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1. 위기
“미안해요.”
내 말문이 트임으로써 몇 십분 째 사무실을 불편하게 메우던 정적이 깨진다. 제 노트북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민기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다 틀렸잖아요.”
“그랬죠.”
이제 다 망친 건가요? 다 끝난 건가? 그렇게 묻고 싶었으나, 내게 어떠한 책망도 원망도 하지 않은 채 심드렁한 얼굴을 한 그에게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얌전히, 죄를 지은 사람마냥 꿈적도 않고 앉아 제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금세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걸 기다리며.
“생각보다 결과는 수습할만해요.”
“네?”
“여론이 나쁘지 않아요.”
“……”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한 것보다.”
제 노트북 화면을 돌려 내게 보여준다.
“동정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눈물 몇 방울 흘린 게 아주 영향이 컸나 보죠.”
긍정적인 건지 부정적인 건지 구분이 안 가 그냥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정은 큰 지지죠. 10년 전, 그 전쟁을 겪은 기성세대의 표가 대부분이에요.”
“……”
“어물쩡 넘어가긴 했네요, 반쪽 짜리지만.”
그게 어디에요. 까딱하면 그 자리에서 당신을 끌어내릴 수도 있었는데. 노트북을 덮은 그가 금세 단호해진 어투로 말을 잇는다. 아직 나머지 반쪽이 남아있네요.
“어쨌든 수트의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주로 젊은 세대, 길게 봐서 40대까지예요. 물론 동정표도 귀하지만, 그걸로 완벽하게 대체제로 인준 받을 순 없죠.”
“그래서요?”
“결국 당신의 가장 큰 책임은 유능해지는 거죠.”
“……”
“일을 해야겠죠. 아주 잘. 결국 장기적 지지율은 유능함에서 결정 나게 될 테니까.”
그가 소파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댄다.
“마침 당신이 해야 할 아주 큰 일 하나가 있네요.”
“……”
“더럽게 위험하고, 짜증나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죠. 당신이 해결해주리라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묘하게 깎아 내리는 어조에 어쩔 수 없이 신경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무시당할만한 생각이 들었다. 외워서 줄줄 읊으라는 명령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뭔데요?”
또 조금 긴 정적이 흘렀다. 그는 숨을 참는 것처럼도 보였다.
“클럽과의 연합을 성사시키는 거에요.”
“다이아몬드가 하트랑 연합을 이룬 건 알고 있죠?”
“……”
“그 이후 승률 예측이 완전히 그쪽으로 기울었어요. 전체적인 지지율도 무섭게 하락하는 중이죠. 게다가 킹이 사고를 당한 덕분에 사기도 바닥이고. 아무튼 개판이죠.”
말은 길었으나 제대로 뇌리를 때리는 건 없었다.
“스페이드는 매우 불리해요. 수적으로는 당연하고. 하트가 스스로를 폐쇄하면서 그쪽을 견제하는 것도 어려워졌죠.”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클럽과의 연합이 간절하단 소리에요.”
손이 벌벌 떨리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의 눈에도 명백할 거다. 클럽에 누가 있는 지 스스로 제일 잘 알잖아.
“왜…… 그래야 하죠?”
“……”
“어차피 전쟁에선 한 수트 밖에 승리할 수 업잖아요.”
게다가 스페이드는 제일 강한 수트라면서요. 하트는 제일 작고.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도 웃겼다. 그는 고개를 살랑살랑 젓는다.
“마지막에 클럽을 상대하는 게 힘들까요, 아니면 지금 다이아와 하트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게 힘들까요?”
“……”
“물론 싸울 순 있어요. 질 뿐이지.”
이 수트의 모든 카드가 스페이드의 승리에 전부를 걸었어요. 그건 킹도, 나도, 김종현도, 같은 마음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린 뭐든지 해야만 하죠. 이기기 위해서. 그건 당신들 사정이지, 문득 그렇게 속으로 씹었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내가 왜 해야 해. 왜 당신들이 내게 씌운 왕관의 무게에 내가 깔려 죽어나가야만 해.
“……그렇다고 해도, 클럽이 거절하면 끝 아닌가요?”
“그렇죠.”
“저쪽은 우리만큼 연합이 간절하지 않을 텐데.”
“확실히 그렇진 않죠. 하지만 그들에겐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도무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를 나룰 수가 없어 눈을 내리깔았다.
“분산된 인원을 가장 빠르게 단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아요?”
“……”
“바로 공통의 적을 만드는 거죠.”
클럽의 현재 수장, 강다니엘은 겨우 스물세 살이에요. 즉위한지는 3년 되었으니까, 20살 때 쿠데타를 일으킨 거죠. 그런데 지지율은 최고에 육박해요. 그는 어느새 자리에서 이어서 사무실 안을 서성인다.
“빈민가 출신에, 10살 정도부터 수트에서 일을 했죠. 그게 그의 셀링포인트(selling point)였어요. 가난한 자들이 대부분인 클럽의 동정과 공감을 사도록 스스로의 가난을 어필하고, 어렸을 때부터 거둬들인, 피 안 섞인 동생을 둘이나 키운 것도 부각했죠.”
“……”
“또……공통의 적으로 다이아몬드를 내세웠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의 구두바닥이 마찰을 일으키며 멈춰 선다.
“질투와 증오는 동시다발적이죠. 열등감, 부러움. 일인 소득이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를 향해 어긋난 분노를 선전했어요. 자주 있는 일이죠.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을 비난하는 건. 딱히 다이아가 그 방면에서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데 말이지만. 이해 가죠?”
느릿느릿 고개를 주억거렸다.
“스페이드는 다이아를 박살낼 수 있으니 좋고, 클럽은 자기들이 초기에 선전했던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 좋고. 그들로선 군사력이 강한 우리가 굽히고 들어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오히려 우릴 발판 삼아 우승을 넘보려 할 수도 있고.”
그가 다시 소파로 성큼성큼 걸어와 앉는다. 그래서 당신의 일이죠. 결국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애초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문제였던 거야.
이곳은 늘 그랬지. 이곳의 사람들은 늘 그랬어. 나는 선택한 적이 없었는데, 어느새 내 인생은 그들 맘대로 주물러지고 버려졌지. 필요할 때만 가져와서 부탁하고 비굴한 척하다가, 결국 지들 목적을 이루고 나면 다시 내팽개쳐 질 거야.
“못해요.”
“……”
“난 진짜 수트의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래요? 그가 건조하게 되물었다. 진짜 그래요?
“당신은 오늘 아침, 전국에다가 스스로가 누구인지 공표했어요.”
“……”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었는데.”
“뭐라고요?”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내가 어떻게? 저절로 어이없음의 날숨이 흩어진다.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내가 자발적으로 거기 섰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지금?”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쪽이죠.”
“……”
“당신은 거절할 수 있었어요. 내가 그 자리를 권유했을 때.”
“……진심이에요?”
당신은 내게 권유한 적 없었어요. 강요였지! 별 헛소리를 줄줄 늘어놓더니, 내 머리채를 잡고 여기 끌어다 앉힌 게 누군데! 화로 입술까지 파르르 떨렸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앞에 앉은 남자를 죽일 수도 있었다. 할 수만 있었다면.
“기억 안 나요? 당신이 분명 ‘클럽의 에이스를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인 거.”
“……”
“강요했다고요?”
“……”
“정말 그랬던가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진동이 털끝까지 전달된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많지는 않겠지만.”
“……”
“열심히 고려해보세요. 클럽과 연합을 하게 되면, 결국 당신의 조건처럼 그들의 에이스를 해칠 수 없게 될 테니.”
당신과 우리, 모두에게 윈윈 아닌가요? 그리고 그는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젠 알 수가 없었다. 누굴 원망해야 할지도 몰랐다. 누구부터 죽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황민현 병실 어디 있어?”
부름을 받고 달려간 종현이 들은 첫 물음이 그것이었다. 어? 당황에 되묻는 그에게, 퀭한 눈을 한 민현의 동생이 재차 물었다. 병실, 어디 있냐고.
“……본부 지하에 있어.”
“보러 갈래.”
“……”
“왜?”
“……”
“내가 보러 간다니까 안 믿겨?”
조소를 띄운 채, 그녀가 걸어온다.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는다며.
“안내해.”
오싹한 한기가 종현을 타고 돈다. 서서히 망가져 내리는 이 상황을 종현이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모른 척 할 뿐이지.
“여기야?”
“……아직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면회는 30분으로 한정이야.”
대답대신 종현이 문을 옆으로 당겨 열었다. 30분 후에 데리러 올게.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던지. 그에게 대답하고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천천히, 문이 조용히 닫혔다.
미묘하게 꽃 향기 비슷한 것이 섞인 소독약 냄새가 났다. 누가 가져다 놓았을지 모르는 형식적인 꽃바구니와, 침대와 서랍장 두어 개를 제외하곤 그 큰 병실에 이렇다 할만한 것이 없었다.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습기의 미세한 가동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했다. 적막이었다. 쓸쓸하리만치.
그 한가운데 그가 누워있었다.
벽 한쪽에 기대어져 있던 간의 의자를 펼쳐서 침대 옆에 두었다. 가슴까지 이불을 덮은 채, 딱딱한 정자세로 뉘어진 그의 왼쪽 손등에 손가락 굵기만한 관이 꽂혀있었다. 인형처럼,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감은 두 눈에 긴 속눈썹이 드리웠다. 규칙적으로 내쉬는 숨에, 얼굴을 덮은 호흡기가 뿌얘졌다 맑아졌다를 반복한다.
“자니?”
자니? 이 상황에서, 잠이 오니? 아니면, 이런 상황이라 자는 거니? 너도, 어지간히 힘들었니? 힘들긴 했니? 가족을 갈아 넣고 얻은 명예와 영광이, 무거웠니? 무서웠니? 나만치?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네가 멍청하게 사고를 당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그 날 조금만 더 조심했었다면. 아니, 애초에 네가 날 버리지만 않았다면. 날 숨기려고 애쓰지만 않았어도. 네가……아니, 애초에 내가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네가, 아니면 내가…… 네가, 네가……
차라리 죽지 그랬어.
“죽지 그랬어.”
차라리 아예 죽어버리지 그랬어. 널 죽여버리고 싶어. 너 때문에, 내가 망쳐진 걸 생각하면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넌 죽어 마땅하다고. 계속 그렇게 생각할 거야. 죽어버려. 그 때, 죽었으면 이런 일이 나지도 않았을 걸. 그랬다면 내가 다시 네 동생으로 돌아갈 일도 없었을 걸. 너 때문이야. 책임져.
죽지 않을 거라면 일어나. 일어나서 다시 네 자리로 돌아와. 다시, 날 없던 취급 해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다시 없는 사람처럼 살게 해줘. 여긴 내 자리가 아니고 거기도 네 자리가 아냐. 우린 뒤바뀌었어.
늘 죽고 싶다고 바란 건 나였잖아.
“죽어.”
죽어.
“아니면 살아.”
제발.
“네가 살아야 내가 살아.”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종현이 숨죽인 채 듣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벽에 기댄 종현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죽으라고 저주하는 그 소리가 꼭 자신을 향한 것 같아서.
죽으라고. 그에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건넸던 건 그녀의 오빠였으니까.
‘널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수도 있지만.’
‘……’
‘아직 난 네가 필요해.’
10년 전에, 민현은 그를 한 번 죽이려고 했었다. 솔직히 그 때 죽을 줄 알았다. 그럴 각오도 했었다. 민현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그는 ‘유예’를 받았다. 10년 간의 유예를. 어느새 그 기간에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회의적이었다. 비록 종현은 모범수였으나 감형되기엔 그 죄가 막중했다.
“……이름아, 그만 돌아가자.”
안에서 부스럭대는 인기척이 들렸다. 곧 문이 거칠게 드르륵 열리고, 비척비척 그녀가 걸어 나온다. 금방이라도 픽 쓰러질 것만 같아 종현은 미리 손을 앞쪽으로 슬쩍 빼두었다. 곁눈질로 종현을 인식한 그녀가 앞서 걷는다.
“피곤해. 쉴래.”
“……그래.”
“대신 전해줘.”
“누구한테?”
“최민기.”
“……뭐를?”
“하겠다고.”
그녀가 우뚝, 멈춰 선다. 그렇게만 말해도 알아들을 거야. 주먹 쥔 손이 허옇게 질렸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종현은 그 등에서 전장에 나가는 듯한 비장함을 봤다. 민현아, 들을 리 없을 사람을 찾게 된다. 정말 네가 돌아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까? 의심스러웠다. 종현은 믿지 않았다.
“어떻게 할 거야?”
진영의 물음에도 그는 답이 없었다. 턱을 괸 채 골똘히 제 생각에 빠진 그를 내버려두고, 진영은 그 어깨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뒷짐을 진 채 정자세로 뻣뻣하게 서 있는 우진에게로.
“형은?”
기껏해야 눈동자만 움직이는 우진이 진영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다.
“킹이 원하시는 대로.”
그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킹이 원하시는 바. 킹께서 하고 싶은 것. 마치 누군가 입력이라도 해놓은 듯한 답변들만 늘어놓는 그는 로봇과도 같았다. 우진은 제가 나서서 입을 여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가 제 스스로 의견을 피력할 때는-
“박우진, 어떻게 할까?”
-다니엘이 그에게 물을 때밖에 없었다. 우진이 눈을 가볍게 내리깔았다.
“수락하셔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왜?”
“협상의 우위가 명백히 우리 쪽에 있으니, 수락하신다면 연합군의 주도권을 잡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다니엘이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피차 꺼릴 게 없는 사이에.
“스페이드는 현재 지도자도 공석이니까요.”
“엥? 아냐. 형 뉴스 안 봤어?”
우진이 고개를 들어 진영을 보았다. 거기 지금 퀸 들어가 있어. 우진이 알 턱이 있나, 며칠 째 우울로 앓던 그였다. 그는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죄송합니다. 좀 더 신중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됐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리더인데.”
“……”
“어차피 그쪽은 힘이 전혀 없는 껍데기일 뿐이야.”
좋아, 우리 에이스 말대로 해볼까. 우진은 정적을 지켰다. 사실 우진은 별 상관이 없었다. 그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어느 것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생각은 아직 그곳, 그 가게에서 돌아오지 못한 듯싶었다.
“새 리더가 좋은 조건을 가지고 나와야 할 텐데 말이야.”
우진은 정말 관심이 없었다. 그는 뭐가 어찌되었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미친놈.”
민기는 제 뺨을 쓸었다. 얼얼한 고통의 잔여물들이 그대로였다. 제 앞에 씩씩대며 분을 참지 못하는 종현을 올려다보았다.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사람을 때려?”
“너, 애한테 뭘 시켜?”
“애라니, 말 조심해.”
“……”
“지금은 상사야.”
그렇게 말하면서 민기는 한 대 더 얻어맞는 게 아닌가, 속으로 미묘하게 움찔거렸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
“연합? 걔를?”
“왜, 싫어?”
“아예 애를 죽이지 그래.”
“발광하지마. 난 동의를 구했고, 수락한 건 그쪽이야.”
“……”
“난 분명 그녀에게 의견을 물었고, 하겠다고 답변을 들었고, 그래서 일을 진행시키는 건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어? 민기는 종현이 입술을 힘주어 깨무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순적이네, 민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너 혼자 도덕적인 척 좀 하지마.”
“뭐?”
“우린 같은 배를 탔어. 너나 나나, 피차 이용해먹는 처지에서 너 혼자 착한 척 하는 거 더는 봐주기 어려워.”
“……”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 하지마.”
“……”
“내가 그녀를 이용하기로 했고, 너는 동의하고 협조했고. 이제 그녀는 끌려 다니는 거지.”
“……”
“물론 죽을 수도 있겠지.”
“……”
“그렇게 된다면, 그건 너랑 나. 우리 둘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거야. 알겠어?”
부들대는 종현을 모른체하고 민기는 제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겠다고 할 줄 알았어. 선택권이 없었을 테니까.
“이미 클럽에 콜(call) 넣었어. 날짜 확정 나면 알려줄게.”
“……”
“더 할 말 있나? 난 없는데.”
서늘해진 분위기, 이내 종현은 자리를 박차고 민기의 집무실을 나섰다. 쾅, 거세게 닫힌 문이 두어 번 메아리를 울리고 이내 다시 잠잠해진다. 닫힌 문이 뚫어져라 쳐다본 민기가 제 노트북을 덮는다. 다신 미안한 척, 괴로운 척. 피해자인 척 하지마, 내 앞에서. 넌 가해자니까, 나랑 마찬가지로.
*
이제 이야기가 반쯤 진행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누워있어도 꾸준히 분량 챙겨가는 민현이,,,
다음 화엔 드디어 우진이가 등장할건지,,,말건지,,,
연휴는 끝났지만 내일부터 또 주말이네요 얄루
좋은 하루 보내시고 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