욱 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있던 여주였다.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를 뵈려고 온 것이 아니였어요?”
“그 녀석 얼굴은 매일 보는데 굳이, 내 널 보러 온 것이다“
“소녀를요?”
“그래, 아무튼 난 볼 일이 끝났으니 술시에 보자꾸나”
“네!!”
자신의 오라비인 지민을 보러온 것 같은데 지민을 보지는 않고 자신과의 풍등제 약조만 하고 돌아가는 태형에 궁금증이 일러 물으니
태형은 오라버니가 아닌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에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며 태형을 올려다보았다.
태형은 형제가 없이 자라왔다. 그건 지민도 마찬가지였기에 둘은 서로를 때로는 친구처럼 EO로는 형제처럼 의지하며 돈독히 지내왔다.
그런 지민에게 어느 날 여동생이 생겼고, 태형은 마치 자신이 여동생이 생긴 것 마냥 좋아했고, 여주를 지민만큼이나 어여삐 여겼다.
그런 태형이기에 분명 얼마 전 일로 지민에게 혼이나 그 좋아하는 축제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있을 여주를 알기에 풍등제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 온 것 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자신의 생각대로 가고 싶지만 가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뾰로통한 표정으로 서책을 보는 여주를 보고 풍등제에 데려가주겠다고 말하니, 태형이 가장 좋아하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는 여주의 모습을 역시나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드는 태형이였다.
하지만 훗날 태형은 이날 자신이 여주를 풍등제에 데리고 간 일을 크게 후회하게 되었다.
...
중천에 떠있던 해가 어느덧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 할 때쯤 여주는 약조한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방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레 열었다.
바로 옆방이 지민의 방인지라 행여나 자신의 오라비에게 들킬까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히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휴.....오라버니 금방 다녀올께요”
집을 나서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여주는 제 오라비에게 들리지 않을 인사를 남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태형과 만나기로 약조한 곳으로 향했다.
“태형오라버니!!!”
“뛰지 말거라 그러다 넘어져 다친다!”
“아...!”
“여주야!”
행여나 태형과 약조한 시간에 늦을까 뛰어가던 여주는 벚나무아래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태형이 보이자 태형을 불렀다.
벚꽃이 모두 떨어져 푸른 잎만 남아 있는 벚나무를 바라보던 태형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신을 향해 뛰어오던 여주를 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행여나 며칠 전처럼 또 다칠까 뛰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태형만 보고 달려오던 여주는 앞에 지나가던 사네를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저....괜찮으시오?”
“아.....그....감사합니다.”
순식간이였다.
당연히 넘어질거라 생각한 여주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주와 부딪힌 사네는 넘어지려는 여주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덕분에 다치는 일은 면할 수 있었지만 졸지에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꼴이 되어버렸고, 놀란 여주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푸른빛의 도포자락만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 순간 자신의 머리위에서 사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에 이끌리듯 고개를 들자 사네와 눈이 마주쳤다.
매서운 눈매 하지만 그 안에 담기 따스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는 듯 한 눈빛에 묘한 감정을 느낀 여주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선을 피하며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인사를 했다.
“여주야 괜찮은 것이냐?!”
“네 오라버니, 저 그런데 ...이 손 좀...”
“아..미안하군”
“어디 다친대는 없는 것이냐? 이래서 내 뛰지 말라지 않았느냐”
“괜찮아요, 제 실수였는데 이 분 덕분에 괜찮습니다.”
“흠..어찌되었든 미안하고 고맙소, 그럼 저희는 갈 길이 바빠 이만”
“아 오라버니! 잠깐...! 저기 너무 감사했었습니다!”
사네의 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여주는 태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사네의 품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자신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사네의 팔 힘에 쉬이 벗어날 수가 없어 놓아 달라 하자 사네도 황급히 손을 풀어내며 말했다.
태형은 여주에게 다가오자말자 행여나 다친 곳이 있을까 여주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혼이 아닌 혼을 내며 걱정을 했고, 여주는 자신의 실수이고 그럼에도 이 사네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고 태형을 진정시켰다.
태형은 여주를 품안에 안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여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사네에게 경계의 눈빛으로 보내며 이번 일에 대한 사죄와 고마움을 전했다.
태형은 어릴 적부터 감이 굉장히 좋은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여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 남자에게서 불안감을 느낀 태형은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네에게 인사를 건내고는 여주의 손을 잡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여주는 태형에게 잡힌 채로 이끌려가며 어정쩡한 자세로 자신을 도와준 사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이사를 전하고는 태형을 따라갔다.
...
“.....정국아...”
“ 예, 폐하”
“ 드디어....... 찾은 것 같구나, 8년간 그리 찾아 헤매었거늘”
“......앞으로 어찌하실 것 입니까?”
“ 당연하지 않겠느냐, 내 다시는 저 아이를 잃지 않을 것이야.”
저만치 멀어져가는 여주를 바라보던 사네는 낮은 목소리로 정국이라는 이름을 불렀고 먼 발치에 떨어져있던 또 다른 사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부른 이를 폐하라고 불렀다.
먼발치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국은 멀리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표정은 숨겨도 눈빛은 숨길 없다고 했던가, 멀어져가는 여인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저 여인이 황제가 찾고 있는, 우리가 찾고 있는 그 아이라는 것을, 긴 시간을 찾아 헤매어 왔고 드디어 타국(他國)인 이곳 현국에서 그 아이를 찾아내었다.
...
이 모든 순간이 우연인걸까? 아니면 필연인걸까?
우연이면 어떠하고 필연이면 어떠한가.
하늘의 장난으로 끊어졌다고만 생각했던 인연의 고리가 다시 이어지기 했으니
하지만 해는 자신의 빛을 모두 내어주었던 달을 알아보았지만
달은 자신에게 모든 빛을 내어주던 해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이 것 또한 하늘의 장난인걸까?
해와 달의 반쪽짜리 재회가 행복일지 불행일지는 아직 하늘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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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파일이 날아가 분량이 적내요 다음편은 더 길게 가지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