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과의 교감
W.ROOP
"감사합니다..저..실은 아직 궁금한것도 많고 좀 혼란스러워요..이제 뭘 어떡해해야될지도 모르겟고.."
"백현씨는 그냥 이전처럼만 해주세요.궁금하신점은 저한테 물어봐주시구요.아그리고 찬열이때문에 그런데"
"왜요?"
"아무래도 찬열이에 대해서 저도 모르는점도 많고 일단 친해져야 할꺼 같아서 저도 여기서 같이 지내도 될까요"
"네??아 헐 저..그 같이 이집에서 산다구요?"
"네"
"저 집도 좁고 주변에 출근하시고 힘드실것같은데"
"거실에서라도 괜찮습니다. 아무렴 밖에서 텐트라도 치겟습니다.그리고 출근은 걱정하지마세요 전 거의 사무실에서 일을 안해서"
또 종인이 생각나는순간이다.어쩌다가 저런 알수없는사람을 알게된거야 종인아.결국은 그냥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아무리 찬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지만 전적으로 찬열이만을 생각해서 처리할 일은 아니였다.아까부터 시계를 확인하던 오변호사는 이제 찬열이가 깨어날 시간이라면서 일어났다.정말로 찬열이는 깨어있었고 둘이 대화 할 시간을 부탁했다.
"난 안가"
"응,보낼 생각도 없어"
"..난 거기 가기 싫어.백현이 좋아.여기 있을래"
"내가 도와줄게.백현씨랑 여기서 계속 지낼수있게..너무 나 그렇게 보지말고,,난 널 도와주러온거야."
"그럴꺼야,그래야되."
"그럼,그렇게 되야지.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선 내가 있어야 되는데 괜찮아?"
".."
"나 나쁜 사람 아니야.꼭 너를 백현씨를 행복하게 해줄꺼야."
"...."
"정말 꼭,자 약속해"
문이 열리고 오변호사의 어깨를 자기 어깨로 빗겨치며 달려나오는 찬열이,찬열이는 나오자마자 나를 안았고,싫은데...싫은데....만 웅얼거렸다.
찬열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
"이야기는 잘 끝났어요?"
"아마?약속하자고 손가락을 내밀었는데 끝까지 안걸어주긴 하던데."
"음..."
"잘모르겟어요.그래도 반은 넘어왔어요."
"그것도 아마?"
뭘 당연할걸 하는 느낌으로 어깨를 으쓱거린 오변호사는 그럼 이제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보자며 찬열이와 나를 거실에 앉혔다.
"백현씨는 찬열이가 중고등학생정도 되보인다고 했는데,그건 때에 맞춰 적절한 영양섭취가 없어서 그래요.지금은 한 21살정도?출생신고가 아예 안되어 있는건 아니에요.간단한 예방접종도 되어있구요..다만 5살때이후로는 정보가 크게 없어요.이유는 아시죠?"
"이제부터 찬열이라는 이름으로 지낼수 있게 법적 절차를 밟을꺼에요.원래 성을 따서 박찬열이라는 이름으로요.원래 고아로 되어있어서..지금은 법적대리인이 고아원 원장으로 되어있는데 그걸 백현씨로도 바꿀꺼에요."
"입양까진 아니여도 백현씨가 법적대리인으로써 잘 할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재판을 받을꺼에요.뭐 심각한것도 아니고 무거운것도 아니니 걱정말고요.위증만 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을거에요"
위증은 안할자신이 있다.내가 찬열이를 언제까지 얼마나 책임질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아니면 다른곳에 보내고 싶지 않다.찬열이도 그러는 눈치였고
"아,찬열이가 사람들을 무서워하는것같던데.."
"무섭다기 보단 그냥 익숙하지않은것 뿐이에요.10년넘게 동물과 지냈을테니까요"
찬열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눈을 마주쳤다.말이 어려워 무슨소리인지는 잘 모르는것같았으나,자신의 이야기인것은 알고 있는것같았다.그리고 약간 상처받은 눈빛이였다.내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있는것 알았나보다.
"괜찮아...정말로"
더욱 세게 손을 붙잡았다. 이내 찬열이는 큰 몸을 구겨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였다.
"조금씩 조금씩 사람을 만나다 보면,나중엔 좀 더 큰 사회로도 나갈수있을겁니다."
"그럼 학교같은걸 보내야 되나요?"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지적능력은 낮지만 정신연령은 낮은편이 아니에요.생각하는데로 표현만 못할뿐이지..학교는 적응하기 힘들껍니다.대안학교같은곳을 보낼까도 생각해봤는데 아직은 그럴때가 아닌것같아요."
"제가 가리치는 부분에선 한계가 있다보니.."
"아니요.충분합니다.백현씨 잘 하고 있고 잘 할수 있어요."
정말 잘하고 있는거 맞을까,걱정이 앞섰지만 그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오변호사말을 믿기로,내가 정말 잘하고 있다고 하면 잘하고 있는것겟지.오변호사는 그럼 아까 같이 살겟다고 했던것에 대해 생각보도록하고 나중에 또 찾아오겟다고 했다.
어쩌지..작은 시골 분교에라도 보낼까 했는데 그것도 영 아닌듯 싶었다.사람에 많이 익숙해져야할텐데.
"백현...저 사람 싫어"
"왜 싫어..좋은분이야"
"막 나쁘다고,,좋아하지마"
"아니,그래도.."
"안된다.백현 안된다?"
뭐가 안된다는건지,푸스스 귀여워져 머리속에 손을 넣어 잔뜩 헝크러주고 예쁜이마에 쪽소리가 나게 뽀뽀도 해줬다.그걸로는 만족이 안되는지 이제는 내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는 나올생각을 안한다.뭐라뭐라 웅얼거리는데 코끝이랑 숨소리때문에 간질간질해져서 약간 밀어내려고 하자,절대 안된다는듯 고개를 번쩍들고는 내 허리에 제 팔을 감싸안아 나를 자기 허벅지 위에 앉힌 자세가 되었다.
"더해줘"
"뭐하는거야..내려줘"
"쓰읍,빨리!뽀뽀뽀"
쓰읍이라니,나 지금 다그침당한거?찬열이한테? 허 하고 당황스러웠지만 결국은 어쩔수없이 나는 지고 만다.오변호사가 가고 나서인지 투정이 짙어진 찬열이는 내가 할듯말듯 망설이듯 있으니,결국 먼저 입을 맞춘다.엥 입을?
"..?..!..찬열ㅇ..!"
"안돼"
입술을 한껏 빠는 찬열이가 결국 혀로 윗입술 안쪽 핥아올리자 놀란 나는 가슴팍을 밀어내려했지만 입이 떨어지자 마자 안된다며 다시 입술을 맞춰온 찬열이때문에 또 허리를 더욱 감싸안는 찬열이때문에 내 엉덩이 아래 약간 기립한듯한 찬열이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애정을 갈구하듯,더 사랑해달라며 자기만 보라는듯 다급했던 찬열이는 혀를 내세우며 입천장과 치아안쪽을 훑어내려더니 코,눈,귀 그리고 목, 더 내려가서 쇄골,,아 잠깐만 나 좀 위험한것 같은데..?
내 젖꼭지까지 핥아내려는 찬열이의 얼굴을 붙잡고 공격적으로 뽀뽀를 했다.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위험신호를 감지해서 일까.내가 립스틱을 발랐더라면 찬열이 얼굴을 립스틱 색깔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과장이 조금 더한 상상을 하곤 한번 꼭 안아주고 괜찮아괜찮아하고 다독인뒤 화장실로 급히 뛰어갔다.
내려다본 나의 앞섬은 정말 믿을수없게도 커져있었다.찬열이때문에.스킨쉽을 먼저 한것은 에초에 저였음에도 결국 휘둘리는것은 저였다.언젠가부터 진득한 스킨쉽에 이런일 조금씩 있었는데 오늘처럼 진득했던적이 있었나.제것을 가라앉히고 밖으로 나와서 냉장고를 열었다.장을 본지 언제 였는지 가물가물한것처럼 냉장고도 썰렁했다.
또 제옆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쪼르르 달려와 내 뒤에서 안은 찬열이에게 말했다.
"찬열아, 우리 외식할까?"
* * *
찬열이를 데리고 나온 첫 외출이다.이제껏 집,마당,뒷산 정도 였던 활동 범위에서 꽤 멀리 나가게 된것이라 옷도 좀 신경써서 입혔고,머리도 드라이 해줬다.밖에 나갈일이 없어서 옷도 신발도 다 제대로 된것이 없다. 나간김에 괜찮다면 사야겟다.나도 꽤나 신경써서 입었고 출발하기전에 종인에게 연락해서 같이 저녁이나 하자고 했다.흔쾌히 허락해준 종인에게 좀 있다가 만나자고한뒤 찬열이를 데리고 차에 탔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아니 차를 본 순간부터 우와,와,하면 신기하고 경의로움에 가득찬 찬열이는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우와!휙휙 슝슝슝!찬열이 보다 빨라!"
난리가 난 찬열이 결국 사람이 많은곳에 도착하자 조금은 얌전해진듯 싶었다.
사람이 많은 도시로 들어오자 찬열이는 짱짱 빠르다며 난리치던 모습에서 오오..하며 신기로움만 남은듯햇다.
"조니니형 닮은 사람들 되게 많아"
"왜?"
"까매"
컴퓨터에서라면 'ㅋ'으로 도배를 하고 싶었다.핸들을 잡고 결국 부들거리다 빵터진 나는 나중에 꼭 종인이에게 이 얘기를 말해주리라 다짐했다.오변호사난 이씽이처럼 하얀 사람보다가 종인이처럼 가만사람들을 보니 신기한가보다.
차를 타고 제일 먼저 온곳은 내가 이전에 살던집이였다.집은 이사를 했지만 혹시나 하는생각-혹시 전원주택생활이 안맞으면 어쩌나-때문에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곳이였다.가끔 부모님이 찾아오기도 했는데,이사를 간뒤로는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다.오늘은 좀 무리일것같고 나중에 꼭 인사드리러 가야겟다.
일단 옷을 사기로 했다.병원에도 가야했지만 아직 오변호사가 정리를 해주지 않은 상태라 일단 옷이랑 신발을 사기로 했다.사람 많은곳은 아직 무서워-익숙해하지않았지만-했지만 내가 있으면 꼭 그런것같지도 않아서 시내는 아니더라도 집주변 꽤 예쁜 남성복매장에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점원의 친절한목소리와 함께 잔뜩 움츠어든 찬열이가 신경쓰였지만 잡은 손을 더욱 세게 붙잡아주니 금방 풀리는것도 같았다.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점원에 저희가 알아서 구경하겟다고 말했다.나중에 필요하시면 불러달라는 점원이 간뒤,이것저것 찬열이한테 다 대보았다.
"찬열아,이거 어때?이건?"
"이것도 이쁘다.어?와 이거 완전 예쁘다"
"찬열아,이건?이것보다 이게 더 이쁘지?"
"아맞다 찬열이 신발도 사야되는데?"
지나가는 옷마다 이쁘다며 이것도 저것도 다 고른 나는 결국 신발도 고르고 미용실에도 가서 머리도 잘랐다.예쁘게 머리를 자른 조금 지친구석이 보였지만,간만에 쇼핑에 즐거워진 나는 신경쓰지않았다.예쁜 스키니 핏 바지에 단가라티 그리고 비비디한 색상에 심플한 디자인 신발을 신겨놓고 머리까지 자린 찬열이는 여고생들이 입닳게 말하는 훈대딩이였다.괜히 나까지 두근두근 거리고 설레는 기분에 종인에게 늘 먹는 곳에서 만나자고 연락한뒤 차에 올랐다.
뒤좌석은 쇼핑백으로 가득찼다.정말 뒷좌석이 안보일정도 쇼핑백으로만 가득.옆좌석에 앉은 찬열이는 하루종일 사람많은곳에서 사람들에도 치이고 나한테도 치여서 꽤나 지친듯싶었다.아까 오변호사때문에 잠깐 기절한뒤로 아니 아예 일어나서부터 아무것도 못먹인 터라 배도 많이 고파보였다.찬열이를 데리고 간곳은 종인이와 내가 자주간 회사근처 일식집인데.맛이 좋은편에 비해 구석에 있는터라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였다. 칸막이가 되있어서 커플들이 자주 오는곳이기도 했다.
"이야 찬열이 완전 멋있어졌네!"
종인은 찬열이를 보자 마자 나는 있는지 없는지 찬열이만 챙기기 바빳다.그래 이만큼 멋있는데 내가 보이겟니.체념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았다.늘 먹는 코스정식을 시키곤 종인과 마주앉았다.당연히 찬열이는 내옆에
"근데 찬열이는 왜 이렇게 지쳤어?"
"백현이 오늘 짱짱이였어"
"엥,나 짱짱이야?"
"응,백현이 오늘 달렸어.뒤도 안보고"
"아.."
제대로 삐진듯 싶었다.그래..내가 오늘 좀 달렸지..몇개월만인지 모르겟다..ㅎ
그래도 금방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찬열이도 알거라 믿었다. 몇시간동안 쇼핑한면서 자기것만 산것을.내새끼 이쁘게 하려는 마음에 그만 ㅎ
"그러게 좀 쉬여가며 하지 그랬냐"
"찬열아,미안..ㅎ"
"대써!"
아 귀여워.또 얼굴을 잡고 이마에 뽀뽀를 해줬다.뽀뽀하면서 아까전에 망측한 순간이 떠올랐지만 애써 지워버렸다.찬열이는 뽀뽀를 해줘서 그런가 왠지 조금 풀린 표정이였고 이런 우리둘을 이상하게 쳐다보는건 종인이였다.
"너네 사귀냐?"
"뭐래"
"근데 얼굴은 왜 빨개져"
"사귀는게 뭐야?"
"찬열이 너랑 백현이 처럼 물고 빠는 사이를 사귄다고 해"
"야!설명하고는.."
혀를 차며 종인을 쳐다봤다.
"오,맞아 나는 백현이랑 사귀는거야"
"아,,찬열아,,"
"왜?아까도 물고 빨았잖아?"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했지.어휘력이 점차 늘어가는 찬열이한테 당하는건 이제 제쪽이였다.
"오호..아까도 물고 빨으셨어?어딜 그렇게 물고 빨았을까?"
"아오..아니거든??"
"맞잖아,우리 아까도 물고 빨았다?"
"이야-우리 찬열이 다컷네 물고빨줄도 알고? 언제 한번 새로운세계를 보여줘야겟는걸?"
"새로운세계?"
"응,좋은거야"
저 미친것들.예쁜찬열이까지 미치게 만든것 같은 저 미친 김종인.뭐?새로운세계?그런걸 왜 보여줘;;얼굴이 벌게져선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렷다.
"야야!그만들해!뭐하는거야 지금 "
결국 둘을 제지해버리고 나온음식을 먹었다.찬열이 처음먹어보는 음식에 맛있다며 기분좋게 잘 먹었다.그리고 나온 종인은 찬열이의 귀에다가 귓속말을 했다.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진거야.내가 앞에 있는데 귓속말을 하다니
종인과 인사한뒤 차에 올라탔다.
"백현"
"응?"
"오늘 신세계를 보여줄래?"
아오 김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