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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 3부 >
탕- 타앙-
시끄러운 총 소리가 울려 퍼지는 훈련장. 자신이 쏜 탄알이 과녁 정 중앙에 박힌 것을 확인한 우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내었다. 통풍도 잘 되지 않는 곳이어서인지 더운 열기에 이미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적셔졌다. 지친 우현이 크게 숨을 한 번 내뱉었을 때,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서있던 성규가 우현에게 다가와 수건을 내밀었다.
“ 힘들지.”
“ 더운 거 빼고는 그다지 힘든 건 없어.”
“ 미안. 사격 훈련은 워낙 비밀리에 해야 하는 거라 이렇게 지하 외진 곳을 구할 수밖에 없었어.”
“ 미안할 게 뭐 있어? 난 상관없으니까 그런 마음 갖지 마.”
정말 괜찮다는 듯이 활짝 웃는 우현의 얼굴을 보며 성규 또한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흰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는 우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현재 우현의 상태는 거의 땀으로 샤워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입고 있는 셔츠가 땀에 젖어 탄탄한 그의 몸에 딱 붙어 있었고, 검은색의 머리칼 또한 젖어 그의 얼굴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남우현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그에게 의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또 그에게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내어줄 줄도 몰랐다. 이 어이없는 감정에, 헛웃음을 지으며 문득 시선을 돌린 곳에는 상처 가득한 우현의 왼쪽 손목이 있었다. 얼마나 깊게 찌른 것인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는 우현의 손목에 불긋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성규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우현은 빼놓았던 하얀색의 손목밴드를 들어 자신의 손목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있는 성규를 향해 한 마디 내뱉었다.
“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참 신기하지 않아? 나 혼자 그 아픈 상처를 가지고 끙끙 앓을 때만 해도 이 상처는 늘 나를 괴롭혔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플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늘 이곳이 불에 데인 듯 아팠었거든.”
“ ……… ”
“ 그런데 너한테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 정말 거짓말 같게도 상처가 아무는 느낌이었어. 여기서 더 아물 것도 없었는데 말야.”
“ ……… ”
“ 고마워, 성규야. 너한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 …우현아.”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도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인데. 난 너에게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는 걸.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 우현아. 하지만 성규는 그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말 하지 않아도 우현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살짝 올라가 있던 그의 성규의 입 꼬리가 조금 더 올라가 이내 예쁜 웃음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는 이만 가자고 우현에게서 뒤 돌려는 그 순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미간에 겨누어진 검은 총 하나가 있었다. 놀란 성규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우현은 여전히 성규의 미간에 총구를 들이민 채 빙그레 미소 지었다.
“ 기억나? 우리 첫 만남.”
“ ……… ”
“ 네가 이렇게… 나한테 총을 겨눴었어.”
“ 그랬었지.”
“ 처음엔 되게 당황했는데, 가면 갈수록 왠지 모를 확신이 드는 거야.”
“ 확신? ”
“ 네가 날 쏘지 않을 거라는 그런 확신.”
성규가 비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맞아. 난 너를 쏠 생각 같은 거 없었어. 그 말에 우현 또한 그를 따라 웃으며 천천히 총을 아래로 내리고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성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늘도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니트를 입었다. 그 색이 어두침침한 회색이어서인지 안 그래도 하얀 성규의 피부가 더 하얘보였다. 우현은 차분하게 내린 성규의 머리칼을 다정스레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 아마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아.”
“ 뭐가? ”
“ 내가… ”
.
.
.
.
.
.
.
.
너에게 마음을 뺏긴 게.
우현은 그 뒷말은 홀로 조용히 삼켜내었다. 성규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만 가자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성규는 말해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우현의 눈엔 그런 성규의 모습이 마냥 귀엽게 보이기만 했다. 자신에게 과거를 털어놓은 이후로,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완전히 까지는 아니어도 그 답답한 가면을 이제 서서히 벗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의 웃음은 더 이상 가면이 아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것.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성규의 미소였다.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리는 성규의 손을 더욱 꽉- 잡은 우현이 한 마디 꺼내려 할 때, 굳게 닫혀있던 문이 쾅, 하고 열리며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는 성종이 안으로 들어섰다.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성종은 앙칼지게 소리를 꽤액- 지르며 말했다.
“ 아, 형들은 왜 둘 다 전화를 안 받아요! 제가 여기까지 이렇게 뛰어와야겠어요!? 얼씨구? 손잡고 있는 것 좀 봐! 형들 여기서 훈련 안 하고 연애하고 있었죠? 네? ”
귀여운 성종의 투정에 우현과 성규가 재미있다는 듯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성종 또한 작게 웃고는 이내 그 올망졸망한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 명수 형 왔어요. 모두가 형들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구요.”
그 말에 우현이 뒤에 있는 성규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어때? 이래도 가지 않을 생각이야? 그에 성규가 입술을 꾹- 깨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말해주기 전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면 가는 수밖에 없지. 결국엔 한 발짝 움직이는 그를 보며, 우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가자. 모두가 있는 우리의 집으로.”
성종을 따라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 성규와 우현은, 왜 이제야 오냐는 호원의 원망 어린 외침에 옅게 웃으며 나란히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그 둘이 앉자마자 호원이 명수를 바라보며 급하게 보챘고, 명수는 조금은 어두운 표정으로 무언가 말을 망설이는 듯 했다. 그에 불안해진 그들이 입을 꾹- 다물고 명수만을 응시했다. 명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섯 명을 차례대로 한 번씩 쭈욱- 훑어보고는 이내 씨익-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 지었다.
“ 김 형석, 차 지훈, 임 승표. 이 모두에게서 자백을 받아냈어요.”
“ 예스!!! ”
명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팀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어다녔다. 성열과 성종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기 바빴고, 호원과 동우는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현 또한 성규의 손을 꽈악- 잡으며 기쁘다는 듯 입 꼬리를 올려 예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성규도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명수가 아직 갈아입지 않은 정장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녹음기 하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검은색의 작은 녹음기가 유리 테이블에 올라오자마자 아까까지만 굉장히 시끄러웠던 거실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성규는 그 녹음기를 조심스레 집어 들어 성열에게 건넸다.
“ 이번 일이 전보다 쉬울 거라는 허튼 생각은 다들 접길 바래. 이번은 저번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들 거야. 그 전 명수의 부상보다 더한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이번 임무에서 모두가 잡혀버릴 수도 있어. 그러니 우리는 전보다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돼. 안 그럼 모든 게…”
끝장나버리니까.
성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을 굳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규가 옅은 숨을 한 번 내쉬며 성열에게 말했다.
“ 지금 내가 너에게 그 녹음기를 맡기는 이유는 알지? ”
“ 잘 알지.”
“ 부탁해, 성열아.”
“ 맡겨만 줘. 나 이성열도 쓸모 있다는 걸 보여줄 테니까.”
개구쟁이처럼 웃는 성열을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본 성규가 그 옆에 있는 성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성종이 성규에게 혀를 쏙- 내밀며 웃었다.
“ 자알- 알겠습니다. 성열이 형이랑 둘이서 열심히 해 볼 테니까 걱정은 접어두시어요.”
성종의 대답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앞으로 조금만 더 수고해 달라며 명수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그 때 마침 호원의 경쾌한 벨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호원은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액정에 찍힌 발신자를 보자마자 표정이 급 굳어버렸지만. 모두가 그런 호원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호원이 전화 받기가 싫다고 동우에게 징징거렸기 때문이었다. 동우가 그런 호원을 달래며 얼른 전화 받으라고 부추기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푸욱- 내쉰 호원이 조심스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처음엔 조용조용하게 실랑이를 벌이던 호원이 상대방에게 큰 소리를 낸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아, 싫어! 싫다고!! 아 왜 난데! 다른 요원들은 국정원 폼으로 다니냐! 이창선! 야! 야!!! 아오씨, 감히 먼저 끊어? 이 자식, 두고 봐.”
“ 왜 그러는데? ”
“ 하, 급하게 임무 하나 들어왔다고 나오란다. 보나마나 또 별 거 아닌 거겠지.”
“ 갈 거야? ”
“ 싫어도 가야지, 별 수 있냐.”
갈 거냐는 우현의 질문에 호원이 한숨을 푸욱- 내쉬며 대답하고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활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호원이 모두에게 대충 한 번 손을 흔들고는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동우가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나 호원이 있는 현관 쪽으로 달려가 말했다.
“ 몸조심해. 다쳐서 오면 치료 안 해줄 거야.”
“ 헐. 형, 그건 너무한데요? ”
“ 그럼 안 다쳐서 오면 되잖아.”
“ 알았어요. 멀쩡하게 돌아올게요.”
그 말에 동우가 활짝 웃으며 잘 갔다 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호원이 나가고, 우현은 땀으로 젖은 몸이 찝찝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팀원 중 한 명이 빠진 상태에서 작전회의를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의 할 일로 돌아가 바쁘게 움직였다. 성규는 조금 쉬어야겠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성열은 성종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성열과 놀려고 했던 명수는 바람같이 사라진 성열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며 헛웃음을 내비쳤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동우였다. 명수가 애절한 눈빛으로 동우를 쳐다보자, 동우가 천사표 웃음을 지으며 소파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방에서 나와 할 얘기가 있다며 동우를 부르는 성규로 인해 동우는 차마 소파에 앉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규의 방으로 들어갔다. 결국 홀로 남은 명수는 그 잘생긴 얼굴을 마구 찌푸리며 정장 자켓을 훌렁 벗어 들고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임무가 끝난 뒤, 박 의원의 소식이 뉴스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고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국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나 박 의원이 속해있는 새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비리도 곧 밝혀질까 하는 마음에 초조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새나라당의 대표이자 성규의 아버지인 김상철은 의원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상황은 가면 갈수록 더 심각해졌고, 새나라당의 이미지는 점점 실추하고 있었다. 결국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의원들은 제각각 개인변호사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그 의원들 중 세 명이 젊고 유능한, 전직 형사 출신의 명수를 찾았다. 명수의 명성을 퍼뜨리는 것은 해커인 성종의 일이었고, 성종이 그 일을 잘 처리한 탓에 그 덫에 걸린 세 명이 명수를 찾아와 자신들이 그동안 받았던 뇌물들, 자신과 불법 거래한 기업체들까지 모두 낱낱이 자백을 한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우현이었다. 명수는 처음엔 설마 그 대단한 국회의원들이 저 같은 젊은 변호사를 찾겠어요? 하고 코웃음을 쳤지만 정말 모든 게 우현의 계획대로 진행되어 갔고, 명수는 우현이 시킨대로 녹음기로 의원들의 자백을 모조리 녹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열과 성종의 손으로 넘어갔고, 성열과 성종은 의원들의 자백을 조작하는 음성편집을 맡게 되었다. 불필요한, 의원들에게 유리한 진술은 모두 싹 잘라버리고 그들에게 불리하고, 또 김상철 의원에게 피해가 갈 만한 음성들만 자잘하게 남겨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작업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들이 받은 뇌물과 통장거래 내역까지 다 빼내야 했기 때문에 지금 현재 가장 바쁜 사람은 성열과 성종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명수는 잠이라도 좀 잘까 싶어 침대에 앉아 흰 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 풀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인해 동작을 멈추곤 핸드폰을 꺼내어 귀에 가져다 대었다.
“ 네, 김명수입니다. 아, 네. 제가 맞습니다만…. 아, 알았습니다. 곧 가죠.”
자신을 찾는 정치인이 한 명 더 늘었다. 명수는 피곤한 몸을 뒤로 하고 다시 단추를 채워 자켓을 들고는 거울을 한 번 바라봤다. 하…. 단추를 다 잠근 건 너무 답답해 보이나. 명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단추 두어 개를 풀곤 방에서 나와 구두를 신고 성열의 방 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 요 며 칠 집에도 못 들어오고 그들에게 시달리기만 해서 오늘은 성열과 얘기도 하고 좀 쉬려고 했는데 자신이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반가운 내색 하나 하지 않는 성열에게 괜스레 뿔이 난 명수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내가 더 널 사랑하는 걸 어쩌겠어. 안 그래, 이성열? 명수가 작게 웃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에 명수가 팔을 쭈욱 뻗어 내리는 비를 손에 담아보았다. 빗줄기가 그닥 거센 것도 아니어서 가는 물방울들이 손바닥에서 가볍게 춤을 추는 듯 했다. 명수가 팔을 내리고는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는 곧 입 꼬리를 올려 예쁘게 웃어 보이고는 현관문을 열고 우산을 챙겨 나왔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비를 다 맞고 싶었지만 변호사에게 있어서 의뢰인에게 보이는 첫인상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었기 때문에 명수는 하는 수 없이 우산을 펼쳐들곤 기분 좋게 밖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아, 머리 부스스해지겠다.
뒤늦게 깨달은 그 사실에 좋았던 기분이 금방 망가지긴 했지만.
“ 다녀왔습니다.”
“ 너, 이리 좀 앉아봐라.”
굉장히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집 안으로 피곤한 발걸음을 내딛은 한 여성. 그녀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옅은 한숨을 내쉬며 실내용 슬리퍼를 직직 끌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녀가 앉은 걸 확인한 그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었다.
“ 내가 오늘 TV로 본 게 사실이니.”
“ 네. 사실이에요.”
“ 너 대체 어쩌려고…! ”
“ 아빠, 이제 저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하는 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젠 제 자리를 양보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
“ 아란아, 아직 넌 스물일곱밖에 되지 않았어. 은퇴할 만한 나이가 아니라고! ”
“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 그 일이… 성규를 돕는 일이니.”
남자의 말에 아란이 살짝 웃으며, 잘 아시네요. 하고 대답했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자신에게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 젊은 시절 살인청부업이라는 직업 때문에 아내를 잃고 홀로 힘들게, 소중하게 오냐오냐 키워온 딸 아란이었다.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일까, 아란은 자신이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절대로 번복하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로 아란을 꺾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이번에도 자신이 졌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꼭 제 엄마를 쏙 빼닮았다고.
“ 그래, 알았다. 그런데 성규에게는 말 했니? ”
“ 아뇨, 아직…. 보나마나 정아란, 너 미쳤어!? 하고 소리칠 게 뻔해요. 에휴- 그 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렇게 차가운지.”
“ 하핫, 그 만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잖니. 그러니 이해를 해줘야지.”
“ 아아, 오랜만에 되게 보고 싶네, 김성규.”
“ 가서 보면 되지.”
“ 그러려구요.”
“ …뭐? ”
“ 이 자식이 절 안 만나주니 제가 만나러 가야죠. 안 그래요? ”
아란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자신의 기사가 있었다. 아란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그 신문을 열심히 노려봤다. 쳇,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기사거리라고 이렇게 신문 1면에 내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실어놔? 이것도 다아- 초상권 침해라고! 아란이 입술을 쭈욱- 내밀며 불퉁한 얼굴로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쿵쿵, 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그런 제 딸을 바라보던 남자 또한 시선을 돌려 그 신문을 바라보았다. 그 신문의 대문에는 아란이 예쁘게 웃는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가대표 사격 금메달리스트 정 아란,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돌연 은퇴하다.]
+ 안녕하세요. 모닝이라고 합니다. 아 사실 제가 이 글잡에 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T^T
게다가 3부부터 이렇게 떡하니 올리는 것도 좀 죄송스럽고... 하지만 1, 2부가 공금이 된 상태에서
1, 2부를 올릴 수도 없고, 이미 텍파가 많이 퍼진 터라 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란 판단 하에
이렇게 3부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있을 시 바로 삭제할게요!! 아직 글잡 초보라 뭐가 뭔지 올라요. 허헛.
똥망글 누가 봐주실지, 관심이나 주실지 의문이지만 한 분이라도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현재 연재된 데 까지는 올려볼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주셨음 좋겠어요! 작가에겐 댓글이..♥ 그럼 저는 이만 가보갔어유!! 다음 편에서 뵐 수 있었음 좋겠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