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탤총] 정신병동 02
"…표지훈?"
"이태일. 꺼내줘요."
정신병동에서 나오던 민혁을 삐딱하게 쳐다보며 완곡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지훈은 이내 정신병동 앞에서 민혁을 쪼그려 기다려서 다리가 저린지 으으,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민혁을 잡는다. 꼭 태일을 꺼내야만 한다며 자신의 팔을 잡고 놓질 않는 지훈을 보곤 민혁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그를 밀쳐냈고, 그에 지훈은 밀려나는 척 하면서 그에게서 떨어져나갔다. 어차피 같이 붙어있어봤자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은 없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이태일을 꺼내달라고?"
"정중히 부탁 드리잖습니까."
"안돼는데."
"아니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보죠 우리. 태일이 형이 정신병 뭐 이런게 있어서? 아니면 심각한 우울증? 조증? 대체 왜 우리 형이 저런 곳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요."
"…아파서. 아파서 그래."
"예?"
"이렇게라도 안 하면 죽어버릴 거 같아서."
지훈은 태일에 대해 물어보려다가 오히려 알 수 없는 대답만 듣고는 머릿 속이 더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지훈을 지나쳐가는 민혁에게 지훈이 소리쳤다.
"내가. 태일이형 꺼낼거에요."
"……네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민혁이 돌아본다. 지훈 역시 지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혁은 가소롭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너는 이태일 못 꺼내. 보호자만 꺼낼 수 있거든.
시발. 이민혁. 지훈이 저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지는 민혁의 뒷모습을 이를 갈며 바라만 보았다.
"태일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철창으로 고개를 돌린 태일은 이내 철창 밖에 서있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고는 한숨을 푹 쉬고 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이민혁 하나로도 벅찬데, 저 의사는 대체 왜 와가지고 저를 더 머리아프게 하는가. 태일이 자신을 보고도 무시하는게 눈에 보이자 경이 한번 더 태일을 불렀다. 하지만 경의 이런 태도에도 태일의 감긴 두 눈은 다시 뜨일 생각을 하지 않는지 요지부동이다.
"이태일 씨."
"……."
"듣고싶어서 들은건 아닌데, 일주일이라면서요."
"…왜 그런걸 엿듣고 그래요."
"엿들은게 아니고 그냥 들려서 그런거에요. 아, 이게 아니고. 태일 씨 어떡하실거에요? 보호자분이. 태일 씨 일주일 지나면 다른병원으로 옮길거라고 그러셨어요."
"아, 시발…. 그 싸이코같은 새끼."
"나는, 나는 태일 씨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 싫어요."
"왜요. 선생님은 그냥 편하게 나 보내면 되는데."
"싫어요. 태일 씨는 죽어도 내 병원에 둘 거에요. 설령 병원 밖으로 나가게 된다고 해도 내가 데리고 살건데?"
능글능글. 태일의 기분을 고려해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농담까지 해가면서 태일과 대화를 나누는 경에 태일은 감긴 두 눈을 다시 느릿하게 뜨고 간이침대에서 일어나 철창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박 의사를 제대로 보는건 오늘이 처음인 듯 싶었다. 태일이 항상 발악할때, 끌려올때… 이런 식으로만 봐 왔으니. 경은 생각보다 키가 크진 않았다. 아닌가, 항상 안재효, 우지호, 표지훈 같은 키가 큰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런가. 작지도 크지도 않은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거저거, 여자 여럿 울렸을 것 같다. 음, 아니려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면 내가 좀 곤란한데."
아차, 너무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태일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곤, 착각도 유분수죠. 다시 뒤를 돌아 간이침대 위로 올라간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알아요?"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겠어요?"
"아, 그렇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
"태일 씨, 내일 보호자분 면회 안 오셔요."
"그게 뭐요."
탈출이려도 시켜주는건가. 눈이 갑자기 번뜩 뜨인 태일이 경의 입만 뚫어지라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원래는 태일 씨 아무데도 못 가거든요. 알죠?"
"…알아요."
"태일 씨 여기 계속 있으려니 답답하죠?"
"나랑 자리 바꿔볼래요?"
" JakJak좀 틱틱대요. 말 좀 하자. 한 마디도 안 질려고 그래."
"……."
"내일 그럼 나랑 같이 바람 쐴래요?"
어차피 이 병동에서 나가는 것은 힘들다. 이미 탈출은 반쯤 포기했고. 그런데 데리고 나가준다니,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진 태일은 철창 앞으로 다시 가서 경의 손을 맞잡았다.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