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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정택운] 말 없는 말 | 인스티즈 

  

  

  

여우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한쪽 입에 걸린 웃음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세상에 CC란 것들은 다 없어져야 돼. 진짜.  

아니, 걔네는 왜 하필이면 내 눈앞에서 쪽쪽 거린다니?"  

"야, 그건 애인없는 니잘못이고."  

"시끄러"  

  


발 디딜틈 없이 들어선 악기들 사이에 놓여진 빛바랜 감색쇼파.  

그 위에 몸을 뉘여 책상에 다리를 꼬아 얹은 이재환의 긴다리는 오늘따라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야.왜 여기다 발을 올려"  

"아 뭐 어때. 운이형도 그러던데 뭘"  

"그 선밴.... 아우 그래도 찝찝하잖아!! 빨리내려"  

  


아니, 정확하게는 이재환의 일명 '운이형'이 거슬리는 거다.  

  



"너 운이형 얘기만 나오면 말 돌리더라. 너 그 형 좋아해?"  

"섬뜩한 소리 하지마. 이거 봐봐. 나 지금 팔에 닭살 돋았어"  

"야. 눈치없는 내가 봐도 딱 알겠던데. 숨기긴 뭘 숨기냐!"  

"이재환. 내가 들은 니 쓸데없는 말 중에 단연 이번이 최고봉이라 자부할수 있어"  

  

엄지를 척 치켜들며 단호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나에게 
이재환은 예의 쓸데없는 ㅡ 도통 이걸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가는ㅡ 말을 꺼낸다.  

  



"그럼 싫어하냐? 대체 왜 그렇게 피해?"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단.....좀 불편하달까"  

"운이형이? 아. 뭐 여자들은 그러긴 하더라만.  

그 형이 말은 좀 없어도 좋은 사람이야. 되게 착하구."  

"그말 지겹게도 들었어. 근데 나한텐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래. 그 여우같은 정택운은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비록 남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날개없는 천사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그 날개가 도통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선밴 왠지 꺼림칙해"  

"야. 너 내 친구라지만 말이 좀.."  

  

덜컥.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에 이재환의 영양가없는 잔소리는 빛을 보지 못한채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내 방정맞은 입은  

대화의 주인공 '그 선배'를 마주하자 곧장 얼어버렸다.  

  


"...."  

"...아! 운이형!! 오랜만이에요. 요새 과방에서 보기 힘들던데!"  

"응. 재환아"  

"저..혹시.. 들으셨어요?"  

"응? 뭐를?"  

"아..아니에요! 형 이번에 교양 무슨 과목 들으....."  

  


조잘조잘 바지런히 입을 놀리는 재환이가 하는 말이 내 고막에 닿는 일은 없었다.  

나는 그 찰나에 순간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 망했다.  

  


"환경생태학의 이해."  

"혼자 들으시는 거에요? 아. 그거 제친구 중에 홍빈이라고 사진학관데 걔도 들어요"  

"응. 알아"  

"어, 빈이랑 아는 사이셨어요?"  

"응. 어쩌다"  

  


  

정택운 불여우설이 단지 가설이 아니라는 것. 그거 하난 인지할수 있었다.  

그 입에서 이홍빈이란 이름이 나와선 안될말이었다.  



  

"...."  

  

재환이를 사이에 두고 나는 그가 선배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 눈을 뚫어져라 마주하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로서니 저렇게 사납게 쳐다봐.   

사람 간 떨리게....  

  

게다가 이홍빈 얘길 내 눈앞에서 하는 건 무슨 꿍꿍인건데.  

  

  


  

하.참.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질 무렵 그 선배의 시선은 어느새 이재환에게 돌아가 있었고   

나는 고개로만 끄덕 인사를 하고 황급히 과방을 빠져나왔다.  

  

그가 딱히 나에게 해코지를 한적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택운이란 사람은 흉흉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거 하나.  

  

  

"아오 오늘 일진 한번 사납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늘 정택운이란 악운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가 있는 텁텁한 공기속에 파묻히더라도 내가 과방을 박차고나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홍빈을 여기서 마주할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랜만. 너 좀 핼쓱해진거 같다? 나 만날땐 볼이 미어 터질거 같더니"  

"넌 여전하구나. 스스로를 깎아먹는 고급 주둥아리"  

"너야말로. 아.참.   

너 택운이형 알지?"  

"그래서"  

"왜 이렇게 날세워. 아 아무튼 그 형 좀 이상하지 않냐?"  

"뭐가."  

  



어느새 내 속내가 저 멀리 이홍빈에게도 전해진 건지,  

황급히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운이형이 날 좋아하는 거 같아"  

"..뭐?"  

"아 그러니까! 그.. 너랑 헤어지던 날 말야. 내가 운이형을 처음 만났거든. 그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었는데, 그때 지나가던 형이 나한테 우산을 불쑥 전해주더니 쓰시라고 하고선 그냥 가버리는거야. 얼결에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보냈었는데. 마침 같은 과목을 듣게 되더란 말야. 그것뿐만이 아냐. 왠지 나를 보는 시선이 묘~한게...."  

"그 소리 하려고 나 불러세웠냐? 더 지껄일 말 없음간다"  

"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니 헛소리 들어줄 여친한테나 찾아가"  

"야!!!!"  

  



한달만이었다.   

겨우 추스려진 마음을 부여잡고 그의 이름을 잊어가려고 노력한지 이게 딱 한달째.  

  


이게 다 그 불여우 때문이야  

  



여남은 수업을 들을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버리고 집에나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본관을 지나 가파른 돌계단을 한단한단 느린 발걸음으로 내 딛고 있는데,  

계단 끄트머리에 허리를 걸터앉아 있는 인영이 보였다.  

쭉 쭉 뻗은 긴 팔다리가 무슨 농구선수도 아닌데 오지게도 길구나.  

하며 부지런히 발을 옮기는데, 내 팔을 부여잡는 손길이 있었다.  

  

날개같은 건 쥐뿔도. 추호도 없을 터인 정택운이었다  

  

"..."  

  

나는 상황 파악이 안되어 그의 하얗고 긴 손에 붙들린 애꿎은 내 손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 수업"  

  

걸터앉은 바위에서 시선을 올려 나와 눈을 맞추려하는 그의 의중을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안갈거에요.놔주세요"  

"안돼"  

"제가 뭘 그렇게 밉보였나요 선배님"  

"....."  

  


내 반응이 의외였다는 듯 그는 좀전과 같은 재빠른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사실 나도 그가 입을 다물줄은 몰랐기에.  

그냥 내가 싫다고 해야했다. 내 상상속 정택운은.  

  


"같이가"  

"제가 왜요"  

"걱정돼"  

"선배님이 왜요"  

  


다시 그의 입을 다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는 이번에도 순순히 대답을 해주진 않겠지.  

  

"괜찮아?"  

  

하고 묻는 그에게 나는 되묻고 싶어졌다. 정택운씨야 말로 괜찮냐고.  

정신이 온전한 상태인거냐고.  

그리고 그의 의중을 나는 단번에 파악할수 있었다  

  


"아뇨. 그런데요 선배님.  

전 선배님이 걔한터 작업을 걸든 찝쩍대든 이제 아무 상관 없거든요. 그러니까 저 좀 내버려두세요"  

  


아. 나 갈때까지 갔구나...  

이제 평탄한 학교생활은 글렀다.  

  


"울고 있었잖아.너."  

"그리고 선밴 그런 절 눈앞에서 보고 지나치셨죠"  

"갔었어. 우산을 사러"  

  


앞뒤가 맞지 않는 맥락에 나는 얼굴을 팩 찌푸렸다.  

아. 그러고보니 이홍빈이 그랬었지. 비가 왔었다고.  

나는 울다 지쳐서 내 몸이 젖는지도 몰랐더랬다.  

  


"그런데요"  

"사라졌더라"  

"그게 뭐가 중요해요. 난 생각하고 싶지..."  

"주고싶었어. 그 우산...  

근데 줄수가 없어서. 행여 홍빈이한테라도 주면 네게 건네줄것같아서 ..... 그랬어"  

  



띄엄띄엄 말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가 차츰 작아지는게 싫었다.  

나는 왜 그의 보이지 않는 날개를 자꾸 꺾으려고 했던걸까.  

이사람은 진짜다.  

  


"나는 선배가 날 비웃는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 다시 만난 선배는 내 사정을 다 알고서 일부러 모르는척. 자비를 베푸는 척 하는거라고."  

"아냐. 절대로"  

"응. 알아요. 내가 나빴어요."  

  


그의 입에서 세번씩이나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것 같았다.  

아직까지 잡힌 손은 오도가도 못한채 덩그러니 정택운에 손에 쥐어져 있다  

  


"오늘 비온다더라"  

"네"  

"울지마"  

"안울어요"  

"응"  




  

하고는 붙잡은 손을 놓아줄 생각은 없는지   

그저 나를 이끌고 버스정류장까지 아무말 없이 걸어갔다.  

그러고보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나긋나긋하고 여린. 딱 정택운 같은 목소리.  

피식.나도 모르게 웃었나보다  

그리고 내 옆에서 손을 부여잡고 있던 정택운도 살짝 웃었던거 같다  

  


"원래 그래요?"  

"응?"  

"웃는거"  

"이상해?"  

"아니. 웃고다녀요. 지금처럼"  

"너 있으면"  

  

  

그 한마딜 뱉어놓고 귀까지 새빨개져 시선을 돌리는 정택운을 보자  

하루종일 서슬퍼런 눈으로 그를 쳐다봤던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졌다.  

  


아. 확 그냥 덮치고 싶다.   

저건 태생적으로 귀엽다.   

아 진짜 귀여워.  

  


"아. 잠시만 전화좀"  

  

살포시 잡았던 내 손을 놓으며 그는 나에게서 몇발치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으러 갔다.  

놓아버린 손이 이내 아쉽다.  

  

 



  

"응. 빈아."  

"형. 잘되가?"  

"응. 덕분에"  

"형 때문에 걔랑 사귀는척 하긴 했는데, 솔직히 나 걔한테 악감정없거든. 아. 차면서 괜히 미안하더라고"  

"밥살게 진짜로"  

"됐어. 사촌한테 삥뜯을려고 한거 아냐.   

뭐, 형이 좋아하니까 도와주긴 했지만.. 대체 걔 어디가 좋아?"  

"우는거. 보니까 못참겠더라. 시발"  

"형도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나처럼 성질머리드러내고 살라니까"  

" 겨우 내 손에 들어왔어. 이제 절대 안놔"  

  

  



  

통화를 오래한다 싶어 저벅저벅 그쪽으로 다가가니  

멀리서 통화를 하던 정택운이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가벼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첫 단편인데 쓰다보니 운이가 ㄷㄷㄷㄷㄷㄷㄷ  

  

원래 운이는 아련하고 풋풋한게 b  

  

그치만 이런것도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써봤어요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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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그러면 운이는 계획적인 그런 남자였던.....? 세상에....... 택운이가 집착하는 그런게 있나봐요.... 홍빈이랑 사촌지간이라니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네요 정말......잘 읽고 갑니다ㅠㅠㅠㅠㅠ
10년 전
핫바디우니
앞과 뒤가 다르단 뜻에서 불여우라고 한거였는덕 쓰다보니 운이가 쪼끔 무서워지긴 했네용ㅎㅎㅎㅎㅎㅎ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해용!!
10년 전
독자2
으아 진짜 이제부터 글잡에서쓰는건가요!!!!? 짱짱!! 이번꺼도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
10년 전
핫바디우니
네넹 글잡은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안되지만ㅋㅋㅋ재밌다니 다행이네요 신알신고마워요♥
10년 전
독자4
새벽부터 자고일어나서 독방에서 계속 보고있었는데 ☞☜ 짱잼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핫바디우니
헤헷 고마워요~
멤버별 단편 하나씩 찔카싶은데. 원하는 스토리같은거 있다면 말해줘요ㅋㅋ적극반영할게요!

10년 전
독자3
헐.. 운이 이 반전돋는 남자!!!! +홍빈이도..ㄷㄷ 흥미진ㄴ진하게 잘 읽고 갑니다!! 글잡에서 다른거도 연재하실껀가요~~ 일단 신알신♥
10년 전
핫바디우니
헤헤 단편의 묘미는 이런거죠ㅎㅎㅎ 장편은 아직이고 단편을 여러가지 구상중이에요!! 신알신고마워요♥
10년 전
독자5
헐대박. 정택운 반전... ㄷㄷㄷㄷ소름 그런데짱이다.
10년 전
핫바디우니
데헷ㅎㅎㅎㅎㅎㅎㅎㅎ감사합니당!!
10년 전
독자6
헐ㅜㅠㅠㅠ집착남ㅜㅠㅠㅠ너무좋아요ㅜㅠㅠ완전작가님짱이시라능ㅜㅜ사랑해요ㅠㅠ
10년 전
핫바디우니
부끄럽지만 저도 사....사랑합니다!!
10년 전
독자7
아련하고 풋풋에 퇴폐적인 섹시미를 더하면 완벽한 정택ㅇ....! 자까님 너무 조화...ㅠㅅㅠ 신알신 갑니다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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