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1 (부제:차마 그 말은 못해도)
"...."
"...."
"...."
미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정말..ㅠㅠㅠ
우리 지금 소문이 더 이상하게 날까봐 같은 반애들 눈피해서 셋이서 카톡으로 얘기중임
와 진짜 바로 앞에있는데 카톡으로 얘기함...ㅋ..ㅋ.ㅋㅋ....ㅋ..
카톡..뭐 별내용은 아니고, 애들 눈치보여서 말도 못하고 이게뭐냐,김여주 니 뭔짓했냐,소문낸 새끼를 찾자....뭐 그런 내용임..ㅋㅋ
책상아래에 핸드폰을 두고 그렇게 카톡에 열중하는데 옆에서 또각-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진 샤프심이 내 책위로 떨어짐.
지은이가 필기하다가 샤프심이 부러진것같았음. 무심코 옆을 봤는데 날 보고 있던 지은이랑 눈이 마주침.
나도 놀랐지만, 지은이도 꽤나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입술을 꼭 깨물면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음.
그리고 다시 내게 눈길한번안주고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임.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무심한 지은이의 모습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음.
"하아..."
이제 마지막 교시니까.이번만 참자..
핸드폰을 교복치마 위에 조용히 올려두고 나 역시 책으로 눈을 돌렸음.
종례가 끝난뒤, 김종대는 내 주변에 서서 쭈뼛거렸음.
"가."
내가 입모양으로만 김종대에게 말하며 눈치를 주자 김종대는 "진짜 가?"하면서 똑같이 입모양으로만 얘기했음.
"진짜 가라고;;그 소문에 너까지 끼면 나 존나 자살할거야;;;;"
혼잣말하듯 작게 속삭이는 내 말을 용케도 듣고, 종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가려는데..
왜 나가질 못하니...;;나가려는 것처럼 가방을 챙겨들고 뒷문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발에 본드가 붙었나 뒷문에 서서 나를 노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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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010-8888-8888
뭐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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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010-2222-2222
니 나가는거 보고 갈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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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ㅋㅋㅋ친구라고 걱정하는거야?;
김종대 문자를 한번 봤다가 진짜 뒷문에 서서 날 감시?하는 김종대를 한번보는데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건지.
실실 웃으면서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걸쳤음.
직접 종대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고맙다고 생각했음. 진짜 오늘 처음 학교 와서 웃은거임..ㅠㅠㅠ
내가 반을 나가는 거까지 보고는 종대는 1반으로 발길을 돌렸음.
1반..변백현이랑 박찬열은 오늘 좀 늦게 끝나나....
1반앞에 다른 반애들이 같이가려고 기다리는 게 보였음.
평소같았으면 김종대랑 1반 앞에서 장난치면서 애들 기다렸을텐데...ㅠㅠ
"...에휴.."
아 개우울...ㅋ.....
오랜만에 집에 혼자가는거같네..루한오빠는 옥상에서 싸우고나서 연락도 없고...ㅎ....개짜증난다...ㅎ..
혼자 짜증+우울하게 하교하는데, 후문쪽을 통해서 나가는데 뒤에서 여자애들이 수군거리는게 들리는게 아니겠음?
"야 쟤가 김여주."
"헐 쟤야?헐;;미쳤다 존나 더러워"
"루한선배랑 사귄다고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음..;;더럽다 진짜ㅋㅋ"
와 진짜 말을 저렇게 하냐...;;맘같아서는 저년들 머리끄댕이를 잡고 돌리다가 싸대기를 졸라 쳐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음..나 쭈구리....ㅎ..
그리고 오늘 몇시간동안 생각한건데. 쟤네한테 가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음. 왜냐면 어차피 나만 진실하면 되는거니까.
나중에라도 그 소문이 아니란거 밝혀지면 쟤네도 알거아님.내가 그런애가 아니란걸..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만서도 솔직히 신경쓰이는건 어쩔 수 없나봄.
괜히 또 울컥해가지고 걸음을 더 빨리했음.ㅠㅠ
"미친년 뛰는거봐ㅋㅋ저게 뛰는거냐?ㅋㅋㅋ야 이거?ㅋㅋㅋㅋ"
"헐ㅋㅋㅋㅋ진짜 할거야?ㅋㅋ"
뒤에 따라오던 애들이 쑥덕거리는게 심해지더니 한 애가 내쪽으로 뛰어오는게 느껴졌음.
뭔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촤악-
"꺄악!!!!!"
머리 위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에, 참았던 소리를 질렀음.
덕분에 하굣길은 난장판이 되었음. 지나가던 애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그 중 몇몇은 핸드폰을 들어 카메라로 날 찍는 사람도 있었음.
수치심과 억울함에 내가 비명을 빽빽질러대는데도 물뿌린 여자애랑 그 무리는 양심도 없는지 쳐웃으면서 그대로 도망쳐버렸음.
..와....진짜 너무한다......
물을 맞은데다가 저녁이라 좀 쌀쌀해서 그런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렸음.
잠시 멈춰서서 근처 건물 안에 들어갔음.
그리고 가방을 열어 마른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과 팔,다리를 대충 닦았음.하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음.
"..하...."
이게 뭐야 정말...집에가서 엄마가 나보면 뭐라고 하겠어..
걱정하면서 휴지로 머리카락에 있는 물기까지 대충 닦아냈음.
그렇게 여전히 젖은채로 조금은 늦게 버스에 올라탔음.
사람들이 쳐다보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고개를 푹 수그렸음.
그런데 막 버스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이 울리는 거임.
솔직히 울고 난뒤라 목이 메일거같아서 받을까 말까 고민했음.손가락이 수신 버튼에 닿을락 말락..
근데 지금 누구든...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그게 안된다면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음.
"...여보세요...."
"집 가고 있어?"
"..응..."
"..울어..?"
"..아니.."
"...뚝해.."
"..뭐래...나 진짜 안운다니까..."
...
"거짓말 좀 치지마."
"어?"
가까이서 들리는 변백현의 음성에 왼쪽 오른쪽을 둘러보는데.
내 젖은 머리 위로 커다란 손이 얹혀지는게 느껴짐.
"야..너 언제부터..."
"너 타기 전부터?"
넌...왜 항상 내가 사람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나타나주는거야?
"머리는 왜 또 이렇게 젖었냐."
픽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변백현의 모습에 볼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다녀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내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젖은교복을 벗고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음.
한참동안 샤워를 한 후에 노곤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大자로 누웠음.
아...편하다..창문을 열어 놓고 있는데 바람이 솔솔 부는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거 같았음.
이렇게 좋은데...이렇게 평소와 똑같은데..
오늘,학교에서 있었던일. 하교하면서 있었던 일.
자고 일어나면 다 꿈이였으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데.
도저히 학교에 퍼진 그 헛소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거임.
"..내일 학교 가기 싫다..."
"아휴 이런생각해봤자 뭐해.."
벌떡 일어나서 젖은 머리를 터는데 방 문이 벌컥 열림.
"김여주!"
"뭐"
"..어우...야 미안..."
"뭔데 또;;;;할말있음 들어와라;;"
내 말에 변백현은 'ㅅ'이런표정을 짓더니 쯉쯉거리며 들어와서 방문을 소리 안나게 닫음.
아까 버스타고 같이 가다가 변백현이 우리집에 가야겠다며 어거지로 같이 옴..ㅅㅂ...
소문 더 이상하게 날까봐 존나 버스내리고서도 근처에 우리 학교 교복입은 애들 있으면 조나 피해서 왓음...;;난 또 내가 007작전하는줄ㅋ
"할말뭔데"
여전히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변백현에게 물었음.
뭐 할말있는거 같은데. 망설이는것 같았음.
"..오늘...힘들었지."
변백현의 말에 젖은 머리를 털던 손동작을 멈췄음.
"미안해. 못도와줘서."
"..니가 뭐가 미안해...."
"사실 애들한테 니 얘기 듣고 니 도와줄라했었는데,
그런데, 상황보니까 괜히 나섰다가 너만 더 난감해질거같더라.그래서....병신같이 못도와줬어."
"...됐어,니 마음 알아..아까 손가락 그거도..."
"...기억해?ㅋㅋ"
"당연하지 병신아ㅋㅋ"
그걸 어떻게 까먹냐.
너랑 나랑 어렸을때 맨날 하던 건데.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어디 같이 다닐때마다 맨날 새끼손가락만 잡고 다녔는데.
"그래서 운거야?옛날생각나서?ㅋㅋ"
"작작해라 개새끼야;;누나 지금 심적으로 힘들다..;;;"
"걱정마라.오빠가 소문낸새끼 잡아다가 패줄게!!!나 합기도 배웠던거 알지?ㅋㅋㅋ"
헐 유단자가 사람패면 감방가는데;;;;이거 안알랴줘야지;;감방가라;;;;;ㅋㅋㅋ
근데 솔직히 말이라도 고맙잖음...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걔 말에 절로 웃음이 났음ㅋㅋ
변백현의 허세발언에 내가 베게에 얼굴을 파묻으며 킥킥대며 웃자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변백현도 씩 웃더니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며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함.
"근데 나도 모르겠어."
"...뭐가?"
"내일 또 애들이 너한테 뭔 짓하면, 참을 수 있을지."
"..."
"너한테 물뿌리고,욕하는거. 다 나한테 하는 거같아.그래서 내일은 정말 못 참을지도 몰라.아까도 되게 화났었어 나."
"야..그래도 참아야지...안그럼 또 욕할껄 내가 니 꼬셨다구..."
"그럼 또 내가 욕한애들 혼내줄게"
이 새끼가 장난하나...ㅎ..뫼비우스의 띠냐능...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변백현 다리를 베고 누웠음.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나 자는동안 지구가 갑자기 망했으면 좋겠어.."
"까부네."
야 난 상상도 못하냐!!ㅅㅂ...목까지 차오른 이 말을 간신히 삼키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음.
아 진짜 오늘 피곤해서 싸우기도 지친다...
.....
"자냐?"
"..."
"..진짜 자?"
...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