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한편당 5천원
"야, 얘는 잠도 꼭 돼지처럼 잔다. 진짜 돼지아님?"
"그런말 하지마셈. 듣던 돼지 열 받아서 땀흘려가지고 돼지수육 될라"
뭐? 돼지수육? 존나 돼지수육 될만큼 쳐 맞아 볼래? 아침부터 뭔 지랄이야. 씨부랑.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뜨려고 했으나 눈보다 먼저 깨어진 내 귓속을 파고드는 두놈(정확히 하자면 변백현과 김종대)의 목소리에
뭐지?하고 뜨려던 눈을 도로 감고 아량을 베풀어 경청하고 있었더니 아침부터 돼지수육 타령이나하고 앉아있다.
폼클렌징으로 양치를 시켜버릴라.
여자왔다고 좋다고 얼싸 안고 눈물 흘리던걸 찍어뒀어야하는데. 사골 우리듯 우려먹어야 하는건데.
하긴 그때는 이렇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이고 내 팔자야.
두고봐. 내가 니놈들 눈에서 눈물나오게 해줄거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민소희보다 더 독해 질 수 있다고.
기다려 딱 기다려. 니네 야동파일 오늘 전부 방역한다 씨발.
그렇게 다짐하고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는데 뭔가 세게 머리에 와서 부딪히더니 눈앞에서 스파크가 팡팡 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오래된 기름냄새가 훅 끼치더니 또 머리를 무엇인가가 강타한다.
주여 이렇게 한명의 가여운 생명이 주님의 곁으로 갑니다. 아멘. 그리고 흐느적거리면서 정신을 잃었다.
"아 형, 진짜 잘못했다니까요. 아니 ㅇㅇㅇ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길래 놀라서 정당방위 한것 밖에 없다니까요!!!!"
"너네들은 정당방위를 살인수준으로 하냐 이것들아!!!!!어떡할거야!!!애가 안 일어 나잖아!!!!"
"쟨 강인해서 꼭 일어날 수 있을 거에요 형.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오세훈 너한테 꼭 필요한 덕목이네. 너도 저렇게 맞아서 강인한 남자로 태어나 볼래?"
"잘못했습니다. 꿇겠습니다"
미치겠네 진짜. 애 깨우라고 보내놨더니만 도로 애를 반쯤 죽어가게 만들어 놓으면 대체 어쩌자는거야.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막내야 오빠가 미안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여느때와 같이 제일 먼저 일어나 깨끗하게 씻고 나와 아침먹을 양만큼의 밥을 밥솥에 안치고 드립커피를 내려마시면서 티비를 보고있었다.
뉴스 내용이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맴버들이 하나 둘 깨어 문밖으로 나왔다.
제일 먼저 루한이 곧이어 레이, 크리스, 준면이, 경수가 차례로 나왔고 제일 마지막으로 백현이랑 종대가 나왔다.
물론 막내는 아직도 꿈속에서 헤메고있는지 막내 방문은 열릴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없었다. 그냥 마지막으로 나온게 종대랑 백현이여서 막내 좀 깨우라고 들여보내놨더니
돼지를 내가 왜 깨워야해. 짜증나. 아침부터 돼지 얼굴을 봐야한다니. 개짜증. 형이 깨우면 되지 항상 우리한테만 시켜.
이해해 돼지 얼굴보고 안 그래도 노안왔는데 더 노안 오면 어떡해. 아 그렇구나. 쑥덕거리면서 막내 방문을 벌컥 열고는 쏙 들어가버렸다.
물론 막내가 한번 깨워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수면습관을 가진 아이이기때문에 막내를 깨우기 위해서는
후라이팬이나 냄비등의 철제 도구와 숫가락이 필요한데 오늘은 왠일인지 후라이팬을 들고 가더라.
그때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뭔일있겠어. 하는 식으로 대수롭게 생각하고는 어느새 비워진 커피잔을 들고 부엌으로 걸어가 아침준비를 했다.
각자 식기배분, 달걀후라이, 밥배식등 역할을 배분하고 옹기종기 부엌에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막내 방 쪽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나고 뒤이어 야구공을 철제 배트로 내려치는듯한 소리(깡-하면서 맑게 울리는)가 났다.
놀라서 달려가보니 막내는 침대에 널부러져있었고, 백현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찡찡거리면서 방을 뒤굴뒤굴 구르고있었고,
종대는 두손으로 기름에 쩐 후라이팬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무슨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막내가 하도 신기하게 자길래 둘이서 밀착취재하듯이 밀착해서 막내 얼굴을 보고있었단다.
그리고 막내가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백현이는 피할틈도 없이 머리박치기를 했고, 종대는 저도 모르게 후라이팬으로 막내를 후려쳤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종대 저거 진심을 다해서 후려친것처럼 보이는데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으니 꼬투리잡기도 뭐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막내가 아직도 안 일어 난다. 곧 스케줄 나가봐야하는데.
어쩔 수 없이 막내가 다니는 학교에 몸이 안 좋아 결석처리 부탁한다고 전화를 넣어놓고 급하게 메모를 휘갈기고 집을 나섰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무엇인가 쎄한 느낌에 눈을떠서 시계를보니 벌써 12시를 가리키고있었다.
헐 학교. 주옥됬다 시발. 지각이면 학교 운동장 5바퀴를 돌아야하는 학교의 전통에 안돼!라며 벌떡일어나니
갑자기 피가 쏠리면서 덮쳐오는 아릿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와중에 눈에 영롱한 노란색이 비쳐 앞쪽 벽을 봤더니 노란색 포스트잇이 나부끼고 있었다.
누구야 내 포스트잇. 내가 그렇게 쓰지 말라고해도 내 말은 귓등밖으로 알아 쳐먹네 씨발.
시간이지나면서 완화된 두통에 침대에서 일어나 성큼성큼걸어가서 포스트잇을 홱 낚아챘다.
'ㅇㅇ아 민석이 오빠야. 백현이랑 종대가 아침에 깨우러들어갔다가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후려치는 바람에 침대에 널부러져 있더라고.
우리 스케줄 갈 시간까지 안 일어나길래 편지 하나 남겨놓는다.
밥은 차려놨으니까 데워먹고 학교는 준면이가 전화해서 하루 결석처리 해달라고 말해뒀어.
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지말고 백현이랑 종대한테 전화하고. 그럼 푹 쉬어'
남자치고는 머스트 해브하고싶은 손글씨가 적혀있었다. 와 감동.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배에서 울리는 배꼽시계 때문에 곧장 방을 나서서 식탁에 앉았다.
밥을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돼지수육 드립부터 시작해서 기름에 쩔은 후라이팬으로 내 머리를 내려쳤다는 사실이
괘씸해서 어떻게 관광을 시켜주지?하고 천천히 생각하다가 쓰러지기전에 다짐했던 '야동파일 방역'이 생각났다.
그래 님들아 오늘부로 새롭게 태어나는거야.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십분만에 후딱 해치운 아침식사를 대충 치우고 누구먼저 방역할까 고민하다 좋았어 변백현, 너로정했다.
변백현과 도경수, 김종대가 같이 쓰는 방부터 침입했다. 방역시작.
변백현 방 부터 시작해서 레이 오빠와 민석이 오빠가 쓰는 방까지 다 돌고 나오니 시간은 4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변백현과 김종대의 것들만 방역해주려고 했으나 하다보니까 재미가 들려서 12맴버들것까지 다하게 되었다.
물론 확장자 명을 바꾸기 전에 원본은 유에스비에 고스란히 담아놓고(12명걸 다 저장했더니 16기가짜리 유에스비가 꽉 찼다.쓰블)
확장자 명을 모조리 바꿨다.
물론 중국맴버들은 배려차원에서 중국어로 고쳐두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하 역시 나란여자. 배려심이 하늘을 찌를듯 하구만.
'백현아, 이렇게 모기가 많은데서 어떻게 지냈니. 너무 앵앵대길래 누나가 에프킬라 좀 뿌려봤다. 앞으로 우리 청결하게 살자?^^'
포스트잇에 대문짝만하게 적어서 컴퓨터 모니터에 턱 하니 붙여뒀다.
맴버들도 이름만 바꿔서 방역해서 청결해진 노트북 모니터에 하나씩 붙여뒀다.
내 포스트잇. 개아까워. 나중에 돈 모으면 색깔별로 살거다. 슈발.
그러고는 유유히 티비를 틀어 편안하게 드라마를 감상했다.
청결하니까 몸도 기분도 날아갈 것 같구만 이거! 그리고 우글우글 땀내에 쩔은 사내들이 집안에 들이닥쳤다.
오늘은 왠일인지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서 초고속으로 씻은뒤에 각자 방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얼레? 뭐시여? 그날이여? 매직데이? 그러면서 혼자 벙쪄있는데 각 방에서 비명소리가 퍼져나온다.
씨발!!!!!!!!!!!!!!!!누나!!!!!!!!!!!!!!누나들 어디갔어!!!!!!!!!!!!!!!!
그러고 보니 오늘 유난히도 땀내가 쩔더니만 미친듯이 연습하다가 왔구만.
연습을 하고 온 날이면 꼭 어느 하루는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번개처럼 씻고 아무말도 없이 방에 들어가
서양누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침을 흘리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 날이 바로 오늘이고.
ㅇㅇㅇ 나이스 타이밍. 통장에 빨대 꽂겠네 우리 오빠들. 라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방역당한 노트북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지 대성통곡소리가 들려오고
몇몇 오빠(라고 부르고 쓰레기라고 쓴다)들은 방에서 폭풍처럼 튀어나와서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뭐야 씨발? 이거 안놔?
"씨발!!!!!!!!!!!뭐냐 ㅇㅇㅇ? 존나 돼지 멱살 따이고 싶냐?!!!!!!!"
"놉"
"서양누나들 보려고 폴더들어갔더니 누나들 가출했잖아!!!! 니 짓이지 씹빠빠야?"
"아, 그거? 언니들이 요즘 너무 힘들어 하는것 같길래 휴가 보내줬지. 밤마다 100번도 더 넘게 돌려보느라 최근 본 동영상에 언니들 이름 쫙 올라가 있더만?
블랙리스트인줄. 알몸에 에이프런. 우리누나지만 개 꼴려. 어유 냄새"
"득츠르 쓰블는으. 만약 우리 누나들 한명이라도 안 돌아온다거나 그렇다거나 그렇다거나하면 너 존나 북한으로 휴가보내버릴거야.
씨발. 화려한 휴가 시즌 2 주인공으로 ㅇㅇㅇ 강력추천 해줄게."
"걱정은 놉. 언니들 한명당 5000원씩만 투자해주신다면 언니들 싸게싸게 불러드립죠"
시발 봉이 김선달같은 년. 화장실 변기물도 성수라고 개 뻥쳐서 5억 받고 팔 년일세.
응 내가 좀. 어휴 벌써 12시야? 잠이 오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아 그리고 언니들 비행기 값은 5000원씩 걷으려면 힘드니까 계좌로 쏴주면 서비스로 1명은 공짜로 비행기 태워서 보내드림. 그럼 다들 굿나잇.
눈을 찡긋거리면서 방문으로 잽싸게 뛰어 들어왔더니 뒤에서 길길히 날뛰는 놈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씨발!!!!!!!!!! 니 컴퓨터도 털어버릴거야!!!!!!!!!!!!!!!!
그러던지 말던지. 아, 내 컴퓨터 털때 하나만 알아둬. 난 너님들처럼 그렇게 원본만을 저장해놓지 않아요. 나에겐 엔드라이브가 있다고.
낄낄 웃으면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까지덮고 기분 좋게 자려고했더니 핸드폰이 울린다.
아 뭐야. 누가 이 오밤중에 문자질이야? 확 얼굴을 문자질 해버릴라. 핸드폰을 켜서 메세지를 확인하니
'2014.XX.XX일 '김준면'님이 200,000원을 입금하셨습니다.'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문자 폭탄에
'오늘은 밤이 늦어서 언니들이 무쪄워서 못오겠데. 내일 아침에 내방으로 오셈여. 휴에스비 하나씩 들고. 선착순 1명은 특별히 방역당한거 전부 복원 시켜 드림'
라고 단체 문자를 보내놓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 숙소에서 잠든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레이 오빠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휴, 야동에 미친것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역관광 코스가 짜여지고 있었다.
오로지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12가지 풀코스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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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울어도 될까요(우럭) 첫 화 올리고나서 바고 씻고왔는데 조회수가 막막....
(말을 잇지 못함)
거기다가 첫글인데 신알신 해주신 독자님들....(감덩)
저 오늘 여러번 우럭 되는것 같아요...☆
나중에 바다가서 우럭된 저 찾으시면 인사해주기(찡긋)
2화는 1화때 보다 훨씬 더 재미없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모든분들께 사랑을 드립니다
(사랑)(사랑)x1000000000000000000000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에 나오는 모든 맴버들과 여주는 작가 본인이 임의로 결정한 캐릭터이며 실제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각각의 너희를 좋아해. 다시 돌아올거라는거 잘 알고있으니까, 그러니까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나면 다시 돌아와줘.
아무것도 안 듣고 아무것도 안 보고 너만 믿을테니까 돌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