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헤어짐과 반복되는 만남에 지친 우리는 오늘 또 별것 아닌 이유로 싸웠다.
"더럽게 이성적인 이홍빈.
뭐든 내 잘못이지. 그래.
그 고고하신 이홍빈의 심기를 건드린 내가 잘못이지.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주옥같으소서~"
여느때처럼 이홍빈과 싸우고 헤어진날이면 으레
집앞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맥주한캔을 들고 혼자 이홍빈을 씹어대곤 한다.
테이블위엔 이미 다 비워버린 맥주3캔과 땅콩 부스러기가 굴러다니고 있다.
"내가 아무한테나 그러냐고.
저 좋아서 내가 뽀뽀 좀 하겠다는데 사람을 무슨 변태로 보질않나.
1년넘게 사귀면서 제대로 된 스킨쉽을 하길 하나.
거절도 한두번이지 자존심 상해서 진짜! 아우.치사하다 치사해
앞으로 내가 다신 안 건드린다. 퉤퉤"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조금 흐릿해진 눈으로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고 있으려니 잠기운이 몰려온다.
이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머리통이 테이블로 서서히 익은 벼 마냥 숙연해질 무렵
"끝났냐? "
익숙한 레파토리는 나뿐만이 아니다. 저 잘나신 이홍빈 또한 그 중 일부다.
그래. 오늘은 왜 안오나 했다. .
"야. 밖에 함부로 나다니지 말랬잖아. 니 못생긴 얼굴 보는 사람이 민폐라고.
어따 가둘수도 없고."
"저리가. 니 잘난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
"그만하고 일어나지? "
벌써 10시가 넘었다며 이시간에 돌아다니는 밤손님들이 니 얼굴보고 놀라지 않겠냐며
예쁜여자들 놀래키지 말고 집에나 가라는둥
또다시 장황하고 끝없는 잔소리를 해대는 이홍빈.
"아. 쫌 가~ 난 여자도 아니니까 신경끄고 갈길 가셔"
"갑자기 뭔소리야"
"너 여자로 보긴 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너 내가 스킨쉽만 하면 밀어내잖아. 사귀면서 한거라곤 볼에 뽀뽀하고 손잡은거?
그것도 다 합해봐야 몇초되냐. 진짜 나 자존심상해..
아무리 나라도 너 진짜 그러는ㄱ......"
순간 따뜻한 손이 내 뒷덜미를 잡는 것과 동시에 내 시야를 가로막는 이홍빈.
눈을 깜빡일 새도 없이 부딪혀오는 입술에 나는 멍하니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밀어닥치는 낯선 손님에 어깨를 움츠렸다.
"야....왜..ㅇㅣㄹ.."
숨 쉴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헤집어오는 이홍빈의 입술에 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제대로 안돌아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이건 또 무슨 정신적인 괴롭힘인데.
"딴 생각하지마, 너 머리 굴려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
"그만해...그만하라니ㄲ.."
"여기서 하고 싶진 않았는데. 나 지금 엄청 화났어"
그래보인다. 충분히. 그러니까 좀 떼봐. 그 정신나간 입술좀.
"너 처음인거 아니까 함부로 손대기 싫었다고.
근데 뭐? 여자가 아냐? 너 지금 장난해?
누가 그런 생각하래. 아 진짜.
너 밖에 나돌아다니는것도 불안해서 미치겠는데 그딴 생각이나 하고 있었냐?"
답지않게 오늘따라 말이 많다 이홍빈,
그리고 내 등줄기를 쓸어내리는 손도 오늘따라 많이 낯설어.
"답지 않은짓 하지마. 너 왜 화내는지 모르겠고
더이상 싸우기 싫어. 그만하자. 그래. 이제 진짜 끝내.
너 내키지도 않는짓 할만큼 화난건 충분히 알겠으니까. "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내 말에 이홍빈은 또 입을 꾹 닫고 어이없다는 듯이 하. 하고 웃는다.
명백한 비웃음.
그래 다 내잘못이니까 그런걸로하고 쫑내자.
"화 많이 났나보네. 근데 어쩌나. 나 너랑 헤어질생각 추호도 없거든.
그리고 화는 내가 더 난거 같거든.
지금 여기서 니 순결 더럽히고 싶을 만큼."
어이없어하는 내 대답을 들을 맘도 없는지
이홍빈의 손은 어느새 내 허리를 감싸안고, 다시 한번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붓는다.
그리곤 내 팔을 들어 자기 목에 두르곤 품에 안아올리더니,
"아... 미치겠네 진짜.
야. 고고한 이홍빈? 그딴거 개나줘.
너 오늘 각오해. 화풀릴때까지 너 절대 안놔줄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