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뒤질것같았다. 아니 이미 나 뒤진거아니야? 시계를 보니 7시가 거의 다 됐다. 미친.. 몇시간동안 그지랄을 한거야? 아주 다 닳겠다. 처음부터 이렇다고 말해주든가 출근과 동시에 물고 빨기 시작해서 퇴근시간은 지켜준다는 나재민의 말에 피식 거리며 몇시간도 못갈 새끼가 나댄다고 개무시를 하며 쌍욕을 했었는데 정말 손하나 까딱 못하게 만들어 놨다. 이모양으로 만들어놓고 아무렇지 않게 나를 안아들어 오늘은 잘곳 구할 힘도 없어보이니 자기집에 가서 자자는데 진짜 자존심 상해서 가기싫다고 발버둥을 치고싶지만 지금 내 몸이 내것이 아닌듯한 상태이상에 걸려 그저 나재민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부들부들 핵부들거리고 있다. “ 재수없어. 시발..” “ 응? 이름아 뭐라고 했어?” “ 아니, 뭐라고 안했는데 시발롬아?” “ 하핰ㅋ! 아까는 욕 안하더니. 다시하네?” “ 잠깐 참아준거야. 분위기깰까봐!!” “ 잠깐? 우리 잠깐했나?” “ 엌;;;; 웃지마, 진짜 재수없어졌어;;” “ 뭐야, 아깐 밑에서 봐도 예쁘다며?” “ .....입닫고 가자..” “ 이름아 나 뽀뽀하고싶은데, 해도 돼?” “ 물어보지말고, 그냥해.” 사장실 문 앞에 서서 얼굴만 살짝 내려 두어번 쪽쪽 대더니 난데없이 내 얼굴에 대고 한숨을 포옥 쉰다. 가만히 있다가 남의 한숨을 맞은 내가 인상을 팍 쓰고 눈을 흘기자 이번에는 눈에 대고 쪽쪽 하는 것이다. 사장실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나재민의 차에 오를 때까지 나재민은 왜인지 시무룩 해 보였다. 내 쪽으로 몸을 굽혀 안전벨트를 매 주는데 왜 기분이 안좋아보이냐고 묻기 민망해서 (별로 그럴사이는 아니니까) 위로랍시고 가까이에 있는 나재민의 이마에 내 이마를 톡 부딪혔다. 궁금한데 말로 위로하거나 해본적이 없어 오히려 기분을 더 상하게 해버릴 것 같아 그런것도 있다. “ 뭐야아..?” “ 걍, 표정좀 피라고. 죽빵 날리고싶은데 힘이 없어서 그건 못하겠으니, 이마로 때린거야.” “ 푸흐흐.. 기분 안 좋아 보여서, 위로해 주는거야?” “ 뭐래.. 내가 왜.. 아무 사이도 아닌데.” “ 치.. 나 지금 그것때문에 시무룩 한 건데..” “ 뭐, 아무사이 아닌거?” “ 응.. 난 이름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버렸는데, 너는 계약기간 끝나면 도망갈 것 같아..” “ 단시간에 나를 그정도로 파악하다니, 괜히 S급이 아니여~” “ 야, 위로해 줄 거면 말로만 이라도 아니라고해라.” “ 괜히 기대하게 만들어서, 정떼기 힘들어 지는 것 보다 확실한게 좋지 뭐. 우리가 각인 할 사이도 아닌데 그치?” “ 난 하고싶은데, 넌 아닌 것 같네.” “ 난 묶여있는게 죽기보다 싫으니까, 너를 뭐 엄청 좋아하면 모를까. 우린 그거자나 비즈니스~ 알지?” “ 나 좋아하게 되면? 그럼 달라지나?” “ 모르지 나야, 나 누구 좋아해본 적 없어.” “ 헐 대박, 그럼 내가 첫사랑 자리에 앉는거네?” “ 저기요? 나사장님 저 당신 아직 좋아하거나 그런거 아닌데요?” “ 아직이래, 으유! 귀여웡~ 압박하니까 눈 피하는거 봐.” “ ......출발해 새끼야..” “ 큰일났네, 욕하는 것도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어..” “ .........조용히 가자.” 응, 그래 또 당했다. 이새끼 연기학원 다니거나 그랬나? 시무룩 했던것도 다 연기아녀? 남의 안전벨트 붙잡고 코앞에서 사람을 압박해? 아주 인성 건장한새끼. 무슨 말을 하면 나재민이 또 놀리려고 들까봐 아무 말도없이 눈을 감고 있으니 어느세 차가 멈췄고 나재민이 눈앞으로 손을 휘적거리는게 느껴졌다. 아무 반응이 없자. 나재민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고 내쪽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나를 다시 안아올렸다. 아주 유용한 이동수단이구만 나재민쓰 힘들기도 하고 걷기도 귀찮아서 자는척 몸에 힘을빼고 기대있는데 이새끼가 나 자는 척 하는거 알고있는건지 갑자기 얼굴에 대고 바람을 후~ 부는 것 이다. “ 흐즈므르..” “ 그러게 왜 자는척해, 나 심심한데.” “ 걷기 귀찮아서 이새끼야...” “ 못 걷는 거겠지.” “ 입닥쳐.” “ ㅎ헤헤, 왜 이렇게 괴롭히고싶냐.” “ ...뭐야 인성뭐야..” 눈을 뜬김에 여기가 어디인고 살펴보니 그냥 엘리베이터 안 이었다. 갑자기 엘베에서 마인드컨드롤 한답시고 눈감고 기대있던거 생각나네 허세 미친 흑역사다. 뭐 어지간히 좋은집에 살겠지 싶은건 있었는데 이새끼는 정상층 빠순이인가 건물 맨 위층의 펜트하우스에 내렸다. 크흐... 집 조타 그냥; 정상층 빠수니에게 박수를 쫘쫘! 여기 눌러 앉고싶네 아주.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참 기깔난다 싶은 집이었다. 내부도 심플하고 고급스러웠고 무엇보다 존나게넓었다. 바닥에 누워 오십바퀴를 뒹굴어도 벽에 닿지 않을 것 같은 그런느낌
나재민은 눈을 빛내며 두리번 거리는 나를 보고는 맘에들면 나랑 살아주던지 같은 오글거리는 말을 뱉으며 식탁 의자에 나를 앉혀주었다. 뒤지게 노느라 한 끼도 안 묵었거든 나재민이 귀찮으니 대충 만들겠다던 말은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삽십분이 넘어가도록 요리를하더니 왠 미역국을 내왔다. 메뉴 초이스 무엇? 하는 얼굴로 나재민을 보자 싱글능글 웃음을 지으며 턱을 괴고 있기에 억지로 궁금함을 참으며 미역국을 먹었다. 저새끼 저거 왜 미역국 했냐고 물어보면 백타 장난친다. 멘트 준비했어 존나무서워 근데 이새끼가 암말없이 미역국을 비웠는데도 계속 저 지랄맞은 상태인 것이다. 물론 예뻐서 보기 안좋은건 아닌데.. 아니 그냥 보면알아. 이 묘한 압박감. 뱀이 목을 졸라오는 듯한 뭐 암튼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계속 고개를 처박고있다가 이렇게 있다가는 내일 출근할때까지 이지랄 일 것 같아서 고개를 들고 나재민에게 나 졸려 자자 했다. 나재민은 바람빠진 웃음소리를 내더니 놀러 온 기념으로 같이 자자며 나를 휙 들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나를 앉혔다. “ 야. 나 걸을수 있으.. 있을껄? 자꾸 안아버릇 하지마 존나편해서 계속 못 걷는 척 할거같아.” “ 그런 척 해 그럼, 나도 모르는 척 안아줄게.” “ 진짜 미친, 그런 소름돋는 멘트는 어디서 나오냐;” “ 흨ㅋ흨ㅌ.. 소름돋는다니 재미니 쪼굼 상처..” “ ........? 뭐,.. 뭐한.. 뭐하는거여? 어우 놀래라.” “ 너는 무슨 리액션이라도 전공했냐 왜 이렇게 재미있지?” “ 니가 미친짓을 한다고는 생각 안하냐?” “ 나 누구한테 이렇게 대한적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 됐어, 나 씻을래 찝찝해.” “ 내가 찝찝해? 본인 앞에서 너무하는거 아니야?” “ 아니;;; 그냥 씻고싶다는 말 이었다고.;;” “ 아 구랭? 그럼 같이 씻자.” “ 미친새끼, 오늘은 더이상 너랑 몸까고 있기 싫구나. 꺼지렴.” “ ....췌.” 은근슬쩍 화장실로 들어오려던 나재민을 막아내고 깔끔하게 몸을 씻은채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귀찮으니까 물만 털고 자버려야지 얼마전 숏컷으로 머리를 자르길 잘 했다. 개편해 슈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침대에 대각선으로 풀썩 뛰어드니 노곤노곤 한게 금새 잠이 들 것 같았다. 거의 잠들기 직전 상태로 눈이 감길랑 말랑 하는데 나재민의 발 소리가 들렸다. ‘왔네, 쟤도 침대에 누우려면 똑바로 누워야 하는데’ 하며 뭉그적 대는데 나재민이 내 옆쪽으로 살짝 걸터 앉아 허리를 주물주물 하는 것 이다. “ 됐어, 뭔 마사지를. 빨리자자..” “ 먼저 자~ 나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 아웅.. 지짜.. 신경쓰ㅇ.........” “ 뭐야? 자? 뭐가 이렇게 빨라? 애기도 아니고 진짴ㅋㅋㅋㅋㅋㅋ” “ 응ㅇㅁ.....” “ 아.. 응, 자자~ 나 조용히 할게.” 다음날 아침 나재민이 출근 준비를 끝냈을 때 까지 그냥 죽은사람처럼 잤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나는 평소에 얼마나 쌓였으면 이럴까 싶을정도로 달려들던 그 날의 나재민과 겉만 똑같은 로봇이라도 앉혀 놨나 라는 생각중이다. 왜냐면 다시 손만 잡고있기 시작했거든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부딪혀 올 줄 알았는데 능글거리는 말투와 가끔 하는 야살스런 농담을 제외하고는 스킨쉽이 그저 손잡기 밖에 없는것이다. 첫날에는 내 몸 생각해서 저러나 싶었다. 삼일쯤 되니 이새끼가 밀당하나 생각했고 일주일이 다 되니 비즈니스라는 말에 상심해서 시위하나? 뭐하자는거지 저새끼? 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와중에 작은 변화라고는 손깍지를 하고 가끔 내 손으로 장난을 치는것과 계약기간동안 나재민의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는 것 뿐 마침 주말이기도 하고 계약기간도 한달이 지나고있으니 계약 재 조정을 핑계로 나재민을 떠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 결심했어 하며 나재민의 손을 팍 들어올리니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며 ‘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한다.
아무 말 없이 씩 웃으며 도리질을 하니 맞잡은 손을 내려 내 볼을 톡 친다. “ 왜 애취급이야. 좆만한게.” “ 칭찬 고마워~” “ 칭찬 아닌데? 뭐야 이새끼.” “ 내가 좀 크지? 고생좀 하더니 칭찬도 할줄알고. 다컸네 이름이?” “ 아.. 시발 미친놈... 진짜싫다.” “ 좋아 죽던ㄷ..” “ 일해 재민아. 바쁜데 노닥거릴 시간이 어디있니. 응?” 입을막아 버리자 손 바닥에 쪽 하고 떨어진다. 별.. 진짜. 어느새 퇴근시간, 대충 정리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재민이 씻고 온다며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테라스에 음료 두 잔을 셋팅하고 후다닥 계약서를 챙겨 화장실 앞에 앉았다. 아빠다리를 하고 팔짱을 낀채 기다리던 중 바디워시 향을 폴폴 풍기며 나재민이 나왔다. 화장실 앞에 진을 친 나를 보고 피식 웃더니 아까 생각하던거 지금 시작하는거나며 계약서를 손에 쥐어 주고는 팔밑에 손을 넣어 번쩍 일으켰다. 오 이거 편하네 나재민의 손목을 붙잡고 테라스로 나가 의자를 빼주며 ‘ 앉으세요. 나사장님~’ 하니 이건 또 무슨 컨셉이냐며 짧게 하하! 웃는다. 테이블에 계약서를 펼쳐놓고 계약사항에 추가조건을 넣고 싶은데 동의하십니까? 하자 고개를 까딱 하더니 들어나 보자 하는 얼굴로 나를 본다. 저걸 보고 무슨생각을 했냐고? 존나재수없어 사실 계약사항이고 조건이고 무슨생각을 하는지 떠보는게 내 목표라서 별 같잖은 요구사항들을 나오는대로 씨부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능글거리게 처 웃지 말기 같은거 말이다. 나재민은 요구사항 하나를 말할때마다 입을 막고 끅끅거리더니 마지막 요구사항으로 일주일에 3회 이상 ㅅ.. 암튼 그 말을 하자마자 빵 터져서는 집이 떠나가라 웃었다. 시바 눈물 훔치는거봐.. “ 아.. 너무 웃어서 배아파.. 하.. 흐흫흑흐흐..” “ .......시바..” “ 하.. 진짜 예상도 못했다. 그래 장난 그만하고.” “ ......아니 눈치좀 죽여 시발..” “ 알았어 화내지마~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 ......ㅇ..어..” “ 응? 뭔데 말을못해?” “ 아니, 갑자기 존나 자존심 상해가지고.” “ 자존심이 왜....?” “ 아냐 걍 술먹고싶다고 말 할라그랬어.” “ 으이구, 진짜. 거짓말하기는.” “ ......닥쳐 난 술먹을거야. 넌자!” “ 같이 마시지 뭐, 간단하게 와인 한잔 할까?” “ 와인같은 소리하네, 소주마실거야.” 눈치 빠른 나재민 덕에 떠보는건 둘째치고 쪽팔려서 술이나 마시고싶었다. 테라스에서 계약서와 음료 잔을 들고 주방으로 쾅쾅거리며 걸어가니 나재민이 발 다친다며 쪼르르 따라 들어온다. 누가 쾅쾅 걷는걸로 발이 다치냐 병신 그래 소주.. 소주마시고싶었는ㄷㅔ.. 이 드러운(부러운) 부자놈팽이 새끼의 냉장고들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는건 와인.. 보드카.. 맥주.. 시발.. 그래 소주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다. 그래도 떫은건 싫은 내가 보드카 두병을 양손에 쥐고 식탁에 내려 놓으니 나재민이 술좀 하나봐? 하며 눈썹을 들썩인다. 말술 까지는 아니지만 잘마신다 새끼야 하며 잔 두개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차려놓고 보드카 뚜껑을 툭 열어 저 멀리로 던졌다. 와인은 안먹지만 와인잔은 간지나지 라는 말과함께 보드카를 콸콸 잔이 꽉 차도록 따르니 입을 모으고 눈을 샐쭉하게 뜬 채로 나를 올려다본다. 한잔, 두잔, 두잔 반. 한병을 각자 두잔 반 만에 비워내고는 새 병 뚜껑에 손을 올렸다. 막 따려던 참에 나재민이 내 손목을 탁 붙들고 인상을 팍 쓴채 그만마셔 하고 말했다. 나 이제 시작인데? 아프지 않게 잡은 손목을 살짝 돌려 빼내고는 두번째 병을 따는데, 이번에는 내 잔 위로 손을 덮어 술을 못 따르게 하는것이다. 내가 좀 마시겠다는데 왜 지랄인가 싶어서 똑같이 인상을 쓰고 처다보다가 병 채 술을 꿀꺽꿀꺽 들이키고 입을 쓱 닦았다. “ 잔 없으면, 못 마실줄 알았냐? 멍청한새키..” “ ........너 진짜 잘마셔? 그거 도수 높아. 소주 아니야.” “ 야, 나 카지노에서 돈 털려서 그렇지. 완전 거지 아니었어 나도알아.” “ 근데 거기서 술 만취해서 잃은거라며.” “ 아침부터 술 빨면서 게임한거거덩~” “ 어휴.. 그래 취하면 내가 감당해야지 뭐..” “ 아! 안취한다고!” 그렇게 약 세시간만에 술이 오를대로 올라버렸다. 괜히 잘 마신다고 떵떵거려놔서 오기로 주량보다 더 마신 것이다. 근데 저새끼는 왜 안취해? 나랑 똑같이 마셨자나 일반인 주량이 아닌ㄷ.. 아 나 저개새끼 S급 센티넬이었지.. 술을 마실때는 항상 동네 포장마차 같은데서나 마셔 버릇해서, 일반인들 주량만 생각했다. 나재민은 일반인 아닌데 좆됐다. 나 취했는데, 나 취하면 뇌 안거치고 말 막하는데.. 아.. 망했다... 곧 흑역사를 갱신하겠네.. 아무 생각도 하면 안된다.. 성이름 제발 아무생각도하지마.. 존나 머리를 비워 혼자 인상을 찌푸린채 애국가를 중얼대니 나재민이 뭐 하는거야 하며 손을 뻗어 내 볼을 감싸왔다. 흠칫 놀라 바라보았더니 걱정스런 얼굴을 한다. “ 이름아, 얼굴 빨개..” “ 응. 알아, 너 손 시원한거 보니까...” “ ......갑자기 가이딩을 왜해?” “ 아니.. 너 눈탱이 많이 맞았다매...” “ 흫흐흐.. 그런데?” “ ....계약기간... 벌써 반이나 지나갔는데.. 그 시간동안만 이라도 편하라고..” “ 나 지금 편하고 좋아. 매일 손 잡고 있잖아.” “ 그걸로 다 안채워지는거 알아..” “ 어차피 각인한 파트너가 아니면, 밑 빠진 독 이지 뭐.” “ ....이짜나.. 내가...어..” “ 이제 혀도 꼬이네 성이름.” “ ..어. 그르네.. 아니 암튼! 내가 너 비즈니스라고 막 그래서 삐졌어?” “ 어? 아ㄴ.. 왜 그렇게 생각해?” “ 나한테.. 손잡는거 말구, 손도 안대자나..” “ 응, 그런데?” “ 아니.. 처으메는! 쫌 쪽팔리지만!!, 니가 밀당이라두 하나 했는대!” “ 뭐? 앟흫흐하핳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뎈ㅋㅋ” “ 웃지마러라.. 주거 그러다.. 근대,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런말 해가지고.. 너가 화난거 아닌가해서..” “ 이름아, 너 회사에서랑 테라스에서 말하려던게 이거야?” “ ...........안ㄴ..아닌대? 난 그냥 미안한건ㄷ..아냐” “ 너 술 취하면, 생각한거 바로 말로 나오는구나...” “ 들켰냐? 마저.. 카지노에서두.. 술 취해가지고.. 패 가진거 다 말해가지구.... 진짜 병신같따..” “ 아... 그래서.. 어이구~ 억울했겠네, 이름이 이리와.” “ ....야, 내가 가고시픈데.. 자존심 때문에 못 가겠쓰니까. 니가 여기와..” “ 으응~ 그래! 그럼 내가 가줘야지 또. 저번에도 이래서 안왔구나! 그치?” “ 아니, 그때는 그냥.. 좀 재수업써가지구 안간건데?” “ ......잠깐만 나 상처받았어..” 나재민은 심장쪽 가슴위로 손을 올리고는 우는 시늉을 했다. 머리로는 저새끼 연기하네 하면서도, 술만 먹으면 몸과 동기화가 안되는 나는 이미 미안하다며 쪼르르 달려가 저보다 큰 나재민을 안고는 토닥토닥 달래고 있었다. 우는 척 어깨를 들썩이던 나재민이 이번에는 웃음을 참느라 어깨가 들썩거렸고 그걸 본 내가 등을 찹! 때렸다. “ 아!! 쫌! 장난좀치지마라고! 나 지금 행동이 먼저 나가는 상태라고!”
“ 아핳하하하! 왜 술주정도 이런거야~ 귀엽게!” “ ...웩.. 너 진짜..그런거좀 하지마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 익숙해지게 맨날 해줄게~ 우리 귀여운 이름이~” “ 존나실타진짜.” “ 이건 진짜 싫어하나보네, 자존심 운운 할 줄 알았는뎅. 아쉽” “ .... 거짓말탐지기처럼 다루지마라 진짜주거....” “ 아, 들켰다.” 얼굴을 찌푸리고 나재민의 옆자리에 다리를 접어올려 앉아있는데 나재민이 계약서를 만지작거렸다. 정말 별 생각없이 아직도 나랑 각인하고 싶냐 물었더니 무슨 토끼마냥 쫑긋 하며 나를 보았다. 아.. 질문 잘못했다. 우리는 성관계는 이미 했지만, 피임기구와 각인 억제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직 뭐 하나 이어진 것 없는 남남인데 그 두개를 사용하지 않은 지금 맨몸으로 부대끼면 바로 각인이 이루어지는 상태인 것이다. 그 와중에 술처먹고 아무말이나 한다는게.. 불난집에 부채질 한 꼴이 되버렸다. 나재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모든게 느껴졌다. ‘왜? 각인하게? 진짜? 나 좋아졌어?’ 하는 표정.... 그 기대 가득한 눈을 슬쩍 피하니 나재민이 내 뒷머리를 슬슬쓸어주며 웃었다. “ 이름아, 나 좋아해?” “ ...........” “ 말 잘못했지, 너.” “ ...모르겠써..” “ 뭘 모르겠어~” “ 너 좋은건지, 아닌지.” “ 왜 모르겠는데?” “ 나 아까 회사에서만해도.. 너 좋은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게써...” “ 그래, 뭐 당장 어떻게 하자는거 아니니까.” “ 응..” “ 일단 잘까? 술도 마시고 해서 더 헷갈리지?” “ ......” “ 이름이 자자! 생각은 나중에 해도되니까, 그치?” “ 각인하자.” “ ..........너 취했어, 그러다 후회하면 어쩌려고 그래..” “ 그건 뭐,..... 그때가서 생각해도 안늦자나. 생각은 나중에 해두 된다며.” “ 아니 그건..” “ 나 술 쫌 깨는중인데, 지금 거절당하면 쪽팔려서 도망갈거가태.” “ 뭐? 야, 그런게 어디있..” “ 셋 셀테니까 지금정해, 시작한다?” “ 아ㄴ, 잠깐만, 잠깐 셋을세? 성이름 잠깐ㅁ” “ 하나.” “ 아 잠깐만.. 너 취했고.. 그리고..어..” “ 두울.” “ 아... 이름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응? 나중에 정해도 되는거잖아...” “ ㅅ..읍.” “ 할게, 할게 나 할래. 응, 나 해. 그러니까 일단 오늘은 자자 응?” “ 으읍ㅁ읍!” “ 응? 아.. 입 막아서 미안해, 아팠어?” “ 아니 지금해! 뭘 또 내일이야! 내일되면 나 도망갈꺼야!” “ 나한테 왜그래애.. 이래놓고 각인하면, 내일 술취한 애 억지로 각인했다고 욕할거잖아..” 응 맞다. 지금 존나 즉흥적이거든 내일은 당연히 욕하겠지 맨날 하는게 욕인데 나재민은 입을 막았던 손으로 내가 아플까봐 입 주위를 문질러 주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얼굴을 빤히 보다가 입술 언저리에 있는 나재민의 손을 덥썩 잡아 일어났다. 갑자기 몸이 일으켜진 나재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멍하니 내려다 보기에 방으로 끌고 들어가 침대로 팍 밀어 넘어뜨렸다. “ 암튼 해, 그리고 오늘은 내가 위다. 내려다보는거 재수읍쓰~” “ ........ㅇ..아....” “ 뭐해 벗어.” “ ...야, 나 방금 너한테 반한거같애..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 좀 멋있었냐? 헤헤!” “ 응, 이리와.” “ 아씨.. 그놈의 이리와는, 내가 아쉬우니까 함 가준다.” 그렇게 우리는 각인했다.
으아니 한시간도 안됐는데 증말! 왜이러십니까! 기분좋게!