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소년
[]안의 글은 중국말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13
"때는 몇 년 전이었는데요.."
민석이 화두를 떼며 경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찬열은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민석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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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년하고도 조금 더 전.
"당의 명령이다."
이 말 한마디에 경수의 아버지, 동생 경윤, 경수 셋이 지옥행 트럭에 올라타게 되었다.
어머니의 부재는 나중에 아버지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새 결혼과 가족의 몰살. 모두가 당 간부가 자행한 짓이었다.
경수의 어머니 리송민은 북한을 대표하는 미녀 중 한명으로 아주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았고, 아버지와 결혼까지 성사해서 경수와 경윤을 낳고도 가수생활을 이어나갔으나 그 미모가 문제였다.
그녀를 사모하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았고, 경수 아버지정도의 지위로는 그녀를 지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아직도 경수는 자신의 어머니 리송민이 당 간부와의 결혼을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세 부녀는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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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구멍이면 탈출할 수 있을 거야. 경윤이를 먼저 내려주마. 경윤이는 내려서 거기 가만히 있어라. 알았지?"
경수의 아버지는 철망으로 막힌 트럭에 구멍을 뚫어 여동생 경윤을 먼저 밀어내었다.
멀리 밀어내지 못해 트럭의 바퀴에 깔리는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바퀴 굴러서 안전한 곳에 멈췄다.
다음은 경수였다.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착지에 성공했고, 아버지마저 탈출에 성공했다.
당시 해뜨기 바로 전이었으므로 졸음이 최대치로 가중되는 그 시간이었다.
게다가 돌밭이었으니 달그락거리면서 계속 치이는 돌 소리에 그들이 떨어지는 것 조차 느낄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고, 그 틈을 잘 노려 셋은 이대로 탈북까지 밀고나갔다.
그리고 일이 일어났다.
철커덕-
"아버지...아버지.."
경윤이 지뢰를 밟았다.
경수가 가까이 가려하자 아버지가 경수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
"끝났어..경윤이를 데리고 갈 수 없다."
매정했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경수의 손을 잡고 뒤돌아보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뛰었다.
경수는 뛰면서도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우리 경윤이는요? 경윤이!!
경수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끼아아아아- 하는 경윤의 비명이 들렸다.
아버지가 소리내어 흐느꼈다.
하지만 뛰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국경 탈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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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아버지는 며칠을 우셨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다.
경수는 강하게 키우고 경윤이는 보듬어 키울것이라고,
이렇게 이쁜 내 딸 어떻게 사위에게 넘겨주냐며 눈에 담는 것도 닳을까 아까워하는 아버지였다.
며칠 동안 그렇게 말 없이 걸어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리고 경수는 경윤에 이어 또 하나의 아픔에 맞닥뜨렸다.
"공안이야 공안-!!!"
경찰서 근처를 지나고 있던 둘이었기에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한명의 공안에게 둘 다 잡힌 것이었달까.
며칠을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걸어와 체력이 온통 소진 된 둘은 한명의 튼튼한 공안에게 끌려가고 있었지만, 경수의 아버지가 경수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하나,둘,셋 하면 냅다 뒤로 달려라.'
'예, 아버지'
아버지가 하나, 둘, 셋을 외쳤고, 공안이 비명을 지르고, 경수는 시장 방향으로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달렸다.
겨우 공안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어오니, 아버지가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는 끌려가고 있었다.
경수는 나중에서야 아버지가 공안의 팔을 물어 자신을 놔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국에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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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공안을 피해 산길을 타고 오르는 경수가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뭐라도 먹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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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이는 차 소리에 깨어버렸고, 경수는 입이 틀어막혀져있었고, 눈 또한 가려져 있었다.
이게 뭐지? 지금 무슨 상황인거지? 내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온 건가? 그러기엔 윽윽대는 사람들의 비명이 너무 많아.
말로만 듣던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깨어있는채로 한참 있다가 어딘가에 멈춰서 앞도 안보이고 말도 못하는 채로 거친 손길에 의해 끌려갔다.
[수확이 짭짤한데?]
[이번에 산 하나 털었더니 인간들이 많았습니다.]
[걸러내.]
중국어로 말하는 그 말들에 경수는 뭐라는지 하나도 알아듣지못하고 불안함에 꿇려있는 발만 동동 굴렀다.
끼익-하는 문열림 소리와 동시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명씩 하..으윽..하는 고통에 찬 신음만 내쉬었다.
재갈이 풀렸나보네..하고 경수는 생각했다.
가끔 조금 큰 비명과 손찌검 소리가 들리고 기다림 끝에 경수의 앞에 발자국소리가 멈췄다.
재갈이 풀리고, 눈을 가리던 천조각도 풀렸다.
그리고 경수의 얼굴을 환한 손전등이 비추고 있었다.
인상을 찌뿌리는데 갑자기 뒷덜미가 잡히더니 어디론가 끌려갔다.
차 안으로 끌려들어가서 눈이 가려졌고 경수는 그렇게 다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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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경수가 끌려나왔다. 안대가 풀렸고, 눈 앞에 보인 건 산동네였다.
밤 중에 산을 타듯 마을에 끌려올라가 집 안에 들어갔다.
온통 검정 옷을 입은 남자들이 한 밤 중에 돌아다니고 있었고, 경수는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들었다.
계속 자신을 끌고 다니는 남자에 의해 휘청이며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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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가사도우미로 구해왔습니다.]
[이름.]
[북한에서 온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브리핑은 차후에..]
[가정부의 신상정보까지 브리핑을 들어야 되나? 놓고 나가봐.]
[예.]
[아, 잠깐. 여기서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몇이나 되나?]
[주방에 하나, 직원 중 하나 이렇게 둘인 것 같습니다.]
[그래. 나가봐.]
[예.]
무섭게 생긴 남자가 나가고, 더 카리스마 있어보이는 남자가 경수의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북한사람이지?"
"ㅇ..예..?예.."
알아듣는 말을 들은 게 오랜만이라서 경수가 말을 더듬었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분명 끌려왔겠지. 이름이 뭐야"
"도경수..입니다"
"도경수...혼자 왔나?"
"가족끼리 오다 저만 남아.."
"음..여기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몇 안돼. 그러니까 중국말은 눈치껏 배워둬."
"예."
"가끔 부르면 찾아오고, 미리 말해두겠는데 도망치면 정말 가만두지 않아."
"아...알겠습니다."
"나가봐, 내가 부르면 오고."
"예."
경수가 일어서 혼자 걸어 나갔다. 밖에 아까 있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와]
손짓 하나에 경수가 따라갔다. 외향적으로는 서양식 복층건물이었지만 안의 구조는 일본식 전통가옥같은 구조였다.
주방에 가서 넘겨졌다.
[중국말을 할 줄 모르는 북한애다. 앞으로 여기서 일을 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또다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앞에서 경수는 또 주눅이 들었다.
[어이. 김씨 빨리 와봐.]
[예]
[얘가 한국말 밖에 못한대. 알아서 일 가르쳐.]
굽신굽신대는 젊은 남자가 경수를 바라보았다.
"북한에서 왔니?"
"예.."
"내가 주방 하수인인데 앞으로 내가 할 일을 너가 하면 되는거야."
남자가 새벽부터 부지런히 경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아침에는 뭘 해야되고 점심에는 뭘 해야되고 저녁에는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었다.
잠도 못자고 뭘 배우는건지도 의문을 가지면서 경수는 배워나갔다.
그렇게 딱 일주일 뒤에 정말 인수인계가 끝난 듯 경수가 그 하수인의 일을 맡았고, 그 하수인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사람 같았지만 사라져버려 이제 정말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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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상이 지옥이었다.
[이 북한 놈. 일 하나 제대로 못해?!]
뺨을 맞고, 걷어차이고, 머리를 맞고, 주먹으로 맞고, 손바닥으로 맞고, 발로 맞고 하루라도 맞지 않는 날이 없었다.
가뜩이나 중국말도 잘 못 알아듣고 일도 고되었다.
새벽에 자서 새벽에 일어나는 일상이 반복되고, 일어나면 하루에 쓸 물을 수십 통을 받아놓아야되고 아침 준비를 하시도록 미리 조리도구를 세팅하고 야채나 고기들을 미리 꺼내놓고 씻어놓아야했다.
그 건물에 사는 인원만 약 서른 명. 밥만 30인분을 겉돌게 해야했으니 하루에 쌀이 거의 한가마니쯤 들었다.
그리고 반찬과 주 메뉴만 준비해도 테이블이 몇개씩 그 위에 세팅해서 옮기는 것도 모두 경수의 몫이었고, 끝난 뒤 수거하는 것, 설거지 하고 다시 정리하는 것, 장을 보고 그 짐들을 다 들고 와서 다 씻어놓고 다시 테이블 세팅하고 점심 설거지가 끝나면 시장에가서 다음 날 아침 것까지 장을 보고와서 저녁 일과까지 끝나면 청소를 시작하면 그것또한 끝이 없었다.
중간중간에 얻어터져 널부러져 있는 시간이 쉬는시간이랄까.
그 외에도 하숙하는 직원들의 심부름에 청소에 빨래도 걷는 등 토나오기 전까지 사람을 부려먹었다.
그렇게 경수가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즈음에 첫 탈출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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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 새끼 어디갔어?]
[장 보러 간거 아니야?]
[아니야. 없어.]
[설마..겁도 없이 도망간건 아니겠지?]
경수가 무작정 마을을 벗어났지만, 도로에 진출하자마자 첫날 만났던 남자에게 걸리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는 그 동안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생지옥이 펼쳐졌다.
슬픈이야기입니다 ㅠㅠ 슬프게 봐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