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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8 | 인스티즈

House of Cards


18. 돌이킬 수 없는





















수십 통의 전화가 오기 시작한 건 그날 점심쯤이었다.

‘종현오빠’ 선명하게 찍힌 그 이름을 보고 무작정 핸드폰을 꺼 버렸다. 연락을 받을 이유도, 마음도 없었다. 그냥 그게 다였다. 난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는 더더욱 피하고 싶었다. 모든 관계가 부서진다. 끝이었다. 난 결국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까. 평생 혼자 일 것이었다. 누구도 내 침묵과 부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죽은 사람.

……핸드폰을 꺼버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인터폰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낯선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황이름 씨?”

“……”

“황이름 씨 맞으신가요?”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스페이드에서 나왔습니다.”

“네?”



화면 속 남자의 왼쪽 가슴팍 언저리에 빛나는 선명한 푸른 배지. 수트의 카드가 아니라면 지닐 수 없는 것. 결국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수트에서 나를 찾을 이유가 없었으나, 문 앞까지 들이닥친 군인 앞에서 버틸 재량은 없었다. 체인을 걸고, 손바닥만한 틈 사이로 눈을 내밀었다. 왜 그러세요?



“에이스 오더입니다.”

“……”

“지금 당장 본부로 모시라는 명령입니다.”

“절 왜요?”



멈칫멈칫, 수상쩍게 어물거리는 그 앞에서 천천히 문을 당겼다. 그 마지막 말을 터트리기 전까지는.



“킹께서…… 쓰러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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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수고했어. 들키지 않게 이동하고. 그래.”



툭, 맥없이 떨어지는 종현의 손. 뜨거운 한숨이 흩어진다. 그 옆에서 다급하게 노트북을 두들기는 민기는 대조적으로 바쁘게 머리를 굴린다.



“언론사 측은 막아두긴 했는데,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겠어.”

“……딜러는 연락 없고?”

“일단은. 조사하겠다는 답뿐이야.”

“……”

“전국에 알려지는 건 이제 시간 문제야.”



쾅,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친 민기가 금세 몸을 돌려 종현을 바라본다. 플랜 B, 생각해 둔 거 없어?



“없어.”

“야.”

“그냥……하던 대로 하면 돼.”

“말이 되냐?”

“……”

“킹이 죽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종현의 손이 민기의 어깨를 부여잡는다. 쇄골 밑, 움푹 패인 곳을 파고드는 엄지 손가락에 민기의 표정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말 조심해.”

“……”

“아직 안 죽었어.”

“……죽은 거나 다름없지.”



혼수상태. 종현은 손을 떼고 입술을 깨물었다. 민현은 죽지 않았다, 아직은.



“언제 깨어날 지도 모르는데.”

“깨어나고 말고는 관계없어.”

“……”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할 일이랑 할 수밖에 없는 일이랑 같냐?”



제발, 정신 차려. 현실 좀 보자고. 민기가 제 얼굴을 감쌌다. 겨우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둘은 세상 모든 피곤을 뒤집어 쓴 느낌이다.

민현은 폭사할 뻔했다. 도어 핸들을 당기는 순간 그대로 폭발. 가짜 차량을 가져다 놓고 그를 그곳으로 유인하여 암살할 계획이었겠지. 불행 중 다행으로 민현이 먼저 눈치를 채고 등을 돌려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온갖 부상을 입은 채 급히 구조되어 이송된 민현은 벌써 세 시간 째 수술 중이었다.



“전쟁 발발도 전에 킹이 혼수상태라니.”

“……”

“이래선 10년 전이랑 다를 게 없어.”

“재수 없는 소리 좀 그만하지?”

“너야말로 똥폼 좀 그만 잡고 생각을 해, 황민현 없이 뭘 어떡할 건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종현이 눈을 내리 깔았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어. 당장이라도 까발려질 수도 있다고.”

“……”

“단순히 황민현이 죽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킹과 퀸의 존재는 상징적이었다. 그는 우선적으로 수트가 건재함을 증명하는 상징물이었으며, 카드들의 자랑이자 자존심이었다. 특히나 킹과 퀸을 동시에 잃은 스페이드에게, 그 복수를 다짐한 유능한 아들은 승리의 신호탄이자 믿음직한 용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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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성우.”

“……”

“죽여버릴 거야.”



종현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제 다이아몬드는 스페이드의 부모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 아들까지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아버지, 머릿속이 속삭인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민현이 죽었다면, 그 분노를 기폭제 삼아 원 없이 날뛸 수 있었을 테니까.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전국민을 몰아갈 수 있었을 테니까. 전쟁이 터지기도 전에, 민현은 죽기 직전이 되었다. 그건 우리의 약함을 까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순간, 수트의 사기는 끝없이 추락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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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가 필요해.”

“……”

“……내 의견 들어볼래?”

“말해?”

“근데 네가 날 죽일 수도 있어.”



안 죽일 테니까 얘기해 봐. 종현이 힘없이 의자에 쓰러지듯 앉는다. 지금 똥 된장을 가릴 상황이 아니니까.



“황민현의 부재에서 우리 둘이 전략적인 부분은 감당할 수 있다고 쳐.”

“……”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그 상징성이지.”

“……”

“대표자가 없으면 다 흐트러질 게 뻔하니까.”



그리고 민기가 주춤 뒤로 물러나 자세를 고친다. 진짜 달려들까 봐 그러지. 고개 숙인 종현이 한숨 쉬듯 내뱉는다. 계속해.



“원래 스토리텔링이란 게 자기PR에서 중요한 법이거든.”

“……”

“킹은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로 신나게 지지율을 높였어.”

“……”

“그거에 묻어갈 수 있는, 아니, 더 자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사람. 하나 있잖아.”

“……”

“전쟁에서 다이아한테 부모를 잃고, 이번엔 자기 형제까지 잃을 뻔한 사람.”

“미쳤냐?”



벌떡 일어서는 종현의 기세에 민기가 흠칫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그럼 넌 더 좋은 방법 있어?”

“작작해.”

“……”

“경고야.”



방금 그거 명령 불복종이야. 황민현 드러누웠다고 이젠 상도덕도 없이 굴어? 지지 않고 노려보는 민기를, 종현은 금방이라도 한 대 때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날 것 같았으면 아예 입도 안 뗐지.



“이번 전쟁을 꼭 이겨야 할 사람이 황민현뿐이 아닐 텐데.”

“뭐?”

“킹은 이번에 지면 명예를 잃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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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희 아버지를 잃겠지.”



사납게 달궈졌던 종현의 표정이 한 순간에 차갑게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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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걸 어떻게……”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민기는 이제 그를 비웃는다. 충신(忠臣)? 네가? 웃기고들 있어.



“넌 충신이 아니고, 황민현은 더더욱 성군(聖君)이 아니야.”

“……”

“10년 전에……킹이 배신자를 잡아내겠다고 날뛸 때.”

“……”

그 때 여기서 일하던 모든 사람이 죽었지. 딱 한 명 빼고.”



황민현이 너한테 뭘 내걸고, 너는 또 뭘 수락했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잖아. 킹도 참 독하지. 너한테 그런 조건을 내걸고. 종현은 눈을 질끈 감는다.



“그 당시 황민현이야, 자기보다 복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렇다 쳐.”

“……”

“이 내용을 그 동생이 듣게 된다면 어떨까?”

“아무 말도 하지 마.”



터져 나오는 묵은 숨,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목구멍. 종현은 그 다음 할 말, 행동을 도무지 생각해낼 수가 없다. 갑자기 바보천치라도 된 걸까. 정신을 차리려는 듯 강박적으로 깜박인 눈 앞에 서있는 건 여전히 한 사람뿐이었다.



“말할 생각 없어.”

“……”

“네가 내 계획에 동의해준다면.”

“……”

“너만큼이나 나도 이 전쟁에서 이기고 싶으니까.”



그거 하나는 보장할게. 전쟁에서 이길 거라고. 킹이 제 복수를 하고, 너는 네 아버지를 구하고. 결국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설령 황민현이 오늘 죽더라도 목표는 변하지 않아.”

“……”

“우린 질 수 없어.”

“원하는 게 뭐야.”



결국 종현은 그 답을 알면서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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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필요해.”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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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아.”



안내된 방 안에서, 못 본 사이 놀랍도록 핼쑥해진 종현의 얼굴을 만났다. 목례를 건네고 돌아서는 남자를 뒤로하고, 종현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온다.



“왔어?”

“……”

“피곤하지. 점심 먹었어?”

“……이게 무슨 일이야?”



종현이 쓰게 웃는다. 간신히 입매만 움직일 정도로, 탁한 얼굴색에서 그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황민현 쓰러졌다면서.”

“쉿. 목소리 좀 낮춰줘. 아직 외부엔 비밀이야.”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은 종현이 날 소파로 안내한다. 그 손길에 이끌려 얼떨결에 자리에 앉은 내게, 그가 조용히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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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이는 수술 중이야.”



그 문장에서 피 맛이 났다. 혓바닥을 짓뭉갤 듯 내뱉는 종현의 얼굴이 회색이었다.



“……위험하대?”

“응.”

“……어쩌다가.”

“폭발사고.”



종현이 천천히, 곁에 앉는다. 시선은 땅을 향한 채. 초조한 듯 깍지 낀 두 손을 매만지며, 그는 말을 이었다.



“폭탄을 설치했어.”

“……”

“그나마 일찍 눈치채서, 아직 살아는 있는 거야.”

“누가……”

“알잖아.”

“……”

“너희 부모님이랑 똑같잖아.”



그리고 그가 고개를 돌린다. 마주치는 눈이 검다. 시커먼 눈동자가 대신 말하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신 방법처럼. 그들이 황민현도 죽이려 한 거야.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어서, 아직 할 수 있는 건 없어.”

“……”

“수사 진행 중이야. 전쟁 나기 전에 잡기를 바랄 뿐이지.”

“……”

“……네가 민현이 친족이긴 하지만, 서류상으론 남남이니까. 처리해야 될 게 좀 있어.”

“무슨 소리야?”

“널 다시 호적에 올려야 되니까.”



뭐? 다시 눈을 피하는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상주(喪主)에 네 이름을 올릴 거야.”

“무슨 소리야, 상주라니……”

“혹시 모르니까.”

“……”

“죽을 지도 모르니까.”



눈을 피하다 못해 아예 등을 돌려버린 종현의 목소리가 차게 가라앉는다. 가자, 어디 쉴 만한 데 데려다 줄게. 그 등에 싸한 기운이 감돈다. 이건 정상적이지 않아.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상황 속에서, 왜 그가 내게 남보다도 더 못한 사람처럼 구는 건지. 황민현이 죽기 직전이라는 것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 나한테 왜이래? 다들?



“죽지도 않은 사람 상주 자리에 날 앉히려고 불렀다고?”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무슨 꿍꿍이야?”

“……”

“어차피 우린 남남인데,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해?”

“……”

“말해 봐, 뭣 때문인지!”

“……그냥 시키는 대로 좀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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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

“말 조심해. 윗사람한테.”



종현의 고함을 끝으로 갑자기 찾아온 정적을 제 삼의 목소리가 가른다. 어느 틈에 온 건지 문 틀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 윗사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사람은 누구지? 분명 익숙한, 아마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얼굴이 두 사람의 사이를 파고든다.



“미안해요. 우리 둘 다 정신이 없어서.”

“……누구세요?”

“최민기,라고 해요.”



모를 수가 없는 이름. 그녀는 그제서야 그를 기억해낸다. 텔레비전에 늘 나오는 그 세 얼굴들 중 하나, 늘 언급되는 그 세 이름들 중 하나. 



“……잭(Jack)이에요.”

“……”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문을 닫고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가 날 마주보고 앉는다.



“황이름 씨.”

“……”

“황민현의 친동생이고, 선대 킹과 퀸의 딸. 맞죠?”

“……당신도 알아요?”

“일단은요.”



나도 당신 오빠 부하니까. 어깨를 으쓱이는 그에게서 기분 나쁜 공기를 맛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

“지금 킹은……황민현은, 혼수상태에요. 수술이 끝나더라도 언제 깨어날 지 장담할 수가 없죠.”

“……”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되었지만, 전쟁을 2주 앞두고 킹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에요.”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뇌를 옭아맨다. 그래. 황민현은 사고를 당했고, 전쟁은 코 앞이야. 근데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냔 말이야. 뒤통수를 싸하게 때리는 통증에 절로 주먹을 말아 쥐었다.



“우린 임시 지도자가 필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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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당신이에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모르겠네요.”



민기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쉽게 먹히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어. 뒤에 서있는 종현은 애써 벽만 쳐다보고 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죄책감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에게 수트를 통치할 책임을 맡기겠다는 게 아니에요.”

“……”

“단순 권력이 아니에요. 우린 똑똑한 리더가 아니라,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필요하니까.”

“그만 하세요.”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눈 앞에 두고, 민기는 침을 삼켰다. 우린 당신의 두뇌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부탁하는 건, 당신의 비극을 판매하는 거죠.”

“……뭐?”

“다이아몬드에게 부모를 잃고, 이젠 오빠마저 잃을 뻔하고…… 가족들의 복수를 하겠다, 뭐 그런 사연팔이죠.”

“……”

“물론 어느 정도는 포장을 해야겠지만.”



대답은 뻔했다. 종현은 눈을 감았다. 



“미친놈.”

“……”

“말이, 말이 되는……”



말도 끝맺지 못하고 분노로 몸을 떠는 그녀를 앞에 두고, 종현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물론, 빈 손으로 요구하는 건 아니죠.”

“……”

“당신도, 당신 부모님의 복수 정도는 하고 싶잖아요.”

“……”

“우린 전쟁에서 승리하는 거고, 당신은 당신 가족의 복수를 하는 거고.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



할 수만 있다면, 이름이는 제 앞에서 나불대는 그 입을 쳤을 것이다. 그것보다 먼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제 혈육의 뺨을 때려 깨웠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해. 내가 왜 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듣고 있어야 해.



“……왜.”

“……”

“왜 내가 그래야 하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조차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가 그래야 할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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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 딸이니까.”

“……”

“당신이 킹의 동생이니까.”



하, 그녀가 비웃는다. 동생? 내가?



“이제 와서?”

“……”

“난 내 인생의 반을 남으로 살았는데.”

“……”

“이제 와서……”



난 엄마아빠를 잃고, 오빠에게 버려지고, 평생 원망하며 살겠다던 다짐조차 지키지 못했고, 오랜만에 찾아온 구원도 떠나 보내고, 이젠 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제는……



“날 버린 놈들한테 다시 이용 당하라고.”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에게도 그리 나쁜 제안이 아니니까.”

“꺼져.”

“……”

“차라리 죽었지.”



하얗고, 파랗고, 빨갛고, 시시각각 변하는 그 얼굴 위 입술 사이로 금방이라도 피를 토해낼 것만 같았다. 비참해. 그 비참한 얼굴을 보는 종현의 명치 언저리가 아스라히 쑤셨다. 양심이었다. 그는 애써 그 연한 고통을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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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조건으로 하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종현은 입을 열었다.



“뭐?”

“전쟁이 터지면……스페이드는 상대를 가리지 않을 거야.”

“……”

“다이아몬드가 타깃이긴 하지만, 다른 수트도 예외는 아니지. 특히 에이스들은.”

“……”

“네가 우리 제안에 응한다면……”



민기가 그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종현은 목구멍을 따갑게 찌르는 그 이물질을 무시했다. 입 안에 핀을 뽑은 수류탄을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나의 최선이야. 종현이 숨을 삼킨다. 이게 나의 최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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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의 에이스.”

“……뭐?”

“클럽의 에이스만은 죽이지 않겠다고.”



그게 내 조건이야. 종현은 제 혓바닥이 얼마나 잔인한 말을 내뱉는 건지 잘 알았다. 문장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그녀의 미간을 보며, 종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수술대에 놓여있을 민현을 떠올렸다. 그의 느려지는 심장 박동과, 축 늘어진 팔다리와, 화상을 입다 못해 검게 타들어간 살갗을 상상한다. 그리고 침묵으로 용서를 빈다.



“오빤 내 오빠였어.”

“……”

“황민현보다도 더 가족 같았어.”



그녀는 종현을 똑바로 마주한다. 그리고 그녀의 오빠를 떠올린다. 하굣길에 늘 그녀를 찾아와 손을 잡아주던 그의 다정함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의 가족들 중에서도 기어코 틈을 내 그녀를 달래주던 그의 미소와, 마지막으로 그녀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던 그 매정한 등을 기억한다. 그 어느 것 하나도 눈 앞의 남자와 들어맞는 것이 없었다.



“이제 알아.”

“……”

“우린 절대로 진짜 가족이 될 수 없어.”



말 속 날카롭게 갈린 뼛조각들이 종현을 찌른다. 옆구리 어딘가에 세차게 요동치고 있을 양심을 깔끔하게 관통하고, 그 심장 박동을 갈기갈기 찢는다. 신음을 삼키는 종현의 목덜미가 크게 일렁였다. 



“적어도 황민현이었다면……”

“……”

“……나한테 그딴 제안 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옮긴다. 마주치는 시퍼런 서슬에 민기는 속으로 조용히 놀라움을 녹였다. 



“원하는 걸 말해.”



금방이라도 달려들듯한 눈빛. 종현은 그 얼굴에서 민현을 보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그 낌새를 속일 수가 없지. 민현아. 넌 눈을 뜨자마자 우릴 죽이겠지. 아니면, 그 전에 너랑 똑같은 얼굴을 한 네 동생이 우릴 죽일까? 그녀는 마지막 카드 한 장. 이 위태로운 형국의 꼭대기를 장식할 피나클(pinnacle). 그녀는 너보다 더 진한 사연과, 더 매력적인 비극을 지녔어. 황민현, 네가 얼마나 이 상황을 막고 싶어했는지, 네가 얼마나 네 가족을 사랑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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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전자 검사부터 하자.”



이젠 돌이킬 수 없어.





*

오늘은 분량 대폭발
안녕! 오랜만이에요!
여행 다녀온지 5일 만에야 업데이트 해서.... 죄송합니다 흑흑
대신 분량을 길게! 가져왔으니 용서해주세요 ;ㅅ;

드디어 집안싸움 막장 끝판왕
카드로 만든 집,,,, 콩가루 집안입니다

요즘 진짜 비가 엄청 와요 약간 유사 워터파크입니다
빨리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빠른 시일 내로 19화로 돌아오겠습니다!
헠헠 벌써 20화야 헠헠 달려달려
다음 화에서 만나요! 언제나 사랑합니다 ㅇ3ㅇ~♡


+


기존 암호닉

[조준 / 박참새짹 / 돌하르방 ]



신규 암호닉

[별님 / 뱃살공주]



마지막으로 암호닉 확인해주시고 진짜 안녕!
이 글에서 암호닉 신청하셔도 받지 않습니다! 따로 공지 없는 글에서는 받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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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돌하르방이에요 아니... 애들 밒쳤나..
여주마음 찢어지다못해 발기발기찢어지는거 보고싶니...
누나는 보고싶지않다....
응..? 민기랑 종현이 진ㅋ자 너무 하지..ㅋ
흑흑 여주가 우진이랑 도망가서 살았르면 좋겠다ㅠ

6년 전
비회원219.232
별님입니다
순간 민현이 죽은줄알고 너무 철렁했어요
다음편이 너무 기대되요~

6년 전
독자2
헉 박참새짹입니다!
민현죽은줄알았지만...다행히 죽진않았네여ㅠ
그치만 너무 콩가루ㅜ여주한테 다들 너무한거아니냐구요...!우진이가 꼭 살아서 돌아와줬으면...이번 전쟁 조커도 너무 궁금하고 당연히 여주가 조커일줄알았는데..ㅋㅋㅋㅋ너무 저 혼자만의 착각이였군여...!
아무튼 다음편도 항상 기다리고있습니다ㅠㅠㅠ!!

6년 전
독자3
눈물이....납니다.......주르륵 주르르ㅡ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어떡해.....
6년 전
독자4
아이고 ㅠㅠㅠ 여주도 여주 나름대로 너무 혼란스럽겠네요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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