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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글은 중국말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09

 

 

 

 

"친구가 한국에 올 수 있대. 만나볼래? 민석이를 도와주었다는 그 분과 너무나 닮아서 특별히 초대한 친구이긴 하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실망하진 말고"

 

"네 만나볼래요!"

 

민석이 두근대는 마음으로 레이와 외출하려 채비를 마쳤다.

 

.

.

.

 

"야"

 

"..나?"

 

"어"

 

"왜?"

 

"여기 학교가 처음 다니는 학교라면서?"

 

"근데?"

 

"새끼봐라 건방지네?"

 

"별로.."

 

"내가 건방지다면 건방진거지~애송아~"

 

생긴건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시비를 털긴 왜털어...라고 경수는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다.

 

"엄마가 말해줬는데 소문으로는 너가 빨갱이 출신이라는 말도 있던데..맞아?"

 

"뭐?"

 

"존나 이제 남의 나란데 말통한다고 막 도망와서 이렇게 살면..이거만큼 도둑같이 사는게 없어~응?"

 

"너 이름이 뭐야"

 

"나? 궁금해? 왜? 잘생겨서? 근데 어째~ 내가 너어어무 잘생겨서 같이 놀고싶어도 난 클래스 따지면서 놀거든? 너랑은 안 놀아줄건데~"

 

"원래 궁금하지도 않았고, 너 하나도 안잘생겼어. 클래스 따지기 전에 니 수준이나 정리해가지고 와. 그리고 내가 너 이름을 알려는 것은 한번만 더 빨갱이니 애송이니 그런 말을 지껄였을 때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위해서야."

 

경수가 자신을 조롱하던 남자아이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노려보며 이야기했다.

 

"어쭈~도경수라고 했지? 너 딱 걸렸어."

 

.

.

.

 

[어이~루한!]

 

[이씽!...시우민?]

 

레이의 눈과 민석의 눈이 동시에 루한에게 향하고 레이는 반가움에 눈웃음을 치고 민석의 눈은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정말 시우민이야?이씽 말이 거짓이 아니었네?]

 

[루한...설마했는데..]

 

[반갑다.]

 

루한이 민석을 꼭 안았고, 민석이 루한을 꼭 안았다.

 

[내가...아니 나를 미워해야하는 것 아니예요?]

 

[아니. 미워하지 않아. 늘 돈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이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루한이 웃어주었다.

정면에서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민석이 덩달아 환하게 웃었고, 왠지 그들에게 햇빛이 더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민석은..]

 

레이가 민석에 대해 루한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민석은 앞에 놓인 초콜릿푸딩을 먹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가 이들의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 몫을 했다.

 

.

.

.

 

"변백현.."

 

경수가 자신에게 깐족대던 급우의 이름을 알아냄과 동시에 그들이 또 경수에게 들이닥쳤다.

 

"야. 빨갱이"

 

언제부턴가 경수는 자신이 빨갱이라는 저속한 별명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야. 너 혹시 게이는 아니야?"

 

"...작작해"

 

"이야~ 언어표현이 고급지다?"

 

"..."

 

"왜~ 또 덤벼봐 도경수야~맨날 분위기잡고 좍좌캐- 큭큭 이러면 뭐하냐 하나도 안무서운걸"

 

"하.."

 

경수의 한숨에 백현이 코웃음을 쳤다.

 

"나 괴롭히든지 말든지 니 맘대로 해"

 

"그래"

 

그리고 정말 백현의 맘대로 경수의 학교생활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뭐야."

 

"뭐긴 뭐야 니 선물이지"

 

책상에 쓰레기들과 낙서들.

 

"내 책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

 

"누구겠~니~"

 

찢기고 낙서투성이가 되어 엉망진창이 된 교과서.

 

"누가 이랬어?"

 

"도경수가 그랬어요! 오늘 수업 듣기 싫다고."

 

"경수야 정말이니?"

 

"아니요. 제가 한 것 아니예요"

 

"선생님 저도 경수가 저렇게 어질러 놓는 거 다 봤어요"

 

"저도 봤는데요? 쟤 무서워서 요즘 저희 반 분위기 다 죽었어요"

 

몇몇 애들의 백현 동조로 선생님도 대충 믿는 분위기였다.

 

"경수야. 아무리 어질러도 수업은 계속 할거야. 이따 선생님 따라와"

 

계속되는 괴롭힘에 경수가 이때다 싶었다.

 

.

.

.

 

"앞으로 그러지마. 전학왔다고 하니까 한번쯤은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거, 변백현이 그렇게 수업자료들을 어지른거예요"

 

"응?"

 

"변백현이 제 책상도 망가뜨리고 교과서도 망가뜨렸어요. 전학온 날부터 계속 괴롭힘당하고 있어요 선생님."

 

경수가 차근차근 말하자 선생님도 당황했는지 경수를 앉혔다.

 

"등교라는 게 새로운 경험이라서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먼저와서 시비를 걸더니 그 다음날부터 그 패거리가 계속 괴롭혀요 선생님."

 

"음...그냥 경수가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닐까?백현이가 얼마나 모범적이고.."

 

경수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선생님이 경수의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갤러리엔 책상과 책, 가방이 훼손된 사진이 있고, 녹음기에는 그들, 특히 변백현이 저한테 빨갱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게이라는 둥 심한 말을 하는 것을 녹음해 둔 파일이 있어요. 전 모범적인 학생을 모함하는 전학생은 아닙니다 선생님. 믿어주세요"

 

"...일단 알겠다. 백현이도 불러서 한번 상담을 해보도록 하마"

 

"네. 가보겠습니다."

 

.

.

.

 

"야. 잡아"

 

마지막교시에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백현이 조례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 경수를 다른 애들을 시켜 잡아오라고 했다.

경수가 백현 앞으로 끌려왔다.

 

"미친 빨갱이새끼야. 뭐? 누가 널 괴롭히고 누군 모범생이 아니고? 증거확보? 진짜 뒤질래?"

 

"내가 틀린말했어? 선생님한테까지 날 모함하겠단 이야기는 곧 내가 교무실로 불려가서 네 얘기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넌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냐?"

 

"뭘 믿는다는 것보다 너같은 애들한테 괜히 기죽지 않으려고 하는게 옳지"

 

"아 진짜 존나 빡쳐. 너때문에.엄마한테 연락이 간건 아냐? 너 부모는 있어?"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애미애비는 잘 계시냐고"

 

경수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백현을 바라보았다.

 

"그..그렇게 꼬라보면 어쩔건데?"

 

"사과해. 다른 거 다 필요없어. 우리 엄마아버지 욕한거 사과해"

 

"싫은데?"

 

둘이 신경전이 오가다가 백현의 주먹이 경수를 먼저 치고, 그 주먹을 시발점으로 방과후 자습이 없던 교실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었다.

다른 반에서도 소란함에 둘의 교실로 와서 싸움을 구경했다.

 

.

.

.

 

"너네 둘 부모님들 다 불렀으니까. 기다리고 있어"

 

한 5분쯤 둘 다 씩씩대며 기다리자 시끌시끌한 소리와 함께 어떤 여자분이 들어왔다.

 

"너가 경수니?"

 

"네. 그런데요"

 

"어머!!!!백현아 얼굴..너 지금 제정신이니?"

 

"예. 제정신인데."

 

"말하는 싸가지봐봐. 애 얼굴을 이렇게 망쳐놓고 뭐? 제정신이라고?"

 

"변백현이 먼저 때렸어요"

 

"너가 무슨 잘못을 했겠지! 너 탈북자라며?"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다 알고 있거든? 원래 북한 애들이 다 그러니?"

 

경수가 화가 났는지 백현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봐서 어떡할건데? 내가 오는동안 백현이한테 사과는 했니?"

 

"제가 사과를 받아햐 하는 입장입니다 아주머니"

 

"예의 바른 척 해도 너같은 출신들은 딱 보여. 얼마나 싸가지없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고. 안그래?"

 

"안 그런데요"

 

"니 그 건방진 말투가 다 보여주고 있어."

 

"기분이 몹시 나쁘네요 아주머니"

 

"뭐?"

 

"백현이가 괴롭혔고, 전 사과하라고 했다가 먼저 맞은것뿐입니다"

 

"근데?"

 

"그러니까 제가 건방진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말하면 뭐 나나 우리 백현이나 그래 미안하다~이럴줄 알았니? 어디서 어른한테 말대꾸하는 못된 버릇만 배워와서..너네 부모는 뭘 가르친거니? 아니 부모가 안계셔서 그렇게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는걸 티를 내는거니?"

 

"..."

 

"얘. 너 잘못걸렸어. 넌 이제 퇴학이야"

 

백현의 엄마가 백현을 데리고 상담실을 나왔다.

경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남한에서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세다고 들었다.

물론 북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도 엄마들이 유난인 학생들이 조금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다짜고짜 모욕을 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경수는 남한이 정말 무서운 나라라고 한번 더 느꼈다.

그리고 경수는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 욕을 하는 것을 정말 몸서리치게 싫어했는데 단지 어른이 말했다는 이유로 화도 내지 못한 채 여러차례나 모욕을 당했다.

 

.

.

.

 

"경수 사촌형님이랑 백현이 어머니랑 다 오셨네요. 오늘 둘이 조금 크게 싸운 것 같아 연락을 드렸어요. 백현이 말로는 경수가 먼저 교실에 들어오는 백현이한테 주먹을 휘둘렀다고 했어요. 경수가 처음에 와서 적응을 잘 못한 것 같아서.."

 

"그런게 아니예요 선생님 제가 아까 말씀.."

 

"경수야? 선생님이 다 말하고나서 그 다음에 말하자"

 

".."

 

"그래서 백현이가 좀 다쳐서..원래는 진술서도 쓰고 학교폭력위원회도 열어야하지만 그런 절차는 대입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생략을 하는게 좋아요, 그러려면 경수가 백현이한테 사과를 하고 좋게 화해하면 될 것 같은데..어때 경수야?"

 

"이제 말해도 되나요?"

 

"그래 말해봐"

 

"변백현이 먼저 때렸고, 저도 다쳤고, 제 부모님에 대해 변백현이 먼저.."

 

"야 도경수. 너 자꾸 거짓말할래?"

 

"그래 경수야. 선생님이랑 백현이랑 아까 상담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백현이가 잘 챙겨줬다고 반 친구들도 그러던데..오늘 같이 마주한 김에 그 오해들도 풀고.."

 

"백현이 레슨받으러 가야해요 선생님. 명백히 저 애가 잘못한거 아닌가요? 빨리 사과나 받고 가야겠어요"

 

"전 잘못한게 없어요."

 

"선생님. 아까부터 우리 경수말은 안들어주시는 것 같은데. 경수가 잘해주는 사람에게 그럴 애도 아니고 지금 말하는 걸로 보아.."

 

"하지만 오해가 있었던게 다분한.."

 

"일단 경수 데리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가시면 폭력위원회를 열어야 해요"

 

"네. 여세요"

 

찬열이 보다못해 경수를 데리고 교무실을 나왔다.

 

"위원회 열리면 대입에 안좋다며"

 

"그럼 사과하게?"

 

"아니. 내가 잘못한거 아니라고"

 

"믿어. 그러니까 데리고 나온거야."

 

"그동안 애들이 괴롭혔어."

 

"...."

 

"증거도 모아놨어."

 

"그 핸드폰 이따 센터가서 나 잠깐 줘."

 

"왜"

 

"혹시 모르니까 카피해둬야지"

 

"어디에?"

 

"컴퓨터에"

 

"알겠어."

 

"그 엄마에 그 자식이라고..나 오기 전에 뭐 별다른 말 안했어?"

 

"......어 안했어"

 

"뭐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안했나보네"

 

경수가 백현의 엄마가 저에게 했던 말을 찬열에겐 전하지 않았다.

 

.

.

.

 

[가는거예요?]

 

[그래야지]

 

[사모님께도..안부전해주세요. 아이에게도.]

 

[아이는 이제 곧 태어날거야. 여자아이라고 하더군.]

 

[이름은 뭐라고 지을거예요?]

 

[난 秀(수)자를 참 좋아해. 그래서 이름에 수를 넣으면 어떨까 생각중이야]

 

[아..그래서 내 중국이름도..]

 

[그래.]

 

[음...秀璘(수린). 어때요? 빼어난 옥빛.이름만 들어도 예쁠 것 같아요. 물론 루한의 딸이니까 예쁘겠지만.]

 

루한이 피식 웃어제꼈고, 민석도 옆에서 웃었다.

조용한 타입의 루한이라서 루한의 옆에 있으면 늘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을 갖게 되곤 했다.

민석은 루한과 함께할 때의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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