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CHERRY MOTION!
↑ 브금 선택은 자유예요!
벌써 일주일이나 됐다. 권순영한테 반한지 말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없었다. 평소에도 다정하다고 소문 난 권순영이 댄스부 공연이랍시고 강당에서 공연했을 때, 그때가 화근이었다. 땀을 흘리면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쟤가 저렇게 춤을 잘 췄었나 싶기도 했다. 춤을 꽤 춘다는 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이만큼일 줄은 몰랐다. 홀린 듯 내 눈은 권순영만 따라갔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니 영혼이 팔리는 거 같았다. 그러다가 눈이 한 번 마주쳤는데 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권순영의 시선이 내 몸을 옭아맨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게 풀렸을 때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커튼이 닫힐 때였는데, 그때 스피커보다 더 쿵쾅거리는 심장에 난 알아챘다. 그 몇 분동안 난 권순영한테 반했다고.
애들 말에 따르면 여자 애들 사이에서 권순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만큼 사람 성품 자체가 좋기도하고, 다정하고⋯ 춤도 잘 추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으니깐 그렇겠지. 그런데도 수많은 여자 애들이 권순영에게 고백을 하고 오면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었다. 옆 반 영희도 고백했다가 권순영이 날 너무 다정하게 찼다며 하루종일 울었다. 4반 지수도, 1학년 가영이도. 내 주변에만 해도 많은 이들이 차였다. 그것도 차갑게가 아니라 다정하게. 얼마나 미련을 주는 행동인지. 근데 막상 두렵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차이면 어떡하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루는 권순영이 반장, 부반장 대신 임원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유인물을 전해줘야 돼서 꽤나 무게가 나가는 종이들을 옮기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옮기는데 대뜸 권순영이 옆에 와있었다. 그리고선 내 유인물의 반을 가져가서는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지? 애들도 안 도와주고, 그러면서 빨리 들고와라 그러고."
"아니⋯ 괜찮은데⋯."
"나 오늘은 반장 대신이야. 이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지. 그러고보니 같은 반인데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거 같아, 그치."
"어, 엉."
당연하지, 네 옆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색히 웃으며 권순영을 바라보면 권순영은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빵싯 올라간 광대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권순영은 반까지 가는 고작 몇 분동안 말을 많이 했다. 아마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함 같았다. 그런 권순영에 비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내 심장 소리가 새어나갈 거 같았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거 같았다. 쿵쾅쿵쾅 세차게 뛰는 심장을 들키기 싫었다. 그러다가 권순영이 댄스부 공연 얘기를 꺼냈다.
"저번에 댄스부 공연 때 되게 집중해서 잘 보던데. 춤 좋아해?"
"그냥⋯ 영상 찾아보는 건 좋아해."
"우리 다음달에도 공연 있어. 그때도 꼭 보러와."
권순영은 그 말을 끝으로 반 안에 들어가선 종례 준비 중이던 아이들을 앉혔다. 어떻게 날 기억하고 있지? 내가 너무 바보 같이 봤었나? 멍 때린 채 반에 들어가 유인물을 교탁 위에 올리고선 자리에 앉으니 여자 애들이 몰려와 말을 걸었다. 권순영이랑 뭔 얘기했어? 권순영이 뭐래? 부럽다. 이런 말들이 다였다. 애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나는 영혼이 나가있었다. 내 영혼은 반에 들어오기 전 권순영이 댄스부 공연 볼 때 날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 거기 머물고 있었다. 이거 내 맘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얘기인가?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이지, 다정함이 의인화가 된다면 권순영이 될 것이다.
그날 밤은 권순영이 꿈에 나왔었다. 좋아한다고 내게 달콤한 유혹을 속삭이던 권순영이 나왔었다. 나는 그 유혹에 빠졌고, 황홀한 꿈을 꾸었다. 깨기 싫은 달콤한 꿈 말이다.
**************************
~권순영을 좋아한지 2개월 째~
"얘들아 우리 수학여행 일본으로 간대!"
"뭐야 진짜? 제주도인 줄 알았는데!"
웅성웅성, 반장의 말에 반이 뒤집어졌다. 이젠 자연스럽게 친구들 사이에 있는 권순영을 쳐다봤다. 권순영을 좋아한지 벌써 2개월이라니 그동안 있었던 접점이라고는 댄스부 공연 때 또 날 봐줬다는 것 밖에 없었다. 권순영을 좋아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었다. 다이어리에 꼬박꼬박 내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권순영을 보고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내면 감정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거 같았다. 근데 그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덜어지는 커녕 더욱 커지는 바람에 이젠 포기할 수도 없다. 턱을 괸 채 권순영만 쫓았는데 휙, 권순영은 고개가 돌아가고 나랑 눈이 마주쳤다. 바로 고개를 돌려 귀를 부여잡았다. 빨개지진 않았을까? 날 본 게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애를 본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수학여행 얘기로 들뜬 여자애들이 날 불러서 정신이 들었다.
"대박, 여주야. 예림이 수학여행 때 권순영한테 고백한대."
"공개적으로?"
"아니, 불러내서."
고개만 끄덕였다. 먼저 선수치면 어떡하지. 그러면 그때는 정말로 접어야겠지? 나도 모르게 표정이 안 좋았나보다 애들이 무슨 일있냐고 물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니라고 대답했다. 왜 나는 권순영을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지?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
~권순영을 좋아한지 3개월 째~
수학여행 이튿날이었다. 여행 코스를 다 돌아다니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아 반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어떤 애들은 잡화점에 갔고, 어떤 애들은 마구잡이로 일본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튿날 째라 그런지, 내 체력이 문제라서 그런지 기력이 다 해 가만히 서있으니 옆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는데 권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같이 걸을래?"
"응?"
"친구들 몽땅 다 프라모델 사러 간다고 잡화점 가서. 나 친구가 없거든."
해맑게 웃으며 권순영이 말했다. 나는 눈이 커진 채로 멍하니 권순영을 바라보니 권순영은 푸핫, 하고 뜬금없이 웃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심장을 토해낼 것 같았다. 주책맞게 뛰는 심장이 미웠다.
"왜, 왜 웃어."
"그냥⋯토끼같아서."
토, 토끼⋯. 뭐라는 거야. 괜히 툴툴 거리면서 머리를 정돈했다. 권순영을 지나 먼저 걸어가니 권순영의 다정한 웃음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오사카의 밤거리는 굉장히 예뻤다. 맛있는 냄새가 풀풀 풍겼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가득 공간을 매꿨다. 그러다가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났다. 우뚝 멈춰서니 권순영이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권순영이 걱정스레 물어오는 말투에도 다정함이 뚝뚝 흘러넘쳤다. 이러니 누가 널 싫어해. 또 쿵쾅거린다. 나는 애써 안 그런척, 덤덤한 척 말했다. 뭐 먹으려고. 내 말에 권순영은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선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갑자기 많이 지나가서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심장이 더 쿵쾅거린다. 심장 고동소리가 들릴까 겁났다. 엉성하게 닭꼬치 두 개를 주문했다. 수학여행 오기 전에 환전한 엔화를 건네고는 기다렸다. 하나는 내 거, 하나는 권순영 거였다. 만약 안 먹는다 그러면 다 먹을 예정이었다.
주문한 닭꼬치가 나오고 권순영은 장난스레 웃으며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나는 내 거지? 순영이 주세요."
"어어?"
"아, 아니야? 그럼 말고."
"아니, 여, 여기."
갑자기 주세요, 라는 권순영의 말에 당황했다. 아주 많이. 주세요라니⋯. 권순영은 내가 준 닭꼬치를 한 입 먹더니 웃었다. 맛있다. 권순영은 자그만하게 내게 말했다. 나는 웃으며 권순영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대뜸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런 맛집 어떻게 찾아냈냐고 하며 다정한 손길로 날 쓰다듬었다. 녹을 거 같다. 닭꼬치를 쥔 손에 힘이 빠질 거 같다. 이대로 녹으면 어떡하지. 뼈 하나하나가 다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얼굴이 빨개지고 몸에서 불이 들끓는 느낌. 죽을 거 같다, 너무 황홀해서. 권순영은 그것도 모른 채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고 또 내 옆에 붙었다. 너무, 너무 미웠다. 이렇게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선⋯.
지금 순영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만 지금 이렇게 떨리고, 힘들겠지. 정신이 나갈 거 같다. 아무 생각없이 꼬치만 먹다가 옆에서 권순영의 말 소리가 들렸다.
"예쁘다."
순간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연등축제를 하는지 머리 위엔 형형색색의 연등이 가득했다. 나는 고개만 주억였다. 정말로 예뻤다. 그러고보니 수학여행에서 예림이가 고백하겠다고 한 게 생각났다. 어제 숙소에서 예림이가 권순영을 카톡으로 불러내고, 밖으로 나가선 한참을 이따가 돌아왔다. 굉장히 애매한 표정이었다. 차인 건지⋯, 받아준 건지 모를 표정. 받아줬다면 여기 나랑 이러고 있지 않겠지. 권순영을 힐긋 쳐다보니 연등에 걸 문구를 쓰는 곳에 가있었다. 옆에 가니 권순영은 웃으면서 쓰던 종이를 가렸다. 비, 밀. 이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웃었다. 나도 종이 한 장을 받고선 끄적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게 해주세요.'
아무렇게나 휘갈기고선 초록색 연등에다가 걸으니 어느새 다 적은 권순영이 웃으며 내 연등 옆에 걸었다. 내가 보려고 하니 난리를 피우며 보지말라고 했다.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선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뭐라고 적었길래 저러지.
그렇게 더 걸으려는데 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유시간 끝이라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알겠다고 한 뒤 연등을 찍던 권순영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영은 아쉽다는 듯 웃으며 가자고 했다. 나도, 아쉽다.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직까지 예림이 일이 떠올랐다. 결국 부풀어질대로 부풀어진 호기심에 입을 열었다. 이제 조금은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권순영은 내가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하겠지.
"너는 연애 안 할 거야?"
"응?"
"그냥, 너 좋아하는 애들 많잖아."
"내가 걔네를 좋아하지는 않잖아."
권순영은 웃으며 말했다. 예림이도 결국은 차인 건가. 나도 곧 그렇게 되겠지. 그냥 이렇게 된 김에 고백이라도 할까 싶어서 입을 떼려는데 저 멀리서 애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권순영은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또 웃었다. 권순영의 다정함이 날 점점 조여오는 거 같다.
LOVE CHERRY MOTION!
숙소에 도착해 다 씻고 바람이나 쐴 겸 밖에 나왔다. 바깥에 자리잡은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또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볼에 차가운 게 닿아 놀라니 다정한 목소리가 또 들렸다. 놀랐어? 미안해. 늘 들어도 설레는 목소리, 편안한 목소리. 이젠 정말 권순영이 내 세상이 되었다. 권순영이 없으면 난 살아갈 수가 없을 거 같다. 권순영은 내게 자판기에서 뽑은 캔을 건넸다. 그리고선 옆에 앉으며 말했다. 닭꼬치 사준 거 고마워서란다. 뭘 이런 거까지⋯. 웃음을 흘리며 캔을 땄다. 권순영도 옆에 앉아 캔을 따선 바로 마셨다. 왜 여기 왔을까. 정말 사람 헷갈리게 하는 거엔 선수다, 선수.
"그나저나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나와봤는데⋯ 여기 있던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선 권순영은 웃었다.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입을 열면 내 감정이 우르르 쏟아져 권순영을 힘들게 할 거 같았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 사실 댄스부 공연을 보고 반했다고? 아님 다정한 네 모습에 반했다고? 유인물을 들어줄 때 넌 몰랐겠지만 그때 난 죽는 줄 알았다고? 그냥 말하지 않아도 내 감정을 알아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밉다, 미워. 눈물이 왈칵 나올 거 같다. 나는 감정적이고, 매사에 눈물이 많았다. 권순영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주야, 달이 참 환하다. 그치?"
"응? 아⋯ 응⋯."
권순영은 웃으며 달을 가르켰다. 정말로 환했다. 달빛 아래 제 연인과 다정히 있는 권순영의 모습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왔다. 진짜 주책맞게. 권순영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권순영은 눈을 훑는 내 행동에 당황해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냐고 다정히 묻는 말에 결국은 울음이 터졌다. 권순영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날 안으려는 행동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난⋯ 네 다정함이 좋으면서 싫어. 네 다정함에 목이 조일 거 같은데, 그 다정함이 날 살아숨쉬게 해."
"⋯⋯."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나한테는⋯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특별하단 말이야."
"⋯⋯."
"안아주지도 마, 그냥 이거 사랑을 처음하는 어린 애의 투정이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나 피하지도 마. 이렇게 추한 모습 보여줘서 미안. 근데 나는, 정말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이제 나도 끝이다. 연인 사이보다 친구 사이가 나을 수도 있어. 근데 어떻게 해. 이미 내 새계는 권순영으로 가득한데. 눈물만 흘리고 있으니 나지막한 권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추해, 하나도 안 추해. 그러니깐 나 한 번 봐주라, 여주야."
다정히 말하는 권순영의 말투에 고개가 돌아갔다. 다정스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권순영에 또 녹을 거 같았다.
"있잖아, 여주야. 넌 특별한 수식어 없어도 적어도 나한테는⋯, 특별한 사람이야."
"⋯⋯."
"다르게 말하면⋯ 난 매순간이 너야. 환하게 웃는 널 보면 세상이 맑아지고, 우울한 널 보면 세상이 무너져. 너랑 아주 사소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가득하기도 했어. 아주 평범한 것들도 너와 함께면 특별하겠지. 라고 말야."
대뜸 권순영의 하는 말에 이게 진짜인지 믿기지 않았다. 몸이 붕뜬 느낌. 황홀함에 휩싸여서 죽을 거 같다. 우리 둘을 감싸는 공기의 당도를 잰다면 이미 최고 수치를 넘어설 것이다. 권순영은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하루가 나로 인해서 특별해졌으면 해. 넌 내 세상의 우주고, 난 네 세상의 지구야."
울음으로 범벅된 내 얼굴을 쓰다듬더니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싶었다. 내가 너와 사랑을 나눠도 될까.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는 하루에 네 생각을 내 생각보다 많이 한다고. 그만큼 좋아한다고. 권순영은 웃으며 물었다. 안아도 되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권순영이 날 안았다. 서로의 고동소리가 느껴졌다. 쿵쾅, 쿵쾅. 그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들이 얽히고 얽혔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권순영에게 연등에 걸 것에 대체 뭘 썼길래 나한테 안 보여줬냐고 물으니 다정스레 웃으며 말했다.
'여주가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슬픔은 제가 다 가져갈 수 있어요.'
Love Cherry Magic! |
권순영이랑 사귄지 벌써 2년이나 됐다. 성인이 됐고, 비록 다른 대학교지만 거리는 가까워서 자주 만나긴 하는데⋯ 그동안 나간 스킨십이라고는 손잡기, 안기 그정도가 다였다. 애들은 내가 분위기를 파악 못한다고 하면서 나를 뭐라고 했지만⋯ 사실 분위기가 그럴싸해지면 권순영이 먼저 얼굴을 붉히고선 헤어지자고 그런다. 그러면 난 어쩔 수 없이 잘 가라고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야 됐다. 애들이 그랬다. 그러면 권순영을 내 집으로 불러란다.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라는 구식 멘트와 함께 말이다. 우웩, 진짜 별로라서 고개를 젓고선 됐다고 했지만⋯ 너무 답답한 마음에 얼떨떨에 같이 밥을 먹다가 권순영을 초대했다. 그냥 담백하게, 우리 집에 놀러올래? 이 말과 함께 권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후 강의 마치고 우리 학교 앞에 있겠다고 했다. 너무 빨리 진행되길래 당황해 권순영이랑 헤어지고 집에 와서 널부러진 속옷들이랑 빨래들을 개고선 집안 정리를 했다. 몇분 안가서 권순영이 오후 강의가 끝날 시간이라 학교 앞으로 가니 권순영이 벽에 기대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어색히 웃으며 가, 가자. 이러는데 권순영은 고개만 끄덕인다. 집 안에 들어오니 권순영은 바닥에 앉고서는 물었다 "깔끔하네?" 눈치가 없는 걸까. 우물쭈물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다정한 말투로 날 쳐다보며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선 붉어진 얼굴을 푹 숙였다. 너무 티내지 말아야 하는데. 권순영은 다정한 손으로 날 쓰다듬고선 내 손을 위에 자기 손을 얹고선 엄지로 살살 쓰다듬었다. 진짜 이러면 나는 더 애가 탄다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권순영이 또 미워졌다. "뭐 먹을래, 여주야?" "그럼?" 진짜 슬슬 답답해졌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권순영의 볼을 두 손으로 잡고 날 보게 했다. 날 쳐다보는 권순영의 얼굴은 그냥 물음표다. 무슨 말하려고? 금방이라도 이렇게 다정하게 물을 것만 같아서 말했다. "너는 나 보면 막 뽀뽀하고 싶고 안 그래?" "⋯어?" "나는 너 보면 뽀뽀하고 싶단 말이야. 애들이 우리보고 쑥맥이녜. 2년인데 뽀뽀도 못 해봤다고." 권순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식은땀을 흘리는 듯 했다. 권순영의 표정에 볼 쥐었던 손 내려놓고 됐다고 말하며 냉장고에 붙혀진 배달집 전화번호가 붙혀진 책자 들고오려는데 권순영이 내 손을 잡았다. 꽤나 진지한 표정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하던 말은 마저 해야지, 여주야." "엉?" "나 괜찮아, 너랑 하는 건 다." "⋯⋯그렇게 말하지 마. 부끄럽잖아⋯." 권순영은 볼을 붉히다가 날 쳐다봤다. 드디어 또 분위기가 잡힌 거 같다. 권순영은 내 볼을 잡고 다가오다가 코가 부딪힐 때쯔음 물었다. 괜찮냐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권순영이 내게 입을 맞춰왔다. 황홀했다. 처음 권순영과 사귈 때 같았다. 권순영의 목에 팔을 둘렀다. 권순영은 내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물어왔고, 내 입안을 제 혀로 훑기도 했다. 처음 하는 거 맞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찰 때까지 권순영은 입을 떼지 않았다. 더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서 권순영의 어깨를 툭 치니 권순영은 조심스레 떨어졌다. 그리고선 번지르르한 내 입술을 쳐다보다가 다시 다가왔다. "자, 잠만. 나 아직은 숨이 벅," 입술이 먹혀들어갔다. 미쳤어, 미쳤어! 얼굴이며 몸이며 전부 열기로 가득찼다. 또 쉴틈없이 입을 맞췄다.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권순영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뒤로 젖혀들어가 입술이 떨어질 때쯔음 권순영이 네 뒷목을 받쳐주고 더 들어왔다. 아, 잠만 얘 정말 처음 맞아?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아 이젠 권순영의 가슴팍을 치니 권순영이 얼굴을 잠시 빼더니 내 입술에 여러번 짧게 뽀뽀를 했다. 진짜 선수인데? 내가 모든 처음이라는 거 거짓말 아냐? 숨 막혀 헥헥 되면서 붉어진 얼굴을 식히려 손 부채질을 하면서 권순영을 흘기며 말했다. "너 처음 아니지?" "근데 왜이렇게 잘 해? 진짜, 죽겠어." "그건 네 체력이 별로라서 그래. 더한 거는 어떡하⋯⋯" "아아, 말 거기까지만 해! 부끄럽게, 뭐 시켜먹자, 어?" "알겠어, 알겠어. 여주야." |
********************
폰트 산 기념으로 글을 써봤어요! 물론 럽체리모션 노래 듣다가 삘 타서 적은 거라서 허허, 긁적긁적.
선물이랄까... 태풍 ㅜㅜ 넘 무서웠죠. 진짜 자연재해는 너무 무서운 거 같아요. 아무쪼록 피해는 없기를 바라겠습니당.
I LOVE U 암호닉
[예수국수] [김왈왈] [lia] [순영쓰] [뿜뿜이] [뿌뿌젤라] [8월의겨울] [호우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