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의 여름은 목성.
여름의 증명
w. 랑데부
"...미안"
"..너 가"
"미안타"
"...가라고"
"내 얼굴 안 볼 기가"
"..안봐"
골목에서 무슨 다툼이었는가 하니, 무릎을 감싸안고 얼굴을 묻은 ㅇㅇ와 도운의 작은 실랑이였다. 그렇게 도운이 가고 다시 나흘만이었다, 한참을 뒤따라오던 도운을 보내려 돌아선 순간에 입술 군데군데가 터진 얼굴에 놀랐다. 그러나 안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풍선이 되어 결국 집 앞 골목에 얼굴을 묻어버린 그녀 앞에서 도운은 한참을 기다리다 나지막히 불렀다.
"토깽아"
"야,"
"얼굴 봤네, 내 간다"
속 보이는 술수에 넘어가 고개를 드니 도운은 금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이고 뛰어가버렸다. 상처에 대한 부연 설명을 피해 뛰어가버린 도운을 잡을 새가 없었으나 대신 안장을 낮춘 자전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교길도 더러 그녀의 질환을 툭툭 건들이는 환경들에 티를 내려 하지 않아도 자꾸 넘어가 눈치가 보이는 차에 도운은 제 자전거를 대신 놓고 간 것이었다.
- 너무 빠르게 타지 X
삐뚤빼뚤한 메모지 한 장 붙인 낡은 자전거는 그렇게 그녀의 것이 되었다.
7.
도운보다 ㅇㅇ는 조금 더 잘 웃었다. 땀으로 범벅을 한 채 옥탑으로 올라올 때도, 감흥 없는 하늘 밑에서 작은 마루에 누울 때도, 축구를 하다 잠시 시선을 돌려 창가에 앉아 있을 때에도 항상 예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도운은 ㅇㅇ가 꺼낸 새 호흡기에 줄을 엮어 목걸이마냥 걸어 주었다. 찾는 일이 잦아질 수록 가까운 것이 좋았다, 그녀는 목에 걸고 좋아했다. 목걸이의 작은 진실은, 사실 목에 걸만한 줄을 찾는 것이 어려워 밤새 소년이 까슬한 줄을 닳고 닳게 비벼 보드라워진 촉감이었다. 환히 짓는 미소에 소년은 빨개진 귀를 숨기지 못하고 저만큼 달려가버렸고, 이내 끽끽 잔음을 내는 자전거를 타고 그 뒤를 그녀가 쫓았다.
"...뭐야?"
"학교 홍보 영상, 나 방송부원이잖아. 우리 전학생, 아니아니 부반장 한 마디해"
"..나 부반장이야?"
"도운이랑 붙어다님 부반장이지 뭐, 자 빨리 한 마디해"
갑작스레 들이민 캠코더 앞에서 한 마디 하라니, 홍보 영상에 급우의 얼굴이 왜 나오냐 싶었다가도 턱없이 부족한 학생수에 수긍했다. 그러나 할 말은 없었다. 한참 우물거리는 것이 답답했는지 캠코더 너머로 질문 하나가 날아 들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 누가 딸 거 같아?"
"..도운이"
"왜?"
"...그야, 잘 할 거니까"
그 애가 가장 잘 하는 거니까.
*
"토깽아 토끼풀은 안 심나"
"그거 없거든. 너 자꾸 나한테 그럴래?"
"그람 니가 토깽이라 부를 때 반응 안하면 되제. 토깽이한테 토깽이라 부른 게 잘못이가"
"안 도와줄 거면 가, 그리고 화단 관리는 네 몫인데 왜 내가 하고 있어?"
그 한 마디 잠자코 도운은 삽을 들었다. 뭐 심을라고, 여기 백일홍 있는데? 꽃을 심어본 적은 없었다. 화단 관리 역시 각 반 반장의 몫이었으나 훈련에 몰두하는 도운 대신 받아 온 씨앗이었다. 한참 흙을 고르는 새 물기 뚝뚝 떨구며 옆으로 비집고 들어온 도운과 투닥거리며 하나씩 씨앗을 넣어 흙을 다시 덮으니 확실히 작업의 속도는 붙었다. 삽을 내려놓을쯤엔 다리가 절절해 쭉 펴니 그 역시 옆에 주저 앉았다.
"근데 도운아"
"와"
"이건 언제 말해줄거야?"
ㅇㅇ가 가리킨 것은 도운의 볼에 패여 붙여둔 데일밴드였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하나씩 달고 나타나는 상처의 갯수가 늘었으나 도운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태도였다. 길 가다 넘어졌다는데 부당하게 볼에 난 상처는 인과관계가 그리 깊지 못했다. 하지만 매번 걱정스러운 마음도 그녀에게 버거워 이번엔 도운의 교복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둘 사이 애매모호한 백색소음이 불었다.
"일로 와봐라"
이번엔 이야기를 해줄 셈인지 ㅇㅇ는 도운에게 얼굴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닿은 것은 이마 위 도운의 까슬한 입술이었다.
"..야!"
"내 간다"
어깨가 팔짝 움츠리며 올려다보니 도운은 어느새 저만치 다시 달려가 버렸다. 얼굴까지 붉어진 그 앤 뒤돌아 환하게 웃고 이내 수영장으로 다시끔 달렸다, 야 너.. 한참을 멍하던 그녀는 도운을 쫓으려 몸을 일으켰으나, 단숨에 퍼붓는 비에 결국 교실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영웅은 아니었으나, 한 계절의 영웅이 되고 싶었다.
이게 끝이 아닐 거였다. 또 다른 누군가 소녀를 구해내고 또 다른 누군가 소녀를 구원할거다. 그러다보면 소년은 소녀를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도운에겐 항상 견뎌낼 수 있는 시련도 주고 감당할 수 없는 위난도 주었다. 특이점이라곤 단 한 번도 행복을 주지 않았으나 이번엔 그 비슷한 것도 함께 주었다. 장마가 다시 온다. 우산을 챙겨 나왔다, 희망없이 소멸 돼가는 목성에서 우리는 어떻게 될까.
"봐바, 이렇게 하는 거야"
"..다시 다시"
"세 번째거든?"
"그니까 이걸 내가 와 배우고 있는데"
"그냥 좀 배워"
부둣가에 나란히 앉아 도운은 ㅇㅇ의 손짓을 따라하려 애썼다. 수화라고 했다, 작은 손동작을 다섯 번쯤 보여주었을때 도운은 떠듬떠듬 동작을 익혔다. 이거 맞나, 다시해봐. 아니 그거 아니라고, 그녀는 직접 도운의 양 손을 잡고 손을 움직였다. 알겠어? 도운의 귀가 다시 붉게 물들어갔다. 우산 하나 나누어 쓰고 꼼꼼하게 익힌 수화에 도운은 그제서야 그녀의 손을 뗐다.
"알았다. 이거 맞제"
"응 맞아"
"근데 이 뜻이 뭔데"
"바다가 아주 예쁘다, 알겠어?"
"..안 이쁜데"
"그냥 알겠다고 해. 나 십오분 동안 알려줬거든?"
"...니가 이쁘제"
뭐? 실속 없는 웃음이 터졌다, 도운도 저가 내뱉은 이야기가 어이 없었는지 함께 웃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부둣가에서 우리는 그 한 마디에 낙엽 한 장 굴러가는 것보다 더한 웃음을 나누었다. 다시 얘기해봐. 싫타. 다시 응? 이제 가자. 도운에게 손목을 잡혀 걷는 동안도 얼굴만 마주치면 퍽 웃음만 나왔다.
"아 그만 웃어라"
"나 예뻐?"
"못났다, 토깽이 닮아서"
"야"
결국엔 도망가고 달려가다 우산을 접고 한참을 쫓았다. 그리 빠르지 않은 발걸음이었으나 ㅇㅇ에게 절대 잡히진 않았고 내리는 빗 속에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티격거렸다. 교복을 적시고 스미는 비가 그리 부드러웠을까, 그 날 맞은 비가 언제 이리 부드러웠는가.
끝내 도운의 말을 다시 듣지 못한 채 ㅇㅇ는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엶과 동시에 창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언젠가 도운은 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급히 손을 흔드니 도운 역시 팔을 뻗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한참 손을 뻗어 흔들다 그가 골목을 돌아 사라졌을쯤 그녀는 급작스레 방구석으로 나뒹굴었다. 숨이 기도를 막고서 내려가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그녀를 죽일 작정인지 당장의 시야가 흐려갔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호흡기를 물어도 좀처럼 발작은 진정이 되지 않고 장시간 그녀를 괴롭혔다. 호흡기를 든 반댓손은 고통에 바닥을 손톱으로 긁었다. 금방 보낸 도운의 얼굴이 살짝 스치다 정신은 나락으로 잃어버렸다.
8.
"안 떨려?"
"어"
"진짜?"
"말이라꼬"
"알겠어. 그럼, 시작"
일요일은 섬의 날 중 가장 한가로운 날이었다. 누군가는 성당에 가고 누군가는 뱃일을 접고 누군가는 육지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가로운 일요일, 둘은 교내 수영장을 청소하다 다시 시작된 투닥거림에 말도 안되는 경기를 시작했다. 배려랍시고 트랙 가운데 서 시작했으나 도운은 딱 그만큼의 배려만 주고 너무나 쉽게 그녀를 제치고 가버렸다. 처음부터 봐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와 하나도 안 봐줘"
"와. 불만있나, 빨리 대"
ㅇㅇ는 억울한 눈동자로 도운을 올려다보았으나 도운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팔을 걷어 붙여 내민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한 판 더 해, 알았다. 오기 한 번 부려 이야기 하니 도운은 고개를 끄덕였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한 번 더 패했다. 이미 다 본 드라마 한 번 더 보는 것이었으나 괜한 오기가 어찌 웃음거리로 작용하여 둘은 물 안에서 한참을 웃으며 물싸움으로 변질된 다툼을 이었다. 가는 여름 안에서 물싸움이라니, 그마저 도운은 져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숨이 차 항복을 외치고 나서야 도운은 그녀의 트랙으로 넘어 왔다.
"세 대, 빨리 대라"
"부장이 자비가 너무 없네"
"닌 부원 아니잖아"
단호한 도운에 진정 삐쳐 다시 팔목을 건네 미니 도운은 수영장이 떠나가라 웃었다. 아 빨리 때ㄹ,
"됐제"
이번엔 물기 서린 두 입술이 맞닿았다 금방 떨어졌다. 벙쪄 선 그녀가 무슨 말을 더 꺼내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더, 물기 어린 입술이 닿았다 다시 떨어져나갔다. 붉게 물든 귀가 그녀의 눈에 보였다, 입술에 양 손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 번 도운을 올려다보다 웃음이 피었다. 마주본 서로에게 다시 한 번 웃음꽃이 환히 피어나 웅웅거리는 수영장을 채워나갔다.
*
"보건소 안 가나"
"...응"
"니 지난주도 안 가지 않았나"
"괜찮아"
옥탑에서 일은 발작에 도운은 걱정스러운 물음을 두번이나 건넸지만 차마 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땀에 흠뻑 젖어 지쳐 누운 ㅇㅇ의 옆에 모로 누워 그녀의 손을 쥐었다, 그냥 여 있어라. 그럴 거야. 그녀는 도운의 팔에 붙은 데일밴드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별이 오늘따라 흐렸다. 대회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일주일을 남긴 텀 사이서 그녀는 호흡기를 물었다 떼며 웃었다.
"와 웃노"
"내 마음이야"
또 티격태격. 노을이 잠식하고 찾아온 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은 찬 방바닥 위에서 둘은 퍽 장난을 쳤다, 곧 멀리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노을이 잠식하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토깽아"
"응"
"아이다"
그 날도 비가 내렸다. ㅇㅇ가 옥탑까지 타고 온 자전거가 한참 비를 맞았다, 자전거 감기 걸리지 않을까. 자라. 응.
"도운아"
"와"
"아니야"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 났더라고. 고쳐주께. 그래, 잘 자 도운아.
9.
"떨지마"
"안 떤다"
"괜찮아"
"그건 내 오고 해줄 말이고"
이 섬의 시간으로 하루는 더뎠지만 함께 한 시간은 빠르게 파도에 부서져 내렸다. 차피 부두로 가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얼굴도 보지 못할 거였다, 빈 교실 책상에 걸터 앉은 도운에게 ㅇㅇ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의 전부였다. 집업을 목까지 올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은 도운은 그녀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하든 잘 할 거라 믿어 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출항 시간까지 남은 시간도 촉박해 함께 교문을 나서며 두 사람은 더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야 윤도운"
"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갈림길에서 ㅇㅇ는 도운을 쥐었다.
"전에 내가 가르쳐준 거 해봐"
"뭐"
"그 수화"
"아"
도운은 기억을 더듬어 그녀에게 보였다. 느릿한 동작이었지만, 틈이 없어진 동작에 그녀는 활짝 웃어보였다.
"내 진짜 간다"
"ㅇ..야 도운아"
"와"
"...삔 예쁘지"
"어. 이쁘다"
도운이 선물한 후 항상 꼽고 다녔던 삔이었다. 두서 없는 이야기로 도운을 잡았으나 도운은 웃으며 답했다, 내 진짜 간다. 정말 가야했다, 그녀는 시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스백을 고쳐 맨 그 애가 비탈길 끄트머리쯤 걸어갔을때, ㅇㅇ는 다시 한 번 도운을 잡았다.
"도운아"
"와"
"윤도운"
"와 토깽아"
"..잘 가"
"오야"
ㅇㅇ가 도운을 올려다 보고 환히 웃었다. 도운 역시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이곤 돌아섰다. 그 비탈길이 끝이나 갈림길에 돌아서 보이지 않을쯤, 바람이 불었다. 조금 강한 바람에 단정히 꼽혀 있던 삔이 콘크리트 바다으로 곤두박칠쳤다. 여름이 가고 있었다.
*
오일이라는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이었을까, 도운은 목에 건 차가운 메달을 만지작거렸다. 찢어진 입가에 다시 핏망울이 고였다, 아 도운은 체육복을 끌어다 닦았다. 시상식이 전부 끝나고 배를 기다리는 동안 맞은 상처가 그리 빠르게 아물진 않았다. 그 애가 보고 싶었다, 목성은 사라질 거니까. 그 애의 위로를 듣고 싶었다, 목성이 사라져도 그 애는 나에게 위로해줄테니까. 도착한 배에서 선장아저씨는 도운의 종아리를 거세게 내리쳤다. 아, 도운이 터진 입술을 물었다. 도운은 말 없이 배 위에 올랐다. 목에 걸린 은메달을 보고 뱃사람들은 차마 전할 수 없는 탐욕스런 비난을 소년에게 퍼부어댔다.
"염치없는 자식"
목성이 사라진다, 도운이 탄 배가 부두에 닿자마자 중장비를 싣고 더 큰 배가 닿는다.
"저 고아 새끼 거두는 거 애초 말도 안된다 내가 말 안했나"
목성이 사라진다, 도운은 목에 건 메달을 콘크리트 바닥에 내려두고 사람들 사이를 갈라 지나갔다. 학교로 가야 있을까, 그 애가 보고 싶었다.
"더 말 할 것도 없다, 에라이 시발. 내 이래가지고 이사 가자 안 켔나"
목성이 사라진다, 학교에 그 애는 없었다.
어느 날 그 애가 사라졌다. 땀으로 범벅을 한 채 올라오던 골목에도 감흥 없는 하늘 밑에 긍정의 탄식과 함께 작은 마루에 눕던 옥탑에도 종을 치기 전 태양을 피해 날아온 나비를 관찰하던 자리에도 축구를 하다 시선을 돌렸을때 앉아 있던 창가에도, 그 애는 사라졌다.
10.
"있잖아 도운아,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결국에는 아주 돌아돌아서라도 함께일거야"
여름이 떠나며 나에게 말했다.
*
"야 새 코치 온 거 봤나? 전학생도 같이 왔다"
"그래?"
"그 옆 자리. 근데 말을 못하던데"
"아 올거믄 여자애나 오지, 또 남자애다. 아 진짜"
수영장 옆으론 새 건물의 증축 현장에 시끄러운 잡음을 냈다. 다시 여름이었다, 결국 목성은 사라지고 있었다. 학교는 새로 단장을 하는 중이었고 전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낡은 드라이기를 쥐고 있던 도운은 관심 없다는듯이 고물을 가방에 집어 넣고, 자전거에 올랐다.
"야 내 부장인거 내일 말해라, 내 오늘 빠진다 훈련"
"알았다"
소년의 자전거는 비틀거리며 바닷가로 향했다.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전거라 아직도 짠내가 진동했다, 끽끽거리는 잡음 역시 여전했다. 부둣가는 조용했다, 파도가 그리 심하게 쳐댔지만 부둣가는 조용했다.
"....어, 어 미안. 아"
바닥만 보고 타던 자전거에 누군가 부닥칠 뻔했다. 급히 고개를 들어보니 전학 왔다는 학생이 맞는 거 같았다, 말 못한다고 했나. 소년은 당황해 버벅거리는 행동만 일삼다 머리에 떠오른대로 알고 있는 한 가지의 수화 동작을 떠듬거렸다.
"..ㅂ,바다 이쁘다고"
"틀렸어"
"..어?"
그 학생은 말을 할 줄 알았다. 누가 또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뜨린 건지, 소년은 머쓱해 뒷머리만 만지작거리다 어물거렸다. 이거 맞는데
"...이거 맞다켔는데"
"그거"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뜻이야"
"어?'
"누가 완전 엉터리로 가르쳐줬네"
***
과거의 나는 나를 모르고 현재의 나는 너를 모르지만 소년을 만나면 소년을 안아줘.
그렇게 소년을
구해줘
***
꽃이 폈다, 붉고 아름답게 몇 송이의 꽃을 피워냈다. 밤을 등지고 누우면 파도가 밀려오고 풀벌레가 운다.
그 애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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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좋아한다는 말을 서로 전하지 못하고 끝이 났네요,,
여름의 증명 후기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후기에는 숨겨둔 이야기에 대해 조금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