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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깰겸,
내 앞을 지나쳐 저벅저벅 걸어가는 이홍빈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걸어감.
펜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닷가 앞에서
발끝에 채이는 고운 모래들이 슬리퍼와 발가락사이에 사르르 녹아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몇 발걸음 앞서가던 이홍빈이 이윽코 멈춰섬.
그리고는 마른 모래가 쌓인 곳에 풀썩 앉더니
나에게 시선을 돌리곤
자신에 옆자리에 손바닥을 두어번 탕탕 치더니
앉으라고 손짓함.
나는 얌전히 그의 옆에 앉아,
멀거니 바다만 보고 있는 이홍빈의 옆모습을 슬쩍슬쩍 쳐다봄.
아.. 진짜 더럽게 잘생겼다.
혼자 혼갖 망상에 빠져 허우덕대고 있는데,
옆에서 바다만 보고 있던 이홍빈이
"그만좀 보지, 닳는데."
하며 핀잔을 줌.
이홍빈이 내 시선을 그저 모른척 했을 뿐이라는 걸 깨닫곤
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져, 행여나 들킬까봐
고개를 푹 숙이곤
"아닌데요"
한마디를 내뱉곤, 괜히 발치에 있는 모래들을 지분지분 발로 꾹꾹 밟음.
어색해진건 나뿐만이 아닌듯,
이홍빈 또한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내쪽으로 몸을 확 틀어선,
땅에 두 손을 짚고 내 몸을 자기 팔로 가둬버림.
나는 당황해서 멀뚱멀뚱 그의 얼굴만 바라볼 뿐.
"너, 왜 모르는척 해?"
"네? 뭐가요?"
하고 묻자, 이홍빈은 픽 - 하고 한번 웃더니
"바람쐬러 가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진 않을꺼 아냐?"
"아니...저기..."
내 말을 들을 생각은 없는 듯
이홍빈은 갑자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더니,
혀로 목을 쓸어올리고는
시선을 내려 내 얼굴을 한번 보고 빙긋 웃더니
다시 한번 목에다 츄웁-하고
질척한 소리를 내며 키스마크를 냄.
그리곤 다시금 혀로 목덜미를 쓸어올리더니
귓볼을 자근자근 씹어버림.
나는 이홍빈이 지금 나에게 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음.
"너, 울어?"
처음 닿는 남자의 낯선 촉감에
나는 어쩔줄을 몰라 그저 묵묵히 눈물만 뚝뚝 흘림.
그보다도
"아...미치겠네"
그런 나를 보며 이홍빈은 낮게 욕설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미안, 진짜 미안"
하고는 자기의 팔을 도로 거둬 들여
내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으려다가 다시 허공에 들었다가를 반복하더니
이내, 한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더니
"아, 진짜 미안하다니까..
그만울어"
그의 위로 아닌 위로에 나는 더 서러워서
끄윽, 끅, 하고 입에서 터지려는 울음을 삼켰고,
옆에서 '하'- 하고, 한숨을 쉬던 이홍빈은
이내 하늘을 한번 쳐다보는가 싶더니
내 어깨를 살짝 감싸 안고.
자신의 넓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줌.
따뜻한 그의 손이 내 등허리를 살짝 쓸어내렸고,
'토닥, 토닥' 입으로 소리를 내가며 위로하는 이홍빈의 얼굴을 보고 있던 나는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픽- 웃어버림.
"웃기는"
괜히 그 말에 뾰루퉁해진 나는 내 어깨를 살짝 안았던
이홍빈의 팔을 떼내려고 했지만,
어찌나 힘을 주고 계신지 도통 떨어지질 않음.
"뭐하냐"
"손이요"
"힘쓰지마, 너만 힘들어"
그리곤, 내 눈을 마주보며 활짝 웃음
보는 사람 마음이 다 노곤해질 정도로.
"울지마,
못생긴게"
처음 봤던 그 조각같고 온화한 소문의 그 청년은
오늘 내 화를 제대로 돋구려고 한건지,
자꾸 미운말만 골라서 함.
이홍빈에 대한 환상이 모조리 깨져버린 나는
있는 힘껏 이홍빈의 팔을 뿌리치고 일어나려는데
억센 이홍빈의 손아귀가 내 손목을 낚아챔.
시야가 가려지기 무섭게,
내 뒷덜미를 덥썩 잡은 이홍빈은
내 입술을 혀로 톡톡 두들기더니
이내 한 입에 머금고 살짝 이빨로 씹어버림
"아"
깨문 입술이 아려와 신음을 내뱉는 새,
촉촉한 그의 혀가 내 혀를 옭아매고
입찬장을 한차례 훑고 지나감.
밀쳐내려는 내 손을 한손으로 덥썩 잡고는,
나머지 한손은 목덜미에서 서서히 내 어깨로 내려옴
그리곤, 살짝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대더니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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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간에 후편 갖고 올게요 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