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탤총] 정신병동 05
"태일 씨?"
"……."
"태일 씨!"
"아, 아아. 불렀어요?"
세번도 넘게 불러 재꼈죠!! 어휴, 우리 태일이 귀 좀 파줘야겠네. 아, 뭐래. 내 몸에 손 대기만 해봐요.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지호의 말이 아직 머릿 속에 남아있는지 아까부터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앞만 응시하고 있는 태일을 걱정되는 표정으로 몇 번 부른 경이 이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태일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키 안 큰다며 경의 팔을 쳐낸 태일이 고개를 떨구고 투덜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다시 어깨를 둘러 팔을 걸쳐 태일의 볼을 만져댔다.
아, 아직 들어가기 싫은데 벌써 병원 앞이라니.
"아, 내 몸 만지지 말라고 했죠!"
"에이, 태일 씨 너무 튕기는데ㅡ"
아, 뭐라는거야 이 인간이! 자꾸 엉겨붙는 경이 짜증났지만 이렇게 당하기만 하면 억울해서 자꾸 장난을 치던 경을 제대로 역관광 먹일거라며 경의 팔을 내치고 뒤로 휙 돌아선 태일이 양 손을 쫙 펴 들어올려 경의 따귀를 후려치려고 하는 순간.
"아이, 우리 태일이. 쌤한테 안겨보고 싶었어요? 우쭈쭈."
"어, 어어?! 야 박경!! 아, 미친!!"
"아씨. 아파요. 알았어요, 알았어. 놔 줄테니 때리지 마요."
"……."
"어? 왜 가만히 있어요. 내가 그렇게 좋…."
"…이태일."
저를 향해서 팔을 벌리길래 안아달라는건가ㅡ물론 그 뜻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잘 알았다.ㅡ 하고 태일을 꽉 안아줬다만 놓으라며 경의 등을 힘을 실어 팡팡 때리던 태일이 잠잠해진게 이상했지만 능글맞게 농담을 하며 두 팔로 꽉 안은 태일을 놓아주는데, 생각 못 했던 변수가 있었다.
경의 뒤에 민혁이 서 있었다.
이 곳이 병원 앞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경이 자신이 왜 그랬을까 하는 자괴감과 함께 약간의 통쾌함도 들었다. 그가 태일에게 무슨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알아내고 싶다. 그래, 민혁이 오늘도 병원에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왜 지금? 하필이면 이 시간에? 항상 점심이나 오후에 오던 민혁이 오늘따라 오전에 어떻게 온 걸까. 민혁은 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태일에게 스킨십을 한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쁜데,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게 저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도 민혁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데 한 몫 했다.
"…이민혁."
"지금, 둘이 뭐 하는건가?"
"……."
"뭐, 단편 영화라도 찍으시는건가? 아니면 드라마? …하, 소설 쓰고 있네."
"제가 뭘 찍던 쓰던 그건 보호자분께서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만 말이죠."
"아, 그런가요. 참 죄송하네요."
"하하, 죄송한 표정이 아닌 것 같은데… 사과는 잘 받겠습니다."
"오늘 면회는."
"아…. 민혁이 너 면회하려 온거였어?"
"밖에서. 여기에서 하겠습니다."
"예?"
"되는거죠? 그럼 이만. 이태일, 면회왔는데 안 따라와?"
민혁이 차마 둘이 같이 있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듯 인상을 팍팍 쓰곤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멍한 태일이 답답하다며 작게 한숨을 내뱉고 태일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어어ㅡ? 야!! 좀 얌전히 따라올 것이지 귀찮게 왜 부르는건지. 민혁은 넓게 걷던 보폭이 마음에 걸렸는지 자신의 손을 잡고 뒤따라올 태일을 위해 보폭을 좁게, 걸음걸이를 느리게 낮춰 태일과 발을 맞춰 걸었다.
뒤에서 민혁을 욕하던 경이 뭔갈 알아차린 표정으로 둘을 노려보는 것을 망각한 채.
이렇게 저만 보니 얼마나 좋은가. 민혁은 지금 태일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 상황 때문에 아까의 뭐같던 기분이 풀리는지 자신을 따라오는 동그란 뒷통수를 보고 양 입꼬리를 씩 올려 웃음을 지어 말을 걸었다.
"태일아."
"…뭐."
"어디 가고싶은 곳 있어?"
가고 싶은 곳…?
계속 병원에 있을 때는 일단 무조건 나가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딱히 어딜 가고 싶다ㅡ 이런 식의 생각은 한 번도 안해본 태일이었기에 잠시 망설였다. 이렇게 손 잡고 걷는것도 지호와 지훈, 재효랑 한 두번 잡아본 것 외에는 없었기에 생소한 느낌에 긴장도 됐고. 자신을 보며 웃는 민혁을 본 태일이 다시 예전의 민혁으로 돌아가는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겠지. 헛된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데도 가고 싶은 곳 없어…?"
아차, 정신 차리려고 양 옆으로 저은 고갯짓이 이런식으로 해석될 줄이야. 얼굴에 미소가 어린 민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걸 눈치 챈 태일이 가고 싶은 곳을 마음 속으로 몇백번이라도 소리치며 머리를 굴렸다.
"아,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근데 아깐 뭐야?"
"아니, 머리가 좀 아파서…."
"머리 아파? 왜?!"
"아냐, 아냐. 이제 괜찮다."
"거짓말 하는거 아니고?"
"…나 아쿠아리움 가고싶어."
아쿠아리움이라니. 자신이 방금 생각해낸 곳이지만 조금 어이없었다. 이 나이에 아쿠아리움이라니.
물론 자신이 물고기를 좋아해서 아쿠아리움에 자주 가기도 했지만.
그래, 전엔 우지호와의 문제로 아쿠아리움 안 간지도 꽤 된 듯 하다. 가 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설마 뭐라고 하겠어.
"아쿠아리움?"
"어엉…."
"여전하네 그건."
"뭐가?"
"아냐. 가자 우리. 아쿠아리움."
바람에 날려 헝클어진 태일의 머리를 정리해주고 무릎을 굽혀 태일을 보곤 아쿠아리움에 가자는 민혁에 얘가 진짜 왜 이러지. 하다가도 가면서 이야기 하면 될거라고 생각하곤 민혁을 따라갔다. 따라오면 상당히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이런 반응이니 신기하기도 할만하다. 아직 생각해야할 것은 많지만, 오늘 하루 쯤은 놀아도 되겠지. 곧 민혁의 손을 다시 잡고 걸어갔다.
우와, 다시 이 곳에 왔어요!
미녁신.. 나쁘게만 나오기는 제 필력이 따라주지 않아서(사실 전에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는건 비밀) 요로코롬도 써봤네옇ㅎㅎㅎ
제가 평일에는 잘 못 올릴 것 같고 주말즈음에 올라올 것 같네욯ㅎㅎㅎㅎㅎ
막장 똥글망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