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이렇게 많은걸 생각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수 만 가지 생각이 났다. 1학기 때 흡연으로 걸린 친구들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부터 차근차근 생각이 들었고, 그중 내 마음을 가장 찔리게 한 것은 나에 대한 윤두준 씨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다. "어..음..." 바보 같이 말을 더듬었다. 사실, 뭐라고 변명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명백한 상황이니까. "△△고등학교네?" "..." 역시나 나를 학교에 신고하겠지. 윤두준 씨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내 쪽으로 손을 내민다. "압수." "..?" "담배랑 라이터 말이야. 압수야 압수." "아... 전 정말 아니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원래 안피는데, 정말 너무 궁금해서.. 그래서..." 사실은 윤두준 씨가 피는 이게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그래요. 라는 말은 접어두었다. 윤두준 씨는 내 말을 들은 건지 만건지 모르게 내가 내민 담배와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고 내 손에 들린 피다 만 담배를 자신이 핀다. 내가 필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멋졌다. "다음부턴 담배 피지마." 하고는 내가 반했던 그 미소를 남기고 사라진다. 방금 윤두준 씨가 짓밟고 간 담배 한 개비가 꼭 내 마음 같이 아팠다. 날 오해할까 싶어서 말이다. 시간을 다시 돌린다면 또박또박 말했을 거다. 아니, 더 앞으로 시간을 돌린다면 이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지는 않았을 거다. 팔을 들어 외투에 냄새가 배겼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괜히 팔을 흔들고 나서 학교로 향했다. 역시나 오늘도 주구장창 영화. 오늘은 이것 저것 떠오르는게 너무 많았다. 생애 처음 담배를 펴 봤을 때의 느낌, 윤두준 씨가 딱 나를 바라봤을 때 부터 윤두준 씨가 사라졌을 때 까지를 생각하니 아직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샤워기의 따뜻한 물이 거울에 수증기로 맺히는 모습이 꼭 아까의 담배연기와 같아, 다시 한번 더 생각이 났다. 문득, 한가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피던 담배를 윤두준 씨가 입으로 물었다. 음.. 이건 말로만 듣던 간접.. 간접키스? 가뜩이나 뜨거운 물 덕분에 더운 화장실에서 이런 생각을 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씻고 나와서도 한동안 얼굴의 홍조는 가실 생각이 없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입술에 표면은 조금 거칠지만 속이 부드러운게 닿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떴다. 윤두준 씨다. 윤두준 씨는 눈을 감고 점점 스킨쉽이 세졌다. 난 두 팔로 윤두준 씨의 어깨와 목을 감쌌고, 윤두준 씨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내 팔을 풀었다. 그리고 무서운 눈으로 내게 "역시 남자랑은 못해. 더러워." 찝찝하게 눈을 떴다. 저 말에 너무 두려웠다. 언젠가 내가 윤두준 씨에게 좋아한다. 뭐 이런 류의 말을 했을 때 저럴까봐. 사실 나도 내가 윤두준 씨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하루종일 윤두준 씨 생각에 사로 잡힐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pc방에 갔다. 불금이라 친구들하고 게임을 하려고 온 것이다. 내가 가니까 이미 자리를 잡고 한 판 씩 하고 있는 친구들. 난 친구들이 하는 게임과 다르게 축구게임을 즐겼다. 중학교 때 부터 쭉- 이 게임만 해와서 선수진은 모두 최상급이었고 늘 리그 1~2위를 달성한다. "양요섭- 너 이 새꺄 아직도 이거 하냐? 요즘은 롤 좀 해야하는거 아냐?" "니네 나한테 이거 다 발려놓고 큰 소리는. 니네가 날 이겨서 이 게임에 대한 의지를 굽혀줘봐." "니를 어떻게 이겨 임마." 친구놈 중 하나가 내 화면을 본다. "얘들아 저새끼(양요섭) 2윈데? 와.. 저새끼를 이기다니.. 누굴까?" "야 새끼들아 나 지금 1위 팀하고 경기중이거든? 방해하지마라. 죽이기 전에." 요즘 게임에 들어온지 꽤 되었더니 순위가 바뀌어 있었다. 차근차근 이겨내며 순위를 올렸지만, 통 1위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만난 것 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손가락을 빨리 놀렸다. 1-0으로 내가 승리했다. 경기 종료라며 휘슬이 불리고 작은 함성을 내며 자리에 일어난 나를 집어 삼킬듯이 크게 소리지르며 흥분해 있는 어느 남자. 윤두준 씨 였다. 나와 눈이 마주쳐서는 씩-웃고 안녕이라며 아는 채 하더니 윤두준 씨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 방을 나와 다른 방으로 접속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참 게임중인데 pc방 알바가 컵라면 3개를 줬다. 아니, 윤두준 씨였다. "담뱃값이 이만큼은 하지?" 하며 말하고 pc방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남은 친구들에게 컵라면을 줬다. "어.. 나 이제 편의점 가야해. 내꺼 컴퓨터 잘 정리해놔라." 뭐 니네 형이냐,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며 소리치는 친구들을 등지고 홀린 것 마냥 윤두준 씨를 뒤쫓았다. 집 옆 골목까지 숨죽여 따라갔다. 꼭 오늘은 다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윤두준 씨는 뒤를 돌아서 날 봤다. 뜨끔했다. "담뱃값이 모자란가?" "아..아뇨.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그럼?" "..." "...?" "저..저기 있잖아요." 되든 안되든 그냥 맞부딪히려고 한다. 거절 당하면 편의점 알바를 관둘것이다. 이 생각까지 했다. 기가막힌 타이밍. 윤두준 씨의 전화벨이 울렸고 윤두준 씨는 몇 마디를 뱉더니 이내 나를 잊은듯 집으로 올라갔다.
----_ 두준이 전화받는짤이 왜 이거 하나지?ㅜㅜ 두준이가 얼른 요섭이 맘을 알아채줬으면... 하여간 부럽다..둘이... 사랑하면 되잖아... 상대가 있자나.. 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