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십사일 (부제 : 그때, 우리의 시간은 멈췄다.) 01 |
“위암 말기입니다.”
우현이 검사결과를 쭉 읽어 내리다가 뱉은 말이었다. 앞에 앉은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남자의 시선은 오직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우현이 어딜 보는 것인지 확인하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우현이 남자에게 말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앞에 앉은 남자가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감사합니다. 남자의 작고도 붉은 입술에서 나온 말이었다. 대체 뭐가 감사하단 건지. 지금 많이 해봤자 이 주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수술해봐야 가능성은 일 퍼센트도 안 되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계시는 게 낫겠네요. 남자가 입술을 혀로 몇 번 적셨다. 붉은 입술이 침 때문에 번질번질했다. 남자는 외투를 입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계세요. 남자의 목소리는 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뭐, 이 주 후면 없어질 목소리겠지만.
***
우현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것도 벌써 몇 시간째였다. 우현은 지루함을 느꼈는지 기지개를 한번 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람이라도 한번 쐬고 오겠다는 생각이었다.
“어……. 위암 말기란다.”
아까 들었던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 남자는 병원을 나온 후로 계속 벤치에 앉아있었는지 코끝이며 손이며 온통 빨겠다. 우현이 위로라도 해줄 겸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야 이 새끼야!!! 병원은 안 가고 뭐했어!!! 확실히 우현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휴대폰 안의 목소리는 컸다. 남자 역시 똑같이 생각하는지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는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좀 잠잠해졌다고 생각하는지 휴대폰을 다시 귀 옆에 붙이고는 미안하다. 한마디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자는 휴대폰 위에 손가락을 잠시 얹어놓는가 싶더니 휴대폰 액정을 몇 번 두드렸다. 또 전화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남자는 휴대폰을 벤치 위에 내려놓고는 마른 세수를 몇 번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간단하고도 짧았다. 헤어지자. 라는 말이었다. 남자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히는가 했다. 남자가 다시 전화기를 들어 올려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이번에는 그의 엄마인 모양이었다. 남자가 얼굴을 손으로 덮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을 꺼냈다. 여행 좀 다녀오려고. 한 달 정도? 조심해서 다녀올게. 남자는 몇 마디를 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 달 후면 그는 아마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을 것이다. 남자는 계속 징징-. 하고 울리는 전화기의 옆을 꾹 눌러 전원을 꺼버리곤 휴지통에 넣었다.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리고는 한참을 있었다.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남자는 우는 모양이었다. 우현이 휴지통에 손을 넣어 몇 번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남자의 휴대폰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남자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괜...찮아요?”
우현이 한참의 고민 끝에 꺼낸 말이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우현이 고개 숙인 남자의 머리를 몇 번 쓸어주었다. 이럴 때는 좀 펑펑 울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우현의 말을 끝으로 남자는 소리 내 펑펑 울었다. 우현이 남자의 등을 계속 쓸어주다 남자를 품에 안았다. 얼마 가지 않아 남자의 눈이 위치한 우현의 어깨는 흠뻑 젖어버렸다. 우현이 남자의 등을 토닥였다.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더 크게 울었고, 우현은 그저 남자를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남자가 한참을 울고는 벌게진 눈으로 우현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얼굴 보고 싶은데.”
그러자 남자가 빨개진 얼굴을 들어 올려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현은 푸흐흐. 하며 남자에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남자도 입가를 올려 호선을 그려 보였다. 아직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보고는 우현이 닦아주려 손을 들었다. 그에 남자가 놀라 살짝 움찔한 모습이 귀여운지 우현이 다시 한번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었다. 나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우현이 손가락으로 남자의 눈꼬리를 쓸었다. 그제야 남자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없어졌다.
“이름이 뭐에요?”
어, 잠깐만요. 우현이 주머니에서 울려대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어. 어. 금방 갈게. 우현이 성규에게 눈짓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뛰어갔다. 우현이 급히 뛰어가는 걸로 보아 꽤나 급했던 모양이었다. 성규가 작아지는 우현을 보려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우현이 뛰어가다 갑자기 멈추는가 싶더니 뒤를 돌아 성규에게 크게 팔을 흔들었다. 성규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팔을 들어 우현이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흔들었다. 그에 우현이 팔을 내리고는 양손을 입에 모았다.
“남우현이에요-! 내일 꼭 병원에 와요!”
크게 소리치고는 다시 뒤를 돌아 급히 사라지는 우현이었다. 성규가 앉아서 남우현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푸흐흐, 하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었다. 눈꼬리가 보기 좋게 휘어진 게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
똑똑-. 우현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려오는 소리에 말을 멈추고 문을 바라보았다. 곧 머지않아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살며시 고개만 빼꼼 내미는 성규에 우현이 살짝 미소 짓고는 입 모양으로 ‘잠깐만요.’라고 말하고는 다시 웃어 보였다. 그에 성규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았다. 우현이 환자와 이야기를 마치자 환자가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갔다. 우현이 성규를 불러오려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
‘환자’라는 명칭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명칭을 쓴 것은 우현이 성규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였다. 아무래도 어제 울던 성규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우현이 열리지 않는 문을 쳐다보았다. 들어와야 할 성규가 들어오지 않았다. 우현이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고는 주위를 살폈다. 옆을 보자 성규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우현의 커졌던 눈이 휘어지며 웃음을 지어냈다. 우현이 의사가운을 벗어 성규에게 덮어주었다. 그러자 성규가 살짝 뒤척이는가 싶더니 다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우현이 성규의 머리를 손으로 살짝 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현이 코너를 돌아 안 보이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성규의 앞에 섰다. 복도에서 앉아 자는 성규가 꽤 불편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우현이 자신의 두 손을 성규의 허리와 다리 안쪽에 넣어 성규를 안아 들었다. 우현이 문을 열 수가 없어 낑낑대고 있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문을 대신 열어주었다. 우현이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방 안의 침대에 성규를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머리를 손으로 쓸어주고는 책상에 있던 종이를 들고 일어섰다. 휴가신청서였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성규의 머리를 잔뜩 헤집어놓았다. 우현이 나가는 소리가 나자 성규가 살짝 눈을 떴다. 어제와 달리 따뜻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
나 바버....? 그런구에여? 흡 |
....ㅇ.....제가 메일링 해드린거....숲속의 안개....다각인데....흡....왜 파일이름은 '[현성] 숲속의 안개'라거..... 저 바버? 그런거에여? 쿸 힝 그래서 그런데 만약에 그럴일이 없...ㄱ...ㅔㅆ지만 배포하신다면 '[다각] 숲속의 안개'라고 바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힝 귀찮게 해드려서 죄둉해요...ㄸㄹㄹ....나 진짜 바버인가봐여.... 귀찮으시다면 다시 메일을 알려주시면 다시 메일링 해드리겠다능...^_ㅜ 죄송해여...
아무튼 헿 보고싶었어요 헿 데헷 흠 아무튼 다음편은 다음주에 올라올 예정! 아무래도...4~6시쯤에...? 아마도 그럴거에여 흐흫 우리 암호닉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